그와 예린은 한동안 보지 못했고관계도 맺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요염한 약혼녀를 보고도 흥미가 돌지 않았고 머릿속에 온통 엄수지가 김준호의 어깨에 기댄 모습만 떠올랐다. 그는 심지어 그들이 지금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상상까지 했다. 그런 상상만 해도 정은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린은 샤워 가운을 몸에 두른 채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마음이 아팠지만 정은호와 충돌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여자로서의 육감이었다.정은호의 마음속에 엄수지가 있었다. 정은호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그녀는 참아야만 했다. 그녀는 남자가 욕망을 참지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좋은 향기를 풍기며 정은호의 품속으로 다가와 그의 목 언저리에 기대 키스를 퍼부었다. 정은호는 그녀의 몸짓에 피던 담배를 끊어 버리고 그녀의 샤워 가운을 벗어 던졌다. 그렇게 그들은 한순간에 달아올랐다. 예린은 얼굴이 빨개져 끊임없이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은호씨, 정은호씨…”정은호도 매우 흥분했다. 그는 눈이 벌개져 여인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자신이 몸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은호 씨, 우리 계속 부부로 살 수 있어요.” 그건 엄수지의 목소리였다.엄수지는 그의 아내다. 정은호의 눈빛은 갑자기 빛을 잃었다. 그는 멍해진 눈빛으로 약혼녀에게도 흥미를 잃었다. 예린은 한참이나 기다려도 남자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고개를 들어 멍때리는 정은호를 바라보았다. 예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은호씨, 정말 너무해요. 지금 다른 여자 생각하고 있는 거 맞죠? 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다른 사람 품에서 밤을 보내고 있어요. 그 사람은 김준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요. 당신 이름이 아니라…” 정은호는 그녀에게 입을 닥치라고 했다. 하지만 예린은 아직도 화가 났는지 그만두지 않았다.“김준호에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여자에게 미련이 그렇게 남아요? 정은호씨 철 좀 들어요. 제발.” 정은호는 예린의 얼굴에
정은호는 편지를 보낸 후 매일 밥도 먹지 않고 편지를 기다렸다. 추비서가 떠난 지 이틀이나 되었다. 엄수지는 화원에서 추비서를 맞이했다. 여름 끝자락에 엄수지는 낮잠을 자고 편한 옷차림과 함께 나른한 모습으로 그를 만나러 나왔다. 엄수지의 낯빛은 꽤 괜찮아 보였다. 추비서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만 정은호에게 결과를 들고 가야 했었기에 정신을 차리고 엄수지를 맞았다. 엄수지가 선물 박스를 열자 안에는 여러 가지 낙엽들이 깔려 있었고 금은보화도 함께 놓여 있었다. 언뜻 보아도 가격이 상당한 주얼리들이었다. 아마 수백억가량 할 것이다. 그녀는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은호가 이걸 왜 주는 거죠? 돈을 모아서 아내를 맞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추비서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제가 보기엔 대표님과 예린 씨의 혼사는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건 저랑 상관없어요. 그리고 이것도 저는 받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이랑 인사도 하지 않을 거예요.” …엄수지의 입가에 미소가 점차 걷어졌다. 추비서는 급히 화재를 전환하며 정은호가 쓴 편지를 건네며 엄수지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엄수지는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수지야, 참 오랜만이야.] … 그리고 마지막 글자까지. [정은호가.] 엄수지는 정은호의 사랑의 편지를 두 번이나 읽어보며 살짝 놀랐다. 그녀는 정은호를 사랑했었다.그래서 오늘처럼 떨어져 있어도 이런 사랑의 편지를 읽은 후에 마음이 이상했다. 그녀도 옛일이 조금 생각났다. 좋았던 기억, 안 좋았던 기억들이 밀려와 감정이 복잡했다. 엄수지는 천천히 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추비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의 눈가엔 저절로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물건들과 편지를 그 사람에게 다시 돌려줘요. 그리고 이 말을 대신 전달해 줘요. 나는 그 사람과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과의 미래도 앞으론 없을 거예요.” 엄수지는 마음이 아팠지만 마지막까지 이성을
정은호가 물러난 것이다. 예린도 여자로서 정은호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예린과 모든 일을 끝맺고 엄수지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고 싶은 것이다. 예린이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그 사람은 다른 쪽을 바라보네요. 당신이 아무리 재결합하고 싶다 해도 그 사람의 의사도 고려해야죠. 그 사람이 연하를 포기하고 당신 같은 중년 남성에게 돌아갈까요?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당신한테 돌아간다고 믿는 거죠?” …예린은 통쾌하게 속마음을 다 내비쳤다. 그녀의 말에 정은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죽일 듯이 예린을 노려보았다.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했었던 애인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한참 후 정은호는 불빛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린아, 이미 이렇게까지 됐으니 너한테도 숨기지 않을게.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수지랑 잘되지 않는다 해도 너랑 너와 나는 아니야. 당연히 너한테도 적절한 피해 보상은 줄 거야. 집을 줄까 아니면 현금을 줄까? 네가 골라.” 정은호의 옆으로 베개 하나가 던져졌다. 예린은 여자 연예인의 이미지를 다 던져버리고 울부짖었다. “정은호, 이 개자식! 나한테 프로포즈 했을 때 어떻게 말했어? 당신이랑 엄수지는 애초에 사랑은 없었다고 했었잖아. 내가 진짜 사랑이라며! 일 년밖에 안 지났는데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거야?” 그녀는 점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은호는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기에 그 모습이 결코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다독이지 않고 그녀가 울게 내버려두었다.한 면으로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 면으로는 몸이 많이 허약했기에 위로할 힘도 없었다. 예린이 다 울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정은호는 그녀에게 열 자릿수의 수표를 던져 이로써 그들의 마지막을 기약했다.정은호가 던진 수표에 예린은 화가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던 그녀였지만 그 수표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독한 말도 함께 그에게 남겼다. “정은호 씨, 우리는
정은호는 헬스장에서 하루를 꼴딱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스님처럼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는 몇 살이나 어려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은호는 10월에 B 시로 업무를 보러 갔다. 업무를 마치고 그는 3일의 휴가를 빌어 엄수지를 보러 갔다. 하지만 엄수지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정은호는 엄수지의 일정을 캘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저녁, 엄수지는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건 JH 그룹과 관련된 건으로 잘되면 그룹에게 수천억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많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엄수지는 이 저녁 자리를 아주 중요시했다. 그녀는 비록 두 명의 비서를 거느렸지만 상대방은 엄수지에게 술을 마시라고 계속 권하는 바람에 엄수지는 반쯤이나 취해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 측에선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2차로 가서 더 마시기를 원했다. 더 마시다간 엄수지는 토할 지경이었다.임 대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JH 그룹이 체면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룸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임 대표가 화를 내려든 찰나 들어오는 사람에 그는 웃음을 지으며 손 인사를 했다. “정 대표, B 시는 어쩐 일인가? 일 보러 온 건가요?” 불빛 아래서 정은호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꽤 단정한 모양새였다. 그는 진지하게 임 대표와 악수를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 “임 대표님과 제 아내가 아시는 사이인가요?” 아내? 임 대표는 정은호의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그는 정은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엄수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엄 대표가 아내라고요?” 정은호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항상 그랬었죠. 요즘에 이 사람이 사업을 하겠다고 JH 그룹과 협업 중이에요. 그럼 지금 사업을 얘기하고 있는 거죠? 제가 방해한 건가요?” 임 대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조은혁에게 밉보일
밤이 되어 모든 곳은 조용해졌다. 클럽 아니었지만 술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곳엔 정은호의 뒷모습만 남겨졌다. 엄수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창밖으로 달이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그들이 과거 감정 같았다. 그녀는 마음이 쓰라려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내뱉지 못했다. 경직된 몸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수지야.” 정은호가 그녀를 불렀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그는 원치 않았다. 그에게서 멀어져 다른 남자에게로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정은호의 마음은 이미 상처로 가득했고 그녀가 돌아와야만 그 상처는 아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엄수지는 고개를 속이고 자신의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은호는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더 큰 힘으로 잡았다. 한참 후에 그녀는 낮게 입을 열었다. “놓아줘요.” 정은호는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엄수지는 힘껏 손을 빼내느라 피부가 쓸려 아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이미 칼을 뺀 이상 뭐라도 썰어야 했다. 그들의 결말은 이미 이별로 낙인 지어졌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그들은 함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엄수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다. 하지만 그녀는 정은호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얼만큼 결혼 생활에 대해 기대를 했는지, 얼만큼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건 지나갔다. 그들의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 엄수지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의 숫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아마 그녀가 정은호를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일 것이다. 이후로 그들은 남남이다. 정은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은호는 익숙하던 화려한 장소에 서 있었지만 지금 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정은호, 당신 미친 거 아니야?” 엄수지는 차 손잡이를 붙잡고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했으나 안에서 잠긴 바람에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비틀어 정은호를 째려보았다. “정은호, 뭐하는 거에요?” 차 안은 조용했다. 정은호는 하얀 셔츠를 입은 말끔한 차림이었다. 그는 깊고도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엔 성숙한 남자 특유의 사람을 빨아당기는 엄격함 기품이 풍겼다. “내가 뭘 하고 싶냐고?” 정은호가 자신의 셔츠 소매를 거두자 그의 건실한 팔뚝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는 뒷좌석의 가림판을 내려 사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엄수지는 그의 품속에 안기게 되었다. 마치 그녀에게 치욕을 남겨주고 싶기라도 하듯 그는 불을 켰다. 불빛은 매우 환했다. 엄수지는 그렇게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자신의 전 남편의 품 안에 안겼고 얇은 스타킹이 아래로 끌어내려져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났다. 남자는 한치 부드러움도 없이 그녀를 다뤘다. 엄수지는 온몸이 긴장된 채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몸을 피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힘 차이는 꽤 컸기에 그녀는 도저히 숨을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정은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우수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잘 알았다. 아주 손쉽게 그녀를 망가뜨릴 수 있었고 만족시킬 수 있었다. 정은호는 그녀의 귓가에 차갑게 물었다. “그 사람이랑 결혼 준비를 끝냈어? 오늘 부모님을 만난 거야?” “당신이랑 상관없어.” 그녀의 이마엔 온통 땀으로 가득했고 엄수지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엄수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만약 정은호에게 더럽혀지면 그녀는 김준호와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주 강한 정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예의는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정은호가 너무 미웠다. 엄수지는 그의 어깨를 힘껏 물었다. 그녀가 깊
차 안은 어수선했다.엄수지의 얼굴은 땀방울로 가득했고 검은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어 이마에 붙어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정은호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찌 원할 수 있으랴. 엄수지가 어렵게 새로운 인생을 살려 하는데 그가 다시 끌어내리는 것이다. 엄수지가 만약 젊은 아가씨였다면 그녀는 정은호를 잊고 김준호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정은호와 결혼 생활을 보냈고 다른 사람이 볼 때 그들의 관계는 너무 복잡했다. 게다가 정은호와 엮인 사람도 많았고 그중 조 대표는 누구보다 더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희생은 가장 큰 사랑이다. 이 점을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엄수지는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옷가지를 안아 들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 정은호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바지 지퍼를 올렸다. 그의 얼굴엔 급박한 표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불쌍한 눈빛으로 엄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팠어?" 엄수지가 그의 손을 내리쳤다.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정은호 씨, 날 건드리지 말아요." 그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 팔로 자신을 안고 안정감을 취하려는 듯 했다. 엄수지는 종래로 남녀 사이의 일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너무 아파 죽을 힘으로 거절했지만 눈앞의 남자를 밀어낼 수 없었다. 정은호는 너무 큰 힘으로 그녀를 내리눌렀다. 그녀는 너무 아파 몇 번이나 그를 밀쳐냈고 엄수지의 몸은 메마른 우물마냥 젖지 않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몸은 남자가 남긴 흔적들로 얼룩이 졌다. 엄수지는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정은호가 그녀를 몇 번 불렀지만 엄수지는 미동도 없었다. 결국 정은호는 자신이 외투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세심하게 단추를 잠가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차에서 안고 내려왔다. 하늘
“정은호 씨, 나는 사람이에요.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에요. 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나도 나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요.” 엄수지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얼굴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당신은 직접 내 마음을 말살했어요. 당신이 내 행복을 말살했어요. 정은호 씨, 당신이 내 모든 걸 망가뜨렸어요. 지금 만족해요? 내가 앞으로 김준호와 헤어진다고 해도 당신을 선택할 일은 없어요.” 엄수진은 몸을 일으켜 떠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약속했다. 죽는다 하더라도 다시 그 이 사람 곁에 가지 않겠다고. 이 사람의 아내로 다시 되지 않겠다고. 정은호는 그런 그녀를 다시 잡아당겨 둘은 부드러운 침대에 함께 누워있었다. 정은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붙들고 낮게 말했다. “니가 좋아하지 않으면 이 사진을 삭제하면 그만이야. 수지야, 나는 이걸 김준호에게 보여줄 생각이 없었어. 내가 어떻게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겠어.” 여기까지 말하자 정은호는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경험이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마음속으론 불편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헤어진 시간 동안 그도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수지는 떠나려고 했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붙들고 침대맡에서 줄을 가져와 그녀의 팔을 감쌌다. 그 모습에 엄수지는 깜짝 놀랐다. 정신이 돌아온 후 그녀는 두 다리를 뻗으며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거에요? 정은호 씨, 나를 놓아줘요. 나를 놓아줘요...” “약을 발라줄게.” 그의 목소리는 너무 낮았다. 그리고 엄수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아팠다. 아까까지 환희에 차넘치던 그 모습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엄수지가 그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젊은 사내에게 갈지언정 그에게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정은호가 그녀에게 약을 발라줄 때 한참이나 여자와 관계가 없었는지 그는 많은 자극을 받았다. 분위기가 갑자기 묘해졌다. 그녀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눈빛은 멸시와 불만으로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