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호는 헬스장에서 하루를 꼴딱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스님처럼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는 몇 살이나 어려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은호는 10월에 B 시로 업무를 보러 갔다. 업무를 마치고 그는 3일의 휴가를 빌어 엄수지를 보러 갔다. 하지만 엄수지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정은호는 엄수지의 일정을 캘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저녁, 엄수지는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건 JH 그룹과 관련된 건으로 잘되면 그룹에게 수천억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많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엄수지는 이 저녁 자리를 아주 중요시했다. 그녀는 비록 두 명의 비서를 거느렸지만 상대방은 엄수지에게 술을 마시라고 계속 권하는 바람에 엄수지는 반쯤이나 취해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 측에선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2차로 가서 더 마시기를 원했다. 더 마시다간 엄수지는 토할 지경이었다.임 대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JH 그룹이 체면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룸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임 대표가 화를 내려든 찰나 들어오는 사람에 그는 웃음을 지으며 손 인사를 했다. “정 대표, B 시는 어쩐 일인가? 일 보러 온 건가요?” 불빛 아래서 정은호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꽤 단정한 모양새였다. 그는 진지하게 임 대표와 악수를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 “임 대표님과 제 아내가 아시는 사이인가요?” 아내? 임 대표는 정은호의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그는 정은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엄수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엄 대표가 아내라고요?” 정은호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항상 그랬었죠. 요즘에 이 사람이 사업을 하겠다고 JH 그룹과 협업 중이에요. 그럼 지금 사업을 얘기하고 있는 거죠? 제가 방해한 건가요?” 임 대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조은혁에게 밉보일
밤이 되어 모든 곳은 조용해졌다. 클럽 아니었지만 술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곳엔 정은호의 뒷모습만 남겨졌다. 엄수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창밖으로 달이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그들이 과거 감정 같았다. 그녀는 마음이 쓰라려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내뱉지 못했다. 경직된 몸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수지야.” 정은호가 그녀를 불렀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그는 원치 않았다. 그에게서 멀어져 다른 남자에게로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정은호의 마음은 이미 상처로 가득했고 그녀가 돌아와야만 그 상처는 아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엄수지는 고개를 속이고 자신의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은호는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더 큰 힘으로 잡았다. 한참 후에 그녀는 낮게 입을 열었다. “놓아줘요.” 정은호는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엄수지는 힘껏 손을 빼내느라 피부가 쓸려 아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이미 칼을 뺀 이상 뭐라도 썰어야 했다. 그들의 결말은 이미 이별로 낙인 지어졌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그들은 함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엄수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다. 하지만 그녀는 정은호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얼만큼 결혼 생활에 대해 기대를 했는지, 얼만큼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건 지나갔다. 그들의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 엄수지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의 숫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아마 그녀가 정은호를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일 것이다. 이후로 그들은 남남이다. 정은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은호는 익숙하던 화려한 장소에 서 있었지만 지금 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정은호, 당신 미친 거 아니야?” 엄수지는 차 손잡이를 붙잡고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했으나 안에서 잠긴 바람에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비틀어 정은호를 째려보았다. “정은호, 뭐하는 거에요?” 차 안은 조용했다. 정은호는 하얀 셔츠를 입은 말끔한 차림이었다. 그는 깊고도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엔 성숙한 남자 특유의 사람을 빨아당기는 엄격함 기품이 풍겼다. “내가 뭘 하고 싶냐고?” 정은호가 자신의 셔츠 소매를 거두자 그의 건실한 팔뚝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는 뒷좌석의 가림판을 내려 사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엄수지는 그의 품속에 안기게 되었다. 마치 그녀에게 치욕을 남겨주고 싶기라도 하듯 그는 불을 켰다. 불빛은 매우 환했다. 엄수지는 그렇게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자신의 전 남편의 품 안에 안겼고 얇은 스타킹이 아래로 끌어내려져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났다. 남자는 한치 부드러움도 없이 그녀를 다뤘다. 엄수지는 온몸이 긴장된 채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몸을 피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힘 차이는 꽤 컸기에 그녀는 도저히 숨을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정은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우수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잘 알았다. 아주 손쉽게 그녀를 망가뜨릴 수 있었고 만족시킬 수 있었다. 정은호는 그녀의 귓가에 차갑게 물었다. “그 사람이랑 결혼 준비를 끝냈어? 오늘 부모님을 만난 거야?” “당신이랑 상관없어.” 그녀의 이마엔 온통 땀으로 가득했고 엄수지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엄수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만약 정은호에게 더럽혀지면 그녀는 김준호와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주 강한 정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예의는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정은호가 너무 미웠다. 엄수지는 그의 어깨를 힘껏 물었다. 그녀가 깊
차 안은 어수선했다.엄수지의 얼굴은 땀방울로 가득했고 검은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어 이마에 붙어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정은호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찌 원할 수 있으랴. 엄수지가 어렵게 새로운 인생을 살려 하는데 그가 다시 끌어내리는 것이다. 엄수지가 만약 젊은 아가씨였다면 그녀는 정은호를 잊고 김준호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정은호와 결혼 생활을 보냈고 다른 사람이 볼 때 그들의 관계는 너무 복잡했다. 게다가 정은호와 엮인 사람도 많았고 그중 조 대표는 누구보다 더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희생은 가장 큰 사랑이다. 이 점을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엄수지는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옷가지를 안아 들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 정은호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바지 지퍼를 올렸다. 그의 얼굴엔 급박한 표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불쌍한 눈빛으로 엄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팠어?" 엄수지가 그의 손을 내리쳤다.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정은호 씨, 날 건드리지 말아요." 그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 팔로 자신을 안고 안정감을 취하려는 듯 했다. 엄수지는 종래로 남녀 사이의 일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너무 아파 죽을 힘으로 거절했지만 눈앞의 남자를 밀어낼 수 없었다. 정은호는 너무 큰 힘으로 그녀를 내리눌렀다. 그녀는 너무 아파 몇 번이나 그를 밀쳐냈고 엄수지의 몸은 메마른 우물마냥 젖지 않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몸은 남자가 남긴 흔적들로 얼룩이 졌다. 엄수지는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정은호가 그녀를 몇 번 불렀지만 엄수지는 미동도 없었다. 결국 정은호는 자신이 외투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세심하게 단추를 잠가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차에서 안고 내려왔다. 하늘
“정은호 씨, 나는 사람이에요.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에요. 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나도 나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요.” 엄수지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얼굴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당신은 직접 내 마음을 말살했어요. 당신이 내 행복을 말살했어요. 정은호 씨, 당신이 내 모든 걸 망가뜨렸어요. 지금 만족해요? 내가 앞으로 김준호와 헤어진다고 해도 당신을 선택할 일은 없어요.” 엄수진은 몸을 일으켜 떠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약속했다. 죽는다 하더라도 다시 그 이 사람 곁에 가지 않겠다고. 이 사람의 아내로 다시 되지 않겠다고. 정은호는 그런 그녀를 다시 잡아당겨 둘은 부드러운 침대에 함께 누워있었다. 정은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붙들고 낮게 말했다. “니가 좋아하지 않으면 이 사진을 삭제하면 그만이야. 수지야, 나는 이걸 김준호에게 보여줄 생각이 없었어. 내가 어떻게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겠어.” 여기까지 말하자 정은호는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경험이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마음속으론 불편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헤어진 시간 동안 그도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수지는 떠나려고 했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붙들고 침대맡에서 줄을 가져와 그녀의 팔을 감쌌다. 그 모습에 엄수지는 깜짝 놀랐다. 정신이 돌아온 후 그녀는 두 다리를 뻗으며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거에요? 정은호 씨, 나를 놓아줘요. 나를 놓아줘요...” “약을 발라줄게.” 그의 목소리는 너무 낮았다. 그리고 엄수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아팠다. 아까까지 환희에 차넘치던 그 모습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엄수지가 그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젊은 사내에게 갈지언정 그에게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정은호가 그녀에게 약을 발라줄 때 한참이나 여자와 관계가 없었는지 그는 많은 자극을 받았다. 분위기가 갑자기 묘해졌다. 그녀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눈빛은 멸시와 불만으로
엄수지는 어린 소녀가 아니었기에 한바탕 울고 난 후 정상의 모습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정은호는 그녀가 떠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 별장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은호는 사람을 불러 연경을 데려 오게 했다. 늦은 밤 1층 마당에서 자동차 소리가 울렸고 여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수지는 깨끗하게 씻고 하얀색 실크 잠옷을 입고 창가에 놓인 소파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거실 문이 달칵 열리며 정은호가 들어왔다. 그도 샤워를 마친 후 깔끔한 셔츠와 슈트 바지로 바꿔 입었다. 한바탕 정사가 있은 후 그는 많이 지쳐버렸다. 정은호는 엄수지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밥은 먹지 않고 왜 술 마시는 거야? 공복에 술 마시면 몸이 많이 상해.” 엄수지가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얼굴을 값비싼 소파에 천천히 뉘었다. “우습지 않아요? 차에서 그렇게 폭력적으로 대하고 지금은 내 몸이 다칠까 봐 걱정하다니.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거예요?”...정은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오랫동안 여자랑 관계를 맺지 않았나 봐. 수지야. 네가 내 마음에 들어 온 후 나는 다른 사람을 만진 적이 없어.” 그는 맹세했다. “앞으로는 꼭 부드럽게 할게.” 그는 그녀에게 애걸복걸했다. “내가 연경을 데리고 왔어. 앞으로 연경이도 우리랑 함께 여기서 살 거야. 내가 연경이를 H 시에 데리고 갈게. 만약 네가 B 시에서 사는 게 더 좋다면 여기로 올게. 하지만 수지 너도 알다시피 H 시에 내가 자주 가봐야 돼.” 정은호의 말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엄수지도 사실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정은호는 H 시에서 권력이 더 컸다. 만약 B 시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조 대표의 눈치를 보며 일 처리를 해야 하게 될 것이니 그는 원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정은호가 원하는 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은 그렇게 도우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정은호는 감사하는 마음이 결코 없었다. 그는 밖에서도 여자들과 끊임없이 함께했다. 그는 엄수지가 자신이 아내라는 신분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도 엄수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진심을 고려하지 않고 그녀의 진심을 짓밟았다.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며 그에게 이런 진심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다. 사랑은 하느님이 내려 주는 권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정은호는 평생 처음으로 여자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비쳤고, 처음으로 여자를 위해 몸을 받치고, 또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심지어 자신의 친 아이로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정은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서 두 아주머니가 연경을 보살피고 있었다. 아이를 보살피는 아주머니들은 정신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정은호를 보자마자 급히 물었다. “정 대표님, 사모님 어디 계십니까?” 정은호는 아무런 답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아주머니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15개월이 된 아이는 깨끗하고 예뻤다. 심경서와 아주 닮은 모습이었다. 연경도 정은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연경의 눈망울은 반짝반짝거렸다. “내가 안아볼게요.” 정은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자신이 품에서 아이를 그에게 넘겨 죽었다. “이 아이는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매번 김 대표님이 왔을 때 삼촌이라고 아주 좋아했다니깐요.” 김 대표. 김준호. 정은호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연경의 작지만 따뜻한 몸을 껴안고 아이에게 얘기했다. “연경아 내가 아빠야.” 연경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은호가 연경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연경은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얀 얼굴에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모양
정은호는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녀의 눈물은 앞으로도 그의 마음속에 두고두고 남는 한이 되었다. 그는 평생 아내를 취하지 않고 홀로 쓸쓸히 늙어갔다. ...그렇게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본 후 엄수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이를 나한테 줘요.” 정은호는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를 그녀에게 안겨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이가 너무 귀여워. 수지야. 우리 다시 시작하면 같이 연경을 키우자. 내 딸이 되면 앞으로 좋은 미래가 펼쳐질 거야. 이걸 니가 원하는 거 맞지? 지금 모든 희망을 너한테 걸고 싶어. 네가 나한테 기회만 준다면 말이야...” 정은호는 꽤 진실하게 말했다. 만약 그들이 부부였던 적이 없었다면 그녀는 아마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남자한테 굴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수년 동안 그녀의 아내로 있으면서 정은호의 진짜 모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엄수지는 정은호에게 그저 부속품에 불과했다. 조금도 그녀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걸 그녀의 뜻대로 하겠다고? 불빛 아래서 엄수지는 아이를 안고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 목숨을 원한다면요?” 정은호는 잠깐 멈칫하다가 자신의 목숨은 빼고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모습에 엄수지는 낮게 웃으며 아이를 안고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정은호는 수없이 후회했다. 그때 그녀에게 여지를 남겨두면 안 되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후회해도 쓸모없었다. 그는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 1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층에 집사가 저녁을 가져다 주었다. 저녁은 아주 풍성했고 여자의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식자재였다. 마지막으로 집사는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다주며 웃으며 말했다. “이건 대표님께서 연경 아가씨를 위해 직접 요리하신 거예요. 대표님이 직접 요리하시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엄수지는 연경을 끌어안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결코 감동하지 않았다. 정은호가 그녀의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