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호 씨, 나는 사람이에요.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에요. 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나도 나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요.” 엄수지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얼굴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당신은 직접 내 마음을 말살했어요. 당신이 내 행복을 말살했어요. 정은호 씨, 당신이 내 모든 걸 망가뜨렸어요. 지금 만족해요? 내가 앞으로 김준호와 헤어진다고 해도 당신을 선택할 일은 없어요.” 엄수진은 몸을 일으켜 떠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약속했다. 죽는다 하더라도 다시 그 이 사람 곁에 가지 않겠다고. 이 사람의 아내로 다시 되지 않겠다고. 정은호는 그런 그녀를 다시 잡아당겨 둘은 부드러운 침대에 함께 누워있었다. 정은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붙들고 낮게 말했다. “니가 좋아하지 않으면 이 사진을 삭제하면 그만이야. 수지야, 나는 이걸 김준호에게 보여줄 생각이 없었어. 내가 어떻게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겠어.” 여기까지 말하자 정은호는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경험이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마음속으론 불편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헤어진 시간 동안 그도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수지는 떠나려고 했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붙들고 침대맡에서 줄을 가져와 그녀의 팔을 감쌌다. 그 모습에 엄수지는 깜짝 놀랐다. 정신이 돌아온 후 그녀는 두 다리를 뻗으며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거에요? 정은호 씨, 나를 놓아줘요. 나를 놓아줘요...” “약을 발라줄게.” 그의 목소리는 너무 낮았다. 그리고 엄수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아팠다. 아까까지 환희에 차넘치던 그 모습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엄수지가 그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젊은 사내에게 갈지언정 그에게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정은호가 그녀에게 약을 발라줄 때 한참이나 여자와 관계가 없었는지 그는 많은 자극을 받았다. 분위기가 갑자기 묘해졌다. 그녀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눈빛은 멸시와 불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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