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1192 챕터

제1021화

떠나기 전, 정은호는 다시 한번 엄수지를 바라보았지만 엄수지는 단 한 번도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초대도 받아들이지도 않고 예쁜 여자 연예인을 선택한 남자에게 뭘 바라겠는가.결국, 가장 좋은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다.엄수지의 냉담함에 정은호는 조금 화가 났지만 만약 그녀가 약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불러만 준다면 곁에 있는 여자 연예인은 뒷전이고 그들 사이에도 여전히 화해의 여지가 있다.하지만 엄수지는 이를 원하지 않았다.만약 정은호의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없다면 그녀는 이 혼인 관계를 갖고 싶지 않았다. 혼인에 충성하지 않는 남자는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아이를 호적에 올린다고 해도 그녀는 이 썩어빠진 결혼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든든한 남자를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고 찾을 수 없다면 그녀가 연경의 세상이 되어주고 든든한 기둥이 되어줄 것이다.그리고 연경의 성은 그녀의 성을 따를 것이다. 엄경이라고 말이다.엄수지는 섬세한 눈매와 결연함을 가지고 있다.원래도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결연함을 더 하니 훨씬 매력적이었다.정은호는 그녀를 조금 더 쳐다보다가 결국 예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식당을 나설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은호 씨.”순간 멈칫한 정은호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엄수지는 스테이크를 썰면서 이태훈과 담소를 나누기 바쁜데 그러한 그녀의 눈에 정은호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결국, 정은호는 입꼬리를 조금 움찔거리더니 등을 돌리고 완전히 자리를 떴다.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표정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잠시 후, 캠핑카에 올라탄 정은호는 엄수지의 거절에 실망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 다짜고짜 예린을 품에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침대만 있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몸을 굴렸겠지만 침대가 없더라도 여자는 남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살랑살랑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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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어두운 차 안, 정은호는 손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미 밤 10시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그는 차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마치 이 집의 남자 주인처럼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너무나도 어두운 얼굴에 아무도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게다가 이곳의 고용인들은 모두 정은호가 사모님의 전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사모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정은호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열었다.방안에는 연경이가 곤히 자고 있었다.그때, 연경이의 곁을 지켜주던 아주머니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대표님.”정은호는 아이를 돌보러 왔으니 그녀더러 먼저 나가라고 손짓을 했고 아주머니는 감히 무어라 대꾸를 할 수 없어 고개를 푹 떨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정은호는 화가 나 있었다.아이를 돌본다고 하긴 했지만 정은호가 아이를 돌본다는 건 말이 될 리가 없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깊게 잠든 아이의 그 예쁜 눈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계속 바라보다 보니 엄수지 그 망할 여편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가볍게 픽 웃고는 손을 뻗어 머리 뒤에 베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정은호는 평소에 줄곧 약간의 불면증을 앓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아이의 살 냄새와 쌕쌕거리는 가벼운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스르르 잠이 들것만 같았다.밤이 깊어 오고 바깥에서 들려 오는 승용차 소리가 그를 깨웠다.엄수지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정은호는 그들의 애정이 어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아예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귀를 곤두세우고 아래층의 동정을 살폈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엄수지에게 퍼부을 날카로운 말을 가득 준비해 놓았다.같은 시각, 1층에서 엄수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은호의 차를 보게 되었다.그러나 다행히도 이태훈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엄수지는 이태훈과 평범하게 데이트를 하고 평범하게 작별 인사를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정은호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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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정은호는 그렇게 한참 동안을 멍하니 노려보았다.여러 해 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엄수지는 그냥 이렇게 놔준다고? 심지어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질투도 하지 않고, 이젠 잘 살겠다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정은호보다 훨씬 잘 살겠다고 선언했다.원래라면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나야 하겠지만 남자의 나쁜 근성 때문인지 정은호는 도무지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더 참을 수 없었다.이성을 잃은 남자가 여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힘을 줘 끌어내리니 얇은 검은색 스타킹이 가느다란 발목까지 벗겨졌고 곧이어 엄수지는 그에게 안긴 채 화장대 위에 앉게 되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여인의 몸은 마치 희미한 빛으로 뒤덮인 듯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정은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절박함이 느껴졌다.뭔가를 증명하는 데 급급했던 그는 다급히 자신의 속박을 풀어 던지고 부드러운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물론 엄수지는 순순히 따르지 않고 필사적으로 정은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저항했다.“정은호,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그러나 남녀의 힘은 분명했고 엄수지는 남자의 공격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오랫동안 몸부림치다가 힘을 잃고 화장대에 기대어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강력한 움직임을 온전히 견뎌야 했다.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수치스럽기 그지없었다.화장대 위에 놓인 화장품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모두 엄수지의 어깨 뒤에 모여들어 어두운 밤에 더욱 고혹적으로 보였다...정은호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애써 자제력을 보였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이성을 잃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고 하물며 지금 정은호의 몸 밑에 누워있는 사람은 몇 년 동안 함께 했던 전 와이프이다.30분 내내 몰아붙이고 이제 조금 욕망이 채워지자 정은호는 그제야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한편, 엄수지는 일찍이 기진맥진하여 몸을 완전히 정은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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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그러나 엄수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이미 이혼한 사이이고 성인남녀인데 가끔 논다고 책임까지 따질 필요가 있는가?엄수지는 다시 거울을 마주하고 부스스한 긴 머리를 가볍게 걷어 올렸다.“은호 씨, 우리는 결코 감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하물며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세월과 감정의 풍파를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나 당신은 한창 장년이니 여자도 더 찾고 싶고 몇 년 더 놀고 싶겠죠.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전 집 나간 남자가 되돌아서는 걸 마냥 기다려주진 않아요. 그러니 은호 씨, 엉망인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해요. 전 그걸 다시 겪고 싶지 않거든요.”...뜻밖의 거절에 정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내 주변에 여자가 몇 명 있든 내 마음속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해. 당신의 지위는 변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그의 말에 답해주는 엄수지의 목소리는 조금 나른하면서도 허스키했다.“몸에 뭐가 더 나왔다고 정말 황제라도 된 줄 아는 거예요? 다리 세 개 달린 개구리는 찾기가 쉽지 않다지만 다리 두 개 달린 남자는 거리에 널려 있어요. 그리고 저도 당신의 것만 필요한 게 아니고요.”여기까지 말하자 엄수지의 얼굴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정은호 씨, 오늘 밤, 일은 그저 남녀 사이의 실수로 넘겨요. 저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저도 필요 없고요... 제 나이가 되면 원래 욕구가 있는 거고 고정된 남자친구도 없으니 비싼 남자 한 명 불렀다고 생각할게요.”곧이어 그녀는 옆에 있던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서 돈다발을 꺼냈다.“기술이 좋더군요. 만족해요.”...정은호는 눈앞의 돈다발을 바라보았는데 대략 40만 정도였다.순간,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엄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돈을 받으면 이만 꺼지세요. 다시는 오지 말고요. 이 집은 은호 씨를 환영하지 않습니다.”정은호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눈앞의 전 와이프를 바라보며 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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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그러나 엄수지의 생각과 수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하여 엄수지가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차에 탈 때 추 비서를 시켜 이태훈을 조사하도록 했다. 추 비서는 유능한 사람인지라 곧 이태훈의 모든 과거와 현재를 낱낱이 조사하여 보고했다.“명문 출신이고 전 와이프는 세상을 떴으며 아들은 유학 중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은호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그는 바짓가랑이를 툭툭 치며 추 비서에게 또 말을 건넸다.“엄수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이태훈에게 전화를 걸어 엄수지는 내 와이프라고 전해... 이 바닥이라면 이익을 중히 여기니 이태훈도 바로 이해할 거야.”그러나 추 비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비록 정은호의 비서이지만 요 몇 년 동안 엄수지와 교류해온바 엄수지는 좋은 여자이다. 오히려 엄수지와 결혼한 정은호가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니 정은호는 이렇게 처자를 박대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추 비서가 되물었다.“대표님께서는 여자 친구가 생기셨잖아요. 대표님은 예린 씨와 함께하기 위해 특별히 며칠 더 B시에 머무를 정도로 예린 씨에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또 사모님에게 집착하시는 겁니까?”...예린?사실 방금 정은호는 예린이라는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다.예린은 확실히 아름답고 영롱한 미모를 자랑했지만 그녀는 단지 남자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노리개일 뿐이다. 마음을 준 적은 없지만 동시에 엄수지 때문에 다른 여자들과의 왕래를 끊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엄수지만 이득을 보는 꼴 아니겠는가.“단지 엄수지가 기뻐하는 꼴을 보기 싫은 것뿐이야.”이에 추 비서도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추 비서는 워낙 일을 시원시원하게 잘 처리하는 스타일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이태훈은 눈앞의 이익을 보고 즉시 엄수지와의 관계를 포기했고 심지어 전화 한 통으로 두 사람 사이의 만남을 끝냈다.엄수지는 이에 이상해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일찌감치 예상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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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정은호의 아내, 그러니까 엄수지가 사무실에 앉아 여자 연예인 몇 명의 자료를 뒤적거리고 있었다.이윽고 그녀도 박예린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그러자 그녀의 비서가 다가와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사장님, 박예린 씨는 뒷배경이 있는 분입니다. 진아 말로는 어떤 큰 인물의 여자 친구라던데... 요즘 엄청 핫하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라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큰 인물?엄수지가 냉소를 터뜨렸다.큰 인물은 결국 정은호 아닌가. 상위는 무슨 그저 남자 하나 잘 만난 것 뿐인데. 엄수지는 정은호의 거지 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어렵게 얻은 싱글인데 어떻게 다시 결혼 지옥에 뛰어들겠는가? 어차피 엄수지는 이미 포기했기에 정은호의 재혼 자리는 아마 정략결혼으로 이루어질 것이다.엄수지는 다시 한번 그 사진들을 훑어보았다.“전 김진희 씨가 마음에 드네요.”비서는 깜짝 놀랐지만 어쨌든 엄수지는 그녀의 직계 상사이고 게다가 조 대표님 와이프 분과 친자매처럼 사이가 좋기에 회사에서 엄수지의 지위는 상당히 높았다. 그러니 이 정도 결정은 충분히 그녀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 거물급 인사는 엄수지가 알아서 할 것이라 믿었다.비서가 사무실을 떠나고 엄수지는 보고 있던 자료를 덮어두었다. 그렇게 다른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박예린의 일도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엄수지는 확실히 김진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좋은 이미지에 집안 출신도 나쁘지 않아 명품 브랜드를 홍보하기에 능력이 충분했다.며칠이 지나 엄수지는 조은혁과 함께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홍보담당 부사장이라고는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조은혁을 대신하여 술을 마셔야 했다. 물론 조은혁도 그녀를 특수하게 대하지 않았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했다... 다행히 JH 그룹은 대기업이기에 주변 사람들도 많은 술을 권하지는 않았다.게다가 엄수지는 확실히 유능한 인재였다.그녀가 홍보담당 부사장을 맡은 후, 기업의 업무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고 조은혁은 이제 매우 만족스러웠다.식사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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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엄수지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핸드백을 지닌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런데 밖에는 정은호가 서 있었고 심지어 그 옆에는 박예린도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매우 다정한 커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수지야.”정은호가 진심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오늘 저녁은 비즈니스 접대가 있는 날이다.엄수지는 프로페셔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운전기사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엄수지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다시 시선을 정은호에게 돌리고 부드럽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의 이혼 수속은 잘 처리되었던 것 같은데요.”정은호의 태도도 나쁘지는 않았다.“수지야, 우리 얘기 좀 해.”옆에 있는 박예린은 왠지 자신이 남이 된 것만 같았지만 워낙 이번 모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얌전히 정은호의 곁에 서서 그가 자신을 위해 나서주기만을 기다렸다.그러나 엄수지는 그런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엄수지는 이제 조은혁이라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에 기대어 있기에 더 이상 정은호의 체면을 살필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녀 역시 진심으로 그들을 원망하고 있다...“홍보 모델 일이라면 이미 결정을 마쳤습니다. 게다가 조 대표님도 제 제안에 동의하셨습니다... 김진희 씨야말로 제가 원하던 분이셨고요.”이 말을 꺼내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후련했다.그들의 생사가 달린 권리를 손에 쥐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는 삶이고 그녀가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다.“수지야, 이제 내 체면도 안 세워주는 거야?”그때, 마침 기사가 차를 몰고 그들에게 다가왔고 엄수지는 핸드백을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경쾌하게 뒷좌석으로 들어갔다.반쯤 내려온 차창으로부터 그녀의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모습이 보였다.사실 엄수지는 얼굴이나 기질을 막론하고 모두 박예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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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정은호 대표와 박예린의 결혼이라니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군.][연예계에도 찐 사랑이 있구나.][정은호 대표의 프러포즈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려 8캐럿이라고.]...5월 말, 전 세계가 정은호의 재혼 소식에 들끓었고 엄수지도 자연스럽게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러나 엄수지는 이상할 정도로 매우 태연했다.그녀는 이미 정은호와 이혼했고 두 사람의 사이도 완전히 틀어져 버렸기에 재혼을 하든 말든 이제 상관없는 일이었다.축복하진 않지만 짜증도 나지 않았다.엄수지는 줄곧 자기 일로 바삐 보내며 연경이를 돌보고 있다, 그녀 역시 일찍이 연경이를 호적에 올려두었고 아이의 이름도 이제 엄경이가 되었다... 경이가 조금 더 크면 잔디밭이 있는 별장으로 바꾸고 경이가 좋아하는 강아지도 키울 생각이었다.물론 엄수지의 곁에도 그녀에게 구애하는 사람이 있었다.이제 그녀 역시 경이에게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는 생각은 버렸고 엄수지 같은 성숙한 여자의 곁에는 연하남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키도 크고 조건도 나쁘지 않으며... 그중에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엄수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도 엄수지도 가볍게 연애 생활을 즐겼고 상대는 심지어 그 김진희의 동생이다.26살에 키가 무려 188cm이고 호주에서 유학하고 돌아왔다.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치아가 유독 눈이 부셨다.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6월 1일.저녁 식사 자리에서 술을 조금 마신 탓에 엄수지는 룸에서 나오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그때, 김준호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수지는 전화를 받고 조금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왔어.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러자 전화 건너편의 김준호는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엄수지는 줄곧 그들은 연애만 할 뿐 미래를 논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관계를 공개하기를 꺼렸다.김준호는 마음이 괴로웠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한편, 엄수지는 전화를 끊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더 많은 것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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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그래요.”엄수지는 단호하게 답하고 한 번 더 강조해주기까지 했다.“그래요, 지금은 젊은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당신 정은호 씨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나요? 우리는 진작에 이혼했고 결혼과 연애는 이제 서로 무관할 텐데요. 당신이 예린 씨를 만날 때도 전 방해한 적 없으니 당신도 제 연애 생활에 간섭하지 마시죠.”“연애 생활?”정은호가 냉소를 지었다.“엄수지, 이런 어린놈과 사랑을 논해? 네가? 저 애가 여자를 알기나 해? 네 나이 또래 여자의 생리적 요구를 만족시켜줄 순 있어?”“그건 제 사생활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더러운 입 함부로 놀리지 마요, 정은호 씨.”...엄수지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다.그녀의 마음속 그들의 과거는 좋은 것도,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 멀리 흘러갔고 아마도 가끔 그 과거를 돌이켜보며 음미할 순 있겠지만 절대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B시에 온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엄수지는 다시 몸을 돌려 김준호에게로 향했다.깊은 밤, 젊은 남자는 심플한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 늘씬하고 다부진 몸매를 뽐냈다.나란히 선 두 사람은 분명 한 명은 정장 차림이고 다른 한 명은 캐주얼 차림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조화로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냈다. 마치 인터넷 소설에서 보던 누나와 강아지 연하남 같았다.그때, 김준호가 고개를 돌려 정은호를 바라보았다.그는 자연히 정은호를 알게 되었다. 엄수지의 전 남편이자 H시에서 꽤 유명한 정 대표.남자는 남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김준호는 정은호의 눈에 남아있는 미련 덩어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수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다른 약속이 없으면 제가 데려다줄게요.”엄수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간을 주물럭거렸다.“술을 두어 잔 마시니 머리가 좀 어지럽네. 당장 침대에 엎드려 푹 자고 싶어... 돌이켜보니 이번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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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펑!엄청난 굉음과 함께 자동차 보닛이 움푹 패어 들어가며 구멍이 하나 생겼다.그리고 차 안에 있던 커플은 어쩔 수 없이 애정 행위를 멈춰야 했다.차 앞에는 정은호가 해머를 들고 또 두 번 세게 내리쳤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다가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고 엄수지를 잡아당기며 호통쳤다.“당장 내려.”옷이 조금 흐트러져있었지만 엄수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은호에게 욕을 퍼부었다.“정은호, 당신 미쳤어?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요. 당신도 곧 결혼할 거면서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정말 정신병이라도 있는 거예요?”만약 김준호가 자리에 없었다면 그녀는 분명 “내가 누구와 자든 당신과 상관없어.”라고 말했을 것이다.그러나 정은호는 계속하여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당겼다.“엄수지, 넌 내 와이프라고.”“미친놈.”...엄수지가 그를 발로 걷어찼지만 정은호는 완전히 미쳐버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방금 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가 오지 않았다면 엄수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져대는데 오늘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그런데 그걸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둔단 말인가?엄수지는 엄연히 그의 아내이고 그의 여자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단 말인가?김준호도 차에서 내리며 당장이라도 정은호와 싸울 준비를 했다.그런데 그때, 주차장 경비원 여러 명이 전기봉을 들고 달려와 그들 양쪽을 잡아당겼고 곧이어 그들은 정은호를 알아보고 그더러 진정하라며 뜯어말렸다.“그만하십시오. 대표님도 유명인이신데 이런 스캔들이 퍼지는 것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차를 물러내고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은 일로 소화하세요.”...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정은호를 붙잡을 수 있겠는가. 정은호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또다시 차를 부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나 다행히도 추 비서가 급히 달려왔고 엄수지가 김준호를 끌고 그 자리를 떴다.택시에 올라타고 나니 뜨거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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