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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그러나 엄수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이미 이혼한 사이이고 성인남녀인데 가끔 논다고 책임까지 따질 필요가 있는가?

엄수지는 다시 거울을 마주하고 부스스한 긴 머리를 가볍게 걷어 올렸다.

“은호 씨, 우리는 결코 감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하물며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세월과 감정의 풍파를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나 당신은 한창 장년이니 여자도 더 찾고 싶고 몇 년 더 놀고 싶겠죠.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전 집 나간 남자가 되돌아서는 걸 마냥 기다려주진 않아요. 그러니 은호 씨, 엉망인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해요. 전 그걸 다시 겪고 싶지 않거든요.”

...

뜻밖의 거절에 정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 주변에 여자가 몇 명 있든 내 마음속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해. 당신의 지위는 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의 말에 답해주는 엄수지의 목소리는 조금 나른하면서도 허스키했다.

“몸에 뭐가 더 나왔다고 정말 황제라도 된 줄 아는 거예요? 다리 세 개 달린 개구리는 찾기가 쉽지 않다지만 다리 두 개 달린 남자는 거리에 널려 있어요. 그리고 저도 당신의 것만 필요한 게 아니고요.”

여기까지 말하자 엄수지의 얼굴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

“정은호 씨, 오늘 밤, 일은 그저 남녀 사이의 실수로 넘겨요. 저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저도 필요 없고요... 제 나이가 되면 원래 욕구가 있는 거고 고정된 남자친구도 없으니 비싼 남자 한 명 불렀다고 생각할게요.”

곧이어 그녀는 옆에 있던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서 돈다발을 꺼냈다.

“기술이 좋더군요. 만족해요.”

...

정은호는 눈앞의 돈다발을 바라보았는데 대략 40만 정도였다.

순간,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엄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돈을 받으면 이만 꺼지세요. 다시는 오지 말고요. 이 집은 은호 씨를 환영하지 않습니다.”

정은호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눈앞의 전 와이프를 바라보며 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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