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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

엄수지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핸드백을 지닌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밖에는 정은호가 서 있었고 심지어 그 옆에는 박예린도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매우 다정한 커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지야.”

정은호가 진심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 저녁은 비즈니스 접대가 있는 날이다.

엄수지는 프로페셔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운전기사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엄수지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다시 시선을 정은호에게 돌리고 부드럽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의 이혼 수속은 잘 처리되었던 것 같은데요.”

정은호의 태도도 나쁘지는 않았다.

“수지야, 우리 얘기 좀 해.”

옆에 있는 박예린은 왠지 자신이 남이 된 것만 같았지만 워낙 이번 모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얌전히 정은호의 곁에 서서 그가 자신을 위해 나서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엄수지는 그런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

엄수지는 이제 조은혁이라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에 기대어 있기에 더 이상 정은호의 체면을 살필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녀 역시 진심으로 그들을 원망하고 있다...

“홍보 모델 일이라면 이미 결정을 마쳤습니다. 게다가 조 대표님도 제 제안에 동의하셨습니다... 김진희 씨야말로 제가 원하던 분이셨고요.”

이 말을 꺼내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후련했다.

그들의 생사가 달린 권리를 손에 쥐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는 삶이고 그녀가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다.

“수지야, 이제 내 체면도 안 세워주는 거야?”

그때, 마침 기사가 차를 몰고 그들에게 다가왔고 엄수지는 핸드백을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경쾌하게 뒷좌석으로 들어갔다.

반쯤 내려온 차창으로부터 그녀의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사실 엄수지는 얼굴이나 기질을 막론하고 모두 박예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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