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엄수지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핸드백을 지닌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런데 밖에는 정은호가 서 있었고 심지어 그 옆에는 박예린도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매우 다정한 커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수지야.”정은호가 진심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오늘 저녁은 비즈니스 접대가 있는 날이다.엄수지는 프로페셔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운전기사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엄수지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다시 시선을 정은호에게 돌리고 부드럽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의 이혼 수속은 잘 처리되었던 것 같은데요.”정은호의 태도도 나쁘지는 않았다.“수지야, 우리 얘기 좀 해.”옆에 있는 박예린은 왠지 자신이 남이 된 것만 같았지만 워낙 이번 모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얌전히 정은호의 곁에 서서 그가 자신을 위해 나서주기만을 기다렸다.그러나 엄수지는 그런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엄수지는 이제 조은혁이라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에 기대어 있기에 더 이상 정은호의 체면을 살필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녀 역시 진심으로 그들을 원망하고 있다...“홍보 모델 일이라면 이미 결정을 마쳤습니다. 게다가 조 대표님도 제 제안에 동의하셨습니다... 김진희 씨야말로 제가 원하던 분이셨고요.”이 말을 꺼내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후련했다.그들의 생사가 달린 권리를 손에 쥐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는 삶이고 그녀가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다.“수지야, 이제 내 체면도 안 세워주는 거야?”그때, 마침 기사가 차를 몰고 그들에게 다가왔고 엄수지는 핸드백을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경쾌하게 뒷좌석으로 들어갔다.반쯤 내려온 차창으로부터 그녀의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모습이 보였다.사실 엄수지는 얼굴이나 기질을 막론하고 모두 박예린을
[정은호 대표와 박예린의 결혼이라니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군.][연예계에도 찐 사랑이 있구나.][정은호 대표의 프러포즈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려 8캐럿이라고.]...5월 말, 전 세계가 정은호의 재혼 소식에 들끓었고 엄수지도 자연스럽게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러나 엄수지는 이상할 정도로 매우 태연했다.그녀는 이미 정은호와 이혼했고 두 사람의 사이도 완전히 틀어져 버렸기에 재혼을 하든 말든 이제 상관없는 일이었다.축복하진 않지만 짜증도 나지 않았다.엄수지는 줄곧 자기 일로 바삐 보내며 연경이를 돌보고 있다, 그녀 역시 일찍이 연경이를 호적에 올려두었고 아이의 이름도 이제 엄경이가 되었다... 경이가 조금 더 크면 잔디밭이 있는 별장으로 바꾸고 경이가 좋아하는 강아지도 키울 생각이었다.물론 엄수지의 곁에도 그녀에게 구애하는 사람이 있었다.이제 그녀 역시 경이에게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는 생각은 버렸고 엄수지 같은 성숙한 여자의 곁에는 연하남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키도 크고 조건도 나쁘지 않으며... 그중에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엄수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도 엄수지도 가볍게 연애 생활을 즐겼고 상대는 심지어 그 김진희의 동생이다.26살에 키가 무려 188cm이고 호주에서 유학하고 돌아왔다.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치아가 유독 눈이 부셨다.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6월 1일.저녁 식사 자리에서 술을 조금 마신 탓에 엄수지는 룸에서 나오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그때, 김준호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수지는 전화를 받고 조금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왔어.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러자 전화 건너편의 김준호는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엄수지는 줄곧 그들은 연애만 할 뿐 미래를 논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관계를 공개하기를 꺼렸다.김준호는 마음이 괴로웠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한편, 엄수지는 전화를 끊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더 많은 것은 걱정
“그래요.”엄수지는 단호하게 답하고 한 번 더 강조해주기까지 했다.“그래요, 지금은 젊은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당신 정은호 씨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나요? 우리는 진작에 이혼했고 결혼과 연애는 이제 서로 무관할 텐데요. 당신이 예린 씨를 만날 때도 전 방해한 적 없으니 당신도 제 연애 생활에 간섭하지 마시죠.”“연애 생활?”정은호가 냉소를 지었다.“엄수지, 이런 어린놈과 사랑을 논해? 네가? 저 애가 여자를 알기나 해? 네 나이 또래 여자의 생리적 요구를 만족시켜줄 순 있어?”“그건 제 사생활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더러운 입 함부로 놀리지 마요, 정은호 씨.”...엄수지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다.그녀의 마음속 그들의 과거는 좋은 것도,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 멀리 흘러갔고 아마도 가끔 그 과거를 돌이켜보며 음미할 순 있겠지만 절대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B시에 온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엄수지는 다시 몸을 돌려 김준호에게로 향했다.깊은 밤, 젊은 남자는 심플한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 늘씬하고 다부진 몸매를 뽐냈다.나란히 선 두 사람은 분명 한 명은 정장 차림이고 다른 한 명은 캐주얼 차림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조화로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냈다. 마치 인터넷 소설에서 보던 누나와 강아지 연하남 같았다.그때, 김준호가 고개를 돌려 정은호를 바라보았다.그는 자연히 정은호를 알게 되었다. 엄수지의 전 남편이자 H시에서 꽤 유명한 정 대표.남자는 남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김준호는 정은호의 눈에 남아있는 미련 덩어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수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다른 약속이 없으면 제가 데려다줄게요.”엄수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간을 주물럭거렸다.“술을 두어 잔 마시니 머리가 좀 어지럽네. 당장 침대에 엎드려 푹 자고 싶어... 돌이켜보니 이번 주는
펑!엄청난 굉음과 함께 자동차 보닛이 움푹 패어 들어가며 구멍이 하나 생겼다.그리고 차 안에 있던 커플은 어쩔 수 없이 애정 행위를 멈춰야 했다.차 앞에는 정은호가 해머를 들고 또 두 번 세게 내리쳤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다가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고 엄수지를 잡아당기며 호통쳤다.“당장 내려.”옷이 조금 흐트러져있었지만 엄수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은호에게 욕을 퍼부었다.“정은호, 당신 미쳤어?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요. 당신도 곧 결혼할 거면서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정말 정신병이라도 있는 거예요?”만약 김준호가 자리에 없었다면 그녀는 분명 “내가 누구와 자든 당신과 상관없어.”라고 말했을 것이다.그러나 정은호는 계속하여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당겼다.“엄수지, 넌 내 와이프라고.”“미친놈.”...엄수지가 그를 발로 걷어찼지만 정은호는 완전히 미쳐버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방금 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가 오지 않았다면 엄수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져대는데 오늘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그런데 그걸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둔단 말인가?엄수지는 엄연히 그의 아내이고 그의 여자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단 말인가?김준호도 차에서 내리며 당장이라도 정은호와 싸울 준비를 했다.그런데 그때, 주차장 경비원 여러 명이 전기봉을 들고 달려와 그들 양쪽을 잡아당겼고 곧이어 그들은 정은호를 알아보고 그더러 진정하라며 뜯어말렸다.“그만하십시오. 대표님도 유명인이신데 이런 스캔들이 퍼지는 것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차를 물러내고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은 일로 소화하세요.”...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정은호를 붙잡을 수 있겠는가. 정은호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또다시 차를 부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나 다행히도 추 비서가 급히 달려왔고 엄수지가 김준호를 끌고 그 자리를 떴다.택시에 올라타고 나니 뜨거웠던
그와 함께 한 사람은 예린이지만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사람은 엄수지이다.정은호의 아내 엄 사모님.밤이 깊어 오고 정은호는 와인 두 병을 통째로 들이붓고 나서야 마침내 반쯤 취할 수 있었다.그는 술에 취한 틈을 타 차를 몰고 엄수지가 사는 작은 양옥에 도착했는데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대문을 부수어 강제로 열었고 어두운 밤을 뒤덮은 굉음이 들려왔다.정은호는 권세가 높은지라 정말 미쳐버리면 아무도 감히 말릴 수 없다.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판 붙을 것이다.한밤중에 정은호는 약간의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가지고 엄수지의 안방으로 달려가 그녀를 이불에서 끌어냈다. 아마도 아이가 깰까 봐 걱정되어서인지 정은호는 엄수지를 욕실로 데려갔고 실크 가운만 입은 여인의 옷이 벗겨지며 희고 고운 몸이 드러났다.화들짝 놀란 엄수지가 분노어린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정은호, 당신 정말 미쳤어? 당신 곧 결혼할 몸이야. 나도 이제 남자친구가 생겼고. 당신 이러는 거 강간이야. 감옥 갈 거라고.”...크리스탈등불 아래 정은호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도 정은호는 엄수지의 말에 설득되지 않았다.정은호는 여자의 가느다란 다리를 움켜쥐었고 그의 몸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굳어있었다. 참을 생각도 없었다. 지금 당장 엄수지의 몸을 점하고 그녀가 진정으로 누구의 여인인지 똑똑하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그 순간, 엄수지가 정은호의 뺨을 거세게 내리쳤다.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은호의 얼굴이 한쪽으로 쏠렸다.정은호는 천천히 얼굴을 돌려 과거의 아내를 매섭게 노려보았는데 그의 눈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는 것처럼 온통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 순간, 명예에 목숨을 거는 정은호에게 원망이라는 감정이 생겼다.그렇다. 이건 원망이다.엄수지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을 원망하고 그녀가 젊은 남자를 데려와 그의 앞에서 자랑하는 것을 원망하고... 엄수지의 마음속은 더 이상 정은호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원망했다.하지만 그의 원망은 그뿐만이
아마 취한 모양이다.그리고 어쩌면 너무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다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정은호는 여자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수지, 넌 지금 나한테 복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지?”정은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런데 이를 어쩌나. 네가 틀렸어. 난 그저 널 보러 오는 김에 청첩장을 주러 찾아온 것 뿐이야. 난 곧 예린이와 결혼할 거든. 예린은 너와 다르게 젊고 예쁘고 영리하고 철이 들었으니 내가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러니 내가 왜 과거에 미련을 둘 수 있겠어? 더 이상 젊지 않은 네 얼굴에 미련을 둘까, 아니면 남자 의사가 엉덩이 검사해 주는 걸 좋아하겠나... 내가 미친것도 아니고. 안 그래? 엄수지.”...엄수지는 애써 눈가에 고인 눈물을 숨기며 꿋꿋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을 아무리 사랑해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 당신이 술과 여자에 미쳐 살아도 찍소리 한번 못하겠죠. 예전의 저처럼. 정은호 씨, 우리는 그래도 평화롭게 헤어진 셈인데 이렇게까지 소란을 피울 필요 없어요... 청첩장을 보내준다면 당신과 예린 씨가 백년해로하기를 축복할게요.”대범한 엄수지의 태도에 정은호는 오히려 마음이 더 답답해졌고 손을 뻗어 주머니를 한참 동안 뒤적였지만 청첩장은 찾을 수 없었다.어둠 속에서 정은호는 마지막으로 엄수지를 한 번 보았다.만약 불빛이 밝았다면, 만약 엄수지의 눈물을 보았다면, 아마도 그들 사이는 그러한 결말로 끝을 맺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약하고 그녀를 수지라고 불러주며 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줄 것이다.하지만 날은 너무 어두웠고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다년간 함께했던 마음마저 잊은 채 오직 마음속의 쾌락만 생각했다.결국, 정은호는 자리를 떴다.그는 화장실을 나와 침실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고 침실 안 경이는 여전히 편한 자세로 단잠에 빠져 있었다. 어린 아기의 몸에 밴 젖 냄새는 성인의 마음속 건조
김준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지금 당신을 찾으러 가고 싶은데 괜찮겠어요?”늦은 밤이었기에 당돌한 것은 맞았다.하지만 김준호는 엄수지가 혼자 우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엄수지는 여전히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가장 연약할 때 이렇게 포근한 말을 들으면 설렐 수밖에 없다. 하여 그녀는 별생각 없이 바로 수긍했다.김준호는 즉시 차 키를 가지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서 말을 건넸다.“전화 끊지 마요. 계속 곁에 있어 줄게요.”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에 김준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운전했다.초여름의 밤바람이 얼굴을 스치는데 사랑의 향기였다.30분 후,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가 천천히 대문에 들어섰고 차체는 밖에 있는 검은색 벤틀리와 스쳐 지나갔다. 김준호는 정은호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정은호는 그를 보았다.한없이 고요한 깊은 밤, 운전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정은호는 작은 양옥에 불빛이 켜지고 젊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정은호는 그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차 안에 앉아 있었지만 흰 셔츠가 밤바람에 하염없이 흩날렸다...정은호는 마침내 김준호가 그를 대체하고 엄수지의 생활에 개입하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엄수지는 분명 그의 아내이다.이혼할 때, 쿨하게 손을 놓긴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줄곧 그녀가 돌아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음력 정월 이튿날, 엄수지가 초대장을 써서 그를 초청했을 때도 그는 속으로 분명히 기뻐하면서도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은호는 엄수지처럼 서른이 넘은 이혼녀에게 그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으리라 생각했다.정은호가 재혼하더라도 엄수지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모두 그의 착각이었다.엄수지도 정말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눈가에서 통증이 밀려왔다.눈시울도 서서히 붉어졌다......정은호는 마음속으로 뼈저리게 후회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박예린과 혼약을 발표했고 게다가
이윽고 그는 눈을 들자마자 한눈에 엄수지를 보게 되었다.연보라색 긴 드레스를 입고 테라스에 선 그녀는 풍만한 검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있어 밤바람에 흔들리는 장미처럼 보였다.정말 말로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김준호는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비로소 허리를 굽혀 차에서 하얀 장미 한 송이를 꺼냈지만 그는 엄수지가 이 장미꽃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와 몇 달 동안 사귀면서 점점 더 사랑에 빠졌다.사귀는 커플은 항상 오그라들 정도로 애정행각을 하기 마련이다.게다가 김준호는 열정적인 연인이다. 물론 엄수지 또한 그에게 답을 해주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10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현재 두 사람은 모두 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오늘 밤, 엄수지는 그에게 가장 원하던 이 감정을 공개할 것이다....스카이 호텔.조은혁은 한창 사업의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어 B시에서는 모두가 그와 친해지고 싶어 안달이다. 원래는 100 테이블을 준비했는데 인원이 초과하여 120 테이블까지 억지로 추가할 정도였다... 하여 조은혁도 어떤 사람들은 만나도 누군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리고 조우현이 받은 생일 선물을 더 말할 것도 없었다.휴게실에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박연희는 김 비서를 데리고 일일이 세어 보기 시작했다. 이 신세들은 나중에 갚아야 하므로 누가 보냈는지, 가격은 어떤지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한다.수첩은 꼬박 10여 페이지를 기록했고 모든 기록을 끝내고 박연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 비서에게 말을 건넸다.“나중에 조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이는 아직 어리니까 이렇게 크게 연회를 열 필요가 없는데 말이에요.”김 비서 역시 그녀의 말에 찬성했다.이윽고 박연희는 공책을 덮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은혁 씨도 그저 아들을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매일 집에 돌아오면 튼튼이, 튼튼이라고 부르는데... 우현이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