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1화

그와 함께 한 사람은 예린이지만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사람은 엄수지이다.

정은호의 아내 엄 사모님.

밤이 깊어 오고 정은호는 와인 두 병을 통째로 들이붓고 나서야 마침내 반쯤 취할 수 있었다.

그는 술에 취한 틈을 타 차를 몰고 엄수지가 사는 작은 양옥에 도착했는데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대문을 부수어 강제로 열었고 어두운 밤을 뒤덮은 굉음이 들려왔다.

정은호는 권세가 높은지라 정말 미쳐버리면 아무도 감히 말릴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판 붙을 것이다.

한밤중에 정은호는 약간의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가지고 엄수지의 안방으로 달려가 그녀를 이불에서 끌어냈다. 아마도 아이가 깰까 봐 걱정되어서인지 정은호는 엄수지를 욕실로 데려갔고 실크 가운만 입은 여인의 옷이 벗겨지며 희고 고운 몸이 드러났다.

화들짝 놀란 엄수지가 분노어린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정은호, 당신 정말 미쳤어? 당신 곧 결혼할 몸이야. 나도 이제 남자친구가 생겼고. 당신 이러는 거 강간이야. 감옥 갈 거라고.”

...

크리스탈등불 아래 정은호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도 정은호는 엄수지의 말에 설득되지 않았다.

정은호는 여자의 가느다란 다리를 움켜쥐었고 그의 몸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굳어있었다. 참을 생각도 없었다. 지금 당장 엄수지의 몸을 점하고 그녀가 진정으로 누구의 여인인지 똑똑하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 순간, 엄수지가 정은호의 뺨을 거세게 내리쳤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은호의 얼굴이 한쪽으로 쏠렸다.

정은호는 천천히 얼굴을 돌려 과거의 아내를 매섭게 노려보았는데 그의 눈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는 것처럼 온통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순간, 명예에 목숨을 거는 정은호에게 원망이라는 감정이 생겼다.

그렇다. 이건 원망이다.

엄수지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을 원망하고 그녀가 젊은 남자를 데려와 그의 앞에서 자랑하는 것을 원망하고... 엄수지의 마음속은 더 이상 정은호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의 원망은 그뿐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