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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정은호는 그렇게 한참 동안을 멍하니 노려보았다.

여러 해 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엄수지는 그냥 이렇게 놔준다고? 심지어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질투도 하지 않고, 이젠 잘 살겠다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정은호보다 훨씬 잘 살겠다고 선언했다.

원래라면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나야 하겠지만 남자의 나쁜 근성 때문인지 정은호는 도무지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더 참을 수 없었다.

이성을 잃은 남자가 여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힘을 줘 끌어내리니 얇은 검은색 스타킹이 가느다란 발목까지 벗겨졌고 곧이어 엄수지는 그에게 안긴 채 화장대 위에 앉게 되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여인의 몸은 마치 희미한 빛으로 뒤덮인 듯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정은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절박함이 느껴졌다.

뭔가를 증명하는 데 급급했던 그는 다급히 자신의 속박을 풀어 던지고 부드러운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물론 엄수지는 순순히 따르지 않고 필사적으로 정은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저항했다.

“정은호,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나 남녀의 힘은 분명했고 엄수지는 남자의 공격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오랫동안 몸부림치다가 힘을 잃고 화장대에 기대어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강력한 움직임을 온전히 견뎌야 했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수치스럽기 그지없었다.

화장대 위에 놓인 화장품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모두 엄수지의 어깨 뒤에 모여들어 어두운 밤에 더욱 고혹적으로 보였다...

정은호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애써 자제력을 보였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이성을 잃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고 하물며 지금 정은호의 몸 밑에 누워있는 사람은 몇 년 동안 함께 했던 전 와이프이다.

30분 내내 몰아붙이고 이제 조금 욕망이 채워지자 정은호는 그제야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한편, 엄수지는 일찍이 기진맥진하여 몸을 완전히 정은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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