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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어두운 차 안, 정은호는 손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미 밤 10시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차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마치 이 집의 남자 주인처럼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너무나도 어두운 얼굴에 아무도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

게다가 이곳의 고용인들은 모두 정은호가 사모님의 전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사모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정은호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연경이가 곤히 자고 있었다.

그때, 연경이의 곁을 지켜주던 아주머니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대표님.”

정은호는 아이를 돌보러 왔으니 그녀더러 먼저 나가라고 손짓을 했고 아주머니는 감히 무어라 대꾸를 할 수 없어 고개를 푹 떨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정은호는 화가 나 있었다.

아이를 돌본다고 하긴 했지만 정은호가 아이를 돌본다는 건 말이 될 리가 없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깊게 잠든 아이의 그 예쁜 눈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계속 바라보다 보니 엄수지 그 망할 여편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볍게 픽 웃고는 손을 뻗어 머리 뒤에 베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은호는 평소에 줄곧 약간의 불면증을 앓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아이의 살 냄새와 쌕쌕거리는 가벼운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스르르 잠이 들것만 같았다.

밤이 깊어 오고 바깥에서 들려 오는 승용차 소리가 그를 깨웠다.

엄수지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은호는 그들의 애정이 어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아예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귀를 곤두세우고 아래층의 동정을 살폈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엄수지에게 퍼부을 날카로운 말을 가득 준비해 놓았다.

같은 시각, 1층에서 엄수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은호의 차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태훈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엄수지는 이태훈과 평범하게 데이트를 하고 평범하게 작별 인사를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정은호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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