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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떠나기 전, 정은호는 다시 한번 엄수지를 바라보았지만 엄수지는 단 한 번도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초대도 받아들이지도 않고 예쁜 여자 연예인을 선택한 남자에게 뭘 바라겠는가.

결국, 가장 좋은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다.

엄수지의 냉담함에 정은호는 조금 화가 났지만 만약 그녀가 약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불러만 준다면 곁에 있는 여자 연예인은 뒷전이고 그들 사이에도 여전히 화해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엄수지는 이를 원하지 않았다.

만약 정은호의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없다면 그녀는 이 혼인 관계를 갖고 싶지 않았다. 혼인에 충성하지 않는 남자는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아이를 호적에 올린다고 해도 그녀는 이 썩어빠진 결혼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든든한 남자를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고 찾을 수 없다면 그녀가 연경의 세상이 되어주고 든든한 기둥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연경의 성은 그녀의 성을 따를 것이다. 엄경이라고 말이다.

엄수지는 섬세한 눈매와 결연함을 가지고 있다.

원래도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결연함을 더 하니 훨씬 매력적이었다.

정은호는 그녀를 조금 더 쳐다보다가 결국 예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식당을 나설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

“은호 씨.”

순간 멈칫한 정은호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엄수지는 스테이크를 썰면서 이태훈과 담소를 나누기 바쁜데 그러한 그녀의 눈에 정은호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정은호는 입꼬리를 조금 움찔거리더니 등을 돌리고 완전히 자리를 떴다.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표정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

잠시 후, 캠핑카에 올라탄 정은호는 엄수지의 거절에 실망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 다짜고짜 예린을 품에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침대만 있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몸을 굴렸겠지만 침대가 없더라도 여자는 남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살랑살랑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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