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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정은호도 뒤돌자마자 흠칫 놀랐다. 공교롭게도 이혼한 부부가 각자 새로운 사람과 함께 온 곳에서 서로 마주치게 되었다. 정은호의 시선은 엄수지한테서 머물다가 이태훈에게로 돌아갔다. 그 시선에는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주시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고 물론 불쾌한 시선이었다.

그의 곁에는 핫한 여자 연예인이 있었고 30살이 갓 넘은 나이는 마침 사랑을 갈망할 나이었다. 그녀는 민감한 여자의 촉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섬섬옥수를 정은호의 어깨에 올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은호 씨, 아는 사람을 봤어요?”

은호 씨? 엄수지는 다정하게 부르는 그 말투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이태훈에게 팔짱을 끼고 웃음을 머금은 채 정은호가 어떻게 자신의 애인에게 설명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정은호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간단하게 설명했다.

“내 전처인 엄수지 씨야.”

그는 또 엄수지에게 그 여자를 소개했다.

“수지야, 여기는 내 여자친구인 예린 씨야.”

예린은 핫한 연예인이었고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은호를 완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여 전처라는 존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처도 이미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 예린은 느릿느릿 손을 뻗었다.

“엄수지 씨, 만나서 반가워요.”

엄수지도 딱히 친절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친절하게 대하는 호구가 아니었다. 엄수지는 웃음을 지으며 정은호에게만 말했다.

“좋은 사람 만난 거 축하해요. 기회가 된다면 두 사람을 위한 연회를 열어서 잘 접대해줄게요.”

정은호는 웃음을 머금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태훈과 인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는 남자들의 비겁한 심리였는데 마음속으로부터 그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정은호와 엄수지는 몇 년간의 부부생활을 이어갔다. 물론 이혼했지만, 정은호의 마음속에서 엄수지는 여전히 그의 아내였고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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