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구주, 왕의 귀환: Chapter 411 - Chapter 420

1146 Chapters

제411화

문아름은 소채은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 속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차가운 단검이 그녀의 소매에서 나왔다.그 단검의 이름은 혈자로 그녀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었다.그 검으로 사람을 찌르면 1분도 채 되지 않아 사람의 몸에 있는 모든 혈액을 빼낸다.“죽여! 죽여!”문아름은 소채은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문아름이 손을 쓰려던 그때, 웨딩드레스샵 문이 열리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지저분한 차림의 어린아이가 안으로 들어왔다.“저, 혹시 저한테 먹을 것 좀 주실 수 있나요?”어린아이는 7, 8살쯤 돼 보였는데 손에는 낡은 그릇을 들고 있었다. 아이는 맨발로 들어온 뒤 웨딩드레스샵 직원들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아이가 들고 있는 이 빠진 그릇 안에는 꼬깃꼬깃한 잔돈이 들어 있었다.어린아이가 안으로 들어오자 웨딩드레스샵 직원들은 곧바로 싫은 내색을 했다.“나가, 나가! 왜 자꾸 우리 샵에 와서 구걸하는 거야? 얼른 나가! 우리 영업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한 뚱뚱한 직원이 매섭게 말했다.맨발의 어린아이는 그 기세에 겁을 먹고 몸을 뒤로 물렸지만 그럼에도 계속해 말했다.“제발 부탁드려요. 아주 조금만 주셔도 좋아요!”“주긴 뭘 줘? 당장 나가. 지금 나가지 않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뚱뚱한 직원이 손을 올리자 겁을 먹은 아이는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잠깐만요!”이때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채은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소채은이 입을 열자 문아름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소채은은 아이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안타까운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꼬마야, 너 어려 보이는데 학교 안 다녀? 왜 여기서 구걸하는 거야?”맨발의 아이는 소채은의 질문을 듣더니 지저분한 얼굴을 들면서 말했다.“부모님 다 돌아가셔서 이젠 저 혼자예요. 그래서...”“휴, 알겠어. 그러면 누나한테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 봐.”소채은이 말했다.“먹을 걸 사 먹을 수 있게 돈을 주셨으면 좋겠어요!”아이가 말
Read more

제412화

빵빵!이때 차 한 대가 먼 곳에서 달려왔다.돈을 훔치고 도망친 아이는 달리기가 무척 빨라서 달려오는 차를 미처 보지 못했다. 차를 보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겁을 먹은 아이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아이가 차에 치일 것 같은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달려와서 목숨 걸고 아이를 안았다.“조심해!”그 사람은 당연하게도 소채은이었다.“채은아!”“손님!”웨딩드레스샵의 직원과 천희수는 소채은이 목숨 걸고 아이를 지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끼익!타이어와 지면이 심하게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모든 이들이 소채은과 아이가 차에 치일 거로 생각했을 때, 그 차는 소채은을 가까스로 비껴가며 어렵게 멈춰 섰다.운전자는 곧바로 차에서 내리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채은아, 괜찮니?”천희수는 차가 멈춰선 걸 보고 겁을 먹어서 울먹거리며 달려가 소채은을 살펴봤다.웨딩드레스샵 직원도 황급히 달려가 소채은을 걱정했다.아이를 품에 꼭 안은 소채은은 아이가 원망스럽지도 않은지 오히려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위로했다.“괜찮아, 이제 괜찮아.”“손님, 너무 착하신 거 아니에요? 왜 이런 아이를 목숨 바쳐 구하신 거예요? 게다가 이 아이는 손님 돈까지 빼앗았잖아요!”웨딩드레스샵 직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그래, 채은아. 왜 이렇게 바보 같니?”천희수마저 참지 못하고 소채은을 나무랐다.소채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저 괜찮잖아요? 그리고 얘는 아직 아이일 뿐이잖아요.”말을 마친 뒤 소채은은 덜덜 떨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꼬마야,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제 괜찮아!”아이는 순박한 눈빛으로 소채은을 바라보았다.“누나, 왜 절 구해준 거예요?”소채은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널 구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하지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저한테 이렇게 잘해준 사람은 없는걸요!”아이는 입을 쭉 내밀었다.소채은은 그 말을 듣더니 꼬질꼬질한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걱정하지 마. 앞으
Read more

제413화

“조금 전 상황에서 만약 운전자가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 차에 치여서 죽었을 거예요. 정말 궁금하네요. 왜 당신의 돈을 빼앗고 도망친 아이를 구하려 했는지.”문아름이 다시금 물었다.소채은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맞아요. 아까 그 아이는 제 돈을 훔쳤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 아이는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게다가 아직 너무 어리잖아요.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많다고요. 제대로 가르치는 어른이 없다면 그 아이는 아마 평생 바른길로 들어서지 못할 거예요. 만약 제가 한 일이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어린아이잖아요. 제가 아니라 당신이었다고 해도 발 벗고 나서서 아이를 구하려고 했겠죠.”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시선을 들어 문아름을 바라보았다.그 말에 문아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였다면 절대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문씨 세가의 귀한 딸이자 화진의 새로운 왕인 그녀가 구걸하는 아이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걸 리가 없었다.문아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서 있는 소채은을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겠네요.”“네? 뭐라고요?”소채은은 문아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그리고 문아름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자조하듯 웃더니 소채은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오늘은 운이 좋아서 목숨 건진 줄 알아요. 앞으로는 절대 오늘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예요.”이상한 말만 남긴 뒤 문아름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소채은은 멍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문아름의 말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채은아, 저 여자 누구니? 너랑 무슨 말을 한 거야?”옆에 있던 천희수는 문아름이 떠나자 곧바로 소채은 곁으로 다가갔다.소채은은 고개를 젓더니 멀어지는 문아름의 뒷모습을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문아름은 자리를 뜬 뒤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고 앞을 가리켰다.그리고 그 순간,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민규현과 한창 싸우고 있던 독
Read more

제414화

검이 지나가자 모든 게 파괴됐다.민규현은 검을 막은 뒤 두 눈을 부릅뜨고 앞을 노려보았지만, 독고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빌어먹을, 도망을 쳐? 젠장, 실력 있으면 다시 겨뤄보자고!”민규현은 이미 떠난 독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주먹을 움켜쥐고 욕을 했다.그러나 아쉽게도 독고명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텅 빈 거리를 바라보던 민규현은 문득 소채은을 떠올렸다.“큰일이네. 형수님께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겠지?”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민규현은 부리나케 달려갔다.웨딩드레스샵에 도착했을 때 민규현은 문 앞에 서 있는 소채은과 천희수를 보았다.소채은이 무사한 걸 본 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형수님, 별일 없으시죠?”민규현이 달려가서 서둘러 물었다.“괜찮은데요. 왜요?”소채은은 자신이 조금 전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몰랐다.소채은이 괜찮다고 하자 민규현이 말했다.“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젠장, 애들은 어디 갔지?”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조금 전 그가 남겨두었던 네 명의 암부 구성원들은 전부 사라졌다.“형수님, 웨딩드레스는 고르셨어요? 다 고르셨으면 얼른 집으로 돌아가요!”민규현은 여기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황급히 말했다.소채은은 할 일이 없었기에 흔쾌히 승낙했다.“좋아요.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천희수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소채은과 천희수가 무사히 돌아간 걸 본 민규현은 그제야 서둘러 무전기를 꺼내며 자신의 네 부하를 찾기 시작했다.그러다가 그는 앞쪽 골목길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들을 발견했다.그들에게 다가간 민규현은 그들이 자기 부하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서둘러 허리를 숙이고 네 명의 상태를 살펴보니 정신을 잃은 것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그래서 민규현은 빠르게 그들을 깨웠다.“지휘사님...”네 명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민규현을 보았다.“쓸모없는 놈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얘기해 봐. 너희들은 왜 다 여기 기절해 있었어?”민규현이 물었다.네 부하는
Read more

제415화

여자는 다름 아닌 문아름이었다.문아름은 이마 앞의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덤덤히 대꾸했다.“갑자기 내가 직접 손을 쓸 생각이 사라졌거든요.”“네? 왜입니까? 저하!”임진형은 의아했다.오늘 일은 그녀가 직접 소채은을 죽여 윤구주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다.그런데 결과적으로 문아름은 소채은을 죽이지 않고 살려뒀다.“이유는 없어요. 그 여자가 갑자기 흥미롭게 느껴졌을 뿐이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있죠. 내가 그 여자를 죽인다면, 내가 그 여자를 질투하고 내가 그녀보다 못하다는 것을 뜻하는 거 아니겠어요?”임진형은 당황하더니 서둘러 말했다.“옳은 말씀입니다! 그런 평범한 인간을 어떻게 존귀한 저하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문아름은 피식 웃었다.“난 그 여자를 죽이지 않을 거예요. 대신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만들어줄 생각이에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괴로운 일은 누군가를 잃는 게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거죠.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에요!”악랄하게 웃으며 말하던 문아름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독고명 씨!”목석처럼 옆에 서 있던 독고명은 문아름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네.”“군형 삼마에게 내가 부른다고 전해요.”문아름이 단호히 말했다.“네!”독고명이 대답했다.“난 이번에 소채은이라는 여자가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롭게, 하지만 죽을 수는 없게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윤구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되겠죠. 난 그와 결혼할 여자가 어떤 꼴이 되는지 그가 지켜보게 할 거예요! 하하하하하!”...용인 빌리지.민규현은 습격 사건이 있었던 뒤 곧바로 용인 빌리지로 돌아와서 윤구주에게 알렸다.거실에 있던 윤구주는 습격 사건을 전해 듣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채은이는 무사하지?”“네, 형수님께서는 무사하십니다!”윤구주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윤구주가 가장 걱정하는 건 다름 아닌 소채은이었다.소채은은 무도를 전혀
Read more

제416화

“그놈은 검을 아주 잘 다뤘습니다. 모든 공격이 무자비하고 검을 뽑을 때마다 검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놈은 제가 지난 몇 년간 상대했던 놈 중 최강이었습니다!”민규현은 독고명의 검법을 되짚으면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잠시 뒤 그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설마 독고 일가 사람인가?”“네? 저하, 혹시 당시 패도류라고 불렸던 독고 가문 말씀인가요?”윤구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화진에서 검법으로 대가 9품 이상인 것은 독고 일가뿐이야. 독고 가문의 패도멸정참은 무자비하고 위력이 엄청나다고 해!”민규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럴 리가요. 당시 독고 일가는 부성국과 내통하여 저하에게 전부 참살당했을 텐데요. 그리고 가주였던 독고영준은 저하 앞에서 사죄의 의미로 자결하지 않았습니까? 독고 일가 사람들이 살아있을 리가요!”독고 가문 역시 화진의 오래된 가문 중 하나였다.그러나 그들은 더 뛰어난 검법을 위하여 부성국 사람과 내통하여 화진의 기밀을 누설했고, 윤구주가 결국 그 일을 알게 되었다.윤구주는 홀로 독고 일가에 난입했고 그곳에서 혼자 독고 일가의 열 명을 해치웠다.그리고 마지막에 가주 독고영준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며 자결했다.그때 윤구주는 겨우 스물이었다.그때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에도 윤구주는 그 일을 생생히 기억했다.“당시 독고 일가 사람들이 다 죽은 건 아니야.”윤구주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네?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고요? 하지만 저하께서는... 당시 독고 일가 사람들을 전부 죽이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습니까?”민규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독고 일가가 화진의 기밀을 너무 많이 누설한 탓에 화진의 천자는 독고 일가를 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윤구주는 천자의 명령을 받고 독고 일가를 멸살하러 간 것이었다.그런데 그런 윤구주가 독고 일가 사람 중 생존자가 있다고 하다니.“난 독고 일가를 멸살하라는 천자의 명령을 받았었지.
Read more

제417화

민규현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 말에 윤구주의 걱정이 점점 더 커졌다.윤구주는 적이 두렵지 않았다.당시 10국을 상대하면서도 그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어떤가?그가 두려워하는 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 입는 것이었다.예를 들면 소채은 말이다.소채은은 무도를 익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그녀에게 해를 가하는 건 아주 쉬웠다.그러나 문제는, 상대방이 손을 쓰려고 해놓고는 결국 소채은을 해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민규현, 지금 당장 서울 암부에 연락해서 그 여자가 아직도 서울에 있는지 알아봐 !”윤구주가 갑자기 날 선 말투로 말했다.“혹시 문아름 그 악랄한 여자 말입니까?”민규현이 고개를 들었다.“맞아!”민규현은 그 말을 듣더니 움찔했다.“저하 말씀은 형수님을 해치려고 한 사람이 그 여자란 말입니까?”“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 여자 성격에 내가 살아있거나, 내가 결혼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직접 소채은을 해치려고 할 거야.”윤구주의 서늘한 눈빛에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그 말을 들은 민규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정말 악독한 여자네요! 당시 저하를 독으로 해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형수님까지 해치려고 하다뇨. 정말 괘씸하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하. 지금 당장 둘째와 셋째에게 연락해 당장 사람을 파견해 상황을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민규현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떠났다.민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윤구주의 시선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폭풍전야였다.윤구주는 이미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예감은 아마 곧 화진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게다가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누군가 알게 됐을 것이다....습격이 발생한 뒤로 윤구주는 곧바로 소채은을 보러 갔다.이때까지만 해도 소채은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방 안에서 소채은은 자기가 고른 웨딩드레스들을 입어서 윤구주에게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었다.“구주야, 이게 예뻐, 아니면 저게 예뻐? 우리 결혼
Read more

제418화

그 말에 윤구주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윤구주는 그녀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채은아,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어? 혹은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어? 얼른 얘기해줘!”윤구주가 다급히 물었다.“나한테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어. 그냥 나한테 이상한 말을 하던데.”소채은이 기억을 떠올렸다.“무슨 말?”소채은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처음에는 나한테 왜 그 아이를 구했냐고 물어보더니 내가 이번에 살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아서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앞으로 항상 오늘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라고 했어.”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보이지 않는 살기가 그의 몸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구주야, 왜 그래? 안색이 왜 이렇게 나빠?”소채은은 윤구주의 안색이 달라진 걸 보고 서둘러 물었다.“아무것도 아냐. 채은아, 요즘엔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자.”윤구주가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네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 우리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소채은은 윤구주가 흑심이라도 품었다고 생각해 서둘러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채은아, 오해야. 같이 지내자는 건 네 안전을 위해서야.”윤구주가 말했다.“안전? 내가 안전하지 못할 게 뭐가 있어? 바보야, 너 설마 혼전 공포증 같은 거 있어? 왜 자꾸 내 안전을 걱정하는 거야? 우리 강성은 전국에서 치안이 가장 좋아. 그러니까 마음 놓아.”말을 마친 뒤 소채은은 윤구주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할 수 없음이 허탈했다.소채은이 본인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 같자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알겠어. 꼭 네 집에 있을 거면 민규현이 24시간 널 지키게 할게.”그렇게 날이 어두워져서야 윤구주는 돌아갔다.그는 떠나기 전 특별히 민규현에게 반드시 24시간 소채은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습격 사건을 겪어본 민규현은 소채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하, 걱정하지
Read more

제419화

천하회 노정연은 윤구주를 알게 된 뒤로 정말로 용인 빌리지의 문지기가 되었다.박창용이 빌리지에 모습을 드러내자 천하회의 서양이 처음으로 반응했다.“누구시죠?”박창용은 그들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음? 군인인데요?”서양은 당황하며 말했다.백경재는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말했다.“세상에... 저 사람은 창용부대 총사령관인데!”창용부대라는 말에 서양은 깜짝 놀라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천하회가 대단하긴 했지만 창용부대가 그들보다 더 대단했다.그들은 무려 백만 군대를 통솔하기 때문이다.박창용은 백경재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서 우렁차게 물었다.“저하는요?”백경재는 헐레벌떡 뛰어갔다.“총사령관님, 저하께서는 지금 내전에 계십니다.”“음, 알겠어요.”박창용은 말을 마친 뒤 곧장 내전 안으로 들어갔다.박창용이 들어가는 걸 보며 서양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백 대사님... 윤구주 씨 대체 정체가 뭔가요? 창용부대 총사령관이 직접 윤구주 씨를 만나러 오다뇨!”백경재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곧 알게 될 겁니다!”서양은 침을 꿀꺽 삼켰다.예전에 그의 앞에서 시건방을 떨면서 무례하게 굴었던 걸 떠올린 서양은 콱 머리 박고 죽고 싶었다.내전.윤구주가 소채은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박창용이 들어왔다.“저하!”군복을 입은 박창용은 윤구주를 보자마자 예를 갖췄다.“자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윤구주는 친한 사이인 박창용이 다가오자 살짝 의아해했다.“저하의 결혼식인데 제가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박창용이 우렁차게 말했다.“내가 결혼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윤구주가 물었다.“주세호 그 자식이 알려준 겁니다. 그런데 저하, 결혼하신다는 걸 왜 제게 알리지 않은 겁니까?”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훈련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랬지.”“훈련이 뭐 대수라고 그러십니까? 저하의 일이라면 그 어떤 중요한 일도 저하 뒷전인데 말입니다.”박창용의 말에 윤구주는 호탕하게 웃었다.“저하, 대체 어떤 복 많은
Read more

제420화

두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그들은 예전에 그와 호형호제한 사이였기 때문이다.“민규현이 얘기했을 거야.”윤구주가 중얼댔다.“하하하하! 다행이에요.”박창용은 기쁘게 웃었다.“정태웅과 천현수가 저하께서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감격해서 울지도 모릅니다!”윤구주는 웃었다.그의 말대로였다.다른 두 사람은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엄청 감격할 것이다....화진, 서울.웅장하고 장엄한 저택 문 앞에 몇 미터 높이의 거대한 비석이 세워졌다.비석은 무겁고 오래되었다.그 위에는 힘 있는 글씨체로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암부!그곳은 화진 암부의 최고사령부이자 화진 암부의 권력중심이었다.이때 암부 밀실 안에는 마른 몸에 흰 얼굴의 흰옷을 입은 남자가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외모만 보면 모범생처럼 보였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피를 갈망하는 늑대의 습성이 은근히 보였다.그가 바로 암부 3대 지휘사 중 늑대 천현수였다.그는 모범생처럼 점잖게 생겼지만 암부에서 무자비하고 무정하기로 소문났다. 심지어 적을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당시 부성국이 남해에서 소동을 일으켰을 때, 천현수는 홀로 부성국의 무사 수백 명과 싸웠다. 마지막에는 홀로 부성국까지 쫓아가서 그곳에 불을 질러 오래된 궁전들 십여 개를 홀라당 태웠다.그 뒤로 부성국은 그를 철천지원수로 여겼고, 천현수가 절대 부성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암부에서 3대 지휘사 중 천현수가 가장 계략에 밝았다. 그는 암부의 크고 작은 일들, 거의 모든 일들을 처리했다.하지만 이때 암부에서 가장 냉정하고 기지가 넘친다고 평가받는 그는 큰일이라도 난 사람처럼 바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그는 앉아있지도 못하고 계속 서성거렸다.한참이 지나서 공처럼 뚱뚱한 사람이 대전에 모습을 드러냈다.“천현수, 왜 이렇게 급히 날 부른 거야? 내가 얘기했잖아. 1년 동안은 저하를 위해 애도해야 하니 절대 날 방해하지 말라고.”그 말과 함께 뚱뚱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Read more
PREV
1
...
4041424344
...
11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