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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Author: 김원호
민규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윤구주의 걱정이 점점 더 커졌다.

윤구주는 적이 두렵지 않았다.

당시 10국을 상대하면서도 그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가 두려워하는 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 입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소채은 말이다.

소채은은 무도를 익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그녀에게 해를 가하는 건 아주 쉬웠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방이 손을 쓰려고 해놓고는 결국 소채은을 해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민규현, 지금 당장 서울 암부에 연락해서 그 여자가 아직도 서울에 있는지 알아봐 !”

윤구주가 갑자기 날 선 말투로 말했다.

“혹시 문아름 그 악랄한 여자 말입니까?”

민규현이 고개를 들었다.

“맞아!”

민규현은 그 말을 듣더니 움찔했다.

“저하 말씀은 형수님을 해치려고 한 사람이 그 여자란 말입니까?”

“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 여자 성격에 내가 살아있거나, 내가 결혼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직접 소채은을 해치려고 할 거야.”

윤구주의 서늘한 눈빛에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그 말을 들은 민규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정말 악독한 여자네요! 당시 저하를 독으로 해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형수님까지 해치려고 하다뇨. 정말 괘씸하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하. 지금 당장 둘째와 셋째에게 연락해 당장 사람을 파견해 상황을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민규현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떠났다.

민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윤구주의 시선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

폭풍전야였다.

윤구주는 이미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예감은 아마 곧 화진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게다가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누군가 알게 됐을 것이다.

...

습격이 발생한 뒤로 윤구주는 곧바로 소채은을 보러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채은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방 안에서 소채은은 자기가 고른 웨딩드레스들을 입어서 윤구주에게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었다.

“구주야, 이게 예뻐, 아니면 저게 예뻐? 우리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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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418화

    그 말에 윤구주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윤구주는 그녀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채은아,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어? 혹은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어? 얼른 얘기해줘!”윤구주가 다급히 물었다.“나한테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어. 그냥 나한테 이상한 말을 하던데.”소채은이 기억을 떠올렸다.“무슨 말?”소채은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처음에는 나한테 왜 그 아이를 구했냐고 물어보더니 내가 이번에 살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아서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앞으로 항상 오늘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라고 했어.”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보이지 않는 살기가 그의 몸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구주야, 왜 그래? 안색이 왜 이렇게 나빠?”소채은은 윤구주의 안색이 달라진 걸 보고 서둘러 물었다.“아무것도 아냐. 채은아, 요즘엔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자.”윤구주가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네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 우리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소채은은 윤구주가 흑심이라도 품었다고 생각해 서둘러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채은아, 오해야. 같이 지내자는 건 네 안전을 위해서야.”윤구주가 말했다.“안전? 내가 안전하지 못할 게 뭐가 있어? 바보야, 너 설마 혼전 공포증 같은 거 있어? 왜 자꾸 내 안전을 걱정하는 거야? 우리 강성은 전국에서 치안이 가장 좋아. 그러니까 마음 놓아.”말을 마친 뒤 소채은은 윤구주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할 수 없음이 허탈했다.소채은이 본인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 같자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알겠어. 꼭 네 집에 있을 거면 민규현이 24시간 널 지키게 할게.”그렇게 날이 어두워져서야 윤구주는 돌아갔다.그는 떠나기 전 특별히 민규현에게 반드시 24시간 소채은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습격 사건을 겪어본 민규현은 소채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하, 걱정하지

  • 구주, 왕의 귀환   제419화

    천하회 노정연은 윤구주를 알게 된 뒤로 정말로 용인 빌리지의 문지기가 되었다.박창용이 빌리지에 모습을 드러내자 천하회의 서양이 처음으로 반응했다.“누구시죠?”박창용은 그들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음? 군인인데요?”서양은 당황하며 말했다.백경재는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말했다.“세상에... 저 사람은 창용부대 총사령관인데!”창용부대라는 말에 서양은 깜짝 놀라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천하회가 대단하긴 했지만 창용부대가 그들보다 더 대단했다.그들은 무려 백만 군대를 통솔하기 때문이다.박창용은 백경재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서 우렁차게 물었다.“저하는요?”백경재는 헐레벌떡 뛰어갔다.“총사령관님, 저하께서는 지금 내전에 계십니다.”“음, 알겠어요.”박창용은 말을 마친 뒤 곧장 내전 안으로 들어갔다.박창용이 들어가는 걸 보며 서양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백 대사님... 윤구주 씨 대체 정체가 뭔가요? 창용부대 총사령관이 직접 윤구주 씨를 만나러 오다뇨!”백경재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곧 알게 될 겁니다!”서양은 침을 꿀꺽 삼켰다.예전에 그의 앞에서 시건방을 떨면서 무례하게 굴었던 걸 떠올린 서양은 콱 머리 박고 죽고 싶었다.내전.윤구주가 소채은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박창용이 들어왔다.“저하!”군복을 입은 박창용은 윤구주를 보자마자 예를 갖췄다.“자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윤구주는 친한 사이인 박창용이 다가오자 살짝 의아해했다.“저하의 결혼식인데 제가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박창용이 우렁차게 말했다.“내가 결혼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윤구주가 물었다.“주세호 그 자식이 알려준 겁니다. 그런데 저하, 결혼하신다는 걸 왜 제게 알리지 않은 겁니까?”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훈련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랬지.”“훈련이 뭐 대수라고 그러십니까? 저하의 일이라면 그 어떤 중요한 일도 저하 뒷전인데 말입니다.”박창용의 말에 윤구주는 호탕하게 웃었다.“저하, 대체 어떤 복 많은

  • 구주, 왕의 귀환   제420화

    두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그들은 예전에 그와 호형호제한 사이였기 때문이다.“민규현이 얘기했을 거야.”윤구주가 중얼댔다.“하하하하! 다행이에요.”박창용은 기쁘게 웃었다.“정태웅과 천현수가 저하께서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감격해서 울지도 모릅니다!”윤구주는 웃었다.그의 말대로였다.다른 두 사람은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엄청 감격할 것이다....화진, 서울.웅장하고 장엄한 저택 문 앞에 몇 미터 높이의 거대한 비석이 세워졌다.비석은 무겁고 오래되었다.그 위에는 힘 있는 글씨체로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암부!그곳은 화진 암부의 최고사령부이자 화진 암부의 권력중심이었다.이때 암부 밀실 안에는 마른 몸에 흰 얼굴의 흰옷을 입은 남자가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외모만 보면 모범생처럼 보였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피를 갈망하는 늑대의 습성이 은근히 보였다.그가 바로 암부 3대 지휘사 중 늑대 천현수였다.그는 모범생처럼 점잖게 생겼지만 암부에서 무자비하고 무정하기로 소문났다. 심지어 적을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당시 부성국이 남해에서 소동을 일으켰을 때, 천현수는 홀로 부성국의 무사 수백 명과 싸웠다. 마지막에는 홀로 부성국까지 쫓아가서 그곳에 불을 질러 오래된 궁전들 십여 개를 홀라당 태웠다.그 뒤로 부성국은 그를 철천지원수로 여겼고, 천현수가 절대 부성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암부에서 3대 지휘사 중 천현수가 가장 계략에 밝았다. 그는 암부의 크고 작은 일들, 거의 모든 일들을 처리했다.하지만 이때 암부에서 가장 냉정하고 기지가 넘친다고 평가받는 그는 큰일이라도 난 사람처럼 바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그는 앉아있지도 못하고 계속 서성거렸다.한참이 지나서 공처럼 뚱뚱한 사람이 대전에 모습을 드러냈다.“천현수, 왜 이렇게 급히 날 부른 거야? 내가 얘기했잖아. 1년 동안은 저하를 위해 애도해야 하니 절대 날 방해하지 말라고.”그 말과 함께 뚱뚱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 구주, 왕의 귀환   제421화

    정태웅이 이를 건네받아 민규현이 보내온 전보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윤구주가 살아있고 지금 강성시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눈앞이 깜깜해져 육중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친, 정태웅, 뭐 하는 거야?”정태웅이 시체처럼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있자 천현수는 어이가 없었다.바닥에 누운 정태웅은 꼼짝달싹하지 않고 눈물만 펑펑 흘리며 말했다.“건드리지 마. 일단 나한테 진정할 시간을 좀 줘.”“...”천현수는 할말을 잃었다.그렇게 정태웅은 바닥에 누워 1분을 진정했다.그러다 마치 회오리처럼 육중한 몸을 홱 일으켰다.“저하가 살아있다니, 늑대야, 빨리 내 싸대기 좀 후려쳐봐. 이거 꿈 아니지?”정태웅은 천현수의 두 손을 잡더니 싸대기를 쳐달라고 했다.“미친놈.”천현수는 정태웅을 상대하기 싫어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정태웅은 화난 기색 하나 없이 온 힘을 다해 자기 뺨을 서너 번 후려쳤다.볼이 얼얼해져서야 정태웅은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와, 미친, 꿈이 아니야!”“이게 다 진짜라고?”“저하가 정말 아직 살아있다고?”천현수는 그런 정태웅을 째려보며 말했다.“모자란 놈아. 입 좀 다물면 안 돼? 형님이 언제 우리를 속인 적 있어? 저하가 살아 있다는 소식은 아마 확실할 거야.”이를 들은 정태웅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그러다 천현수를 끌어안고 소리쳤다.“아하하하하!”“저하가 아직 살아있다니!”“형님이 아직 살아있다니!”천현수는 정태웅을 바로 밀어냈다.“모자란 놈아, 소리 낮춰!”정태웅이 말했다.“낮추긴 개뿔. 저하가 아직 살아있다는데 어떻게 진정해? 온 천하에 알려도 모자랄 판에.”“그러니까, 이 모자란 놈아, 입 좀 다물라고. 형님에 전보에서 단단히 당부했어. 저하가 살아있다는 소식은 너랑 나 두 사람 외에는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고.”“발설하는 순간 죽는대.”잉?정태웅이 넋을 잃었다.“왜?”“저하가 살아있다는데 잔치판을 벌려도 모자랄 판에.”

  • 구주, 왕의 귀환   제422화

    “젠장, 이제 알겠어.”“네 말은 저하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절대 그 여자 귀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거지?”정태웅이 물었다.“당연하지.”“만약 그 여자의 귀에 들어간다면 우리 화진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천현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정태웅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전임 군왕이 죽고 새 군왕이 이미 군림한 상태다.만약 지금 ‘구주왕’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퍼지기라도 하면 화진 전체가 크게 요동칠 것이다.그러면 10국까지 흔들리게 된다.그 원인이라면 윤구주는 9주의 군신이었고 한 개 군으로 10국을 대적하면서 10국의 국경을 안으로 수만 리 줄이게 한 제일 용자였기 때문이다.하여 윤구주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은 절대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늑대야, 우리 지금 어떡하면 좋을까?”정태웅이 얼른 물었다.“형님이 전보에서 우리더러 비밀리에 강성으로 올라와 만나러 오라고 하셨어.”천현수가 말했다.“진짜야? 정말 저하를 만날 수 있는 거야?”정태웅은 이를 듣더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래.”“잘됐어. 정말 너무 잘된 일이야. 더는 저하의 능묘를 지키지 않아도 되겠네. 흑흑.”정태웅은 이렇게 말하더니 서러움에 엉엉 울기 시작했다.코를 훌쩍이는 정태웅을 보고 천현수는 정말 한 발 걷어차고 싶었다.“됐어. 이 뚱땡아, 그만 울어.”“지금 바로 암부로 가서 소대 이상의 간부에게 중무전에 집합하라고 전해.” “그리고 내 명령도 하달해. 동경, 서경, 남경, 북경의 40만 암부 엘리트들은 일체 업무를 중단하고 무장 대기하라고.”천현수가 말했다.정태웅이 이를 듣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늑대야, 설마 전쟁이라도 하려고?”“정말 그래야 한다면 하면 또 어때? 전에 저하를 따라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는데.”“하하하하!”“난 정말 너의 이런 악바리가 마음에 든다니까. 그래 좋아. 손에 피를 안 묻힌 지 꽤 되어서 손이 근질근질했던 참인데 잘됐네.”정태웅이 이렇게 말하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천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울

  • 구주, 왕의 귀환   제423화

    원성일은 서른 살이 되어서야 한 신급 귀인을 만나 무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고 한다.그렇게 고작 몇 년 사이에 그는 한 지역을 이끄는 거장이 되었다.더우기는 서경에 이름을 날린 천하회를 직접 창설했다.천하회에 대가급 경지에 오른 고수만 해도 10명 남짓하다고 한다.이로써 천하회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이 될 것이다.옆에 앉은 늙은이가 이렇게 말하자 원성일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차창으로 강성의 고층 건물을 내다보며 말했다.“강성 참 오랜만이네.”“회장님, 도대체 누구 결혼식에 참석하시길래 이렇게 직접 오시는 거예요? 너무 과분한 처사 같은데요.”입을 연 늙은이는 민태오였다. 민태오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원성일이 웃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하지만 정연이가 그러더라고. 윤구주는 이미 신급 경지에 다다른 고수라고. 게다가 암부의 3대 지휘사인 호존도 그 사람 앞에서는 굽신거린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궁금해서 와본 거야.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암부 호존, 민도살이요?”“그래.”민태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넋을 잃었다.“대박! 화진에서 호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호존도 굽신거릴만한 사람이 과연 누굴지 저는 예상이 안 가네요. 천하에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요?”원성일이 웃으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예전에 천하에 이름을 날리던 그 사람(인왕) 외에 호존 민규현이 이렇게 존경을 표할 만한 사람이 누굴지 나조차도 예상이 안 가.”“그래서 이렇게 직접 강성으로 온 거야.”이에 민태오도 침묵을 지켰다.한참이 지나서야 민태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회장님, 화진의 그 분(인왕), 정말 전사하신 걸까요?”“맞아.”원성일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먼곳을 바라봤다.“이번에 정연을 강성에 보낸 것도 그분의 유품(구주령)을 찾기 위해서야. 은혜를 입은 적도 있고 그분 덕분에 천하회도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거야.”“내게 그분(인왕)은 은인과도 다름없는 존재야.”“더우기는 우리 천하회의 은인

  • 구주, 왕의 귀환   제424화

    용인 빌리지.천하회 사람이 강성시로 입성하고 있을 무렵 윤구주는 박창용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윤구주의 결혼은 천하의 축복을 받아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윤구주는 신분을 노출하면 안 되기에 일단 먼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축복하러 왔다.그 속엔 창용 부대, 서울 암부, 그리고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와 곧 도착하는 천하회가 있었다.박창용은 윤구주와 앉아 과거를 회상했다.정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천하회의 노정연이 서양과 마 선생을 데리고 들어왔다.“저하, 이 사람들은 누구죠?”박창용은 전에 문어구에서 노정연과 그 일행을 본 적 있었지만 그들이 무슨 신분인지 몰랐기에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이분들은 서경 천하회 사람들이네.”윤구주가 덤덤하게 말했다.“천하회요? 설마 원성일의 부하예요?”박창용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래 맞아.”“이상하네? 서경 천하회 사람들이 왜 저하 곁에 있어요?”박창용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는 천하회와 같은 신분은 윤구주와 알고 지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의아해한 것이었다.“말하자면 기네. 하지만 천하회도 그때 우리 화진을 위해 공을 세웠고 명성도 꽤 좋은 편이지 않은가.”윤구주의 말에 박창용이 고개를 끄덕였다.“지당하신 말씀입니다.”“천하회가 최근 빠르게 크고 있긴 하지만 그때 우리 화진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우긴 했죠.”박창용은 이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했다.“아참, 저하, 갑자기 생각난 게 있습니다. 전에 설국의 난을 평정하실 때 원성일을 구해준 적 있지 않으신가요? 맞죠?”그때 설국의 마귀산에서 일어난 전쟁은 박창용이 이끄는 창용 부대가 진압했기에 박창용은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때 원성일의 목숨을 구해주긴 했네.”“하하, 그래서였군요.”윤구주가 박창용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노정연이 어느새 앞으로 다가왔다.“윤 선생님을 뵙습니다.”“사령관님을 뵙습니다.”노정

  • 구주, 왕의 귀환   제425화

    “당연하죠.”박창용이 웃으며 말했다.“윤 선생님, 사령관님 감사합니다.”“회장님께서 사령관님이 윤 선생님과 같이 계신 걸 알면 무조건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노정연이 이렇게 답했다.박창용이 소리 내 웃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나를 보고 기뻐할까, 아니면 저하를 보고 기뻐할까?’그렇게 노정연은 일행을 데리고 원성일을 데리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노정연은 서양과 마 선생을 데리고 천하회의 행렬을 맞이하러 갔다.스무 대가 넘는 위풍당당한 랜드로버 행렬이 패기 넘치게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더니 용인 빌리지가 위치한 산기슭에 멈췄다.노정연은 천하회의 차량 행렬을 공손하게 기다렸다.차량 행렬이 도착해 한 줄로 일제히 멈춰 섰다.제일 앞에 세워진 차량의 문이 열리더니 개량 한복을 입은 원성일이 대가 민태오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그 뒤로 수십 명의 천하회 조직원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강성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노정연과 서양, 그리고 마 선생은 원성일을 보자마자 바로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원성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인사는 넣어두게.”“정연아, 여기가 바로 네가 말한 그 윤 선생님이 산다는 곳이야?”원성일은 고개를 들어 웅장한 기세의 용인 빌리지를 올려다봤다.“네, 회장님.”노정연이 대답했다.“이곳은 호랑이와 청룡이 머물러 있어서 그런지 그 기세가 하늘을 치솟고 있구나. 아주 좋은 곳이야.” “그저 네가 그렇게 칭찬하는 윤 선생이라는 분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할 뿐이야.”원성일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회장님이 익히 알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지금 빌리지에서 회장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노정연이 말했다.“그래?”“내가 익히 아는 거물이라? 누구야?”원성일이 물었다.천하회는 서경에 있고 강성은 남쪽에 있었기에 거리가 꽤 멀었다.하여 원성일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근데 노정연이 그가 익숙히 알고 있는 큰 인물이 여기에 있다고 하니 원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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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16화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 구주, 왕의 귀환   제2015화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 구주, 왕의 귀환   제2014화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 구주, 왕의 귀환   제2013화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 구주, 왕의 귀환   제2012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 구주, 왕의 귀환   제2011화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 구주, 왕의 귀환   제2010화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 구주, 왕의 귀환   제2009화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 구주, 왕의 귀환   제2008화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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