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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01 - 챕터 810

966 챕터

제801화

그때 유월영은 고1이었으며 고등학교에서 학업 부담과 대학 입시 압박이 가장 덜한 시기였다.그래서 그녀는 저녁 자습 시간에 마음껏 창가에 기대어 노을을 바라보곤 했다.유월영은 성실히 공부하는 것과 학생 시절을 즐기는 게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마음가짐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 당시 반에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성적은 꽤 괜찮았지만 스스로에게 큰 압박을 주며 쉬지 않고 문제를 풀었고 순위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큰일 난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이런 강박적인 행동에 여학생의 성적은 항상 크게 변동이 없었다. 다만 어느 날 모의고사에서 그 여학생의 성적이 무려 20등이나 떨어졌고 그날 교실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유월영은 평소 그 여학생과 친하지 않아 위로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휴지를 건넸다.하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성적이 떨어진 건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인 것 같은데...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수업이 끝난 후, 유월영은 화장실에서 그 여학생을 다시 만났고 여학생은 손 세정제를 짜내어 손을 미친 듯이 문지르며 마치 아주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처럼 손을 씻으면서 울고 있었다.유월영과 화장실에 있던 다른 여학생들도 놀라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하며 물었지만 여학생은 입을 열기 어려운 듯 그저 흐느끼기만 했다.그러다 갑자기 한 여자 선배가 무심코 물었다.“아까 교무실에서 나오는 걸 봤어. 혹시 그 대머리가 너 괴롭힌 거야?”‘대머리’는 그들의 수학 선생이자 학년 주임이었고 여학생은 그의 과목 대표였다.이 ‘괴롭힌다’는 의미가...유월영은 마음이 서늘해졌다.여자 선배의 말을 듣고 여학생은 완전히 무너져 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말했다. “선생님이 나를 협박했어. 내가 말을 안 들으면 계속 감시하고 내게 벌점을 줄 거라고 했어.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퇴학당한대...난 장학금으로 학교 다니는데 퇴학당하고 싶지 않아, 대학에 가고 싶단 말이야...흑흑...”이곳은 신주시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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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그는 그곳에 있는 모든 남학생들보다 키가 컸다.마른 소년의 몸은 헐렁한 교복 속에 감춰져 있었고 창문에 기댄 그의 짧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이었다.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아래를 향한 그의 시선은 마치 땅에 모여있는 학생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유월영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한 사람만 가서 몰래 찍어야 해. 너무 튀면 안 되니까. 교무실 창턱이 낮으니 여학생이면 가장 좋아...대담하고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해. 만약 발각되면 바로 도망칠 수 있게.”모두가 여학생을 돕고 싶어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그중 그 남학생만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모두가 어린 소녀들이라 그런지 이런 일을 감당하기에는 약간 두려워했고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유월영은 순간적인 충동에 휩쓸려 외쳤다.“내가 할게! 내가 춤도 배워서 체력이 좋아.”약간 떨어진 곳에서 남학생은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좋아.”그렇게 모두 각자 준비를 시작했다.남학생들은 어깨동무하고 복도 왼편으로 걸어갔고 여학생들은 손을 잡고 복도 오른편으로 걸어갔다.유월영은 생각에 잠기며 돌아봤고 누군가 그 키 큰 남학생의 어깨를 팔을 걸치며 물어왔다.“재준아, 너 평소에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잖아. 오늘은 왜 우리를 불러서 여학생들을 몰래 엿들으라고 한 거야?”알고 보니 그가 먼저 여학생들의 말을 듣고 다른 남학생들까지 불렀던 것이었다.연재준이 지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의를 참지 못해서 그런 거지.”“그런데 그 유월영 말이야, 누구 여친인지 알아? 현시우의 여자 친구라고. 현시우가 요즘 수학 경시대회 때문에 지방에 나가 있잖아...”“뭐 어쩌라고.”유월영은 시선을 거두었다.모두 알고 있듯이 학교 절반의 학생들은 집안이 부유하거나 연줄이 있는 학생들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들은 오직 자신의 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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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유월영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방금 풀숲에서 구르면서 연재준의 몸에는 은은한 풀 내음이 배었고 그 향기는 예전의 그에게서 나던 향기와 비슷했다.유월영은 왜 그를 잊어버렸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아마 당시 그 일에 가담한 친구들이 많아서였을 거야. 그는 그중 한 명일 뿐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았을 수도 있어’‘아니면 그때 마음이 온통 시우 씨한테 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남학생은 마음에 두지 않았을까?”‘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기억들이 떠오르는 거지?’‘재준 씨가 예전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말하던 그 흔적들을 왜 지금에야 찾게 된 걸까?’예전에는 연재준이 고등학교 시절의 짝사랑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저 허공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일부 기억들이 채워지면서 모든 것이 실체를 가진 듯했다.유월영은 그제야 그들 사이에도 오래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재준 씨는 내가 완전히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어쩌면 6년 전, 그 비 내리던 밤 처음 만났을 때 연재준은 이미 그녀에게 한 번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른다.연재준이 다시 물었다.“뭘 잊어버렸다는 거야?”“내 말은...연 대표님이 접선할 사람을 잊은 건 아닌지 해서요.”유월영이 낮게 속삭였다.연재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차는 모퉁이에 있어. 너무 가까이 두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까 봐 멀찍이 세워놨어.”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차가 있는 모퉁이에 도착했다.차 문이 열리며 연재준의 부하들이 일제히 외쳤다.“대표님!”연재준은 먼저 유월영을 차에 태운 후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그녀의 안색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뒷좌석에 올랐다.“출발해.”차량은 즉시 출발했고 유월영은 그제야 창문 밖을 내다봤다. 경비원들은 그들을 놓치고 전화를 걸어 차량을 요청하는 듯 보였다.연재준이 말했다.“당신이 도망쳤으니 출국 경로를 꼼꼼히 검사할 게 분명해. 여기는 결국 레온 가문의 땅이고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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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연재준의 무릎에 누워있던 유월영이 일어나려 했지만 연재준은 그녀를 눌러 앉히며 고개를 저었다.앞뒤 좌석 사이에 차단 판이 올라가 있었고 방금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소곤거리듯 작게 말해서 앞좌석에서 들을 수 없었다.그러나 연재준은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이 차 문 옆에 있는 백미러로 그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그래서 연재준이 입을 열면 주목을 받기 쉬웠으나 유월영이 계속 누워 있으면 보이지 않을 터였다.이번에 연재준은 신주시에서 너무 급하게 출발하는 바람에 데려온 경호원들은 평소에 믿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임시로 데려온 사람들이었다.그의 심복인 하정은과 조형욱은 신주시에 남아 현시우를 감시하고 있었고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해성 그룹을 안정시키고 있었다.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었으며 현재 상황은 그들에게 매우 불리했다.경호원 네 명 모두가 매수되었을 가능성이 높았고 유월영의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연재준은 그들과 싸우는 한편 그녀를 신경 써야 했다.정면으로 맞서기에는 거의 승산이 없었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탈출 확률은 훨씬 더 낮아지고 반대로 도중에 탈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판단된 연재준은 가만히 유월영의 몸을 흔들었다.그리고 주먹을 꼭진 유월영의 손을 펼쳐 깍지 끼고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당신과 현시우.]유월영은 눈빛을 반짝이며 그의 뜻을 바로 알아챘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월영에게 모든 게 현시우와의 연기하는 게 아는지 확인하고 있었다.유월영이 짧게 대답했다.“우린 도망쳐야 해요.”연재준은 이해하고 다시 글자를 썼다.[멀미.]이 길은 비포장도로로 울퉁불퉁했기 때문에 차가 덜컹거리며 흔들렸다.유월영은 갑자기 연재준의 무릎에서 일어나 입과 코를 가리고 앞에 있는 차단 판을 세게 두드렸다.“차를 빨리 세워주세요. 토할 것 같아요!”운전자는 망설이며 말했다.“하지만...레온 그룹 사람들이 언제든 따라올 수 있어서 여기서 멈추는 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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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연재준은 재빨리 손을 빼고 강가로 가서 깨끗이 씻었다.손바닥의 핏자국은 강물에 씻기자마자 바로 사라졌다.유월영은 연재준의 뒤로 다가가 기침을 참으며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뒷모습을 보았다.연재준은 지난번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수척해진 듯했다.3월 말이라 날씨는 이미 따뜻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를 벗으니 검은색 스웨터 위로 등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유월영은 그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폐에 있는 그 종양은 3년 넘게 있었지만 그간 수술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말에 상태가 더 나빠져 이제는 수술이 가능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수술을 받지 않고 있었다.연재준과 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여태까지 수술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월영은 그의 상태가 아직 별로 심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상태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유월영이 물었다.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한 거예요?”연재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냥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내가 건강이 뭐가 어때서? 아까 1대 3으로 싸우는 걸 당신도 봤잖아? 제발 나 좀 그만 저주해.”유월영은 그의 창백한 입술을 몇 초 동안 응시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병원에 가요.”“지금? 지금은 빨리 귀국하는 게 우선이야. 다른 건 귀국하고 나서 얘기해.”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이러다가 연 대표님 유골을 들고 귀국하게 생겼다고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요.”그녀는 이미 결심을 굳혔고 당장 병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곳은 외진 시골이라 표지판도 없었다.유월영이 물었다. “핸드폰 가져왔어요?”연재준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핸드폰을 건넸다.“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야.”유월영은 그를 한 번 쳐다보며 핸드폰을 켰다. 배터리는 20% 이하였고 유월영은 이내 절전 모드로 설정한 후 지도 앱을 열어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했다.병원까지 8킬로미터.교통수단이 없어 걸어가야 했고 두 사람 모두 “노약자” 상태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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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유월영이 돈을 찾고 돌아오자 연재준도 마침 진료실에서 나왔다.그가 말했다.“됐어, 이제 가자.”유월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 끝났어요?”연재준이 대답했다.“주사를 오래 맞으면 지체될 것 같아서, 의사에게 약을 받았어.”“약을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유월영은 그의 팔을 잡아 의사 사무실로 다시 끌고 들어가며 불어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 이 사람한테 수액을 처방해 주세요.”연재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가씨,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돼. 그놈들이 언제 따라올지 몰라. 매번 운이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유월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길에서 자꾸 피를 토하고 쓰러지면 오히려 더 지체돼요.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나아요. 의사 선생님, 수액 부탁드립니다.”연재준은 간호사의 안내로 의자에 앉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당신, 정말 날 걱정해 주는구나.”“당연하죠.”연재준의 눈에 살짝 빛이 들었다.유월영이 냉정하게 말했다.“나를 구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요. 내가 그 정도로 시비를 못 가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빚을 져도 당신한텐 빚을 안 져요.”“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진 빚을 생각하면 당신이 백 번 나를 버려도 전혀 과하지 않지.”가슴이 저리는 듯한 느낌에 유월영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예전의 연재준의 두 눈에는 항상 어둠이 드리워져 있어 그의 감정 변화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결코 누구한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었다.병원 밖은 환한 봄날이었고 그의 얼굴도 햇빛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그의 눈에는 깊은 사랑이 깃들어 있어 유월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의사가 약을 준비하고 간호사가 수액을 놓기 위해 다가오자 유월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혹시 핸드폰 충전 케이블이 있나요? 제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서요.”간호사는 있다고 말하며 연재준에게 수액을 놔주고 충전 케이블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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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유월영은 숨을 쉬기조차 어려워졌다.그녀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오늘에도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의지 덕분이었다.유월영은 급히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그리고 일어나 자판기에서 찬물을 받아 들고 목을 축였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그녀는 조금씩 차분해졌다.“아니야...”“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어.”그녀를 죽인 것도, 사체를 버리라고 지시한 것도 연재준이었다. 그러니 그는 세상에서 가장 확신을 가지고 그녀가 죽었다고 믿는 사람이었어야 했다.이 사진들이 몰래 찍힌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재준이 직접 찍었다는 증거도 없었다.아마 레온 가문 사람들이 찍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유월영이 “고민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그녀를 감시해 온 건 분명했고 그녀의 약점을 잡으려 했을지도 모른다.연재준이 사진들을 갖고 있는 건 그녀가 나타난 후에 그것들을 수집했기 때문일 것이다.“분명히 그렇게 된 걸 거야.”이 합리적인 이유를 찾은 후 유월영은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그녀는 숨을 내쉬며 무심코 사진을 뒤로 넘겼다. 전부 그녀의 일상 사진으로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하지만 사진을 넘기다 보니 마지막 사진들만은 앞의 사진들과는 전혀 달랐다.유월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그 사진들은 오래전에 그녀가 고등학교 축제에서 춤추던 모습임을 알아차렸다.흐릿한 화질은 딱 봐도 십여 년 전 폴드폰으로 찍힌 것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옷과 장소가 아니었다면 유월영 자신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이 사진은 아마도 그가 직접 찍은 것일 터였다.유월영은 폴더를 끄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연재준의 잠이 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현시우는 수능도 치르지 않고 유학을 떠났다.유월영이 그에게 가장 의지할 때 그는 갑자기 떠나버렸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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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유월영에게 교복 외투를 덮어준 사람도 연재준이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봤지만 결국 그를 잊어버렸다.유월영은 시선을 돌리며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왜 자꾸만 떠오르는 거지?”“이제 와서 기억이 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미 너무 늦었다.유월영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놈들이 너무 늦게 쫓아오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던 찰나, 1층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간호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간호사는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고 그들은 병실을 하나씩 찾아다니기 시작했다.유월영은 연재준의 수액 병을 확인했다.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고 메모 하나를 남긴 뒤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럽에서는 보통 가정 의사한테 예약을 먼저 하므로 병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3층까지 올라오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불어로 외쳤다.“이봐! 바보들!”그들이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유월영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남자는 바로 사진을 확인하며 말했다.“맞아! 저 여자야!”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유월영은 돌아서 도망쳤다.순식간에 병원에서 한차례의 추격전이 벌어졌다.한편 연재준은 사실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어느 순간 연재준은 손을 움찔하더니 이내 눈을 번쩍 떴다.그때는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40분이 지난 후였고 간호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결국 총까지 쏘다니! 병원 전체가 엉망이 됐고 아직도 정리가 안 됐대요.”“그러게요.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워요? 그 한국 여성분을 잡으려고 한 거라던데?”“아마도 갱단이겠죠...”연재준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유월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수액을 맞고 나서 원래 돌아왔던 안색은 그 순간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그는 급히 주삿바늘을 빼려고 하다 손등에 붙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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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그래서 내가 쪽지를 남겨두었잖아요?”유월영은 연재준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놈들은 따돌렸고 나도 괜찮아요...수액은 다 맞았어요?”“응.”연재준은 대답하면서도 시선은 유월영에게 고정되어 한순간도 떼지 않았다.마치 한눈을 팔면 그녀가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유월영은 모자를 눌러쓰며 말했다.“국경으로 가는 방법도 알아냈어요. 여기서 ‘시골 버스’라는 게 있는데 신분 확인 없이 바로 탑승해서 돈만 내면 된대요. 그걸 타고 국경선까지 가면 여기를 뜰 수 있어요.”“어디서 타면 돼?”“이런 번화가에서는 아닐 테고...가시죠.”유월영은 이미 길을 다 물어놓았다.이런 버스를 타고 국경선까지 가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불법 입국자들이었다.사람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이해한 채 차에 올라 요금을 지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서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차 안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통점이라면 모두 옷이 더럽고 얼굴에도 먼지가 잔뜩 묻은 채 짐 가방을 멘 가난한 막노동자들은 듯했다.별안간 한 남자가 자신은 깡패 두목이라며 하루에 몇 명까지 죽여봤는지 떠벌리고 있었다.유월영과 연재준은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그저 흘려듣고 넘겼다.여기서 국경선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고 차는 도중에 거의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앞에 남자는 참지 못하고 그냥 생수병을 사용했다.유월영은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조금 구역질이 났다.그러자 문득, 따뜻한 손이 그녀의 두 귀를 살며시 막아주었다.유월영은 순간 당황하여 연재준을 쳐다보았다.연재준은 몸을 살짝 돌려 그녀의 시야를 가리며 창밖을 계속 바라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유월영은 입을 다물고 밖을 내다보았다.잠시 후, 연재준은 그녀의 귀에서 손을 떼고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정말 초라하네요, 우리 재벌 집 아가씨가.”유월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나도 재벌 집 아가씨로 산 건 얼마 안 됐어요. 연 대표님이야말로 정말 초라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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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갈 거야 말 거야?”밀입국 브로커가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유월영은 그를 한 번 힐끗 보고 말했다.“얼마야?”상대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더니 두 번 흔들었다.유월영이 물었다.“20만 원?”브로커가 고개를 끄덕였다.“20만원, 한 사람당.”연재준이 막 동의하려 하자 유월영이 먼저 말했다.“20만원에 두 사람.”브로커가 흥정하며 말했다.“30만원, 두 사람.”“25만원 두 사람, 아니면 우리끼리 갈 거야.”브로커가 입술을 핥으며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자 그제야 유월영은 몸을 돌려 돈을 세어 그에게 건넸다.돈을 받은 브로커는 그들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둘은 뒤를 따라가며 연재준이 물었다. “왜 그렇게 흥정한 거야?”브로커가 한국말을 잘 알지 못해서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대화할 수 있었다.유월영이 찡그리며 말했다.“정말 몰라서 물어요? 밖에서 돈이 많은 티를 내면 눈에 띈다고요.”연재준이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유 비서, 당신 없으면 어쩔뻔했겠어?”국경선은 철조망 하나로 구분되어 있었고 부근에는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브로커는 그들을 데리고 풀숲에 숨었다가 국경 경찰이 교대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때를 틈타, 그는 바로 뛰어 들어가 이미 손상된 철조망 부분을 벌리고 그들을 부르며 말했다.“빨리 뛰어! 빨리!”유월영은 그의 말대로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을 움직였지만 머리로는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이게 다야? 무작정 뚫고 가는 거야?”그녀는 순간 아까 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라면 그 브로커가 필요도 없고 그냥 연재준과 둘이서도 갈 수 있었다. 비밀 통로도 없고 왜 돈을 줬을까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연재준은 그녀를 잡아끌며 웃음을 참고 말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농담 안 봤어? 브로커가 돈 받고 알려준‘비밀 통로’라는 게, 사실 줄을 새치기하게 해 주는 거래. 그리고 고객이 새치기해서 들어가면 그가 남아서 뒤에 사람들과 대신 싸워주는 거야.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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