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05화

Penulis: 고나름
연재준은 재빨리 손을 빼고 강가로 가서 깨끗이 씻었다.

손바닥의 핏자국은 강물에 씻기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유월영은 연재준의 뒤로 다가가 기침을 참으며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뒷모습을 보았다.

연재준은 지난번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수척해진 듯했다.

3월 말이라 날씨는 이미 따뜻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를 벗으니 검은색 스웨터 위로 등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월영은 그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폐에 있는 그 종양은 3년 넘게 있었지만 그간 수술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말에 상태가 더 나빠져 이제는 수술이 가능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수술을 받지 않고 있었다.

연재준과 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여태까지 수술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월영은 그의 상태가 아직 별로 심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상태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유월영이 물었다.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한 거예요?”

연재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냥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내가 건강이 뭐가 어때서? 아까 1대 3으로 싸우는 걸 당신도 봤잖아? 제발 나 좀 그만 저주해.”

유월영은 그의 창백한 입술을 몇 초 동안 응시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병원에 가요.”

“지금? 지금은 빨리 귀국하는 게 우선이야. 다른 건 귀국하고 나서 얘기해.”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

“이러다가 연 대표님 유골을 들고 귀국하게 생겼다고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요.”

그녀는 이미 결심을 굳혔고 당장 병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곳은 외진 시골이라 표지판도 없었다.

유월영이 물었다.

“핸드폰 가져왔어요?”

연재준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핸드폰을 건넸다.

“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야.”

유월영은 그를 한 번 쳐다보며 핸드폰을 켰다. 배터리는 20% 이하였고 유월영은 이내 절전 모드로 설정한 후 지도 앱을 열어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했다.

병원까지 8킬로미터.

교통수단이 없어 걸어가야 했고 두 사람 모두 “노약자” 상태라 한
Bab Terkunci
Lanjutkan Membaca di GoodNovel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ait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6화

    유월영이 돈을 찾고 돌아오자 연재준도 마침 진료실에서 나왔다.그가 말했다.“됐어, 이제 가자.”유월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 끝났어요?”연재준이 대답했다.“주사를 오래 맞으면 지체될 것 같아서, 의사에게 약을 받았어.”“약을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유월영은 그의 팔을 잡아 의사 사무실로 다시 끌고 들어가며 불어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 이 사람한테 수액을 처방해 주세요.”연재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가씨,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돼. 그놈들이 언제 따라올지 몰라. 매번 운이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유월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길에서 자꾸 피를 토하고 쓰러지면 오히려 더 지체돼요.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나아요. 의사 선생님, 수액 부탁드립니다.”연재준은 간호사의 안내로 의자에 앉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당신, 정말 날 걱정해 주는구나.”“당연하죠.”연재준의 눈에 살짝 빛이 들었다.유월영이 냉정하게 말했다.“나를 구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요. 내가 그 정도로 시비를 못 가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빚을 져도 당신한텐 빚을 안 져요.”“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진 빚을 생각하면 당신이 백 번 나를 버려도 전혀 과하지 않지.”가슴이 저리는 듯한 느낌에 유월영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예전의 연재준의 두 눈에는 항상 어둠이 드리워져 있어 그의 감정 변화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결코 누구한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었다.병원 밖은 환한 봄날이었고 그의 얼굴도 햇빛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그의 눈에는 깊은 사랑이 깃들어 있어 유월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의사가 약을 준비하고 간호사가 수액을 놓기 위해 다가오자 유월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혹시 핸드폰 충전 케이블이 있나요? 제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서요.”간호사는 있다고 말하며 연재준에게 수액을 놔주고 충전 케이블을 가져다주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7화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유월영은 숨을 쉬기조차 어려워졌다.그녀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오늘에도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의지 덕분이었다.유월영은 급히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그리고 일어나 자판기에서 찬물을 받아 들고 목을 축였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그녀는 조금씩 차분해졌다.“아니야...”“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어.”그녀를 죽인 것도, 사체를 버리라고 지시한 것도 연재준이었다. 그러니 그는 세상에서 가장 확신을 가지고 그녀가 죽었다고 믿는 사람이었어야 했다.이 사진들이 몰래 찍힌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재준이 직접 찍었다는 증거도 없었다.아마 레온 가문 사람들이 찍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유월영이 “고민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그녀를 감시해 온 건 분명했고 그녀의 약점을 잡으려 했을지도 모른다.연재준이 사진들을 갖고 있는 건 그녀가 나타난 후에 그것들을 수집했기 때문일 것이다.“분명히 그렇게 된 걸 거야.”이 합리적인 이유를 찾은 후 유월영은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그녀는 숨을 내쉬며 무심코 사진을 뒤로 넘겼다. 전부 그녀의 일상 사진으로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하지만 사진을 넘기다 보니 마지막 사진들만은 앞의 사진들과는 전혀 달랐다.유월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그 사진들은 오래전에 그녀가 고등학교 축제에서 춤추던 모습임을 알아차렸다.흐릿한 화질은 딱 봐도 십여 년 전 폴드폰으로 찍힌 것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옷과 장소가 아니었다면 유월영 자신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이 사진은 아마도 그가 직접 찍은 것일 터였다.유월영은 폴더를 끄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연재준의 잠이 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현시우는 수능도 치르지 않고 유학을 떠났다.유월영이 그에게 가장 의지할 때 그는 갑자기 떠나버렸고 그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8화

    유월영에게 교복 외투를 덮어준 사람도 연재준이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봤지만 결국 그를 잊어버렸다.유월영은 시선을 돌리며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왜 자꾸만 떠오르는 거지?”“이제 와서 기억이 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미 너무 늦었다.유월영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놈들이 너무 늦게 쫓아오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던 찰나, 1층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간호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간호사는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고 그들은 병실을 하나씩 찾아다니기 시작했다.유월영은 연재준의 수액 병을 확인했다.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고 메모 하나를 남긴 뒤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럽에서는 보통 가정 의사한테 예약을 먼저 하므로 병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3층까지 올라오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불어로 외쳤다.“이봐! 바보들!”그들이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유월영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남자는 바로 사진을 확인하며 말했다.“맞아! 저 여자야!”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유월영은 돌아서 도망쳤다.순식간에 병원에서 한차례의 추격전이 벌어졌다.한편 연재준은 사실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어느 순간 연재준은 손을 움찔하더니 이내 눈을 번쩍 떴다.그때는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40분이 지난 후였고 간호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결국 총까지 쏘다니! 병원 전체가 엉망이 됐고 아직도 정리가 안 됐대요.”“그러게요.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워요? 그 한국 여성분을 잡으려고 한 거라던데?”“아마도 갱단이겠죠...”연재준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유월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수액을 맞고 나서 원래 돌아왔던 안색은 그 순간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그는 급히 주삿바늘을 빼려고 하다 손등에 붙은 메모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9화

    “...그래서 내가 쪽지를 남겨두었잖아요?”유월영은 연재준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놈들은 따돌렸고 나도 괜찮아요...수액은 다 맞았어요?”“응.”연재준은 대답하면서도 시선은 유월영에게 고정되어 한순간도 떼지 않았다.마치 한눈을 팔면 그녀가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유월영은 모자를 눌러쓰며 말했다.“국경으로 가는 방법도 알아냈어요. 여기서 ‘시골 버스’라는 게 있는데 신분 확인 없이 바로 탑승해서 돈만 내면 된대요. 그걸 타고 국경선까지 가면 여기를 뜰 수 있어요.”“어디서 타면 돼?”“이런 번화가에서는 아닐 테고...가시죠.”유월영은 이미 길을 다 물어놓았다.이런 버스를 타고 국경선까지 가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불법 입국자들이었다.사람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이해한 채 차에 올라 요금을 지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서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차 안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통점이라면 모두 옷이 더럽고 얼굴에도 먼지가 잔뜩 묻은 채 짐 가방을 멘 가난한 막노동자들은 듯했다.별안간 한 남자가 자신은 깡패 두목이라며 하루에 몇 명까지 죽여봤는지 떠벌리고 있었다.유월영과 연재준은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그저 흘려듣고 넘겼다.여기서 국경선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고 차는 도중에 거의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앞에 남자는 참지 못하고 그냥 생수병을 사용했다.유월영은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조금 구역질이 났다.그러자 문득, 따뜻한 손이 그녀의 두 귀를 살며시 막아주었다.유월영은 순간 당황하여 연재준을 쳐다보았다.연재준은 몸을 살짝 돌려 그녀의 시야를 가리며 창밖을 계속 바라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유월영은 입을 다물고 밖을 내다보았다.잠시 후, 연재준은 그녀의 귀에서 손을 떼고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정말 초라하네요, 우리 재벌 집 아가씨가.”유월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나도 재벌 집 아가씨로 산 건 얼마 안 됐어요. 연 대표님이야말로 정말 초라한 모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10화

    “갈 거야 말 거야?”밀입국 브로커가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유월영은 그를 한 번 힐끗 보고 말했다.“얼마야?”상대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더니 두 번 흔들었다.유월영이 물었다.“20만 원?”브로커가 고개를 끄덕였다.“20만원, 한 사람당.”연재준이 막 동의하려 하자 유월영이 먼저 말했다.“20만원에 두 사람.”브로커가 흥정하며 말했다.“30만원, 두 사람.”“25만원 두 사람, 아니면 우리끼리 갈 거야.”브로커가 입술을 핥으며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자 그제야 유월영은 몸을 돌려 돈을 세어 그에게 건넸다.돈을 받은 브로커는 그들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둘은 뒤를 따라가며 연재준이 물었다. “왜 그렇게 흥정한 거야?”브로커가 한국말을 잘 알지 못해서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대화할 수 있었다.유월영이 찡그리며 말했다.“정말 몰라서 물어요? 밖에서 돈이 많은 티를 내면 눈에 띈다고요.”연재준이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유 비서, 당신 없으면 어쩔뻔했겠어?”국경선은 철조망 하나로 구분되어 있었고 부근에는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브로커는 그들을 데리고 풀숲에 숨었다가 국경 경찰이 교대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때를 틈타, 그는 바로 뛰어 들어가 이미 손상된 철조망 부분을 벌리고 그들을 부르며 말했다.“빨리 뛰어! 빨리!”유월영은 그의 말대로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을 움직였지만 머리로는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이게 다야? 무작정 뚫고 가는 거야?”그녀는 순간 아까 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라면 그 브로커가 필요도 없고 그냥 연재준과 둘이서도 갈 수 있었다. 비밀 통로도 없고 왜 돈을 줬을까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연재준은 그녀를 잡아끌며 웃음을 참고 말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농담 안 봤어? 브로커가 돈 받고 알려준‘비밀 통로’라는 게, 사실 줄을 새치기하게 해 주는 거래. 그리고 고객이 새치기해서 들어가면 그가 남아서 뒤에 사람들과 대신 싸워주는 거야.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11화

    여기서는 대담한 사람이 배불리 먹고 소심한 사람은 굶어 죽기 십상이었다. 만약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면 한바탕 두들겨 맞은 후 거액의 벌금과 함께 본국으로 추방될 게 뻔했다.이런 일은 브로커도 전에 겪어 봤었기에 다시 겪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유월영의 제안에 그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까짓것! 도망가지!”연재준이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아까 말한 계획은 마음에 안 드는 거야?”경찰과 몸값을 잘 협상하면 잠시 경찰서에 남아 있다가 하정은이 그들을 데리러 오면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하지만 유월영이 말렸다.“우선 여기서 도망쳐보고 실패하면 다시 연 대표님의 계획을 쓰죠.”연재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굳이 그럴 필요 있어?”연재준의 눈에는 쓸데없는 짓이었지만 유월영이 입꼬리를 올렸다.“재미있잖아요.” 비록 작은 국경 마을이었지만 인구는 적지 않았고 앞쪽 모퉁이에서 차가 막히기까지 하여 경찰차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유월영이 밀입국 브로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브로커가 갑자기 폭발하듯 경찰차 뒷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경찰들은 자주 이런 불법 입국자들을 잡아야 했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별로 경계하지 않았다.밀입국자들이 감히 탈출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경비는 매우 허술했고 심지어 수갑조차 채우지 않았다.브로커는 차 문을 발로 찬 후 모두에게 외쳤다.“빨리 도망가!”모두가 1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알아채고 경찰차에서 뛰어내렸다!앞쪽에서 운전하던 경찰은 사람들이 다 도망간 후에야 반응하여 급히 차에서 내려 큰 소리로 외쳤다.“거기 서! 서라고!”물론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모두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고 경찰들도 인원이 부족하여 무전기로 사람을 부르며 도망치는 이들을 쫓기 시작했다.번화가에서 벌어진 이 추격전은 금방 혼란을 초래했고 한순간 사람들이 서로 엉키며 혼란에 빠졌다.성격이 급한 경찰이 경고로 공중에 총을 쏴 올렸고 현지 주민들도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지만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12화

    부하들은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지금 두 사람은 이미 국경 너머로 도망갔고 이렇게 많은 네티즌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계속 추적해야 할까요?”원칙대로라면 이 상황에서 그들은 손을 떼고 더 이상 움직이지 말아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엘리자베스 부인은 포기할 수 없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유월영과 연재준은 지금 옆에 경호원들도 없어 가장 약하고 취약한 순간이었다.“예전에는 그들에게 손을 대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고...”게다가 엘리자베스 부인은 방금 유월영이 또 다른 정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만약 유월영의 정체가 정말로 자신이 알고 있는 그것이라면 엘리자베스 부인은 절대로 그녀가 레온 가문으로 돌아가게 놔둘 수 없었다.과거 다니엘 부인이 남긴 유언 대로라면, 유월영은 그 신분으로 돌아간 후 막대한 지분을 바로 얻게 되고 현시우는 세력은 더욱 강력해져 가주의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오성민 역시 연재준이 죽기를 바랬으며 이것이 그들이 협력한 조건 중 하나였다.만약 두 가지 일이 모두 실패하고 유월영과 연재준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건 오히려 오성민과 자신이었다.“유월영과 연재준은 이번에 반드시 죽어야 해.”“반드시 죽어야 된다고!”엘리자베스 부인은 결정을 내렸다.“계속 따라가.”부하는 다시 설득하려고 했다.“사모님, 만약 정체가 탄로 난다면...”엘리자베스 부인은 유리잔을 집어 던지며 말했다.“조금 조심스럽게 할 수는 없는 거야? 내가 네놈들을 얼마나 오래 데리고 있었는데! 고작 두 사람을 죽이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처리해!”부하는 겁에 질린 채로 황급히 알겠다고 대답하며 방을 빠져나갔다!엘리자베스 부인은 책상의 가장자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컴퓨터 화면 속의 유월영과 연재준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유월영이 죽고 나면 그다음은 크로노스의 차례야.”“난 반드시 레온 가문의 상속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13화

    “일부러 뭐요?”“일부러 구경꾼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 거잖아.”유월영은 손을 빼고 음료수 뚜껑을 열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연재준은 애초에 알아봤었다.“우리는 다니엘 저택에서 너무 쉽게 탈출했어. 그리고 도망치는 도중에 병원으로 가는 건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지. 당신의 상태와 능력으로 혼자서 쫓아오는 놈들을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해. 게다가 당신은 경찰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바로 도주하는 걸 선택했어. 그 당시에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지. 마지막으로 온라인의 여론이 너무 빠르게 퍼졌어.”사흘 동안 유월영을 따라 도망치면서 연재준의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그러니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은 저택에 있던 사람들이 일부러 우리를 놓아준 거고, 병원에 간 건 당신이 번잡한 곳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싶어서였다는 거야. 사실 누군가가 비밀리에 당신을 도와 추적을 벗어나도록 도와줬을 거야. 탈옥한 것도, 병원 방문한 것도 같은 이유였지,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온라인 여론에 대해서라면 당신은 원래 여론을 조작하는 데 능숙하잖아. 그건 당신 특기 아니겠어?”간단히 말해, 유월영의 행동은 의도적이었다.연재준은 생각 끝에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당신은 엘리자베스 부인을 천천히 낚고 있었던 거야. 그 여자가 당신을 잡지 못할수록 점점 더 조급해지고 더 무모해질 테니까. 그러면 그 여자의 범죄 증거가 더 많이 드러나게 되겠지.”유월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 병뚜껑을 다시 잠갔다. 그때 골목 입구에서 사람들의 큰 소리가 들렸다.“그들이 여기 있어!”곧바로 열댓 명이 골목을 완전히 막아버렸다!연재준은 유월영이 일부러 그랬다고 의심하면서도 사람들을 발견하자 그녀를 자신의 등 뒤에 밀어 넣었다.갑자기 나타난 이들은 경찰도, 암살자도 아니었다. 복장이 제각각이고 위협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조직 폭력배 같았다.연재준은 그중 선두에 선 사람이 대학 여행 중에 자신과 충돌을 겪었던 진짜

Bab terbaru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6화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연이가 원하는 거라면 아빠는 꼭 해낼 거야.”윤영훈은 목이 메어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주월향은 딸에게 그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빠가 누군지 알려주며 7년 동안 떨어져 있었음에도 딸이 그를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해줬다.‘이 세상에 이런 여자가 또 어디 있을까?’그러나 윤영훈은 주월향의 이런 행동이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뜻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집안에 들어서자 연이가 활기차게 떠들었다.“엄마!”주월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이야, 배고프지? 어제 배추전 먹고 싶다고 했잖아? 방금 만들어서 아직 따뜻해. 간식이니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알았지?”아이가 환호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주월향은 윤영훈을 힐끗 보며 말했다.“당신도 먹어볼래요?”윤영훈은 그녀 쪽으로 다가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월향아, 미안해...”“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주월향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딸을 한 번 보더니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윤영훈도 그녀를 따라 나갔다.주월향은 식물에 물을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7년 전, 영훈 씨가 감옥에 가기 전에 우리 모녀를 위해 모든 걸 준비해 줬어요. 돈, 집, 차까지 모두 마련해줬죠. 게다가 내가 당신을 한 번 배신하기도 했으니 당신에게 상처 준 대가로 다 갚았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는 7년 전에 이미 정리됐어요. 그러니 서로에게 빚진 건 없어요.”윤영훈은 숙연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주월향이 돌아서서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이 7년 동안 내가 감옥 면회를 가지 않은 이유는 더 이상 먼저 다가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오늘 출소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죠. 당신이 날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냥 이대로 끝났을 거예요.”“하지만 영훈 씨는 나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지금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남을 건가요?”“...내가 여기 남아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5화

    “됐어요, 사촌 오빠, 얼른 가세요. 곧 비가 올 것 같아요. 이모와 이모부께는 제가 잘 지낸다고 전해주세요. 여기서 부족한 것 하나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요.”‘사촌 오빠?’남자는 주월향의 남편이 아니라 사촌 오빠였다.거의 죽어가던 윤영훈의 마음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그는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뻔했다.그러나 그 사촌 오빠가 집을 나서자 윤영훈은 재빨리 수박 덩굴 아래로 몸을 숨겼다.물론 그 남자가 남편이 아니라고 해서 주월향에게 남편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반전만으로도 그는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그때 머리 위의 수박잎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젖혀졌다.윤영훈은 순간 얼어붙었다.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청아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내가 아까 한 말 못 들었어요?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리 벼부터 거두는 걸 도와줘요. 비 맞으면 이번 농사는 다 망해요.”윤영훈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주월향의 말투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마치 그가 7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들렸다.천천히 돌아선 윤영훈을 주월향은 담담하게 바라보며 갈퀴를 건넸다.“모두 한데 모아주세요. 내가 자루를 가져올게요.”윤영훈은 멍하니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그는 감옥에서도 농사일을 해봤기에 이런 일이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일을 하다가도 자꾸 주월향의 눈치를 살폈고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려 애썼다.주월향이 입을 열었다.“지금 나는 온라인에서 요리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어요. 팔로워가 몇백만 명은 되죠. 영상 편집이 아직 안 끝났으니 벼를 다 거두고 나면 이 앞에 초등학교에 가서 연이를 좀 데려와 주세요.”“지안 초등학교가 어디 있는지 알죠? 몰라도 괜찮아요. 핸드폰 내비게이션 켜고 찾아가면 돼요.”윤영훈이 여전히 멍하니 있자 주월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말 들었어요?”“들었어...”주월향은 거둔 벼를 집 안으로 가져가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4화

    윤영훈은 10년 형을 선고받았다.모범수로 인정받아 감형된 덕분에 실제 복역 기간은 7년 10개월이었다.출소하는 날,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감옥 문 앞에 서서 바라본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그의 모습도 더 이상 과거의 의기양양하고 자유분방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윤영훈은 감옥 문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출소를 반년 앞두고 그는 출소 후의 삶을 계획하려 애썼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윤씨 가문은 이미 몰락한 지 오래였다.2년 전, 그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교도관들의 배려로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그곳에서 그는 가난에 시달리는 친척들을 보았다.가문의 보호막 없이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윤영훈은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의 사촌 서정희는 출소 후 찾아오라 했지만 그녀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윤영훈이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주월향이었다.그녀와 딸 연이를 보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등장이 그녀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웠다.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재판을 받던 날에도 주월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그녀는 분명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녀 곁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남자가 없더라도 모녀는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윤영훈은 감옥에 가기 전 그녀에게 충분한 재산을 남겼고 그녀가 이를 잘 활용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등장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비열하다고 느꼈다.주월향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멀리서 그녀를 한 번 보기만 해도 만족하겠다고 다짐한 윤영훈은 감옥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기차표를 사서 그녀의 고향으로 향했다.그곳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이었다.기차역에서 그녀의 집까지는 버스로 2시간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3화

    “그래도 돼?”강수영은 신현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녀의 애인이 되었고 강수영은 반년 넘게 그와 몰래 관계를 이어갔다.강수영은 일부러 자신이 이미 남편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매주 몰래 찾아오는 신현우를 지켜보며 즐거워했다.가끔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면 그녀는 짐을 싸서 바로 떠났다.그럴 때마다 신현우는 알림도 받지 못한 채 허탕을 치고 돌아가야 했다.친구들은 강수영이 신현우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즐길 뿐이었다.현재 신현우의 눈에는 질투와 시기가 가득 차 있었고 늘 당당하던 그의 얼굴에는 답답함과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강수영은 자신이 그의 곁에서 겪었던 모든 억울함과 상처를 이렇게 풀고 싶었다.이번 주, 강수영은 영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고 신현우는 그녀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 강수영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그는 거실에서 홀로 술병을 비우고 있었다.엉망이 된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초라해 보였고 강수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그녀는 오랜 시간 방치해둔 녹음기를 꺼냈다. 그건 예전에 신연우가 건넨, 신현우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었다.그녀는 당시 결혼 생활에 전념하고 싶어 듣지 않았던 녹음을 재생했다.녹음기에서는 술에 취한 신현우의 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것은 강수영의 결혼식 날, 신현우가 취한 상태에서 남긴 말들이었다.신연우가 그를 말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수영이가 내 앞을 그렇게 지나갔어. 남편 팔짱을 끼고 날 쳐다보지도 않았어.”“내가 정말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아니야, 난 수영이를 좋아했어. 다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랐을 뿐이야.”“나 때문에 부모님과 친구들과도 관계를 끊었잖아. 너무 어리석었어. 나는 그런 가치를 줄 만한 사람이 아닌데...”“다 내 잘못이야. 처음부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았더라면 수영이가 이렇게 집착하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2화

    두 사람은 서쪽으로 스위스 알프스를 찾아가 산맥의 낭만을 만끽하며 자연 보호구역에서 아름다운 야생동물들을 만났다.북쪽으로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와 캐나다의 퀘벡으로 향해 겨울 축제와 북유럽의 신비로운 매력을 경험하고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오로라의 장관을 즐겼다.그러던 중, 한 여행지에서 강수영은 신연우를 우연히 마주쳤다.오래된 친구라 할 수 있는 사이였기에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식사 후, 신연우는 그녀에게 녹음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이 안에는 우리 형의 음성이 들어 있어. 들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하지만 듣는다면 네 결혼 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그는 이어 덧붙였다.“형이 요 몇 달 동안 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 큰 병을 앓아 체중이 많이 빠졌고, 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 최근에서야 조금 회복됐지.”강수영은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녹음 파일을 받았지만 끝내 듣지 않았다.신혼여행을 마치고 부부는 지성으로 돌아와 결혼 후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이혼 절차를 밟게 되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큰 갈등이 없었다. 강수영의 남편은 여전히 훌륭한 사람이었고 이혼의 원인은 문화적 차이와 생활 습관의 차이였다.한 사람은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다른 한 사람은 서양식 사고방식으로 자라며 서로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그들은 평화롭게 헤어졌고 이혼 후에도 좋은 친구로 남았다.부모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합의한 후 강수영은 다시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그러다 각 나라, 각 도시에서 신현우를 계속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세 번째 만남에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한 강수영이 그를 조롱했다.“신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신 줄 몰랐네요. 왜 자꾸 저를 따라다니시는 거죠?”“따라다닌 게 아니야. 우연일 뿐이야.”“우연이 이렇게 자주 겹칠 리가 있나요?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차가운 미소를 띤 강수영에게 신현우는 화제를 돌렸다.“넌 왜 여기저기 여행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1화

    ‘소은혜’에서 다시 ‘강수영’으로 돌아온 후, 강수영은 그 차가운 남자와 더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한눈에 반했던 감정은 결국 그녀의 인생을 망쳤고 다시는 그 남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파혼하고 집을 떠나 이름까지 바꾼 채 명분 없이 그의 곁을 지켰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라며 손가락질했다.그러는 동안 그는 가문 배경이 잘 맞는 귀한 집 아가씨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스스로를 명문가의 딸에서 천한 첩으로 전락시켰지만 그에게선 차가운 시선만 돌아왔다. 그녀가 바친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는 온기 한 줌 나눠주지 않았다.강수영은 결국 깨달았다. 그 감정을 고집한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을.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그녀는 강씨 집안의 딸로 돌아왔고 그는 여전히 신씨 가문의 장남으로 남아 있었다.부모님은 그녀를 위해 맞선을 주선했고 두 가문 모두에게 이로운 자리였다.강수영은 더 이상 부모님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기쁜 마음으로 맞선에 응했다.맞선 상대는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훌륭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나이도 비슷했고 배경도 잘 맞았다.며칠간 그와 시간을 보내본 그녀는 그가 괜찮다고 느꼈다. 특히, 그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했을 때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 고된 일이었기에 이번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3개월간 교제했고 큰 문제 없이 잘 맞았다. 비록 심장이 크게 뛰는 설렘은 없었지만 세상 대부분의 결혼이 ‘적당함’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 기준에서 본다면 그와의 결혼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결국 두 사람은 약혼했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그러나 결혼식 당일,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나타났다. 바로 신현우였다.그의 등장에 강수영은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미소를 띠며 신랑과 함께 술잔을 들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0화

    방금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축 늘어져 있었다.이승연은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릴까 봐 걱정되어 이혁재에게 맡기기로 했다.“경험 있는 네가 좀 맡아줘.”이혁재는 황당했다.“내가 무슨 경험이 있다고 그래!”이승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처지가 비슷하잖아.”화가 난 이혁재는 이승연을 들어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곱게 바른 립스틱을 번지게 했다.“전혀 비슷하지 않거든!”이혁재의 사무실.이혁재와 연재준은 일 얘기를 하고 있었고 두 아이는 옆에서 놀고 있었다.그때 이혁재가 무심코 고양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호두야, 누나를 잘 돌봐야 해.”기어다니기 시작한 윤아는 갑자기 호두의 꼬리를 잡았다.호두는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했지만 꼬리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이혁재의 말 때문인지 꼬리를 잡힌 채로 억울한 듯 야옹 소리만 냈다.윤아는 깔깔 웃으며 꼬리 끝을 입에 넣으려 했고 그제야 호두는 꼬리를 빼내더니 아기에게 돌아서서 야옹 소리를 내며 경고했다.마치 “입에 넣으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러자 윤아는 호두를 향해 돌진하며 그를 덮쳤다.두 아빠가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을 때 윤아는 카펫 위에서 잠들어 있었고 호두는 듬직한 몸을 베개 삼아 윤아를 받치고 있었다.그 동화 같은 장면에 연재준과 이혁재는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고양이가 어린이를 알아본다더니 진짜인가 봐.”퇴근 시간이 되어 이혁재는 호두를 데리고 이승연의 사무실로 향했다.이승연은 호두를 품에 안고 기뻐하며 입을 맞췄고 이어 호두가 이혁재에게도 뽀뽀하도록 했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이혁재는 고양이 털을 한가득 삼키고 서둘러 뱉어냈다.“퉤퉤퉤.”그 순간, 호두도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토해냈다.이혁재는 어이가 없어 발끈했고 이승연은 웃음을 참지 못해 의자에 쓰러지듯 폭소했다.사실 고양이는 털을 핥으며 스스로를 청소하는 습성 때문에 위에 털 뭉치가 생겨 종종 토하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9화

    작은 고양이는 케이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치료로 인해 털이 대부분 깎인 채 볼품없는 모습이었다.이혁재가 싫은 소리를 내자 새끼 고양이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승연을 알아본 듯 비틀거리며 케이지 가장자리로 다가와 그녀를 향해 야옹 울었다.이승연은 손가락을 내밀어 고양이를 살짝 만졌다. 그러자 고양이는 꿈틀거리며 그녀의 손가락에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그녀는 미소 지었고 이를 지켜보던 이혁재가 말했다.“여보, 얘 다 낫고 나면 집에 데려가 키우자. 이렇게 작고 못생긴 애가 혼자 힘으로 먹을 걸 찾기도 힘들고, 다른 고양이들이 받아주지도 않을 거야.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얘 어떻게 살겠어.”이승연도 같은 생각이었다.두 달 후, 고양이는 건강을 회복했다.이혁재는 직접 고양이를 씻기고 구충한 뒤 집으로 데려갔다.시간이 지나면서 고양이는 털이 윤기 나게 자랐고 살이 올라 뼈만 앙상했던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결국, 고양이는 기름지고 윤기 나는 털을 자랑하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이혁재의 몸 위로 덮치는 대형 고양이가 되었다.“이런 젠장!”이혁재는 고양이의 기습에 또 당했고 숨이 턱 막힐 뻔했다.고양이가 도망치려 하자 그는 재빨리 붙잡아 들어 올리며 따졌다.“너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지 전혀 모르는 거야? 아니면 정말 날 깔아뭉개려고 작정한 거야?”고양이는 억울하다는 듯 야옹거리며 반응했다. 그러나 고양이가 이승연에게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기에 이혁재는 고양이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고양이는 이승연이 일할 때 그녀의 발등 위에 앉아 체온으로 발을 따뜻하게 해주었다.그녀가 서류를 검토할 때는 네 발을 모아 단정한 자세로 그녀 곁에 앉아 ‘독서’에 동참했다.때로는 앞발로 서류를 톡톡 두드리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이혁재는 고양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양이를 뒤집어 배를 위로 한 채 들어 올려 얼굴을 고양이 배에 묻고 한 번 흡입했다.고양이는 저항하며 네 발로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8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한 후, 이혁재는 정관 절제술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피임 수술’을 통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이혁재는 이 일을 이승연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련 정보를 철저히 조사한 뒤, 직접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수술은 간단했고 외래 진료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수술을 마친 그는 바로 퇴원했고 그날 오후에는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열기도 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그 불편함조차 완전히 사라졌다.수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이혁재는 가벼운 농담처럼 이 일을 이승연에게 털어놓았다.이승연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 재빠른 두뇌 회전과 날카로운 눈치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혁재는 그녀가 ‘수술’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혹시 일이 심각하다고 오해했을까 봐 그녀를 안고 달래며 자세히 설명했다.“여보, 내가 요즘 아이를 갖는 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랐지? 피임을 해도 혹시 실수라도 생길까 봐 계속 걱정했어. 만약 사고가 생기면 낳든 낙태하든 둘 다 누나 몸에 무리가 갈 거잖아. 그래서 아예 근본적으로 위험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이승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이 수술 알아. 우리 아빠가 받았거든.”그녀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 시절에는 보통 여자가 피임 수술을 받곤 했는데 우리 아빠는 알아보니 여자가 받는 수술이 훨씬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됐대. 그래서 엄마가 고생하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자신이 받았지.”“아빠는 우리 동네에서 피임 수술을 받은 유일한 남자였고 사람들은 우리 아빠를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자라고 칭찬했어. 엄마도 복 받은 거라고 하셨고.”이혁재는 그녀가 아버지를 칭찬하며 은근히 자신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 소파와 카펫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