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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유월영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풀숲에서 구르면서 연재준의 몸에는 은은한 풀 내음이 배었고 그 향기는 예전의 그에게서 나던 향기와 비슷했다.

유월영은 왜 그를 잊어버렸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 당시 그 일에 가담한 친구들이 많아서였을 거야. 그는 그중 한 명일 뿐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았을 수도 있어’

‘아니면 그때 마음이 온통 시우 씨한테 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남학생은 마음에 두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기억들이 떠오르는 거지?’

‘재준 씨가 예전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말하던 그 흔적들을 왜 지금에야 찾게 된 걸까?’

예전에는 연재준이 고등학교 시절의 짝사랑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저 허공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일부 기억들이 채워지면서 모든 것이 실체를 가진 듯했다.

유월영은 그제야 그들 사이에도 오래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준 씨는 내가 완전히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쩌면 6년 전, 그 비 내리던 밤 처음 만났을 때 연재준은 이미 그녀에게 한 번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른다.

연재준이 다시 물었다.

“뭘 잊어버렸다는 거야?”

“내 말은...연 대표님이 접선할 사람을 잊은 건 아닌지 해서요.”

유월영이 낮게 속삭였다.

연재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는 모퉁이에 있어. 너무 가까이 두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까 봐 멀찍이 세워놨어.”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차가 있는 모퉁이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며 연재준의 부하들이 일제히 외쳤다.

“대표님!”

연재준은 먼저 유월영을 차에 태운 후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그녀의 안색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뒷좌석에 올랐다.

“출발해.”

차량은 즉시 출발했고 유월영은 그제야 창문 밖을 내다봤다. 경비원들은 그들을 놓치고 전화를 걸어 차량을 요청하는 듯 보였다.

연재준이 말했다.

“당신이 도망쳤으니 출국 경로를 꼼꼼히 검사할 게 분명해. 여기는 결국 레온 가문의 땅이고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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