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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987 챕터

제381화

박연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난 유영 씨가 다른 얘기를 할 줄 알았어요.”유영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 믿어요.”걱정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박연준이 말했다.이번에 강이한은 절대 유영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모든 증거가 유영을 향하고 있었고 결국 강이한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두 사람 사이에 신뢰는 이미 완전히 무너졌기에 더욱 그랬다.유영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애꿎은 술만 들이켰다.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강이한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그의 손에 대체 얼마나 많은 로열 글로벌 관련 약점을 쥐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정 회장님도 대비를 해뒀을 거예요.”“그래야겠죠.”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해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와 10년을 함께 했기에 그가 무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를 붙잡아두기 위해 정국진을 공격한 일만 놓고 봐도 그랬다.이제 한지음이 실명한 원인이 유영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테니 그때보다 더 거센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유영 씨.”“네.”“출국하는 거에 대해 고민해 봤어요?”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박연준은 혼란스러운 이 도시에 계속 머물기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 거라고 판단했다.“그럼 동교 프로젝트는 어떡해요?”“기초를 잘 다졌으니 앞으로는 직원들에게 맡기면 돼요.”박연준이 말했다.그는 유영이 이곳을 떠났다가 일이 다 조용히 해결된 뒤에 돌아오기를 바랐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고민했다.머릿속에 핏발이 선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강이한이 떠오르자 결국 그녀는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곧 새해도 돌아오니 파리로 날아가서 외삼촌과 함께 명절을 같이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어차피 기사에서 어떻게 떠들어대든 무시하면 결국 지나갈 것이다.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수록 하이에나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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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정말 생각보다 더 뻔뻔한 인간이었네. 바깥이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여기서 데이트를 즐길 여유까지 있다니.”배준석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는 원래 항상 밝은 사람이었고 누구에게도 악담을 퍼부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유영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그녀의 목에 칼을 꽂고 싶었다.유영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배준석을 노려보았다.그녀가 뭐라고 하려는데 박연준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그의 그런 행위에 자극 받은 배준석이 차갑게 코웃음쳤다.“하, 역시 믿는 구석이 있는 여자는 다르네.”“배준석,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렇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안 그래?”“박연준, 저 여자는 이한이 형 전처야. 둘이 이렇게 붙어 다니는 거 집에서 알아?”배준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박연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유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가 뭐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배준석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예쁘면 뭐해. 그래 봐야 이혼녀잖아. 안 그래?”유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배준석 씨,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건 범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나한테 찾아와서 화풀이할 이유가 없다고요.”“무죄라. 이유영, 결국 정국진 믿고 그러는 거잖아? 모든 증거가 밝혀졌을 때도 그렇게 고고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유영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과 더 이상 실랑이를 벌여도 소용없었기에 박연준의 손을 잡아끌었다.배준석이 다가와서 그녀의 앞을 막았다.“그런 짓을 했으면 당당히 인정을 해야지. 욕 좀 했다고 벌써 화를 내는 거야?”“경찰에 신고했다면서요. 나한테 행패를 부려서 얻는 게 뭐죠? 정신 좀 차려요.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다고요.”유영도 차갑게 받아치며 루이스에게 눈짓했다.루이스가 앞으로 나섰다.유영은 박연준의 팔을 잡고 뒤돌아섰다. 배준석이 따라가려 했지만 루이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번에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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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그녀가 전에 분실한 카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지음 납치와 배준석 약혼녀의 납치 모두 그 카드로 출금한 내역이 있었다.강서희는 그녀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이다.다행히도 지현우가 카드의 행방을 알아냈다.“나한테 보내줘요.”“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유영은 서둘러 메일에 접속했다.박연준이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강서희와 관련된 단서를 잡은 것 같아요.”그녀는 핸드폰을 박연준에게 보여주었다.메일에는 납치범들에게 입금한 날짜와 강서희가 같은 날 은행에 출입한 시간이 쓰여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본가와 멀리 떨어진 은행으로 가서 입금했다.다행히 정국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집요하게 행방을 추적해서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강서희 본인도 아마 정국진의 사람들이 이 일을 추적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알았으면 사설 탐정이 아니라 정국진의 인력을 동원할걸, 유영은 후회했다.안타깝게도 그때는 외삼촌을 걱정시키기 싫어서 주저했던 것이 사건을 지체하는 원인이 되었다.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증거들을 신속히 공개하는 게 우선이었다.박연준에게서 핸드폰을 받은 그녀는 당장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휴대폰 화면에 기사 알람이 었다.‘천문학적 가격으로 판매되는 보석의 원가는 단돈 5천원?’너무 터무니없는 기사라 그녀는 무시하려고 했다.하지만 기사의 제목에 커다랗게 뜬 크리스탈 가든이라는 문구가 그녀의 이목을 끓었다.기사를 확인하자마자 지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당장 회사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지현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기사가 크리스탈 가든을 저격한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었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곧 갈게요.”전화를 끊자 현기증이 몰려왔다.박연준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유영은 착잡한 시선으로 박연준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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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굳이 누가 얘기해 주지 않아도 강이한과 관련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그게….”이번에 그녀는 더 이상 지난 번처럼 일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일이 이 지경까지 진행되었는데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았다.그녀의 설명을 들은 정국진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너 미친 짓인 건 알고 이러는 거야?”“외삼촌….”“당장 다 내려놓고 파리로 돌아와!”“하지만 회사는….”“내가 사람 보내서 처리할게!”정국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같은 남자로서 강이한이 미친 사람처럼 유영을 물어뜯기 시작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그래서 화가 나고 자존심도 상할 테지만 정국진은 일단 이유영부터 빼돌리기로 했다.그와 강이한 사이에 쌓인 원한은 나중에 천천히 갚아도 늦지 않았다.“그럼 지금 회사로 갈까요?”“손에 맡은 업무 인수인계 작업만 마무리하고 내일 아침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들어와.”“알겠어요.”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혼란스러웠지만 이럴수록 외삼촌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차는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려는데 손목에서 강력한 힘이 그녀를 잡았다.고개를 돌리자 박연준이 진지하면서도 자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일 있나요?”그가 뭐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유영을 힐끗 보고는 식지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가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상대가 뭐라고 했는지 박연준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그녀를 잡고 있던 손도 어느새 힘을 뺀 상태였다.박연준이 말했다.“알겠어, 지금 갈게.”전화를 끊은 그는 유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등 뒤에서도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돋고 있었다.가장 두려운 건 모든 일이 같이 터지는 것이었다.그렇다는 건 상대가 이 날을 위해 수많은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말이기도 했다.“동교 쪽에 문제가 좀 생겨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무슨 일인데 그래요?”유영은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막혀왔다.박연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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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회사를 나온 유영은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강이한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루이스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뒤따라왔다.걸음을 멈춘 유영이 말했다.“따라오지 마세요.”“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아가씨의 신변 안전을 위해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루이스가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유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강이한은 그녀에 대한 모든 증오를 크리스탈 가든에 쏟아 붓고 있었다. 현재는 오밤중에 감찰 기관까지 동원한 상황.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 역시 쉽게 출국할 후 없을지도 모른다.계속해서 그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강이한은 받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차에 올라 루이스에게 말했다.“홍문동으로 가요.”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홍문동을 향해 차를 몰았다.사실 강이한이 홍문동에 꼭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었다.다행히도 홍문동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그녀를 맞아주었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집사의 눈빛에서 강이한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유영 씨.”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집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유영은 집사를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대표님 께서 유영 씨는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유영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이제 방문마저 금지했다는 말인가!유영은 루이스에게 눈짓했다. 눈짓을 알아들은 루이스가 달려와서 집사를 밀어내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그들을 에워쌌다.하지만 루이스의 도움으로 유영은 그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집사가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럴수록 대표님의 화만 자극할 뿐이에요!”하지만 유영은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이번 사건은 지난 번보다 더 심각했다.강이한은 손에 확실한 근거가 있지 않은 이상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안으로 들어가자 강이한이 음침한 표정을 하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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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강이한!”유영은 완전히 인내심을 잃어버렸다.그녀는 온몸에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그에게로 한발 한발 다가갔다.“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동교 개발 지역에서 인명 사고가 났다는 얘기가 틀림없었다.유영은 그의 잔인함에 눈앞이 아찔해졌다.이건 정상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수단이었다.그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이런 짓까지 버렸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지난 생이든 이번 생이든 한지음이 납치를 당한 그 순간부터 그는 완전히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이번에도 그는 외부의 적을 쳐내는 수단으로 그녀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었다.이건 이미 잔인함의 정도를 벗어난 행위었다.이 순간에야 유영은 강이한이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전에 느꼈던 실망의 감정과는 다르게 이제는 그녀를 완전히 적으로 상대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보였다.그는 이미 그녀를 적으로 간주하고 벼랑에서 그녀를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부족하다면 더 있어.”“내가 한 거 아니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남자는 분노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유영도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웠다.그리고 메일을 열어 자신이 수집한 증거들을 그의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똑바로 봐. 배준석 약혼녀를 납치한 진짜 범인이 누군지! 그리고 대체 누가 한지음을 납치해서 장님으로 만들었는지!”유영은 직접적으로 강서희가 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이 여자가 남긴 증거를 찾느라 동분서주하던 지난 날이 눈앞에 스치는 것 같았다.강이한은 그녀가 내민 핸드폰을 받지 않았다.그는 담담히 휴대폰 화면을 살폈다. 그 안에는 강서희가 은행을 출입하는 화면이 담겨 있었다.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도망갈 곳이 없으니까 서희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련고?”다정하게 강서희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그 모습을 보자 유영은 눈앞이 캄캄했다.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간 것처럼 어지러웠다.그녀가 해명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항상 아니라고 말해도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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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그녀의 처연한 눈빛과 얼굴에 진하게 남은 손자국을 보고 남자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억지로 참아냈다.마음속에서 어떤 소리가 또 울리고 있었다. 그의 영혼이 울고 있었다.‘이유영한테 그러면 안 돼! 그만 멈춰!’하지만 결국 분노가 그 소리를 완전히 잠재우고 말았다.“이유영, 이건 시작일 뿐이야. 당장 내 앞에서 꺼져!”그녀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나는 분명히 떠난다고 했는데 온갖 방법을 써서 나를 이 홍문동에 묶어두려고 하던 사람이 이러니까 우습네.”결국 이렇게 되는 걸까.강이한의 세상에서 그녀의 존재는 이렇듯 하찮은 존재였다.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애완동물에 불과했다.그리고 그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꺼지라고 명령할 수 있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유영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귀뺨을 날렸다.그녀는 음침하게 굳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나한테 한 거 돌려준 거야. 당신은 나를 때릴 자격도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고고한 모습으로 등을 돌렸다.강이한은 화가 나서 퍼렇게 굳은 얼굴로 그녀를 따라가려다가 핸드폰이 울리며 걸음을 멈추었다.“여보세요.”“이한아, 서희가 경찰에 잡혀갔어!”“어떻게 된 거예요?”“이유영이야. 서희가 이유영이랑 박연준이 같이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바람에 신고가 들어가서….”수화기 너머로 진영숙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강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서희가 잡혀간 상황이었다.“알겠어요.”강이한은 다급히 전화를 끊고 유영을 향해 소리쳤다.“거기 서!”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고개를 당당히 들고 문 앞에 서서 그에게 물었다.“아직도 볼일이 남았어?”“서희 경찰에 신고한 사람, 너야?”“그래.”유영은 여전히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뒤에서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등 뒤에 다가온 강이한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억지로 돌려세웠다.분노를 담은 두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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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그녀는 한 번도 진정으로 그의 세상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그들의 결혼은 그녀 인생의 가장 큰 실패였다.그는 한번도 유영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않았다.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용돈을 받으며 다른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정작 유영은 행복하지 않았다.“당장 지금 하려는 거 멈춰.”“싫어!”“이유영!”“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당신은 믿지 않는구나. 하지만 경찰도 과연 당신처럼 멍청할까?”오늘 그녀가 가지고 온 증거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그는 그녀가 그 증거들을 경찰에 제출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두 사람의 숨막히는 기싸움이 이어졌다.남자가 거의 폭발할 때쯤, 유영이 말했다.“한지음 사고에 대해 경찰 쪽에서는 계속 추적하고 있었어. 아마 내가 증거를 가져가면 아주 좋아할걸? 어떻게 생각해?”“감히!”“뭘 위해서 나한테 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거야? 일이 귀찮아질까 봐? 아니면 사실은 당신도 강서희에 대한 믿음이 그렇게 확고하지 않은 거 아니야?”공기마저 얼어붙었다.전에 진범이 강서희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도 유영은 한 번도 이렇게 그의 앞에서 주장을 펼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이 남자에게 명확히 진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더 이상 없는 죄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었다.“꼭 그렇게 해야겠어?”“경찰에 증거만 제출할 뿐이야. 진범이 누구든 상관없어. 강서희가 아니라면 무사하겠지.”유영이 또박또박 말했다.남자는 그녀를 놓아주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후회하지 마.”“우리 사이에 그런 얘기하는 게 웃기지 않아? 후회라면…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해.”그 말을 끝으로 유영은 걸음을 돌렸다.그랬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강이한을 만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그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고 이렇게 될 거면 왜 자신에게 한번의 삶을 더 주었는지 하늘을 탓했다. 차라리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강이한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러면 아마 세상을 유람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결국 한번의 삶을 더 얻었지만 여전히 이 남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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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는 크리스탈 가든에서 가짜 보석을 원자재로 썼다는 기사만 올렸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인지는 다루지 않았다.지현우는 이미 준비한 자료들을 가지고 유영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그녀에게 서류를 건넸다.“최근 주문한 리스트들입니다. 감정 결과는 인터넷에서 다운했고요.”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그녀는 비록 대표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런 일을 처리해 본 경험이 없었다. 지현우는 정국진의 옆에서 일하며 유사한 상황을 많이 겪었기에 그의 뜻에 따르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다.유영은 자신이 강이한을 찾아간 시간에 지현우가 이미 대처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믿었다.“주문이 나간 제품들을 모두 회수하고 저희 회사에서 발주한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해두기 위해서는 그 작업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뭔데요?”“크리스탈 가든에서 나간 제품 중에는 가품이 있을 수 없어요!”이점에서 그녀는 정국진을 믿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신지?”“누가 가장 먼저 기사를 터뜨렸는지 확인하고 우리 고객인지 아니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인지 먼저 확인해요. 고객이 아니라면 이 기사를 발표한 사람이 우리 고객과 친분이 있는지도 확인하고요.”유영은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지현우는 이 상황에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영의 기지에 탄복했다는 눈빛을 보냈다.그녀는 주문이 나간 제품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믿는 쪽을 선택했다.“그럼 감찰 기관 쪽에는요?”“우리는 절대 가품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세요. 아, 그리고….”유영은 잠깐 고민하다가 지현우를 보며 말했다.“만약 진짜 우리 고객이라면 직접 공장에 내려가서 조사를 해봐야겠어요.”그녀는 문제가 공장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만약 정말 공장 생산라인에서 생긴 문제라면 생각보다 귀찮아질 것이다.“알겠습니다.”공장 얘기가 나오자 지현우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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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왕숙은 혼자 돌아온 진영숙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가씨는요?”비록 강서희가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진영숙과 같이 나가서 어디 딴데로 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강서희 얘기가 나오자 진영숙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무슨 일 있어요?”왕숙이 물었다.“서희가 사고를 쳤어.”진영숙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힘없이 답했다.그 말을 들은 왕숙의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쳤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았다.“무… 무슨 일인데요?”하지만 떨리는 목소리까지 억제하지는 못했다.“대체 걔는 왜 굳이 이유영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 거야? 물론 나도 예전에는 그 계집애를 싫어했지만 어쨌든 정국진 회장의 조카라잖아.”“전에는 가만히 있던 애가 이유영의 신분이 밝혀진 시점에서 왜 저렇게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겠어!”“사모님, 아가씨는 그리 경솔한 사람이 아닙니다.”왕숙이 다급한 어투로 말했다.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진영숙은 그 말을 듣고 더 화가 치밀었다.“아니긴 뭐가 아니야? 서희가 한 짓이 아니면 아직까지 경찰서에서 못 돌아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처음에 진영숙은 딸이 그런 짓을 벌였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참고인 조사만 받고 나올 줄 알았던 딸이 여기저기 인맥도 동원해 봤는데도 여태 감감무소식이었다. 강이한은 아마 밤새 조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해주었다.그녀는 강서희가 안쓰러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왕숙이 말했다.“뭔가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사모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엄격히 교육하면서 키운 아가씨인데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모님이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아가씨는 사모님 말씀을 어기고 혼자 무리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사모님이 이유영 씨를 저격하지 말라고 말까지 했는데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잖아요.”진영숙은 흠칫하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왕숙을 노려보았다.왕숙은 서늘한 눈빛에 긴장하며 목을 움츠렸다.“죄… 죄송합니다.”“아줌마, 명심해. 이유영 씨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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