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 Chapter 371 - Chapter 380

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371 - Chapter 380

985 Chapters

제371화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유영은 긴장을 풀고 의자에 기댄 채 잠에 들었다.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박연준은 그녀의 잠든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손바닥 하나로 다 가려질 만큼 작은 얼굴에 피곤이 잔뜩 묻어 있었다.쉴 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그는 상념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냈다.기사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순간 차갑게 굳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잠든 유영의 얼굴로 시선이 갔다.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린 그는 뒤편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네, 대표님.”“당장 기사 퍼지기 전에 막아!”“이유영 씨가 설마….”수화기 너머로 비서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최근 박연준과 유영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전부터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지만 명백한 입장 표명이 없었던 박연준이 드디어 대놓고 그녀를 지켜주기로 한 것이다.비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다급히 말했다.“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박연준의 얼굴이 사납게 빛났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강이한과 유영의 사이는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유영의 태도는 명확했지만 강이한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전화를 끊자마자 또 전화가 걸려왔다.발신자를 확인한 박연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알아.”박연준도 똑같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유영의 앞에서 보였던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목소리였다.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강이한은 거칠게 숨을 고른 뒤 그에게 말했다.“박연준, 너랑 일 적으로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그건 나도 바라는 바야.”“그러니까 나랑 이유영 사이에 너도 더 이상 끼어들지 마!”박연준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해외에서 벌어진 일 아직 너한테 빚을 갚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그렇다고 해두지!”“그럼 나도 한마디 할게. 이유영 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2화

아직 채 내리지 못한 기사를 읽은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좀 마실래요?”박연준은 그녀에게 시원한 생수 한 병을 건넸다.유영은 혼란스러운 가슴을 달래며 담담히 그의 손에서 생수를 받았다.“고마워요.”그러고는 황급히 생수병을 따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제야 갑갑한 기분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청하시 전체가 뒤집어지고 있었다.그녀와 강이한이 이혼한 뒤에도 자주 공공장소를 들락거린 일과 박연준과의 스캔들로 그녀의 명성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한지음과 그녀가 이복 자매라는 기사까지 뜨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피해자로 보이는 한지음 쪽으로 돌아섰다.유영이 예전에 했던 모든 노력은 그녀가 이복 자매인 한지음을 질투해서 한 소행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천하 제일의 악녀가 되었다.사람들은 그녀가 이복 동생과 강이한 사이의 스캔들을 참지 못하고 의사를 매수해서 일부러 수술을 실패하게 만들었다고 떠들고 있었다.사람들은 바람을 피운 그녀가 남편의 외도를 용납하지 못하여 한지음을 지옥으로 내몰았다고 말하고 있었다.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인데도 기사에 댓글이 수만 개 이상이 달렸다.네티즌들은 또다시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박연준은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자상함에 유영은 따뜻함을 느꼈다.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그녀를 믿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감사해요. 저 괜찮아요.”그의 이런 배려에 감사하기에 절대 그와 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수포로 만들 수 없었다.박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차에서 내리려는 유영의 손을 잡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고마워요.”유영은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박연준은 그 미소를 보며 잠깐 넋을 놓았다.온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공격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녀의 이런 점이 그에게 믿음을 주었다.그녀가 만약 만악의 근원이라면 모든 게 까발려졌을 때 이렇게 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3화

청하의 여론은 계속해서 퍼지고 있었다.한지음이 유영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고 곧이어 유영의 주치의 배준석의 약혼녀가 수술 직전에 납치당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배준석이 자리를 비운 후에 대리로 수술을 진행한 유 선생이 수술 직후에 가치가 수억 원에 달하는 회사의 실 소유주가 되었다는 사실도 기사에 올랐다.청하의 모든 사람들은 유영이 한지음이 완전히 시력을 잃게 하기 위해 배준석의 약혼녀를 납치하고 유 선생을 매수했다고 떠들었다.물론 유영의 편을 드는 쪽도 있었다. 누군가는 한지음이 먼저 유부남에게 꼬리쳤으니 당해도 싸다고 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유영의 처벌 수단이 너무 악랄했다고 욕했다.유영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기사에 조금씩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그만 봐요.”운전대를 잡은 박연준이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유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저를 걱정해 주는 건가요?”“걱정을 안 하게 생겼어요?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박연준이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모든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하는데도 박 대표님은 여전히 저를 믿어주시네요.”유영은 그의 이런 배려가 감사했다.모두가 그녀를 사악한 마녀라고 욕하는 시점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었다.다른 사람이었으면 정의의 편에 선답시고 그녀를 비난했을 것이다.하지만 박연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난 강이한이랑 달라요. 난 머리가 정상이거든요.”그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유영은 햇살 같은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강이한이 좀 멍청하긴 하죠.”코끝을 찡그리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박연준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그가 아는 유영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영과 완전히 달랐다.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지만 속으로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갔다. 이미 끝난 관계라고 해도 그녀와 강이한 사이에는 10년의 시간이 있었다.하지만 단순한 사업 파트너인 박연준보다도 그들 사이에는 믿음이 없었다.“유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4화

“그렇게 됐어요.”“못난 녀석. 널 크리스탈의 대표 자리에 올린 건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으라고 올린 게 아니야!”“네. 제가 좀 못났죠?”지난 밤에 배준석 약혼녀 사건 때문에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머무르고 나왔더니 나오자마자 이렇게 여론의 풍파가 일어날 줄이야!강이한이 전에 했던 일들은 이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니?”정국진이 물었다.유영은 우아하게 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그냥 무시하려고요.”그랬다. 이게 그녀의 입장 표명이었다.그녀가 보기에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여론은 며칠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정국진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넌 지금 크리스탈 가든의 대표야. 조민정한테 기자회견 준비하라고 할게.”“그게 무슨 말씀이시죠?”“강이한과의 관계를 철저히 끊으라는 얘기야. 그런 인간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알겠어요.”유영은 한 번도 자신이 강이한에게 끌려다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외삼촌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오늘 청하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도 분명 강이한의 작품이었다.그가 한지음과 강서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이번 일로 그 역시 철저히 그녀와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었고 이건 유영도 바라던 바였다.전화를 끊자 박연준이 잘 자른 스테이크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먹어요.”“감사해요.”“정 회장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기자회견을 잡겠다고 하던데요?”“유영 씨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이긴 하죠. 그렇지 않으면 그쪽에서 계속 들러붙을 테니 앞으로를 생각해서라도 이게 맞아요.”정말 끈질기게 따라다닐까?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했다.유영은 덤덤히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맛은 어때요?”“좋네요.”유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스테이크 조각을 집어 박연준의 앞으로 내밀었다.“한번 드셔볼래요?”무의식적인 행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5화

그 시각 강이한의 본가.강서희는 자신의 방에서 핸드폰으로 기사를 읽으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진영숙이 화를 못 이겨 행패를 부리는 소리였다.강서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방을 나섰다. 진영숙이 아래층에서 통화하고 있었다.“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그쪽에서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나 진영숙의 얼굴이 분노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둘이 잘 지낸다고 했잖아! 이게 다 무슨 일이니? 또 한지음 쪽에 문제가 생긴 거니?”진영숙은 강이한과 통화하고 있었다.예전에 진영숙은 유영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쁠 정도로 싫었다.하지만 그녀의 배후에 로열 글로벌이 버티고 있다는 것과 정국진 회장이 그녀를 후계자로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유영을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강이한에게 빨리 유영과 화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그런데 유영이 마음 속의 응어리를 내려놓기도 전에 강이한이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쾅!강이한이 또 뭐라고 했는지 그녀는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본가의 고용인들은 경직된 자세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강서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진영숙에게 다가갔다.“엄마,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야?”겉으로는 진영숙을 관심하는 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거만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던 유영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상황이 너무 즐거웠다.진영숙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나랑 어디 나갔다 오자.”“어딜 가려고?”“강주!”진영숙이 짜증스럽게 말했다.강서희는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음은 줄곧 강이한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고 했지만, 진영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 강이한이 그렇게 한지음을 감싸고 돌았으니 마음이 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진영숙은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강이한과 유영의 사이가 이 정도로 틀어졌으니 골머리가 아팠다. 진영숙도 바보는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6화

박연준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 올랐다.“정말 그럴 것까지는 없어요.”“강이한이 화난 모습 보고 싶지 않아요?”“네?”유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기분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일에 박 대표님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아요.”남자를 이용해서 강이한을 자극하는 일? 그런 비겁한 짓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박연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용이 아니에요.”결국 유영은 떨떠름한 얼굴로 박연준과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기자는 모두 조민정이 부른 사람들이었고 정국진의 영향력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래서 너무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이유영 대표님, 밖에서 사람들이 대표님을 아주 악랄한 사람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남편과 이혼했을 때부터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복동생의 수술까지 방해하여 완전히 실망하게 만들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 이유영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동생이 있는 것도 몰랐어요. 아버지의 유일한 자식은 저예요.”“정말 그런가요?”“네. 여기 호적등본을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유영은 가족등기부를 꺼내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대답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단 한 마디도 한지음을 비난하지 않았고 그녀가 외도해서 낳은 사생아라는 얘기도 일절 하지 않았다.유영은 학교 때 등록한 가족 증명 서류까지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만약 한지음 씨가 진짜 대표님의 이복동생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아니요. 저에게는 동생이 없어요.”유영은 상처 입은 얼굴을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이 대표님!”“이 질문은 그만해 주시면 안 될까요?”유영은 이 주제를 더 이상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가 과거에 바람을 피우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했다. 그럴수록 한지음에 대한 증오만 커져갔다.“그럼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죠.”기자들은 그녀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그녀를 압박하지 않았다.“외부 소문에 의하면 한지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7화

기자회견이 끝나고 유영은 피곤한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 순간 손목에서 압박감이 느껴지더니 누군가가 그녀를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풍기고 고개를 들자 환하게 웃고 있는 박연준이 보였다.“나한테 바라는 것이 있다고요?”“동교 신도시 개발 사업, 그거 돈 엄청 되는 사업이잖아요. 당연히 그걸 얘기한 거죠.”유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자가 그녀의 턱을 잡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유영은 그의 눈에서 열망을 보았다.그녀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이거 좀 놓고 얘기해요.”“나를 이용해서 강이한을 자극하기 위한 대답이었나요?””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한 사람은 대표님이시잖아요.”박연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안 봤는데 이제 보니 여우였네요.”“미안해요. 아까는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제가 좀 경솔했어요.”기자의 질문에 대답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던 게 그녀의 실수였다.“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생각났다는 거잖아요.”박연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회귀하기 전에는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는 강이한을 떠나면 살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한편, 강이한은 회사에서 기자회견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박연준 얘기를 하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보자 주변 공기마저 차가워졌다.사무실을 방문한 이시욱은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을 보고 흠칫하며 그에게 다가갔다.“대표님.”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강이한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리고 탁 하고 소리 나게 라이터를 책상에 던지자 라이터가 두 동강이 났다. 남자는 길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뒤에 말했다.“아무런 실수가 없었다는 거지?”이시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발신 위치는 분명히 홍문동이었습니다.”홍문동은 그와 유영이 과거에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한숨이 나왔다.그는 짜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8화

“주문 상황은요?”유영이 걱정하는 건 회사가 그녀의 일로 영향을 받지 않을까였다.지현우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그 말을 듣고 유영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탈 가든은 그만큼 고객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었다.“사건은 조사해 봤나요?”“기사를 발표한 계정이요?”“네.”“누구인가요?”유영의 질문에 지현우가 답했다.“게스트 계정이었는데 실명 인증을 하지 않고 휴대폰으로만 등록되어 있었습니다.”“누구 번호죠?”“그 번호의 주인은 강서희입니다.”유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강서희, 또 너야?’“그럼 신고하죠?”전에는 단지 플랫폼에서 신고만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상대가 강서희라면 말이 달라진다. 지현우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지현우가 나간 뒤, 유영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기사를 보고 놀라서 전화를 걸어온 소은지였다.“그래, 은지야.”유영의 피곤한 목소리에 소은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너는 괜찮아?”소은지는 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면 모든 고난이 끝날 줄 알았다.그런데 다 끝난 마당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말하자면 길어. 난 괜찮아.”“정말 괜찮은 거 맞지?”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소은지는 더 조바심이 났다.“응. 괜찮아. 바쁘니까 이만 끊을게.”“강이한은 뭐래?”전화를 끊기 전에 소은지가 물었다.“여전히 안 믿지 뭐.”잠시 정적이 흐르고 소은지가 말했다.“그 미친년 정말 대단한 일을 벌였네!”“그만큼 조작된 증거가 많다는 거겠지.”유영이 말했다.전에 강이한이 그녀에게 휴대폰번호를 보여줄 때 그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그 조사 결과는 그녀에게 불리한 쪽으로 나왔다는 것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금 그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거야?”“그런 얘기 아니야.”강이한을 이해한다?그냥 한심할 뿐이고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이제 관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79화

그 시각 진영숙은 강서희와 함께 강주를 방문했다. 한지음은 며칠 전보다 더 야위어 있었고 얼굴색도 창백했다.하지만 진영숙은 더 이상 그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지 않았다. 전에 한지음에게 느꼈던 고마운 마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이 도착하자 간병인은 긴장한 얼굴로 차를 내왔다.한지음은 불안에 떠는 간병인의 기분을 느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리 좀 비켜주세요.”“네, 아가씨.”간병인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한지음을 힐끗 보고는 도망치듯이 주방으로 달려갔다.거실에 세 사람만 남게 되자 진영숙은 험악한 표정을 드러냈다.그녀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했니?”질문이라기보다는 확신이었다.진영숙은 처음에 한지음이 유영의 이복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건 절대 언론에 공개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영이 그만큼 한지음을 증오했기 때문이었다.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게 된 것도 한지음 때문인데 이 관계까지 언론에 드러나면 세강에도 타격이 컸다. 현재도 모두가 세강의 가정사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영숙이었기에 이번 일이 더욱 화가 났다.“아줌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사실 한지음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와 강서희는 한때는 동맹이었지만 기껏해야 강서희에게서 강이한의 동향을 듣는 일에 불과했다.강이한이 유영과 함께 있는 시간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 유영을 자극한 게 다였다.진영숙은 찻잔을 테이블에 탁 하고 내려놓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음, 한때는 네 상황이 가련해서 내가 많이 봐주려고 했어.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한지음에 대한 일말의 연민의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그만큼 실망이 컸다.강서희가 옆에서 진영숙을 말렸다.“엄마, 화 풀어. 어쩌면 뭔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잖아.”“오해는 무슨 오해!”오해라는 소리에 진영숙은 더 화가 났다.전에 유영과 강이한이 이혼한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제380화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알아들었으면 앞으로 얌전히 지내. 그러면 지금처럼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말을 마친 진영숙은 더 이상 얼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서희는 먼저 밖으로 나간 진영숙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지음을 보며 말했다.“엄마가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이유영이 요즘 나락 갔거든.”그 말이 한지음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그녀는 유영을 증오했고 유영의 괴로움이 그녀의 위로였다.“아직 부족해!”“배준석이 돌아왔어. 약혼녀가 납치당했다는 소식 듣고 너 수술하는 날 수술 포기하고 달려나간 주치의 말이야. 지금 모든 증거가 유영을 향하고 있어. 네가 뭘 해야 하는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강서희의 말에 한지음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유영이 뭘 하든 이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말을 마친 강서희도 서둘러 나가버렸다.홀로 남은 한지음은 멍하니 앉아 주변의 암흑을 피부로 느꼈다.이런 숨막히는 암흑을 체감할수록 유영이 더 증오스러울 뿐이었다.간병인이 주방에서 나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모님도 참… 어떻게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할 수가 있죠?”간병인은 한지음을 착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전에는 앞을 못 보는 장님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점차 한지음의 힘든 처지를 공감하게 되었다.그래서 간병인들은 진심으로 한지음을 따랐다.한지음은 간병인의 손등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재벌가 사람들은 출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죠.”“가장 중요한 건 인품 아닌가요? 그 언니라는 사람은….”“그만해요!”한지음은 싸늘한 목소리로 간병인의 말을 끊었다.유영을 감싸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그냥 유영을 언니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유영이 그녀를 거부하는 것 만큼 그녀 역시 유영이 증오스러웠다.어릴 때 겪은 모든 고난을 생각하면 유영의 사지를 찢어 죽여도 부족했다.분명 같은 아버지를 가졌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Read more
PREV
1
...
3637383940
...
99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