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상황은요?”유영이 걱정하는 건 회사가 그녀의 일로 영향을 받지 않을까였다.지현우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그 말을 듣고 유영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탈 가든은 그만큼 고객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었다.“사건은 조사해 봤나요?”“기사를 발표한 계정이요?”“네.”“누구인가요?”유영의 질문에 지현우가 답했다.“게스트 계정이었는데 실명 인증을 하지 않고 휴대폰으로만 등록되어 있었습니다.”“누구 번호죠?”“그 번호의 주인은 강서희입니다.”유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강서희, 또 너야?’“그럼 신고하죠?”전에는 단지 플랫폼에서 신고만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상대가 강서희라면 말이 달라진다. 지현우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지현우가 나간 뒤, 유영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기사를 보고 놀라서 전화를 걸어온 소은지였다.“그래, 은지야.”유영의 피곤한 목소리에 소은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너는 괜찮아?”소은지는 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면 모든 고난이 끝날 줄 알았다.그런데 다 끝난 마당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말하자면 길어. 난 괜찮아.”“정말 괜찮은 거 맞지?”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소은지는 더 조바심이 났다.“응. 괜찮아. 바쁘니까 이만 끊을게.”“강이한은 뭐래?”전화를 끊기 전에 소은지가 물었다.“여전히 안 믿지 뭐.”잠시 정적이 흐르고 소은지가 말했다.“그 미친년 정말 대단한 일을 벌였네!”“그만큼 조작된 증거가 많다는 거겠지.”유영이 말했다.전에 강이한이 그녀에게 휴대폰번호를 보여줄 때 그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그 조사 결과는 그녀에게 불리한 쪽으로 나왔다는 것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금 그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거야?”“그런 얘기 아니야.”강이한을 이해한다?그냥 한심할 뿐이고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이제 관심
그 시각 진영숙은 강서희와 함께 강주를 방문했다. 한지음은 며칠 전보다 더 야위어 있었고 얼굴색도 창백했다.하지만 진영숙은 더 이상 그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지 않았다. 전에 한지음에게 느꼈던 고마운 마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이 도착하자 간병인은 긴장한 얼굴로 차를 내왔다.한지음은 불안에 떠는 간병인의 기분을 느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리 좀 비켜주세요.”“네, 아가씨.”간병인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한지음을 힐끗 보고는 도망치듯이 주방으로 달려갔다.거실에 세 사람만 남게 되자 진영숙은 험악한 표정을 드러냈다.그녀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했니?”질문이라기보다는 확신이었다.진영숙은 처음에 한지음이 유영의 이복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건 절대 언론에 공개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영이 그만큼 한지음을 증오했기 때문이었다.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게 된 것도 한지음 때문인데 이 관계까지 언론에 드러나면 세강에도 타격이 컸다. 현재도 모두가 세강의 가정사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영숙이었기에 이번 일이 더욱 화가 났다.“아줌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사실 한지음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와 강서희는 한때는 동맹이었지만 기껏해야 강서희에게서 강이한의 동향을 듣는 일에 불과했다.강이한이 유영과 함께 있는 시간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 유영을 자극한 게 다였다.진영숙은 찻잔을 테이블에 탁 하고 내려놓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음, 한때는 네 상황이 가련해서 내가 많이 봐주려고 했어.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한지음에 대한 일말의 연민의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그만큼 실망이 컸다.강서희가 옆에서 진영숙을 말렸다.“엄마, 화 풀어. 어쩌면 뭔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잖아.”“오해는 무슨 오해!”오해라는 소리에 진영숙은 더 화가 났다.전에 유영과 강이한이 이혼한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알아들었으면 앞으로 얌전히 지내. 그러면 지금처럼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말을 마친 진영숙은 더 이상 얼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서희는 먼저 밖으로 나간 진영숙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지음을 보며 말했다.“엄마가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이유영이 요즘 나락 갔거든.”그 말이 한지음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그녀는 유영을 증오했고 유영의 괴로움이 그녀의 위로였다.“아직 부족해!”“배준석이 돌아왔어. 약혼녀가 납치당했다는 소식 듣고 너 수술하는 날 수술 포기하고 달려나간 주치의 말이야. 지금 모든 증거가 유영을 향하고 있어. 네가 뭘 해야 하는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강서희의 말에 한지음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유영이 뭘 하든 이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말을 마친 강서희도 서둘러 나가버렸다.홀로 남은 한지음은 멍하니 앉아 주변의 암흑을 피부로 느꼈다.이런 숨막히는 암흑을 체감할수록 유영이 더 증오스러울 뿐이었다.간병인이 주방에서 나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모님도 참… 어떻게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할 수가 있죠?”간병인은 한지음을 착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전에는 앞을 못 보는 장님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점차 한지음의 힘든 처지를 공감하게 되었다.그래서 간병인들은 진심으로 한지음을 따랐다.한지음은 간병인의 손등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재벌가 사람들은 출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죠.”“가장 중요한 건 인품 아닌가요? 그 언니라는 사람은….”“그만해요!”한지음은 싸늘한 목소리로 간병인의 말을 끊었다.유영을 감싸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그냥 유영을 언니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유영이 그녀를 거부하는 것 만큼 그녀 역시 유영이 증오스러웠다.어릴 때 겪은 모든 고난을 생각하면 유영의 사지를 찢어 죽여도 부족했다.분명 같은 아버지를 가졌는데
박연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난 유영 씨가 다른 얘기를 할 줄 알았어요.”유영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 믿어요.”걱정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박연준이 말했다.이번에 강이한은 절대 유영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모든 증거가 유영을 향하고 있었고 결국 강이한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두 사람 사이에 신뢰는 이미 완전히 무너졌기에 더욱 그랬다.유영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애꿎은 술만 들이켰다.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강이한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그의 손에 대체 얼마나 많은 로열 글로벌 관련 약점을 쥐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정 회장님도 대비를 해뒀을 거예요.”“그래야겠죠.”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해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와 10년을 함께 했기에 그가 무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를 붙잡아두기 위해 정국진을 공격한 일만 놓고 봐도 그랬다.이제 한지음이 실명한 원인이 유영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테니 그때보다 더 거센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유영 씨.”“네.”“출국하는 거에 대해 고민해 봤어요?”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박연준은 혼란스러운 이 도시에 계속 머물기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 거라고 판단했다.“그럼 동교 프로젝트는 어떡해요?”“기초를 잘 다졌으니 앞으로는 직원들에게 맡기면 돼요.”박연준이 말했다.그는 유영이 이곳을 떠났다가 일이 다 조용히 해결된 뒤에 돌아오기를 바랐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고민했다.머릿속에 핏발이 선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강이한이 떠오르자 결국 그녀는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곧 새해도 돌아오니 파리로 날아가서 외삼촌과 함께 명절을 같이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어차피 기사에서 어떻게 떠들어대든 무시하면 결국 지나갈 것이다.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수록 하이에나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정말 생각보다 더 뻔뻔한 인간이었네. 바깥이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여기서 데이트를 즐길 여유까지 있다니.”배준석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는 원래 항상 밝은 사람이었고 누구에게도 악담을 퍼부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유영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그녀의 목에 칼을 꽂고 싶었다.유영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배준석을 노려보았다.그녀가 뭐라고 하려는데 박연준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그의 그런 행위에 자극 받은 배준석이 차갑게 코웃음쳤다.“하, 역시 믿는 구석이 있는 여자는 다르네.”“배준석,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렇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안 그래?”“박연준, 저 여자는 이한이 형 전처야. 둘이 이렇게 붙어 다니는 거 집에서 알아?”배준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박연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유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가 뭐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배준석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예쁘면 뭐해. 그래 봐야 이혼녀잖아. 안 그래?”유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배준석 씨,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건 범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나한테 찾아와서 화풀이할 이유가 없다고요.”“무죄라. 이유영, 결국 정국진 믿고 그러는 거잖아? 모든 증거가 밝혀졌을 때도 그렇게 고고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유영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과 더 이상 실랑이를 벌여도 소용없었기에 박연준의 손을 잡아끌었다.배준석이 다가와서 그녀의 앞을 막았다.“그런 짓을 했으면 당당히 인정을 해야지. 욕 좀 했다고 벌써 화를 내는 거야?”“경찰에 신고했다면서요. 나한테 행패를 부려서 얻는 게 뭐죠? 정신 좀 차려요.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다고요.”유영도 차갑게 받아치며 루이스에게 눈짓했다.루이스가 앞으로 나섰다.유영은 박연준의 팔을 잡고 뒤돌아섰다. 배준석이 따라가려 했지만 루이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번에는 아가씨
그녀가 전에 분실한 카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지음 납치와 배준석 약혼녀의 납치 모두 그 카드로 출금한 내역이 있었다.강서희는 그녀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이다.다행히도 지현우가 카드의 행방을 알아냈다.“나한테 보내줘요.”“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유영은 서둘러 메일에 접속했다.박연준이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강서희와 관련된 단서를 잡은 것 같아요.”그녀는 핸드폰을 박연준에게 보여주었다.메일에는 납치범들에게 입금한 날짜와 강서희가 같은 날 은행에 출입한 시간이 쓰여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본가와 멀리 떨어진 은행으로 가서 입금했다.다행히 정국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집요하게 행방을 추적해서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강서희 본인도 아마 정국진의 사람들이 이 일을 추적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알았으면 사설 탐정이 아니라 정국진의 인력을 동원할걸, 유영은 후회했다.안타깝게도 그때는 외삼촌을 걱정시키기 싫어서 주저했던 것이 사건을 지체하는 원인이 되었다.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증거들을 신속히 공개하는 게 우선이었다.박연준에게서 핸드폰을 받은 그녀는 당장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휴대폰 화면에 기사 알람이 었다.‘천문학적 가격으로 판매되는 보석의 원가는 단돈 5천원?’너무 터무니없는 기사라 그녀는 무시하려고 했다.하지만 기사의 제목에 커다랗게 뜬 크리스탈 가든이라는 문구가 그녀의 이목을 끓었다.기사를 확인하자마자 지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당장 회사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지현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기사가 크리스탈 가든을 저격한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었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곧 갈게요.”전화를 끊자 현기증이 몰려왔다.박연준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유영은 착잡한 시선으로 박연준을 바라
굳이 누가 얘기해 주지 않아도 강이한과 관련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그게….”이번에 그녀는 더 이상 지난 번처럼 일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일이 이 지경까지 진행되었는데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았다.그녀의 설명을 들은 정국진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너 미친 짓인 건 알고 이러는 거야?”“외삼촌….”“당장 다 내려놓고 파리로 돌아와!”“하지만 회사는….”“내가 사람 보내서 처리할게!”정국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같은 남자로서 강이한이 미친 사람처럼 유영을 물어뜯기 시작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그래서 화가 나고 자존심도 상할 테지만 정국진은 일단 이유영부터 빼돌리기로 했다.그와 강이한 사이에 쌓인 원한은 나중에 천천히 갚아도 늦지 않았다.“그럼 지금 회사로 갈까요?”“손에 맡은 업무 인수인계 작업만 마무리하고 내일 아침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들어와.”“알겠어요.”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혼란스러웠지만 이럴수록 외삼촌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차는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려는데 손목에서 강력한 힘이 그녀를 잡았다.고개를 돌리자 박연준이 진지하면서도 자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일 있나요?”그가 뭐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유영을 힐끗 보고는 식지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가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상대가 뭐라고 했는지 박연준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그녀를 잡고 있던 손도 어느새 힘을 뺀 상태였다.박연준이 말했다.“알겠어, 지금 갈게.”전화를 끊은 그는 유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등 뒤에서도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돋고 있었다.가장 두려운 건 모든 일이 같이 터지는 것이었다.그렇다는 건 상대가 이 날을 위해 수많은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말이기도 했다.“동교 쪽에 문제가 좀 생겨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무슨 일인데 그래요?”유영은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막혀왔다.박연준이 말했다
회사를 나온 유영은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강이한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루이스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뒤따라왔다.걸음을 멈춘 유영이 말했다.“따라오지 마세요.”“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아가씨의 신변 안전을 위해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루이스가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유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강이한은 그녀에 대한 모든 증오를 크리스탈 가든에 쏟아 붓고 있었다. 현재는 오밤중에 감찰 기관까지 동원한 상황.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 역시 쉽게 출국할 후 없을지도 모른다.계속해서 그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강이한은 받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차에 올라 루이스에게 말했다.“홍문동으로 가요.”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홍문동을 향해 차를 몰았다.사실 강이한이 홍문동에 꼭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었다.다행히도 홍문동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그녀를 맞아주었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집사의 눈빛에서 강이한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유영 씨.”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집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유영은 집사를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대표님 께서 유영 씨는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유영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이제 방문마저 금지했다는 말인가!유영은 루이스에게 눈짓했다. 눈짓을 알아들은 루이스가 달려와서 집사를 밀어내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그들을 에워쌌다.하지만 루이스의 도움으로 유영은 그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집사가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럴수록 대표님의 화만 자극할 뿐이에요!”하지만 유영은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이번 사건은 지난 번보다 더 심각했다.강이한은 손에 확실한 근거가 있지 않은 이상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안으로 들어가자 강이한이 음침한 표정을 하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