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강이한의 본가.강서희는 자신의 방에서 핸드폰으로 기사를 읽으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진영숙이 화를 못 이겨 행패를 부리는 소리였다.강서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방을 나섰다. 진영숙이 아래층에서 통화하고 있었다.“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그쪽에서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나 진영숙의 얼굴이 분노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둘이 잘 지낸다고 했잖아! 이게 다 무슨 일이니? 또 한지음 쪽에 문제가 생긴 거니?”진영숙은 강이한과 통화하고 있었다.예전에 진영숙은 유영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쁠 정도로 싫었다.하지만 그녀의 배후에 로열 글로벌이 버티고 있다는 것과 정국진 회장이 그녀를 후계자로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유영을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강이한에게 빨리 유영과 화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그런데 유영이 마음 속의 응어리를 내려놓기도 전에 강이한이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쾅!강이한이 또 뭐라고 했는지 그녀는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본가의 고용인들은 경직된 자세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강서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진영숙에게 다가갔다.“엄마,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야?”겉으로는 진영숙을 관심하는 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거만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던 유영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상황이 너무 즐거웠다.진영숙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나랑 어디 나갔다 오자.”“어딜 가려고?”“강주!”진영숙이 짜증스럽게 말했다.강서희는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음은 줄곧 강이한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고 했지만, 진영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 강이한이 그렇게 한지음을 감싸고 돌았으니 마음이 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진영숙은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강이한과 유영의 사이가 이 정도로 틀어졌으니 골머리가 아팠다. 진영숙도 바보는 아니
박연준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 올랐다.“정말 그럴 것까지는 없어요.”“강이한이 화난 모습 보고 싶지 않아요?”“네?”유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기분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일에 박 대표님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아요.”남자를 이용해서 강이한을 자극하는 일? 그런 비겁한 짓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박연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용이 아니에요.”결국 유영은 떨떠름한 얼굴로 박연준과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기자는 모두 조민정이 부른 사람들이었고 정국진의 영향력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래서 너무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이유영 대표님, 밖에서 사람들이 대표님을 아주 악랄한 사람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남편과 이혼했을 때부터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복동생의 수술까지 방해하여 완전히 실망하게 만들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 이유영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동생이 있는 것도 몰랐어요. 아버지의 유일한 자식은 저예요.”“정말 그런가요?”“네. 여기 호적등본을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유영은 가족등기부를 꺼내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대답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단 한 마디도 한지음을 비난하지 않았고 그녀가 외도해서 낳은 사생아라는 얘기도 일절 하지 않았다.유영은 학교 때 등록한 가족 증명 서류까지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만약 한지음 씨가 진짜 대표님의 이복동생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아니요. 저에게는 동생이 없어요.”유영은 상처 입은 얼굴을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이 대표님!”“이 질문은 그만해 주시면 안 될까요?”유영은 이 주제를 더 이상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가 과거에 바람을 피우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했다. 그럴수록 한지음에 대한 증오만 커져갔다.“그럼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죠.”기자들은 그녀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그녀를 압박하지 않았다.“외부 소문에 의하면 한지음
기자회견이 끝나고 유영은 피곤한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 순간 손목에서 압박감이 느껴지더니 누군가가 그녀를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풍기고 고개를 들자 환하게 웃고 있는 박연준이 보였다.“나한테 바라는 것이 있다고요?”“동교 신도시 개발 사업, 그거 돈 엄청 되는 사업이잖아요. 당연히 그걸 얘기한 거죠.”유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자가 그녀의 턱을 잡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유영은 그의 눈에서 열망을 보았다.그녀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이거 좀 놓고 얘기해요.”“나를 이용해서 강이한을 자극하기 위한 대답이었나요?””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한 사람은 대표님이시잖아요.”박연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안 봤는데 이제 보니 여우였네요.”“미안해요. 아까는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제가 좀 경솔했어요.”기자의 질문에 대답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던 게 그녀의 실수였다.“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생각났다는 거잖아요.”박연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회귀하기 전에는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는 강이한을 떠나면 살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한편, 강이한은 회사에서 기자회견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박연준 얘기를 하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보자 주변 공기마저 차가워졌다.사무실을 방문한 이시욱은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을 보고 흠칫하며 그에게 다가갔다.“대표님.”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강이한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리고 탁 하고 소리 나게 라이터를 책상에 던지자 라이터가 두 동강이 났다. 남자는 길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뒤에 말했다.“아무런 실수가 없었다는 거지?”이시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발신 위치는 분명히 홍문동이었습니다.”홍문동은 그와 유영이 과거에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한숨이 나왔다.그는 짜증
“주문 상황은요?”유영이 걱정하는 건 회사가 그녀의 일로 영향을 받지 않을까였다.지현우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그 말을 듣고 유영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탈 가든은 그만큼 고객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었다.“사건은 조사해 봤나요?”“기사를 발표한 계정이요?”“네.”“누구인가요?”유영의 질문에 지현우가 답했다.“게스트 계정이었는데 실명 인증을 하지 않고 휴대폰으로만 등록되어 있었습니다.”“누구 번호죠?”“그 번호의 주인은 강서희입니다.”유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강서희, 또 너야?’“그럼 신고하죠?”전에는 단지 플랫폼에서 신고만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상대가 강서희라면 말이 달라진다. 지현우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지현우가 나간 뒤, 유영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기사를 보고 놀라서 전화를 걸어온 소은지였다.“그래, 은지야.”유영의 피곤한 목소리에 소은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너는 괜찮아?”소은지는 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면 모든 고난이 끝날 줄 알았다.그런데 다 끝난 마당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말하자면 길어. 난 괜찮아.”“정말 괜찮은 거 맞지?”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소은지는 더 조바심이 났다.“응. 괜찮아. 바쁘니까 이만 끊을게.”“강이한은 뭐래?”전화를 끊기 전에 소은지가 물었다.“여전히 안 믿지 뭐.”잠시 정적이 흐르고 소은지가 말했다.“그 미친년 정말 대단한 일을 벌였네!”“그만큼 조작된 증거가 많다는 거겠지.”유영이 말했다.전에 강이한이 그녀에게 휴대폰번호를 보여줄 때 그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그 조사 결과는 그녀에게 불리한 쪽으로 나왔다는 것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금 그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거야?”“그런 얘기 아니야.”강이한을 이해한다?그냥 한심할 뿐이고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이제 관심
그 시각 진영숙은 강서희와 함께 강주를 방문했다. 한지음은 며칠 전보다 더 야위어 있었고 얼굴색도 창백했다.하지만 진영숙은 더 이상 그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지 않았다. 전에 한지음에게 느꼈던 고마운 마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이 도착하자 간병인은 긴장한 얼굴로 차를 내왔다.한지음은 불안에 떠는 간병인의 기분을 느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리 좀 비켜주세요.”“네, 아가씨.”간병인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한지음을 힐끗 보고는 도망치듯이 주방으로 달려갔다.거실에 세 사람만 남게 되자 진영숙은 험악한 표정을 드러냈다.그녀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했니?”질문이라기보다는 확신이었다.진영숙은 처음에 한지음이 유영의 이복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건 절대 언론에 공개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영이 그만큼 한지음을 증오했기 때문이었다.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하게 된 것도 한지음 때문인데 이 관계까지 언론에 드러나면 세강에도 타격이 컸다. 현재도 모두가 세강의 가정사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영숙이었기에 이번 일이 더욱 화가 났다.“아줌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사실 한지음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와 강서희는 한때는 동맹이었지만 기껏해야 강서희에게서 강이한의 동향을 듣는 일에 불과했다.강이한이 유영과 함께 있는 시간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 유영을 자극한 게 다였다.진영숙은 찻잔을 테이블에 탁 하고 내려놓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음, 한때는 네 상황이 가련해서 내가 많이 봐주려고 했어.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한지음에 대한 일말의 연민의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그만큼 실망이 컸다.강서희가 옆에서 진영숙을 말렸다.“엄마, 화 풀어. 어쩌면 뭔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잖아.”“오해는 무슨 오해!”오해라는 소리에 진영숙은 더 화가 났다.전에 유영과 강이한이 이혼한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알아들었으면 앞으로 얌전히 지내. 그러면 지금처럼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말을 마친 진영숙은 더 이상 얼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서희는 먼저 밖으로 나간 진영숙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지음을 보며 말했다.“엄마가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이유영이 요즘 나락 갔거든.”그 말이 한지음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그녀는 유영을 증오했고 유영의 괴로움이 그녀의 위로였다.“아직 부족해!”“배준석이 돌아왔어. 약혼녀가 납치당했다는 소식 듣고 너 수술하는 날 수술 포기하고 달려나간 주치의 말이야. 지금 모든 증거가 유영을 향하고 있어. 네가 뭘 해야 하는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강서희의 말에 한지음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유영이 뭘 하든 이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말을 마친 강서희도 서둘러 나가버렸다.홀로 남은 한지음은 멍하니 앉아 주변의 암흑을 피부로 느꼈다.이런 숨막히는 암흑을 체감할수록 유영이 더 증오스러울 뿐이었다.간병인이 주방에서 나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모님도 참… 어떻게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할 수가 있죠?”간병인은 한지음을 착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전에는 앞을 못 보는 장님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점차 한지음의 힘든 처지를 공감하게 되었다.그래서 간병인들은 진심으로 한지음을 따랐다.한지음은 간병인의 손등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재벌가 사람들은 출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죠.”“가장 중요한 건 인품 아닌가요? 그 언니라는 사람은….”“그만해요!”한지음은 싸늘한 목소리로 간병인의 말을 끊었다.유영을 감싸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그냥 유영을 언니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유영이 그녀를 거부하는 것 만큼 그녀 역시 유영이 증오스러웠다.어릴 때 겪은 모든 고난을 생각하면 유영의 사지를 찢어 죽여도 부족했다.분명 같은 아버지를 가졌는데
박연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난 유영 씨가 다른 얘기를 할 줄 알았어요.”유영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 믿어요.”걱정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박연준이 말했다.이번에 강이한은 절대 유영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모든 증거가 유영을 향하고 있었고 결국 강이한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두 사람 사이에 신뢰는 이미 완전히 무너졌기에 더욱 그랬다.유영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애꿎은 술만 들이켰다.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강이한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그의 손에 대체 얼마나 많은 로열 글로벌 관련 약점을 쥐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정 회장님도 대비를 해뒀을 거예요.”“그래야겠죠.”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해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와 10년을 함께 했기에 그가 무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를 붙잡아두기 위해 정국진을 공격한 일만 놓고 봐도 그랬다.이제 한지음이 실명한 원인이 유영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테니 그때보다 더 거센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유영 씨.”“네.”“출국하는 거에 대해 고민해 봤어요?”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박연준은 혼란스러운 이 도시에 계속 머물기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 거라고 판단했다.“그럼 동교 프로젝트는 어떡해요?”“기초를 잘 다졌으니 앞으로는 직원들에게 맡기면 돼요.”박연준이 말했다.그는 유영이 이곳을 떠났다가 일이 다 조용히 해결된 뒤에 돌아오기를 바랐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고민했다.머릿속에 핏발이 선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강이한이 떠오르자 결국 그녀는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곧 새해도 돌아오니 파리로 날아가서 외삼촌과 함께 명절을 같이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어차피 기사에서 어떻게 떠들어대든 무시하면 결국 지나갈 것이다.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수록 하이에나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정말 생각보다 더 뻔뻔한 인간이었네. 바깥이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여기서 데이트를 즐길 여유까지 있다니.”배준석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는 원래 항상 밝은 사람이었고 누구에게도 악담을 퍼부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유영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그녀의 목에 칼을 꽂고 싶었다.유영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배준석을 노려보았다.그녀가 뭐라고 하려는데 박연준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그의 그런 행위에 자극 받은 배준석이 차갑게 코웃음쳤다.“하, 역시 믿는 구석이 있는 여자는 다르네.”“배준석,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렇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안 그래?”“박연준, 저 여자는 이한이 형 전처야. 둘이 이렇게 붙어 다니는 거 집에서 알아?”배준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박연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유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가 뭐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배준석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예쁘면 뭐해. 그래 봐야 이혼녀잖아. 안 그래?”유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배준석 씨,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건 범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나한테 찾아와서 화풀이할 이유가 없다고요.”“무죄라. 이유영, 결국 정국진 믿고 그러는 거잖아? 모든 증거가 밝혀졌을 때도 그렇게 고고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유영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과 더 이상 실랑이를 벌여도 소용없었기에 박연준의 손을 잡아끌었다.배준석이 다가와서 그녀의 앞을 막았다.“그런 짓을 했으면 당당히 인정을 해야지. 욕 좀 했다고 벌써 화를 내는 거야?”“경찰에 신고했다면서요. 나한테 행패를 부려서 얻는 게 뭐죠? 정신 좀 차려요.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다고요.”유영도 차갑게 받아치며 루이스에게 눈짓했다.루이스가 앞으로 나섰다.유영은 박연준의 팔을 잡고 뒤돌아섰다. 배준석이 따라가려 했지만 루이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번에는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