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571 - Chapter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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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양훈은 핸드폰을 들고 나상준에게 톡을 보냈다.톡을 보낸 뒤 그는 앞을 바라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옆에 물건들을 내려놓은 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는 여기서부터 달래 길까지 얼마 걸리는지 확인하고는 수첩을 꺼내 택시 기사가 알려준 곳을 핸드폰으로 검색했다.차우미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기에 차 안은 조용했다. 차우미가 수첩을 넘기는 소리와 볼펜을 들고 수첩에 기재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풍경들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밖에는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일을 마친 나상준이 회사를 나온 시간은 다섯 시 반이었다.그는 차를 타고 하종원과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절반쯤 갔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며 카톡이 한 통 날라왔다.핸드폰을 꺼내 톡을 보낸 사람을 확인한 그는 핸드폰 잠금을 열고 톡을 확인했다.[상준아, 애단로 소 씨 회성 특산물 가게 앞에서 형수를 만났어. 지금 형수가 달래 길에 있는 월현에 가서 특산물을 산다고 하기에 데려다주는 길이야.]양훈은 모든 것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나상준은 눈을 깜빡이며 기사에게 말했다. “달래길 월현으로 가.”목적지가 갑자기 변경되자 기사는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나상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답장을 보냈다.“네, 대표님.”운전기사는 시선을 거두고 앞에 있는 표지판을 보며 방향 지시등을 켜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마이바흐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던 양훈의 핸드폰이 윙 하고 울리며 톡이 날라왔다.양훈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응.]한 글자였지만 그 한 글자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나상준이 올 것이다.톡을 확인한 양훈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양훈의 분위기에 차 안도 겨울처럼 차가웠다.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뒷좌석에 누군가 앉아 있어서인지 아니면 가끔 들려오는 소리 때문인지 차 안의 차가움이 조금은 옅어진 것 같았다.차우미는 양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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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하선주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화면에 이 이름이 뜨며 카톡 화면이 통화 화면으로 바뀌었다. 차우미의 연락처에는 모든 사람이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호칭은 없었다. 하선주에게 걸려온 전화를 본 차우미의 눈빛이 따뜻하게 변했다.가족은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외국 사람들처럼 사랑이나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일은 차우미의 집안엔 없었다.집안 어르신들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차우미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고 차우미도 그들이 전화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차우미는 청주로 시집온 지 3년이 되었지만 가족과는 명절 때 외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독립적인 사람이었기에 멀리 시집을 와도 잘 지낼 수 있었다. 차우미는 가족에게 무언가를 사서 보내거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만 전화를 했다. 그녀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차우미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그리워한다는 말을 하거나 몸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딸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를 매우 신뢰했다. 지금 하선주에게서 걸려온 이 전화는 차우미가 회성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온 것이었다. 차우미는 그동안 집에 전화를 걸지 않았다. 부모님이 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선주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본 차우미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족은 항상 특별하다. 단 한 통의 전화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이 전화는 차우미에게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언제든지 의지할 수 지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차우미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부드러운 목소리가 차 안의 냉기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양훈의 눈빛이 흔들리자 그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차가움도 따라서 흔들렸다.“우미야, 저녁은 먹었니?”전화기 너머로 하선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활기차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먹었지. 엄마랑 아빠는 드셨어요?”“방금 먹었어. 네 아빠는 설거지하고 계셔.”엄마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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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차우미의 엄마는 종종 젊었을 때의 감정과 결혼 생활, 그리고 삶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곤 했다. 덕분에 차우미는 많은 것을 일찍 깨달을 수 있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종종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차우미는 부모님에게 매우 감사해했다. 그들이 그녀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차우미는 평온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원래는 네가 돌아오면 말하려고 했는데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지금 미리 말할게.”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하선주의 목소리에 차우미는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큰일은 아니고 지유가 갑자기 남자친구를 데려오더니 결혼한다고 하네. 결혼 날짜도 잡혔어. 다음 달 중순이야.”“오늘 지유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우리에게 말하면서 청첩장과 기념 사탕도 가지고 왔지 뭐야.”하선주는 차탁 위의 청첩장을 들고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며 말했다. “다음 달 음력 26일에 안평 하르텔 호텔에서 결혼식 올려.”차우미는 마음이 설레며 머릿속에 흐릿하게 얼굴이 떠올랐다.지유 언니는 큰외삼촌의 딸로 외조부모 쪽에서는 집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차우미보다도 몇 살 더 많았기에 지금은 아마 서른이 넘었을 것이다.차우미의 기억 속에서 지유 언니는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 후에는 유학을 떠났었다. 차우미가 결혼할 때쯤 지유는 이미 몇 년째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유가 너무 바빴기 때문에 차우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었다.지유에 대한 차우미의 기억을 고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차우미가 대학 입학시험을 마치고 외조부를 보러 갔을 때 지유도 마침 돌아왔었다. 그때 지유는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다.1년 내내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던 지유가 우연히 돌아온 그때의 만남을 끝으로 거의 만나지 못했다.대학에 입학한 차우미가 명절 때 큰외삼촌의 집에 가면 큰외숙모가 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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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형부는 외국 사람이야, 아니면 국내 사람이야?”차우미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만약 지유 언니가 정말로 외국인을 만난다면 큰이모는 아마도 기절할 것이다.차우미의 질문에 하선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국내 사람이야. 너의 지유 언니처럼 해외에 살고 있어. 그런데 그 사람은 너의 지유 언니보다 몇 살 더 어려.”“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 ‘몇 살 더 어리다니?’하선주는 딸의 놀란 목소리를 들으며 더욱 즐거워했다. “그 사람은 아마 너와 나이와 비슷할 거야. 아마 너보다 조금 더 많을 거야. 얼굴도 못생기지 않았어.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단정해. 너의 지유 언니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도 성격 활발하고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아. 밝고 명랑해. 엄마가 보기에 그 사람은 너의 지유 언니를 아주 많이 아끼는 것 같아. 늘 너의 지유 언니를 웃게 만들더라.”엄마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을 지었다.결혼에서 어떤 사람은 사랑을 원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함을 원하며 또 어떤 사람은 행복을 원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단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결혼을 하기도 한다.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유 언니가 선택한 이 사람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다음 달엔 아마 안평으로 돌아갈 것 같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유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 거야.”지금은 다음 달 중순까지 아직 반 달 넘게 남아있으니 차우미는 그동안 안평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하하, 오늘 지유 언니도 너에 대해 이야기했어. 네가 결혼할 때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번에는 꼭 제대로 사과할 거야.”차우미가 이혼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하선주가 기뻐하며 말했다. 하선주는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우미야, 엄마가...”하선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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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응. 그럴게.”차우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엄마, 나 할 말 있어.”막 전화를 끊으려던 하선주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바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엄마가 듣고 있으니 말해.”하선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차우미의 말을 기다렸다.차우미는 눈을 깜빡이며 앞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힐끗 바라봤다.차에 타고 난 뒤로 양훈은 그녀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원래 잘 알지 못했고 양훈은 활발하고 활동적인 성격의 하성우와는 다르게 말을 잘 하지 않았다.양훈은 미동도 없이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차우미는 시선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 나한테 발생한 일을 삼촌네 가족들에게도 알려야 할 것 같은데.”“지유 언니가 결혼할 때까지 다들 모르고 있다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야.”전에 말하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말해야 했다.나중에 계속 오해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지금 회성에 있는 하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와 나상준이 이미 이혼한 사실을 모르기에 사람들을 만나면 매우 불편했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하선주가 자책하며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지유가 우리에게 청첩장을 줄 때 아버지와 내가 기회를 봐서 모두에게 이야기할지 논의했었어.”“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중에...”하선주는 말을 멈췄다. 차우미는 어머니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차우미의 이혼 사실이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분명했기에 부모님은 차우미가 혹시라도 상처받진 않을까 걱정했다.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상처였다.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자책하는 말을 듣고 있던 차우미가 다정하게 말했다. “엄마, 괜찮아.”“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야. 난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야. 과거에 머물러 살 수는 없잖아.”“그러니까 걱정하지마.”차우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하선주는 눈물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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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멈칫하던 차우미가 고개를 들었다.차는 도로변 주차 구역에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창문 밖을 보니 밤하늘 아래 월현이라는 간판이 한눈에 보였다.정말 일찍 도착했다.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에 앉아 있는 양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양훈 씨, 고마워.”말을 마친 그녀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었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양훈이 입을 열었다.“고맙긴.”양훈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가 앉아 있는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이때 마이바흐 앞쪽으로 벤츠 한 대가 다가와 멈춰 섰다.양훈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벤츠 뒷좌석 문이 열리며 셔츠와 정장을 입고 있는 차분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양훈은 차 문에서 손을 떼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온 것을 알 리 없었던 차우미는 양훈을 바라볼 새도 없이 상자들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차우미는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자신 앞에 서 있는 양훈을 보며 입을 열었다.“양훈 씨, 고마워. 이젠 가봐도 돼.”양훈이 차우미 앞에 서 있었기에 차우미는 다가오는 나상준을 보지 못했다. 양훈은 나상준과 비슷한 키로 차우미보다 훨씬 컸다.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양훈은 몸을 돌려 “응.” 이라고 대답했다.양훈은 차우미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뒷좌석에 앉았고 마이바흐는 이내 출발했다.향훈이 차에 타자 차우미는 그제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했다.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밤하늘 아래,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그 사람은 낮에 봤던 모습처럼 멋있었다.“상준 씨가... 여기엔 어떻게 왔어?”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차우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나상준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 그와 그녀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반걸음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가로등 아래, 뽀얀 그녀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오늘 점심에 갔던 작음 음식점에서처럼 말이다.그녀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는 듯했다.나상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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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양훈이 떠났으니 그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나상준은 손에 있던 상자들을 모두 운전 기사에게 넘겨줬다. 차우미의 말을 들은 그는 몸을 돌려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아직 더 살게 남았어?”대답 대신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표현했다.그는 일을 하러 가지 않고 그녀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가려 했다.나상준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 너무 의외였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진지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살 게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상준 씨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상준은 월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차우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월현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며 잠시 멍해 있었다.나상준은 몇 걸음 걷다가 그녀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느끼고 멈춰서서 말했다. “안 사?”달빛 아래, 그의 눈은 깊고 어두웠다. 가로등 빛이 그의 눈은 비출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까지는 비추지 못했다.차우미는 그가 진심으로 자신과 함께 사러 가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차우미는 여전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나상준의 눈빛을 보고는 더 이상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잠시 멈춰 서 있던 차우미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야지.”오늘 어렵게 시간을 내어 나왔기에 계획을 바꿀 수 없었다. 그녀는 사려고 했던 것을 모두 사야 했기에 나상준의 등장으로 인해 계획을 바꿀 수 없었다.두 사람은 월현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줄을 설 필요는 없었다. 차우미와 나상준이 도착했을 때 앞 사람들은 이미 물건을 구매한 상태였다.차우미는 자신이 필요한 것과 선물용이라는 것을 말했다. 그녀는 곧바로 물건과 개수를 확인한 뒤 지갑을 꺼내 계산하려고 했다.차우미가 지갑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얼마예요?”“잠시만요, 계산해 드릴게요.”“네.”사장님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었다. “선물 포장도 같이하실 거죠?”“네, 맞아요.”“네, 총 1274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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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보통 이런 상황에서 차우미처럼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해를 해주곤 했다. 이 선물은 일반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었다.그리고 전 남편이 전 아내를 위해 돈을 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았다. 부부가 이혼한 후에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맞았지만 나상준은 일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는 원래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생각하는 방식도 일반 사람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차우미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특산물 구매 비용을 대신 내겠다는 그의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차라리 구매를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오는 한이 있더라도 나상준이 돈을 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다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에게 줄 거냐고 물을 줄 몰랐다.갑작스러운 질문 탓인지 아니면 날카로운 나상준의 눈빛 때문인지 차우미는 가슴이 조여왔다.입술을 깨물던 차우미가 나상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거야.”그렇다. 가족과 친구였다.선배는 그녀의 친구였고 집안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다. 이미 이혼한 전 남편이 비용을 대신 내는 것은 맞지 않았다. 한참 생각하던 차우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상준 씨, 우린 이미 이혼했어.”가게 주인은 카운터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원래 나상준이 돈을 건넸을 때 받으려 했었다. 물건을 사고 돈을 지급하는 건 남자의 일이지 여자의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그러나 차우미의 말을 들은 가게 주인은 돈을 받지 않았다. 돈을 받으려던 순간 들려온 단호한 차우미의 목소리에 주인은 놀랐다.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커플처럼 보였다. 그들이 전남편과 전 아내의 관계라니 정말 의외였다.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보던 주인은 나상준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진 것을 보고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이 청년은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네.’차우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주위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차우미도 달라졌음을 느꼈다. 마치 경찰서에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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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나상준은 돈을 지갑에 넣은 뒤 포장된 물건들을 들었다. 이 물건들은 모두 특별한 선물 상자로 포장되어 있었다. 차우미는 그가 상자들을 드는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자들이 모두 포장된 후 차우미가 몇 개를 들려고 하자 나상준이 모든 상자를 다 들어버렸다. 심지어 그는 차우미를 보지도 않고 선물 상자를 들고 가게를 나갔다.차우미는 그의 양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며 잠시 멍해졌다. 나상준은 예전에도 집에 올 때마다 항상 선물을 들고 오곤 했지만 당시에는 그들과의 관계가 그리 친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감동받지 않았다. 그저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낯선 도시에 있는 그가 여러 선물 상자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에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그들은 예전처럼 낯설고 거리감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이제 그는 더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가 더 이상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일 외에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가게 주인은 카운터에서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가게 주인은 앞서가는 큰 키의 한 남자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네. 지금 다시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 중인 거 보니.’다 같은 남자인데 가게 주인이 나상준의 마음을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신경을 쓰면 항상 그녀 곁에 있으려고 한다는 것을 가게 주인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아마도 다시 결혼하게 될 것 같았다. 가게 주인은 멀찍이 걸어가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선물 상자를 모두 운전사에게 주었고 운전기사는 그것들을 트렁크에 넣었다. 모든 상자를 다 넣은 후 나상준은 뒷좌석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태우려 했다. 차우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랐다. 선물 상자들이 모두 그의 차에 실려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계획을 바꾸기 어려웠다. 지금 상황에서는 차에 타는 것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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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차우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상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확실히 오해하고 있었다. 차우미의 말은 그가 말하는 그런 뜻이 아니라 단지 그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지만 그의 귀에는 그녀의 말이 그런 뜻으로 들린 것이었다.차우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이미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긴장했다. 그녀는 나상준의 깊고 어두운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평소에도 깊었지만 지금 이 밤의 어둠 속에서는 더욱 깊고 어두웠다. 마치 달빛조차 비추지 않는 깊은 연못 같았다. 차우미는 긴장하며 입을 열었다.“상준 씨,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 나는 그냥...”차우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본 나상준이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 갈래?”운전기사는 차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 나상준의 지시를 기다리며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있던 운전기사는 나상준의 말투에서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상황에 그는 깜짝 놀랐다. 나상준이 이렇게 여성과 다투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한수로에 있는 흠신 특산물 가게로 가야 해.”나상준이 입을 열었다. “한수로로 가.”“네, 대표님.”운전기사는 바로 차를 출발시켰고 차는 이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차우미는 더 이상 자신을 보지 않고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무정함과 삼 년간의 부부 생활을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난 것 같았다. 차우미는 뭐라 설명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떤 일은 설명할수록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지금 그의 태도로 봤을 때 그는 그녀의 설명을 들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차우미는 차라리 그가 진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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