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봄날 / Chapter 591 - Chapter 600

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591 - Chapter 600

956 Chapters

제591화

차우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건 내가 병원에 가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잖아. 넌 아직 다 나은 게 아니라서 방심하면 안 돼. 난 정말 괜찮으니까, 내 말대로 얼른 침대에 가서 자.”“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지?”갑작스러운 그의 반문에 차우미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이때, 나상준이 담담한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넌 더 이상 내 아내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가 네 말을 꼭 들어야 하는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나상준이 예상치 못한 말을 계속 내뱉자, 그녀는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 먼저 잘 테니까 방해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상준은 소파에 다시 누웠고 담요를 덮으면서 눈을 감았다.어린이 맞춤용으로 제작된 담요가 건장한 나상준한테는 너무 작았고, 그가 조금만 움직여도 발이 튀어나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그러나 차우미는 입안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맴돌 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그렇다고 해도 나상준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오늘 밤 무조건 소파에서 자겠다는 그의 강경한 태도에 그녀는 결국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그래, 담요는 너무 얇아서 감기가 심해질 수 있으니까 여벌 이불이라도 있는지 찾아봐야겠어.’그러나 그녀가 옷장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여벌 이불은 존재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호텔에서 이불을 더 배치하는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늦은 시간이라 웨이터에게 연락한다고 해도 언제 가져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민에 빠져있던 차우미는 금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빠른 걸음으로 스위트룸을 빠져나와 자기 방으로 향했다.‘아참, 내 방에도 이불이 있었지. 그걸 가져다 상준 씨한테 덮어주면 되겠네.’나상준은 차우미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방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듣고 슬며시 눈을 떴다.그러나 그는 차우미가 무슨 생각으로 급하게 방을 나갔는지 아는 데다가
Read more

제592화

차우미가 허리를 숙여 나상준에게 다가갈수록, 숨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머리카락은 파도처럼 순식간에 밀려와 그를 완전히 잠식해 버렸다.그녀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마치 손으로 그의 눈, 코, 입을 쓰다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게다가 나상준이 회성에 돌아온 이후, 차우미와 가까이 지내면서 맡았던 은은한 향이 풍기자, 그는 그 향기에 취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나상준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눈을 지그시 감았지만, 그녀의 숨결, 그녀의 온도가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은은한 꽃향기처럼 점점 더 선명해졌다.심지어 전 세계에 오직 그녀만이 남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괴로워하는 나상준과 달리 차우미는 이불을 덮어주는 데 집중하느라고 두 사람의 거리가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키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얼마 후, 그녀의 끈질긴 노력 끝에 그의 온몸이 이불에 꽁꽁 싸여 있게 되었고, 마치 큰 번데기가 소파에 누워 머리만 내놓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차우미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치아까지 드러내면서 환한 미소를 짓다가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한마디 했다.“자, 됐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잘 자.”말을 마친 그녀는 두꺼운 외투를 벗어 침대 옆에 두었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은 다음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환했던 침실이 순식간에 캄캄해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어둠에 점차 적응되자, 나상준의 눈에 창밖의 불빛이 들어왔고 차우미의 실루엣도 보이기 시작했다.그는 맞은편 침대에 누워있는 차우미를 한참 동안 조용하게 지켜보았다.차우미는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이 쏟아져 내려왔고 연신 하품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반면, 나상준은 그녀의 쌕쌕대는 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뒤척였다....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차우미가 침대에서 일어나 짐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이미 정리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그건 바로 평소 일찍 깨나는 나상준이
Read more

제593화

사람들은 문이 닫히고 나서야, 비로소 나상준과 차우미에게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었다.하종원은 두 사람을 볼 때마다 흐뭇하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고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보기 참 좋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단번에 하종원이 자기의 손자도 차우미처럼 참한 아가씨를 만나서 일에 매진한다면 마음이 놓인다는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에 진정국을 포함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맞장구를 쳤다.“다 훌륭해요.”“맞아요, 다들 훌륭하고 말고요.”하종원은 그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정말로 누구의 자식이나 똑같이 훌륭하다면 부러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한편, 차우미는 룸을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오늘 아침 호텔 웨이터에게 건네받은 택배기사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모든 일에 철두철미한 편인 그녀는 이미 식당에서 호텔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했고 시간을 맞춰서 택배기사한테 연락한 것이었다.나상준도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느긋하게 걸으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통화연결음이 몇 번 울리더니, 전화기 너머로 택배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누구시죠?”차우미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했다.“안녕하세요, 제가 특산품을 좀 부치려고 하는데 지금 사우스 호텔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특산품이라면 혹시 신선식품인가요?”“아니요, 이미 다 포장되어 있는 선물 세트에요.”“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택배를 배송 중이라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30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식당에서 호텔까지 차로 20분 정도가 소요되었기에 시간이 맞게 떨어질 것 같았다.“네, 기다릴게요. 호텔에 도착하시면 바로 3918로 와주세요.”“알겠습니다.”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자, 차우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두 사람은 식당 밖에 주차된 차 앞에 도착했고 나성준이 차우미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그녀는 고맙다고 말
Read more

제594화

나상준은 엄마한테서 걸려 온 연락을 무시하고 차에서 내렸으며 양복 점퍼를 손목에 걸친 채 호텔로 저벅저벅 들어갔다.차우미도 그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으나,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차에서 내린 다음 그의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상준의 휴대폰이 조용해졌고 급한 일이 아닌 듯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게다가 그가 휴대폰을 다시 쳐다보지도 않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연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호텔 로비로 들어온 두 사람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상준이 묵는 스위트룸으로 향했다.어젯밤 그녀는 택배를 부쳐야 할 특산품들을 스위트룸으로 가지고 와서 거실 한가운데 가지런히 놓았고, 오늘 아침에 시간을 내서 특산품들을 선배 가족에게 보낼 것과 부모님께 보내드릴 거로 나누어 놓았다.그녀는 원래 선배와 여가현한테도 특산품을 보내고 싶었지만, 선배 가족과 자기 가족한테 주는 것만으로도 양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방문을 열자, 호텔 측에서 청소를 해놓은 듯 방안은 매우 깨끗했고 쓰레기통도 전부 비어 있었지만, 다른 물건들은 건드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차우미는 먼저 나상준에게 약을 챙겨주기 위해 가방을 아무렇게나 소파에 던져놓고 주방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컵을 씻었다.얼마 뒤, 그녀가 끓은 물을 컵에 따르려는 순간, 미리 연락했던 택배 기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물을 컵에 다 따른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아가씨, 10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것 같은데 지금 호텔에 계시나요?”“네, 3918호로 오시면 됩니다.”“알겠어요.”차우미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도로 넣고, 뜨거운 물을 호호 불면서 먹기 좋은 온도로 식혔으며 먹어야 할 약들도 챙기기 시작했다.한편, 나상준은 방에 들어온 이후로 거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차우미는 약과 물을 들고 나상준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상준 씨, 약 먹어.”나상준은 그녀의 부름에 휴대
Read more

제595화

차우미는 그의 물음이 조금 의외였지만, 그의 표정으로 보아 별 의도 없이 물어본 것 같았다.그녀는 나상준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두 군데 보낼 거야.”나상준의 시선은 여전히 특산품에 향했고,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차우미도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선배 가족들한테 선물할 특산품들을 다시 한번 체크하려고 했다.그 순간, 스위트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문을 열려고 나갔다.“도착했나 보네.”그녀의 예상대로 문을 열자, 택배 기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아가씨, 택배를 부치시려고요?”차우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들어오세요.”“알겠습니다.”그녀는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특산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것들을 두 곳에 나눠 부치려고 하거든요.”택배 기사는 선물 포장된 수십 개의 특산품을 보고 놀라움을 그치지 못했다.“이렇게 많이요?”차우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하하하, 좀 많긴 하죠.”“괜찮아요, 배송 주소를 알려 주시면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네, 잠시만요.”곧이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받는 사람의 인적 사항과 주소를 말하기 시작했다.“첫 번째 주소는 영소시에요...”“아가씨, 휴대폰을 저에게 주시겠어요? 제가 주소들을 스캔하면 돼요.”“알겠어요.”차우미의 휴대폰을 건네받은 택배 기사는 빠르게 두 개의 도착 정보를 스캔하고 말했다.“아가씨, 물건들이 많아서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어디에 보내야 할 건지 정확하게 설명해 주실래요?”그녀는 택배 기사가 혼동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이 미리 양쪽으로 갈라놓았던 특산품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왼쪽에 있는 특산품들은 영소시에 보낼 거고, 오른쪽에 있는 특산품들은 안평시에 보내면 돼요.”안평에 친척들이 많은 관계로 부쳐야 할 선물 더미가 많았고, 선배의 가족에게는 예의상 보내는 거라서 양이 많지 않았다.택배기사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가 말한 대로
Read more

제596화

“일단 카톡을 추가하고 돌아가서 포장까지 다 하고 나서 저한테 택배비용을 알려주셔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택배를 보내기 전에 저한테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문제없습니다.”모든 확인을 마친 후, 택배기사는 차우미의 카톡을 추가하고 자리를 떴다.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몇 시지? 설마 시간이 너무 지체된 거 아니야?’차우미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오후 근무까지는 한 시간 가까이 남아있었다.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은 후, 나상준에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올라가자.”사실 두 사람이 호텔 정문 앞에 서 있는 동안,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상준을 힐끔힐끔 쳐다봤다.그도 그럴 것이 큰 키에 황금 비율을 가진 그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우미의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의 표정에는 여유로움이 넘쳐났다.“응, 그래.”스위트룸에 들어가자마자 차우미는 물건도 부쳤고, 나상준이 약도 먹었으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는 휴대폰을 넣으면서 말했다.“나 갈...”이때, 나상준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예은이는 뭐 좋아해?”잠시 멈칫하던 차우미는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채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예은이는...”“너도 급한 일은 다 처리한 것 같고 나도 시간이 있으니까 우리 나가서 돌아보자.”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고 곧장 밖으로 향했다.오후에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하려던 차우미는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멍하니 서 있다가 앞장서서 나가는 그를 보고 어안이 더 벙벙해졌다.나상준이 조카인 나예은에게 선물을 사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한 번도 어린아이의 선물을 산 적이 없는 데다가 아직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어서 또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그러나 나예은이
Read more

제597화

그는 조금 전 그녀가 거절한것에 대해서 한 치 숨김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차우미는 잠시 멈칫했다.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조금 전 그녀의 망설임이 나상준에게 영향을 끼쳤다.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까 너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웠을 뿐이야. 그리고 택배를 보내고 나서 일을 하려고 생각했을 뿐이고 다른 이유는 없었어.”나상준이 직접 말을 꺼낸 이상 그녀도 당연히 해명해야 했다. 소통을 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나상준이 말했다.“너는 일하러 가도 돼. 나 혼자 갈 수 있어.”이 말은 방금보다 더 직설적이였으며 한 치의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이미 떠났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차우미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정리하는 일은 아직 급하지 않아. 너보다 내가 시간이 더 여유로워서 이 정도는 괜찮아.”“평소에 바쁜데 이렇게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지. 먼저 같이 가서 선물을 고르고 나서 일을 해도 늦지 않아.”나상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차우미가 말했다.“내 말은...”“나를 도와주는 사람에게는 절대 손해 보게 하지 않지.”차우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상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말을 끝내고 그는 뒤돌아서 갔다. 그는 차우미의 해명을 인정하면서도 그녀의 도움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태도를 밝혔다.그는 보답할 것이라는 뜻이였다.차우미는 그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마찬가지로 도움에 대해 보답을 바란 적이 없었다. 친구로서 도울 수 있으면 돕고 정말 못 도우면 다시 거절한다.뒤돌아서 가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차우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직진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의 나상준이 바로 그런 사람 같았다. 특히 방금 전의 말은 분명하게 직진남의 말투였다.이 생각에 차우미는 웃음을 터
Read more

제598화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듣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눈동자가 흔들렸고 시선을 옮겨 차우미를 보았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여서 미간을 찌푸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는 무슨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것 같았다.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나상준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말했다.“무슨 일 있어?”나상준의 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진지하게 나상준을 보면서 말했다.“조금 전에야 생각났어. 전에 내가 계속 약속했던 건데 나예은에게 줄 간식을 만들어야해...”“그런데 일 끝나고 청주 내려가면 과자를 만들 수 없어서 먼저 안평시로 가서 과자를 만들고 다시 가져다주려는 생각이야.”모든 일은 상의할 수 있는 법이다. 나상준도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차우미는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나상준은 그녀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며 말했다.“왜 안평시로 돌아가야 하지? 청주에서 못 하는 거야?”차우미는 놀랍고 의아해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우리 집이 안평시에 있으니 당연히 안평시에 가서 해야지. 청주에서는 할 수 없어.”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었다. 청주에는 집이 없는데 청주에 가서 어떻게 만들 수 있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예은의 집에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래서 그녀는 안평시의 집으로 돌아가서 만든 후 바로 기차를 타고 청주로 내려가도 시간은 충분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나상준이 이런 질문을 하는 뜻은 그녀는 청주에서 만들어야 했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사실은 청주에서 만들수 없다.그녀는 도무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나상준은 그의 말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차우미에게 말했다.“우리 집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걸까?”차우미는 당황했다.우리집에서...?그의 뜻은 그들의 신혼집에서 만들라는 뜻인가?차우미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
Read more

제599화

마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는 그녀의 의도를 전혀 모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듣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차우미가 듣기엔 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차우미는 심지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더 이상 너의 집에 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차우미는 굳이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고 싶었다.나상준은 침묵했다. 그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 차분함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차우미는 마치 문제가 있는 건 자신인 것처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나 차우미는 이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이혼한 후에는 그의 집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 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설명하여 나상준과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싶었다.그가 또 오해할 것 같아 차우미는 그에게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분명히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그의 차분한 모습을 바라보며 할 말을 삼키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말을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와 다투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이 상황을 차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차 안의 분위기는 사그라들었다. 나상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침묵으로 인해 차 안에는 조용해졌다.오직 운전기사만이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살피고 핸들을 꽉 잡고 차를 더 신중하게 몰았다.뒷좌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차는 곧 쇼핑몰에 도착했다. 이는 나상준이 전에 운전기사에게 전달해 준 주소였다.호텔은 쇼핑몰에서 10분 거리로 멀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나상준은 눈을 뜨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
Read more

제600화

그는 화려하게 꾸며지고 밝은 조명이 비추는 눈부신 고가의 보석들로 가득한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나상준이 들어서자마자 이 고급스러움이 더욱 빛나 보였다.차우미는 보석 가게를 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차 안에서 그녀가 말한 여아가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사려는 것이었다.그녀는 숨을 고르며 그를 따라 들어갔고 나상준의 옆에 섰다.차우미가 말했다.“나예은은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좋아해. 팔찌나 목걸이 아니면 머리에 착용하는 핑크색 리본도 좋아하지.”그가 대화를 원하지 않으니 우선 나예은의 선물을 사는 것이 중요했다.명품 매장 직원들은 무척 현실적이고 아부를 잘 떤다.나상준이 가게 앞에 나타나자마자 그의 금수저 존재를 알아보고 안으로 들어서자 모두가 그에게 다가가 열정적인 태도였다.“안녕하세요. 부인에게 드릴 선물 사러 오셨나요?”가장 눈치 빠른 매니저는 시선이 나상준에게 돌리고 그의 비싼 차림새를 눈치챘다. 특히 손목의 고가 시계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시계였다.손님이 오면 당연하게 차림새의 가치부터 관찰한다. 그리고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상징적인 결혼반지의 유무를 확인하고 대처를 한다.매니저는 그의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보고 그가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고객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아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차우미는 정장의 이토록 열정적인 한마디에 당황했다.나상준에게는 결혼했다는 증거가 없는데 매니저는 왜 그렇게 물어밨는지 알 수가 없었다.나상준의 시선은 액세서리 전시대로 향했고 액세서리를 보고 있었다.그는 직원들도 보지 않았고 차우미의 말도 듣지 않았다. 나상준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하지만 매니저의 말이 나상준의 귀에 들어간 후에 그의 시선은 매니저의 친절하고 환한 얼굴에 머물렀다.“아니요.”매니저는 따라 들어온 차우미가 자연스럽게 나상준의 곁으로 다가간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본 순간 매니저의 시선은 차우미의 옷차림과 스타일 그리고 그
Read more
PREV
1
...
5859606162
...
9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