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듣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눈동자가 흔들렸고 시선을 옮겨 차우미를 보았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여서 미간을 찌푸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는 무슨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것 같았다.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나상준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말했다.“무슨 일 있어?”나상준의 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진지하게 나상준을 보면서 말했다.“조금 전에야 생각났어. 전에 내가 계속 약속했던 건데 나예은에게 줄 간식을 만들어야해...”“그런데 일 끝나고 청주 내려가면 과자를 만들 수 없어서 먼저 안평시로 가서 과자를 만들고 다시 가져다주려는 생각이야.”모든 일은 상의할 수 있는 법이다. 나상준도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차우미는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나상준은 그녀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며 말했다.“왜 안평시로 돌아가야 하지? 청주에서 못 하는 거야?”차우미는 놀랍고 의아해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우리 집이 안평시에 있으니 당연히 안평시에 가서 해야지. 청주에서는 할 수 없어.”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었다. 청주에는 집이 없는데 청주에 가서 어떻게 만들 수 있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예은의 집에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래서 그녀는 안평시의 집으로 돌아가서 만든 후 바로 기차를 타고 청주로 내려가도 시간은 충분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나상준이 이런 질문을 하는 뜻은 그녀는 청주에서 만들어야 했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사실은 청주에서 만들수 없다.그녀는 도무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나상준은 그의 말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차우미에게 말했다.“우리 집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걸까?”차우미는 당황했다.우리집에서...?그의 뜻은 그들의 신혼집에서 만들라는 뜻인가?차우미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
마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는 그녀의 의도를 전혀 모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듣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차우미가 듣기엔 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차우미는 심지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더 이상 너의 집에 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차우미는 굳이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고 싶었다.나상준은 침묵했다. 그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 차분함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차우미는 마치 문제가 있는 건 자신인 것처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나 차우미는 이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이혼한 후에는 그의 집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 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설명하여 나상준과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싶었다.그가 또 오해할 것 같아 차우미는 그에게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분명히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그의 차분한 모습을 바라보며 할 말을 삼키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말을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와 다투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이 상황을 차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차 안의 분위기는 사그라들었다. 나상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침묵으로 인해 차 안에는 조용해졌다.오직 운전기사만이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살피고 핸들을 꽉 잡고 차를 더 신중하게 몰았다.뒷좌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차는 곧 쇼핑몰에 도착했다. 이는 나상준이 전에 운전기사에게 전달해 준 주소였다.호텔은 쇼핑몰에서 10분 거리로 멀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나상준은 눈을 뜨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는 화려하게 꾸며지고 밝은 조명이 비추는 눈부신 고가의 보석들로 가득한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나상준이 들어서자마자 이 고급스러움이 더욱 빛나 보였다.차우미는 보석 가게를 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차 안에서 그녀가 말한 여아가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사려는 것이었다.그녀는 숨을 고르며 그를 따라 들어갔고 나상준의 옆에 섰다.차우미가 말했다.“나예은은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좋아해. 팔찌나 목걸이 아니면 머리에 착용하는 핑크색 리본도 좋아하지.”그가 대화를 원하지 않으니 우선 나예은의 선물을 사는 것이 중요했다.명품 매장 직원들은 무척 현실적이고 아부를 잘 떤다.나상준이 가게 앞에 나타나자마자 그의 금수저 존재를 알아보고 안으로 들어서자 모두가 그에게 다가가 열정적인 태도였다.“안녕하세요. 부인에게 드릴 선물 사러 오셨나요?”가장 눈치 빠른 매니저는 시선이 나상준에게 돌리고 그의 비싼 차림새를 눈치챘다. 특히 손목의 고가 시계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시계였다.손님이 오면 당연하게 차림새의 가치부터 관찰한다. 그리고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상징적인 결혼반지의 유무를 확인하고 대처를 한다.매니저는 그의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보고 그가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고객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아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차우미는 정장의 이토록 열정적인 한마디에 당황했다.나상준에게는 결혼했다는 증거가 없는데 매니저는 왜 그렇게 물어밨는지 알 수가 없었다.나상준의 시선은 액세서리 전시대로 향했고 액세서리를 보고 있었다.그는 직원들도 보지 않았고 차우미의 말도 듣지 않았다. 나상준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하지만 매니저의 말이 나상준의 귀에 들어간 후에 그의 시선은 매니저의 친절하고 환한 얼굴에 머물렀다.“아니요.”매니저는 따라 들어온 차우미가 자연스럽게 나상준의 곁으로 다가간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본 순간 매니저의 시선은 차우미의 옷차림과 스타일 그리고 그
매니저는 마치 귀빈을 대하듯 엄청 공경스러운 태도로 일반인을 경시하는 눈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 몸을 굽혀 손을 내밀며 초대하는 자세를 취했다.나상준이 말했다.“괜찮습니다. 전 부인에게 보답할 겸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나상준은 그렇게 말하고 액세서리 진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말에 매니저와 직원들 심지어 차우미까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전 부인? 보답?이것은 어떤 뜻인지 궁금했다.매니저와 직원들은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는데 보답하겠다는 이유는 처음 듣는다.무엇을 보답한다는 걸까?차우미가 놀란 이유는 매장 직원들이 놀란 이유와 동일하지 않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이 순간에 그녀는 처음으로 나상준의 입에서 전 부인이라는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다.낯설다는 표현이 맞다.진짜 낯설었다.차우미는 자기가 이혼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이혼했고 사실 이미 나상준의 전 부인이 되어 있었다.이 순간 차우미는 자기가 이미 결혼을 했고 이혼도 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했다.그녀는 자기가 아직 미혼이고 가정주부가 아닌 평범한 소녀라고 생각한다.그녀가 놀란 이유는 이것뿐만 아니라 나상준이 보답하겠다는 것에도 놀랐다.나상준이 매장에 와서 나예은 선물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우미에게 보답 선물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그냥 해본 말이거나 보답해도 후에 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할 줄은 몰랐다.차우미는 이런 여러 이유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나상준은 정말로 놀랍고 예상치 못하는 생각을 한다고 느꼈다.한참 동안 모두가 얼어붙어 반응이 없었다. 오직 나상준만 보석 진열대 앞에 서서 조명 아래서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매니저가 가장 먼저 눈치를 채고는 한 직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커피를 내오고 디저트와 과일을 준비해 귀빈을 대접하라는 뜻이었다. 직원은 재빨리 이해하고 준비하러 갔다.매니저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특히 차우미가 나상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런 거 사지 마세요, 진짜.”한 가지 일이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일이 생기니, 차우미는 지금 나상준과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지금 그는 그녀에게 직접 보답으로 보석을 사주겠다고 분명히 알렸으니, 그녀도 명확히 거절해야 했다.그녀는 그의 보답을 받을 수 없었고 이런 값비싼 물건은 더더욱 받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절대 받지 않을 것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무시한 채 진지하게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등을 보며 무엇이 차우미에게 어울릴지 골랐다.그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마치 계약서 보듯 집중해서 골랐다. 차우미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을 걸었다. “상준 씨.”그녀는 그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바랐지만 강요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받을 수 없었다.“상준 씨, 저는 당신을 도와주면서 보답을 기대한 적이 없어요.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요.”“이런 것들 사지 말아요, 정말 필요 없어요.”비록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상준이 한 번 결정한 일은 바꾸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더 문제가 된다.나상준은 계속 차우미의 말을 무시한 채, 한쪽으로 걸으며 보석 상자를 둘러보았다.이곳의 많은 보석들은 대부분 고가의 보석들로 사용된 재료도 최고급이었다. 흔한 보석 가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 보석들은 그의 눈에 차지 않았다.옆에서 끊임없이 거절의 말이 들려왔고 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나상준은 입을 열었다. “차우미 씨, 우리 지금 무슨 사이죠?”“네?”그가 마침내 말을 걸어왔지만, 그 말은 바로 질문이었다. 차우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긴장되었다. 그녀는 의아하게 물었다.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요?”그녀는 조명 아래 더욱 또렷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나상준은 눈꼬리를 살짝 움직이며 마침내 고개를 들어 차우미
차우미의 심장은 순간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약간 벌린 채 믿기 힘든 말을 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자기가 고친다고?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그는 잘못한 것이 없었고, 고칠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고칠 필요가 있다고 해도 그건 그의 가족이 시킬 일이지 그녀가 시킬 권리는 없었다.이 순간, 차우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아주 혼란스러웠다.나상준의 말은 그날 밤 그와 주혜민과의 관계를 말해줬을 때와 다름없는 충격을 주었다. 심지어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차우미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며 엄청난 충격과 이해할 수 없는 마음, 그리고 혼란스러움을 느꼈다.나상준은 몇 마디를 평온하게 말하고 나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차우미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듯했지만, 모두 깊고 어두운 눈빛에 묻혀서 알아볼 수 없었다.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으며 주변의 공기도 고요해졌다.상가 안의 음악과 사람 소리가 모두 멀리 사라진 것 같았다.보석 가게의 직원들과 점장은 두 사람을 지켜보며 마치 그들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마치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것처럼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한참 후 나상준은 시선을 돌려 다시 보석을 보기 시작했다.그는 차우미의 대답이 필요하지 않은 듯,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 말을 하고 나서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계속했다나상준의 시선이 더 이상 차우미의 얼굴에 머물지 않자, 차우미의 속눈썹이 떨리며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그녀는 계속해서 보석을 고르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아름다운 눈매는 여전히 깊고 강렬하며, 여전히 강인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차우미는 입술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누군가 그들이 무슨 사이냐고 묻는다면 이는 아주 좋은 질문이 될 것이다.
특히 마지막 한 마디, 그녀는 진심으로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좋은 가정을 이루기를 바랐다.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진심과 진지함이 가득한 차우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에 제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했었죠.”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며, 눈에 의문을 띄웠다. “무슨 말이죠?” 나상준은 차우미의 맑은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이 순간 그의 눈빛은 날카로워졌고, 그 날카로움은 차우미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는 말했다. “제가 다시 결혼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일 것이라고요.” 한 글자 한 글자, 그의 말은 마치 씨앗처럼 차우미의 마음에 심어져 쉽게 뽑을 수 없게 만들었다.심장이 한 박자 멎은 듯했다. 차우미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그가 가장 아팠던 밤에 그는 그녀에게 침대에서 함께 쉬자고 했다. 그녀는 거절했고, 그들은 대화를 나눴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었다.그가 다시 결혼한다면, 그 사람은 그녀일 것이다.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혼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나상준의 그런 말은 그저 자신에 대한 인정이고 다른 의도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가 다시 그 말을 꺼냈다는 건 그녀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으며 오직 그녀와만 가능하다고. 그가 단지 말로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말을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말한 것을 지킬 사람이었다. 마치 맹세처럼.이 순간, 차우미의 심장은 나상준의 말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어떤 여자라도 그의 이런 말을 듣는다면 아마 평온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여자가 아닌 자신만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차우미의 이런 반응도 당
차우미는 그들이 명확한 대화를 나누고, 자신이 나상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가 더 이상 자신에게 물건을 사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여전히 사려 했다.차우미는 당황했다.점장과 점원은 두 사람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고, 심지어 가게 안에는 음악이 흘러나와 자세히 듣지 않으면 거의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이때 가게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오직 나상준과 차우미만 있었기 때문에 점장과 점원은 모든 신경을 그들에게 집중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들의 대화 속에서 그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파악하게 되었다. 특히 나상준이 차우미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말이다.한 남자가 한 여자를 신경 쓰는지 아닌지는 쉽게 알 수 있다.그의 눈빛, 그의 태도, 특히 그녀에게 돈을 쓰는 것을 아끼는지 아닌지.돈이 다 속물적인 것이라고, 사랑은 속물적인 것에 물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만두자. 남자가 여자를 신경 쓰고 좋아하면, 그 여자를 위해 기꺼이 돈을 쓰려고 한다. 돈을 많이 쓸수록 더 신경 쓰는 것이다.물론, 어떤 남자는 돈을 써서 이용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다.하지만 이용하려면 먼저 투자해야 한다.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으면 어떻게 보답을 받을 수 있겠는가?많이 투자할수록 당연히 보답도 커지는 법이다.마치 돈을 버는 것과 같아서, 위험이 클수록 보상도 크다는 이치와 같다.두 사람이 가게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들이 분명히 이용 관계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상준이 차우미를 대하는 태도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는 분명히 이 여자를 신경 쓰고 있었다.그의 눈에는 이 여자만 있었다.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두 사람은 전남편과 전처라는 점에서 놀라웠다.왜냐하면, 그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눈앞에서 본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