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은 엄마한테서 걸려 온 연락을 무시하고 차에서 내렸으며 양복 점퍼를 손목에 걸친 채 호텔로 저벅저벅 들어갔다.차우미도 그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으나,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차에서 내린 다음 그의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상준의 휴대폰이 조용해졌고 급한 일이 아닌 듯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게다가 그가 휴대폰을 다시 쳐다보지도 않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연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호텔 로비로 들어온 두 사람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상준이 묵는 스위트룸으로 향했다.어젯밤 그녀는 택배를 부쳐야 할 특산품들을 스위트룸으로 가지고 와서 거실 한가운데 가지런히 놓았고, 오늘 아침에 시간을 내서 특산품들을 선배 가족에게 보낼 것과 부모님께 보내드릴 거로 나누어 놓았다.그녀는 원래 선배와 여가현한테도 특산품을 보내고 싶었지만, 선배 가족과 자기 가족한테 주는 것만으로도 양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방문을 열자, 호텔 측에서 청소를 해놓은 듯 방안은 매우 깨끗했고 쓰레기통도 전부 비어 있었지만, 다른 물건들은 건드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차우미는 먼저 나상준에게 약을 챙겨주기 위해 가방을 아무렇게나 소파에 던져놓고 주방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컵을 씻었다.얼마 뒤, 그녀가 끓은 물을 컵에 따르려는 순간, 미리 연락했던 택배 기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물을 컵에 다 따른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아가씨, 10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것 같은데 지금 호텔에 계시나요?”“네, 3918호로 오시면 됩니다.”“알겠어요.”차우미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도로 넣고, 뜨거운 물을 호호 불면서 먹기 좋은 온도로 식혔으며 먹어야 할 약들도 챙기기 시작했다.한편, 나상준은 방에 들어온 이후로 거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차우미는 약과 물을 들고 나상준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상준 씨, 약 먹어.”나상준은 그녀의 부름에 휴대
차우미는 그의 물음이 조금 의외였지만, 그의 표정으로 보아 별 의도 없이 물어본 것 같았다.그녀는 나상준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두 군데 보낼 거야.”나상준의 시선은 여전히 특산품에 향했고,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차우미도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선배 가족들한테 선물할 특산품들을 다시 한번 체크하려고 했다.그 순간, 스위트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문을 열려고 나갔다.“도착했나 보네.”그녀의 예상대로 문을 열자, 택배 기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아가씨, 택배를 부치시려고요?”차우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들어오세요.”“알겠습니다.”그녀는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특산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것들을 두 곳에 나눠 부치려고 하거든요.”택배 기사는 선물 포장된 수십 개의 특산품을 보고 놀라움을 그치지 못했다.“이렇게 많이요?”차우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하하하, 좀 많긴 하죠.”“괜찮아요, 배송 주소를 알려 주시면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네, 잠시만요.”곧이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받는 사람의 인적 사항과 주소를 말하기 시작했다.“첫 번째 주소는 영소시에요...”“아가씨, 휴대폰을 저에게 주시겠어요? 제가 주소들을 스캔하면 돼요.”“알겠어요.”차우미의 휴대폰을 건네받은 택배 기사는 빠르게 두 개의 도착 정보를 스캔하고 말했다.“아가씨, 물건들이 많아서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어디에 보내야 할 건지 정확하게 설명해 주실래요?”그녀는 택배 기사가 혼동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이 미리 양쪽으로 갈라놓았던 특산품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왼쪽에 있는 특산품들은 영소시에 보낼 거고, 오른쪽에 있는 특산품들은 안평시에 보내면 돼요.”안평에 친척들이 많은 관계로 부쳐야 할 선물 더미가 많았고, 선배의 가족에게는 예의상 보내는 거라서 양이 많지 않았다.택배기사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가 말한 대로
“일단 카톡을 추가하고 돌아가서 포장까지 다 하고 나서 저한테 택배비용을 알려주셔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택배를 보내기 전에 저한테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문제없습니다.”모든 확인을 마친 후, 택배기사는 차우미의 카톡을 추가하고 자리를 떴다.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몇 시지? 설마 시간이 너무 지체된 거 아니야?’차우미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오후 근무까지는 한 시간 가까이 남아있었다.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은 후, 나상준에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올라가자.”사실 두 사람이 호텔 정문 앞에 서 있는 동안,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상준을 힐끔힐끔 쳐다봤다.그도 그럴 것이 큰 키에 황금 비율을 가진 그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우미의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의 표정에는 여유로움이 넘쳐났다.“응, 그래.”스위트룸에 들어가자마자 차우미는 물건도 부쳤고, 나상준이 약도 먹었으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는 휴대폰을 넣으면서 말했다.“나 갈...”이때, 나상준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예은이는 뭐 좋아해?”잠시 멈칫하던 차우미는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채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예은이는...”“너도 급한 일은 다 처리한 것 같고 나도 시간이 있으니까 우리 나가서 돌아보자.”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고 곧장 밖으로 향했다.오후에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하려던 차우미는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멍하니 서 있다가 앞장서서 나가는 그를 보고 어안이 더 벙벙해졌다.나상준이 조카인 나예은에게 선물을 사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한 번도 어린아이의 선물을 산 적이 없는 데다가 아직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어서 또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그러나 나예은이
그는 조금 전 그녀가 거절한것에 대해서 한 치 숨김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차우미는 잠시 멈칫했다.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조금 전 그녀의 망설임이 나상준에게 영향을 끼쳤다.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까 너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웠을 뿐이야. 그리고 택배를 보내고 나서 일을 하려고 생각했을 뿐이고 다른 이유는 없었어.”나상준이 직접 말을 꺼낸 이상 그녀도 당연히 해명해야 했다. 소통을 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나상준이 말했다.“너는 일하러 가도 돼. 나 혼자 갈 수 있어.”이 말은 방금보다 더 직설적이였으며 한 치의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이미 떠났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차우미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정리하는 일은 아직 급하지 않아. 너보다 내가 시간이 더 여유로워서 이 정도는 괜찮아.”“평소에 바쁜데 이렇게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지. 먼저 같이 가서 선물을 고르고 나서 일을 해도 늦지 않아.”나상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차우미가 말했다.“내 말은...”“나를 도와주는 사람에게는 절대 손해 보게 하지 않지.”차우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상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말을 끝내고 그는 뒤돌아서 갔다. 그는 차우미의 해명을 인정하면서도 그녀의 도움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태도를 밝혔다.그는 보답할 것이라는 뜻이였다.차우미는 그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마찬가지로 도움에 대해 보답을 바란 적이 없었다. 친구로서 도울 수 있으면 돕고 정말 못 도우면 다시 거절한다.뒤돌아서 가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차우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직진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의 나상준이 바로 그런 사람 같았다. 특히 방금 전의 말은 분명하게 직진남의 말투였다.이 생각에 차우미는 웃음을 터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듣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눈동자가 흔들렸고 시선을 옮겨 차우미를 보았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여서 미간을 찌푸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는 무슨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것 같았다.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나상준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말했다.“무슨 일 있어?”나상준의 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진지하게 나상준을 보면서 말했다.“조금 전에야 생각났어. 전에 내가 계속 약속했던 건데 나예은에게 줄 간식을 만들어야해...”“그런데 일 끝나고 청주 내려가면 과자를 만들 수 없어서 먼저 안평시로 가서 과자를 만들고 다시 가져다주려는 생각이야.”모든 일은 상의할 수 있는 법이다. 나상준도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차우미는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나상준은 그녀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며 말했다.“왜 안평시로 돌아가야 하지? 청주에서 못 하는 거야?”차우미는 놀랍고 의아해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우리 집이 안평시에 있으니 당연히 안평시에 가서 해야지. 청주에서는 할 수 없어.”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었다. 청주에는 집이 없는데 청주에 가서 어떻게 만들 수 있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예은의 집에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래서 그녀는 안평시의 집으로 돌아가서 만든 후 바로 기차를 타고 청주로 내려가도 시간은 충분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나상준이 이런 질문을 하는 뜻은 그녀는 청주에서 만들어야 했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사실은 청주에서 만들수 없다.그녀는 도무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나상준은 그의 말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차우미에게 말했다.“우리 집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걸까?”차우미는 당황했다.우리집에서...?그의 뜻은 그들의 신혼집에서 만들라는 뜻인가?차우미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
마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는 그녀의 의도를 전혀 모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듣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차우미가 듣기엔 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차우미는 심지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더 이상 너의 집에 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차우미는 굳이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고 싶었다.나상준은 침묵했다. 그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 차분함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차우미는 마치 문제가 있는 건 자신인 것처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나 차우미는 이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이혼한 후에는 그의 집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 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설명하여 나상준과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싶었다.그가 또 오해할 것 같아 차우미는 그에게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분명히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그의 차분한 모습을 바라보며 할 말을 삼키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말을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와 다투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이 상황을 차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차 안의 분위기는 사그라들었다. 나상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침묵으로 인해 차 안에는 조용해졌다.오직 운전기사만이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살피고 핸들을 꽉 잡고 차를 더 신중하게 몰았다.뒷좌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차는 곧 쇼핑몰에 도착했다. 이는 나상준이 전에 운전기사에게 전달해 준 주소였다.호텔은 쇼핑몰에서 10분 거리로 멀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나상준은 눈을 뜨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는 화려하게 꾸며지고 밝은 조명이 비추는 눈부신 고가의 보석들로 가득한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나상준이 들어서자마자 이 고급스러움이 더욱 빛나 보였다.차우미는 보석 가게를 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차 안에서 그녀가 말한 여아가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사려는 것이었다.그녀는 숨을 고르며 그를 따라 들어갔고 나상준의 옆에 섰다.차우미가 말했다.“나예은은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좋아해. 팔찌나 목걸이 아니면 머리에 착용하는 핑크색 리본도 좋아하지.”그가 대화를 원하지 않으니 우선 나예은의 선물을 사는 것이 중요했다.명품 매장 직원들은 무척 현실적이고 아부를 잘 떤다.나상준이 가게 앞에 나타나자마자 그의 금수저 존재를 알아보고 안으로 들어서자 모두가 그에게 다가가 열정적인 태도였다.“안녕하세요. 부인에게 드릴 선물 사러 오셨나요?”가장 눈치 빠른 매니저는 시선이 나상준에게 돌리고 그의 비싼 차림새를 눈치챘다. 특히 손목의 고가 시계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시계였다.손님이 오면 당연하게 차림새의 가치부터 관찰한다. 그리고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상징적인 결혼반지의 유무를 확인하고 대처를 한다.매니저는 그의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보고 그가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고객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아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차우미는 정장의 이토록 열정적인 한마디에 당황했다.나상준에게는 결혼했다는 증거가 없는데 매니저는 왜 그렇게 물어밨는지 알 수가 없었다.나상준의 시선은 액세서리 전시대로 향했고 액세서리를 보고 있었다.그는 직원들도 보지 않았고 차우미의 말도 듣지 않았다. 나상준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하지만 매니저의 말이 나상준의 귀에 들어간 후에 그의 시선은 매니저의 친절하고 환한 얼굴에 머물렀다.“아니요.”매니저는 따라 들어온 차우미가 자연스럽게 나상준의 곁으로 다가간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본 순간 매니저의 시선은 차우미의 옷차림과 스타일 그리고 그
매니저는 마치 귀빈을 대하듯 엄청 공경스러운 태도로 일반인을 경시하는 눈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 몸을 굽혀 손을 내밀며 초대하는 자세를 취했다.나상준이 말했다.“괜찮습니다. 전 부인에게 보답할 겸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나상준은 그렇게 말하고 액세서리 진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말에 매니저와 직원들 심지어 차우미까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전 부인? 보답?이것은 어떤 뜻인지 궁금했다.매니저와 직원들은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는데 보답하겠다는 이유는 처음 듣는다.무엇을 보답한다는 걸까?차우미가 놀란 이유는 매장 직원들이 놀란 이유와 동일하지 않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이 순간에 그녀는 처음으로 나상준의 입에서 전 부인이라는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다.낯설다는 표현이 맞다.진짜 낯설었다.차우미는 자기가 이혼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이혼했고 사실 이미 나상준의 전 부인이 되어 있었다.이 순간 차우미는 자기가 이미 결혼을 했고 이혼도 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했다.그녀는 자기가 아직 미혼이고 가정주부가 아닌 평범한 소녀라고 생각한다.그녀가 놀란 이유는 이것뿐만 아니라 나상준이 보답하겠다는 것에도 놀랐다.나상준이 매장에 와서 나예은 선물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우미에게 보답 선물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그냥 해본 말이거나 보답해도 후에 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할 줄은 몰랐다.차우미는 이런 여러 이유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나상준은 정말로 놀랍고 예상치 못하는 생각을 한다고 느꼈다.한참 동안 모두가 얼어붙어 반응이 없었다. 오직 나상준만 보석 진열대 앞에 서서 조명 아래서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매니저가 가장 먼저 눈치를 채고는 한 직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커피를 내오고 디저트와 과일을 준비해 귀빈을 대접하라는 뜻이었다. 직원은 재빨리 이해하고 준비하러 갔다.매니저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특히 차우미가 나상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