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1206 챕터

제951화

선우의 말에 윤아도 자신을 되돌아봤고 확실히 밥을 너무 적게 먹는다는 걸 발견했다.약을 먹으라는 선우의 요구도 근거가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선우 손바닥에 놓인 알약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결국 고개를 저었다.“안 먹을래.”“윤아야, 말 듣자.”선우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이 어딘가 난감해 보였다.“약이 너무 써서 그러는 거라면 도우미한테 캔디 좀 가져다 달라고 할게.”“그런 거 아니야.”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이 써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고작 알약 몇 개를 단번에 삼켜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데 왜 굳이 약을 먹으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다.“넘기기에 크기가 너무 큰가? 절반으로 으깨줄까?”“…”윤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옆에 선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러 가지 건의를 주는 선우를 보며 오늘밤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먹을 때까지 설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그냥 먹을게.”윤아는 선우의 손에서 약을 받아 온수와 함께 꿀꺽 삼켰다.“이제 만족해? 나 자도 되지?”선우는 그런 윤아의 모습에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푹 쉬어.”“잘 자, 윤아야.”…이튿날.아침을 먹으면서 윤아는 선우에게 물었다.“수현 씨 언제 보내줄 예정이야?”“곧.”선우가 대답했다.“아마 요 며칠일 거야.”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예의 주시했다. 윤아는 식사량이 커지기는커녕 더 적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선우는 입술을 앙다문 채 자꾸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을 꾹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아를 불러세워 미리 준비한 약을 건넸다.“오늘 먹을 약이야.”윤아는 그가 건넨 약이 어젯밤보다 한 알 적어진 걸 발견했다. 낮이라 아마 수면에 유리한 약을 뺀 것 같았다.선우는 그렇게 조용히 윤아를 바라봤다.어제 약을 먹었는데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건 약에 문제가
더 보기

제952화

“아니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선우가 허락할 리가 없어요. 수현이 떠나는 일정을 갑자기 앞당기라고 한 것도 아마 다 계산이 있어서 그런 걸 거예요.”윤아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선우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옆에서 이를 듣고 있는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이틀 뒤,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소식이 윤아의 귀에 들어왔다.이 소식은 우진이 들려준 것이었다.소식을 접한 윤아는 그제야 마음에서 우러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떠난 거예요? 그쪽에 인수인계 한 건가?”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인수인계 했습니다. 이미 안전하게 떠나셨습니다.”“아직 깨어나진 못한 거죠?”“네,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깨시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깨지 못했다니,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거 맞죠?”“걱정 마세요, 윤아님. 별문제 없을 거예요.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쪽에서 인계받았으니 해결할 겁니다.”하긴 이미 그쪽에서 데려갔는데 제일 좋은 자원을 마련해줄 것이다.“앞으로 소식을 들을 방법이 있을까요?”이미 떠난지라 소식을 더 알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윤아의 질문에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거리상으로 많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양측이 평화로운 관계도 아니니 계속 소식을 알아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게다가 소식을 알아낼 방법이 있다고 해도 선우는 윤아의 세계에 수현이 나타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선우는 윤아의 생명에서 수현과 두 아이를 영원히 지워버리려 할 것이다.생각만 해도 윤아가 불쌍한 우진이었다.…윤아가 수현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었다는 말을 들은 선우는 마음이 씁쓸했지만 이로써 그녀의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하여 지금은 주방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윤아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윤아는 약을 계속 먹고 있긴 하지만 요 며칠은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의 병이 낫고 나면 윤아의 입맛도 점점 좋
더 보기

제953화

윤아가 요 며칠 계속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말에 선우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진 비서님 왔다 가지 않았나요?”선우가 물었다.“왔다 갔어요.”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듯 의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하지만 대표님, 이 일이 윤아님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정윤은 선우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윤아를 많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지금 제일 중요한 문제는 윤아가 요새 밥을 통 먹지 않는다는 일인데 왜 갑자기 우진을 물어보는 거지?우진이 다녀갔다면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사실을 알 텐데 왜…선우는 입술을 앙다문 채 이렇게 말했다.“좀 들어가 봐야겠어요.”“네.”정윤은 선우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방안.베란다에 달린 커튼이 모두 닫혀있어 방안은 매우 깜깜한 상태였고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전부였다.그 빛으로 선우는 방안을 쭉 살폈다.방안은 매우 조용했고 윤아는 이불속에 웅크리고 누운 채 까만 뒤통수만 살짝 내놓고 있었다.선우는 그쪽으로 걸어가 옆에 놓인 랜턴을 켜려다 혹시나 그녀가 놀랄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봤다.깊은 잠이 든 것처럼 보였지만 호흡은 고르지 않았다. 의사가 말한 것처럼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계속 꿈을 꾸는 듯했고 가끔 놀랄 때면 눈까풀과 속눈썹마저 같이 떨렸다.그러다 심지어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선우가 10여 분 정도 서 있는 동안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으로 가득했다.이를 지켜보는 선우는 가슴이 칼로 후벼파는 것처럼 아팠다.양옆으로 축 늘어트린 손도 어느새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왜 이런 걸까?윤아는 분명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이다.설마 마음의 병이 그것뿐만은 아닌 건가?선우는 터질 것 같은 생각을 꾹꾹 눌렀다. 결국 그는 윤아를 깨우지 않고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정윤은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다가 선우가 나오자 얼른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윤아님 어때요? 뭐 좀 드
더 보기

제954화

“그래요?”선우의 말투는 차가웠다.“마음의 병이 나았다면 왜 아직도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는 거죠?”우진은 요즘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기에 오늘 아침 선우가 윤아에게 음식들을 준비해 보냈지만 윤아가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처음엔 우진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윤아가 적게 먹는다고, 그래서 몸매가 날씬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식사량이 이 정도로 적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최근에 우진도 이상한 구석을 발견했다.윤아는 식사량이 적은 게 아니라 아예 입맛이 없는 것이었다. 우진도 눈치챘으니 선우도 당연히 눈치챘을 것이다.그러니 우진이 신경 쓸 건 없었다.하지만 지금 선우도 방법이 없어 보였다.의사가 말한 건가?우진이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윤아님이 아직 음식을 드시려 하지 않는다면 아마 다른 걱정을 품고 있는 거 아닐까요?”“그래요? 그렇다면 진 비서님은 그 다른 걱정이 뭐라고 생각해요?”선우의 질문에 우진은 아예 입을 닫아버렸고 둘은 더 이상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 우진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윤아님이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게 뭔지 대표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으니 윤아님이 뭘 원하는지 뭘 원하지 않는지 대표님보다 잘 헤아릴 사람이 없어요.”“진 비서님, 지금 나를 훈계하는 건가요?”우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니요.”“나가서 계속 윤아 지키기나 해요.”아마 우진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더는 듣고 싶지 않은지 선우는 우진에게 나가라고 했다.우진은 바로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주저하고 있었다.“윤아님 상태가 그나마 괜찮을 때 그만두시는 게 어떨까요?”선우는 고개를 들고 선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대표님, 지금 윤아님 상태를 봐서는 대표님이 앞으로 후회할까 봐 걱정입니다.”“뭐라고요?”선우는 눈을 찌푸리며 위험한 눈빛으로 우진을 노려봤다.“저주도 아니고 장난 치는 것도 아닙니다. 윤아님 몸 상태로 이렇게
더 보기

제955화

선우가 정윤과 함께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아까 대표님은 왜 그렇게 화가 나신 거래요?”“원인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진 비서님이 서재에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들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대요. 처음엔 다들 물건이 떨어진 줄 알고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나가라고 호통치셔서 그제야 대표님이 화나 있음을 발견한 거래요.”“대표님처럼 온화한 분이 화를 내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그래서 사람은 겉만 봐서는 안 되나 봐요.”“근데 아까 윤아님에 관한 얘기를 들으시고는 바로 원래 모습대로 돌아오지 않았어요?”…잠에서 깬 윤아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푹 젖었음을 발견했다.하지만 윤아는 이제 꿈에서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윤아는 침대에 기대 멍해 있다가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입꼬리가 올라갔다.사람의 몸은 참 신기했다. 비록 머릿속에 예전 기억은 없지만 어떤 무의식과 감각은 이미 그녀의 뼈에 새겨진 것만 같았다.그에게 생명의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 그녀는 긴장했고 그런 그를 걱정했다.그가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걸 알고 나서야 몸과 마음에 긴장이 풀렸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임무의 절반을 완성한 셈이다.하지만 그녀는 아직 다른 감정에 둘러싸여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예를 들면 수현은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그녀는 아직 이곳에 갇혀 있다.신고할까도 생각해 봤다.하지만 자신을 챙겨주는 선우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그녀에게 선우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윤아는 이런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사색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선우가 빠른 걸음으로 방에 들어왔다. 잠에서 깬 그녀를 보고는 바로 침대맡으로 다가가 앉았다.“윤아야, 깼어?”윤아는 선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응.”“나 왜 찾아? 무슨 용건 있어?”수현은 이미 무사히 떠났다. 비록 윤아가 여기에 남는 걸 선택했지만 윤아는 선우와 말을 섞기도, 얼굴을 보기도 싫었다.앞으로
더 보기

제956화

선우는 이렇게 말하며 점점 윤아와 거리를 좁혔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윤아를 덮쳤다. 조금만 더 가까이 하면 정말 키스라도 할 지경이었다.윤아는 심장이 벌렁거렸고 선우의 입술이 바짝 다가온 순간 힘껏 그를 밀쳐냈다.선우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다가 윤아가 갑자기 그를 밀쳐내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선우는 침대 밑으로 나동그라졌다.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윤아는 화들짝 놀랐다. 선우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까 그가 보인 행동이 생각나 감히 그쪽으로 다가가지 못했다.원래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으려 했지만 선우가 또 어떤 미친 행보를 보일지 몰라 윤아는 아예 맨발 바람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윤아가 그의 곁을 지나칠 때 그는 한발 빨리 윤아의 손목을 낚아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끌어왔다.“어디 가려고!”“이거 놔!”윤아는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선우를 밀쳐내려 했지만 선우가 윤아의 어깨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윤아는 선우가 계속 미쳐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오히려 진지하게 말했다.“윤아야, 미안해.”윤아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선우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 아까는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었나 봐. 많이 놀랐어?”선우가 손을 내밀어 윤아의 볼을 만지려는데 윤아가 이를 피했다.선우는 어딘가 괴로워 보였다. 윤아가 계속 발버둥 치자 천천히 그녀를 부여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미안해. 나 용서해주면 안 될까?”윤아는 의심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눈빛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정서는 이미 차분해진 것 같았고 더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윤아는 한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침대 맞은편으로 걸어가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용건이 뭔데? 없으면 나가줘. 나 잘 거야.”이를 들은 선우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윤아야, 너 금방 깼어. 또 잔다고?”“잠을 잘 못 자서 더 자려고, 안 돼?”윤아는 선우가 여기에 남을 핑계를 찾는다고 생각해 아무렇게
더 보기

제957화

윤아의 말이 맞았다.게다가 윤아가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선우는 절대 이런 희망을 품을 엄두를 못 냈었다.그런 일을 하고도 어찌 윤아가 그를 좋아하기를 바라겠는가?그녀가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을 바랐고 그렇게 그녀가 천천히 그에게 물들면 된다고 생각했다.선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아는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음을 알아챘다.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무튼 내 몸은 여기 남았으니까 약속을 어긴 건 아니잖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 이 정도의 자유는 있는 거 아니야?”선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응, 그렇지.”“그럼 지금은 좀 나가줄래?”이 말을 들은 선우는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결국 지는 쪽은 늘 선우였다.“그래, 나갈게. 하지만 안 먹는 건 안 돼. 아래로 내려오기 싫으면 방까지 가져다주라고 하면 되니까.”윤아가 거절할까 봐 그러는지 선우는 이 말을 뒤로 잽싸게 방에서 나갔다.선우가 나가고 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조금 기다려서야 윤아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갔네.윤아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침대에 앉았다.선우가 아까 보여준 행동에 윤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온몸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 선우가 진짜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전에는 그가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윤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선우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안 이상 앞으로 절대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어느날 선우가 미쳐버리면 어떡하지?이런 생각에 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정윤이였다.“윤아님, 대표님께서 주방에 음식을 부탁하셨나봐요.”이를 들은 윤아가 다시 눈을 떴다.“들어와요.”정윤이 접시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접시에는 여러 요리가 담겨 있었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그 냄새를 맡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님, 오늘 주방에서 여러 가지로 준비했어요. 어떤 종
더 보기

제958화

결국 온몸에 힘이 풀려 윤아는 정윤의 부축을 받으며 욕실에 나와 소파에 널브러졌다.윤아는 지금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고 머리카락도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윤아는 그렇게 연약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가여워 보였다.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정윤은 그런 윤아가 마음 아픈 듯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시울을 붉혔다.“윤아님…”윤아는 한참 숨을 고르고 나서야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이내 들려오는 정윤의 울음소리에 윤아는 고개를 들었다. 정윤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정윤이 울 줄은 몰랐다.정윤도 자기가 눈물을 흘릴 줄은 생각도 못 한 듯 눈물을 닦아내며 사과했다.“아니에요. 아까 조금 놀라서 그래요. 윤아님, 괜찮으시죠?”“놀라게 해서 미안해요.”“윤아님은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다 저의 불찰이에요.”정윤은 이렇게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윤아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며 물었다.“어떡해요? 음식을 아예 안 드실 수는 없잖아요. 만약 집에서 한 음식이 별로라면 외식할까요?”윤아는 소파에 기댄 채 힘없이 웃었다.“괜찮아요. 안 나가도 돼요. 그냥 입맛이 별로 없어서 그래요. 아마 며칠이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입맛이 별로 없다고?원래는 정윤도 그렇게 생각했다. 윤아가 입맛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라고, 입맛이 다시 돌아오면 괜찮을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입맛은 돌아오기는커녕 점점 안 좋아졌다.게다가 매일 약까지 먹는데도 이런 상황이면 언제 다 나을 수 있을까?“아니면 윤아님, 의사 선생님을 바꿔 볼까요? 아니면 직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던지. 위가 불편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나 진짜 괜찮아요. 걱정되면 단팥죽이나 가져다줘요.”윤아가 먼저 음식을 찾자 정윤은 바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단팥죽을 윤아 앞에 대령했다.“윤아님, 이건 어때요?”“고마워요.”윤아는 단팥죽을 받아와 몇 모금 먹었다.팥이 잘 익어서 으깨질 정도였고 죽도 온통 팥의 풍
더 보기

제959화

정윤은 윤아의 그런 모습에 놀라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선우를 찾으러 갔다.선우는 이를 듣자마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윤아한테로 달려왔다.정윤은 선우의 뒤를 따라가며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윤아님은 전에 그냥 입맛만 안 좋아서 조금 적게 드실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엔 먹은 것들을 전부 토해내셨어요.”정윤은 이렇게 말하더니 잠깐 뜸을 들이다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윤아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데, 혹시… 다른 의사를 부르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윤아님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보든지요. 윤아님 요새 계속 밥을 잘 못 드시고 계세요.”이를 들은 선우는 멈칫하더니 이내 걸음을 멈췄고 근처에 있는 도우미에게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의사 불러오세요.”선우가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자 정윤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 얘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선우가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고 재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윤아의 이런 모습을 보고 끝내는 삼켰던 말을 다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정윤은 선우를 몰래 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사실 대표님도 윤아님을 많이 걱정하고 계시네.’다른 제안을 하면 선우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한번 시도해 봐?윤아가 정윤을 많이 잘해줬던지라 정윤도 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싫었다.이렇게 생각한 정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사실 미숙한 건의가 하나 있는데 들어보실래요?”선우는 윤아를 걱정하고 있었던 터라 정윤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요새 윤아를 챙겨준 사람은 정윤이였다.그리고 윤아도 정윤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이런 원인으로 선우는 인내심을 조금 낼 수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말해 봐요.”“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윤아님 정신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여요… 윤아님을 저주하거나 그런 뜻은 전혀 없습니다. 제
더 보기

제960화

“의사 선생님 왔는지 확인 좀 해봐요. 아직이면 전화해서 빨리 기어 오라고 하고요.”옆에서 듣고 있는 정윤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기어 오라는 단어까지 쓴 걸 보면 선우의 기분이 매우 안 좋다는 뜻이었다.정윤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얼른 밖으로 뛰어갔다.“네,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방에는 선우만 남았다. 그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윤아의 이마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닦아줬다.이마를 닦아주는 선우의 안색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그렇게 땀을 다 닦아주고는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입술까지 하얘진 윤아를 조용히 바라봤다.그런 윤아의 모습에 선우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녀를 억지로 옆에 남겨둔 게 정말 잘못된 짓은 아닐까?윤아는 분명 선우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었다. 둘은 원래 친구로 남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둘 사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왜 이렇게 된 걸까?그냥 그녀를 좋아한 것뿐인데 말이다.선우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선우는 그 누구도 믿지 못했다.하지만 윤아가 그의 옆에 나타나 그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그와 함께 하기는 싫다고 한다.이런 엔딩을 맞을 줄 알았으면 선우는 차라리 윤아가 자기를 돕지 않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이런 허황한 꿈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의 이마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주더니 담요까지 덮어줬다.“잠깐만 기다려. 의사 선생님 곧 오실 거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이 열리고 윤정이 의사를 데리고 들어왔다.“대표님, 의사 선생님 오셨어요.”저번에 왔던 그 의사였다. 그는 마치 오늘의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이번엔 무슨 상황이죠?”가까이 다가온 의사는 쓰러진 윤아를 보고 표정이 삭 변했다. 그가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저번에 진찰을 왔을 때부터 앞으로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더 보기
이전
1
...
9495969798
...
12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