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 왔는지 확인 좀 해봐요. 아직이면 전화해서 빨리 기어 오라고 하고요.”옆에서 듣고 있는 정윤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기어 오라는 단어까지 쓴 걸 보면 선우의 기분이 매우 안 좋다는 뜻이었다.정윤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얼른 밖으로 뛰어갔다.“네,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방에는 선우만 남았다. 그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윤아의 이마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닦아줬다.이마를 닦아주는 선우의 안색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그렇게 땀을 다 닦아주고는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입술까지 하얘진 윤아를 조용히 바라봤다.그런 윤아의 모습에 선우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녀를 억지로 옆에 남겨둔 게 정말 잘못된 짓은 아닐까?윤아는 분명 선우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었다. 둘은 원래 친구로 남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둘 사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왜 이렇게 된 걸까?그냥 그녀를 좋아한 것뿐인데 말이다.선우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선우는 그 누구도 믿지 못했다.하지만 윤아가 그의 옆에 나타나 그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그와 함께 하기는 싫다고 한다.이런 엔딩을 맞을 줄 알았으면 선우는 차라리 윤아가 자기를 돕지 않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이런 허황한 꿈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의 이마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주더니 담요까지 덮어줬다.“잠깐만 기다려. 의사 선생님 곧 오실 거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이 열리고 윤정이 의사를 데리고 들어왔다.“대표님, 의사 선생님 오셨어요.”저번에 왔던 그 의사였다. 그는 마치 오늘의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이번엔 무슨 상황이죠?”가까이 다가온 의사는 쓰러진 윤아를 보고 표정이 삭 변했다. 그가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저번에 진찰을 왔을 때부터 앞으로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의사와 정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선우가 덤덤한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보고 있었다.“먼저 약부터 처방해요.”의사는 선우의 개인 의사로 지낸 지 꽤 오래되었기에 서로 친하지는 않아도 서먹한 사이는 아니었다.선우의 말에 의사는 잠깐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끼어드는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까 제가 한 얘기 다 들으셨죠? 환자분은 아무 병이 없어요. 그런데 무슨 약을 처방하겠어요? 약을 잘못 먹으면 오히려 문제 될 수 있어요.”선우가 차가운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봤다.“마음의 병이라면서요. 그럼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처방하세요.”“그게… 제가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어찌 알까요?”옆에 서 있던 정윤도 이 광경에 넋을 잃었다. 선우가 윤아를 많이 챙긴다고 생각하던 정윤이었다. 의사도 윤아는 마음의 병이기에 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선우는 자꾸만 의사에게 약을 처방하라고 요구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대표님, 의사 선생님 말씀은 윤아님이…”“정윤 씨가 끼어들 자리는 아닌 거 같은데?”하지만 정윤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선우가 매몰차게 잘라버렸다.선우가 차가운 표정으로 정윤을 쏘아봤다.“이제 정윤 씨가 도울 일은 없으니 나가주세요.”정윤은 윤아가 걱정되는 마음에 몇 마디 덧붙였다가 선우에게 쫓겨나고 말았다.정윤은 입을 앙다문 채 어딘가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분명 의사가 윤아의 상황을 명확하게 얘기해줬는데 선우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는 건 윤아를 해치겠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윤아가 자신을 꽤 잘 챙겨줬던 게 생각나 정윤은 자기도 모르게 윤아의 편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의사가 이때 입을 열었다.“그래요. 일단 약을 처방해 줄게요.”“선생님!”이를 들은 정윤이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아까 분명…”“대표님 말씀 못 들었어요? 약 처방하라잖아요.”“…”정윤은 할말을 잃었다.선우만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의사도 미친 것 같았다. 대표
“장, 장 선생님. 아까 한 말 진심은 아니었어요.”“됐어요. 마음은 착한데 급해서 그런 거 알아요. 다음엔 좀 스마트하게 움직입시다.”“그럼 장 선생님, 윤아님 어떡하면 좋을까요?”정윤은 의사의 손에 들린 그 비타민을 건네받더니 고민에 찬 표정이었다.“선생님 말씀처럼 마음의 병이라면 비타민을 먹어도 쓸데없잖아요.”“맞아요.”의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약은 그냥 임시방편이고 대표님을 설득해 빨리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래야 마음의 병이 나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환자님이 고민하고 있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심리 상담의를 찾아도 효과가 별로 없을 거예요. 환자분 상태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거든요.”정윤도 당연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방법이라고는 선우를 설득한 길밖에 없었다.“장 선생님,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볼게요.”의사는 정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저는 들어가서 수액 좀 놓아줄게요. 지금 많이 허약하거든요.”“제가 도울게요.”둘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윤아에게 수액을 놓아줬다.의사가 혈관을 찾는데 윤아가 예전보다 많이 야위었음을 발견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윤아에게 수액을 꽂았다.의사는 그렇게 한참을 분주히 돌아치더니 선우에게 말했다.“일단 쉬게 놔둬요. 조금 있다 깨어날 거예요. 큰 문제는 없어요.”선우는 무표정으로 대꾸했다.“고마워요.”의사는 그런 선우의 모습에 입을 뻐끔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삼켰다.…윤아는 오후에 깨어났다.깨어나 보니 선우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눈을 뜨자마자 선우의 눈빛과 마주했다.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눈을 감았다.선우는 윤아가 깨어나자 너무 기뻤고 인사를 건네려 했는데 윤아가 그렇게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선우는 말문이 막혔다.반감을 드러내는 윤아의 태도에 선우는 목구멍이 살짝 메어왔지만 그것보다 가슴이 더 아팠다. 칼로 조금씩 에는 듯한 고통이었다.한꺼번에
윤아의 말에 선우가 티 나게 멈칫했다.선우는 그렇게 몇초간 반응하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화장실에 가고 싶은 거였구나. 갈 힘이 없어? 내가 안아다 줄까?”“그걸 내가 원할 거라고 생각해?”윤아가 대꾸했다.이 말에 선우의 눈빛이 다시 어두워졌다.“하긴, 네가 그럴 리 없지. 다른 사람 불러줄게.”이 말을 뒤로 선우는 잽싸게 방에서 나갔다. 아마 윤아가 오래 참는 게 힘들까 봐 그러는 것 같았다.선우가 나가고 나서야 윤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손에서 아픔이 전해졌다. 고개를 숙여 확인해 보니 손에 바늘이 꽂혀 있었다.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냥 몸이 너무 힘들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의식을 잃고 만 것이다.아마도 쓰러진 게 아닐까 싶었다. 쓰러진 윤아를 발견한 정윤이 선우와 의사를 불러와 수액을 놓아준 거겠지.윤아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을 일으키기엔 무리였다. 손이 아픈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몸은 물을 잔뜩 먹은 솜처럼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기어서 일어나는 데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몇몇 도우미가 빠른 속도로 윤아에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윤아님, 저희가 신발 신겨드릴게요.”도우미는 얼른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신겨주고 그녀를 침대에서 일으켰다.“윤아님, 가요. 저희가 화장실로 모셔다드릴게요.”윤아는 정말 까닥할 힘도 없었다. 누군가 부축해 주겠다고 하니 그게 동성이든 이성이든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고마워요.”화장실에서 나온 윤아는 몸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았다. 침대로 돌아와 누웠는데 정윤이 돌아왔다.윤아가 깨어난 걸 보고 정윤은 매우 기뻐했다.“윤아님, 드디어 깨셨네요.”정윤을 본 윤아는 그제야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왔네요.”도우미들은 정윤이 온 뒤로 줄곧 정윤만 바라보는 윤아의 모습에 더는 남아 있을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여 윤아에게 고하고는 밖으로 나갔다.정윤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윤아에게로
윤아가 쉬려고 침대에 누운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윤은 방에서 나왔다.방 앞.선우는 떠난 게 아니었다. 윤아가 자기를 보고 싶어 하지 않자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은 선우가 정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까만 눈동자는 어느새 아무런 정서를 읽어낼 수 없이 차갑기만 했고 예전의 온화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선우의 모습에 정윤은 화들짝 놀랐다. 그런 선우가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윤아님 깼다가 다시 잠들었습니다.”“네.”선우가 이렇게 대꾸하더니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태는 어때요?”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윤아님 상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아마도 장 선생님이 수액을 놓아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수액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도 하셨죠. 길게 보면 윤아님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돌려놓아야 해요. 아니면…”말끝은 굳이 맺지 않았다. 선우도 총명한 사람인지라 분명 알아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알아듣는 건 듣는 거고 그대로 진행할지는 의문이었다.선우가 이내 차갑게 되물었기 때문이다.“지금 나 지적하는 거예요?”정윤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대표님, 월급쟁이가 대표님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지적을 하겠어요. 저는 그냥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전달해 드리는 거예요.”“아, 그럼 의사가 이렇게 전달하라고 시키던가요?”“아니요. 장 선생님은 그저…”“혹시 정윤 씨도 장 선생님처럼 윤아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해요?”이를 들은 정윤이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아닌가요?”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정윤의 질문에 선우가 멈칫했다.선우가 멈칫하는 걸 보고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한 정윤은 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대표님, 정말 윤아님을 걱정하고 계신다면 이때 상담 받을 수 있게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다 윤아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늦어요. 제 말 언짢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다 사실이에요.”이 말을 뒤로 정윤은 선우가 어떤 표정을 짓
선우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꽤 오래 지났어도 우진이 선우 앞에서 죽음이란 단어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윤아에 관해서 말이다.두 사람 모두 선우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여자였다.하지만 선우의 어머니는 이미 죽고 없었다.만약 윤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순간 선우의 눈빛이 요동치더니 우진을 매섭게 노려봤다.“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선우의 살기등등한 눈빛에도 우진은 태연했다.“대표님, 윤아님이 계속 이렇게 음식 섭취 없이 수액만 맞는다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선우는 대답이 없었다.“한 달? 근거가 없긴 하지만 사람은 뭔가를 먹지 않으면 얼마 못 버텨요.”우진은 이렇게 말하며 선우가 보는 앞에서 핸드폰으로 검색하려 했다.“그만해요!”우진은 그 자리에 선 채 덤덤한 표정으로 성질을 내며 자리를 떠나는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우진은 핸드폰을 도로 넣었다.선우에게 설득은 먹히지 않았다.지금 우진이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최대한 부풀려서 들려주는 것뿐이었다. 선우 어머니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선우를 자극할 수 있다면 말이다.우진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윤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다음에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사람은 죽으면 되돌릴 수 없으니 말이다.…선우는 홀로 서재에서 거의 8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식사하라고 불러도 안에서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조급해 난 도우미들이 우진에게 달려가 물었다.우진은 이렇게 대답했다.“대표님은 기분이 안 좋으실 때 혼자 계시는 걸 좋아합니다. 방해하지 마세요.” 우진의 말에 도우미들은 자연스럽게 왜 선우가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끼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하지만 진짜 골치가 아픈 건 따로 있었다.윤아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말은 없었지만 뭐만 먹으면 바로 토했다. 윤아 본인의 문제긴 했지만 선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주방이 일을 못 해서
하지만 정윤이 관찰한 데 의하면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 같았다. 윤아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게다가 윤아는 선우를 사랑하지 않았다.몸은 여기에 남았지만 마음에 병이 든 것이다.그렇다 해도 정윤은 윤아가 이곳을 떠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정윤도 속으로 선우가 윤아를 놓아줄 리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지금 우진이 이 얘기를 꺼내자 정윤도 반응이 왔다. 혹시 윤아가 여기를 떠날 수도 있지 않을까?만약 이곳을 떠난다면 마음의 병도 나아지지 않을까?이렇게 생각한 정윤은 이를 자신의 임무 리스트에 추가했다.원래 정윤의 임무 리스트에는 선우를 설득해 윤아에게 심리 상담을 시켜주는 것뿐이었는데 지금 하나가 새로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선우를 설득해 윤아를 놓아주게 하는 것이다.정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진은 마치 그녀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대표님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요. 그러다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요.”이를 들은 정윤은 선우가 자신의 속내를 알아낸 것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우진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한낱 도우미에 불과했고 맡겨준 일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잘못 말했다가 오히려 윤아를 해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정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아의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는 것이었다.선우가 심리 상담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정윤은 온라인으로 문의할 생각이었다.“비서님,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요. 이만 가볼게요.”“네.”정윤이 방에 돌아와 보니 윤아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정윤은 윤아에게 외투를 벗어 덮어주며 핸드폰으로 문의하기 시작했다.요새 정신에 문제가 생긴 젊은이들이 많았다.정윤이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반에 다니던 친구 한 명이 큰 부담을 미처 이겨내지 못해 우울증에 걸렸고 극단적 선택을 여러 번 시도했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이 일을 안 동기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어수선했다.정윤은 앞으로 자신도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정윤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갑자기 정신과 의사를 부르는 데 동의한다고?정윤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렇게 물었다.“대표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듣고도 믿을 수 없었던 정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이를 들은 선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정윤을 쏘아봤다. 정윤은 화들짝 놀라며 잽싸게 대답했다.“바로 모셔 오겠습니다.”정윤은 방에서 달려 나오자마자 구석에 있던 우진을 마주쳤고 얼른 이 사실을 우진에게 알려줬다.“비서님, 대표님께서 드디어 윤아님께 정신과 의사를 불러주는 걸 동의하셨어요.”이는 정윤에게 좋은 소식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정윤의 말을 듣고도 우진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우진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니라고 말이다.이에 정윤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도 점점 옅어졌다.“비서님, 이거 좋은 일 아니에요? 왜 비서님은 하나도 안 기뻐 보이지?”정윤은 혹시 자신이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정윤은 아직 뭘 하기 전이었다.우진은 덤덤한 눈빛으로 정윤을 힐끔 쳐다봤다.“저는 늘 이런 표정이죠. 정신과 의사 찾으러 간다면서요. 얼른 가요.”우진은 그렇게 정윤을 보내버렸다.정신과 의사가 도착했을 때 윤아는 아직 자고 있었다. 하여 선우는 일단 정신과 의사에게 깨우지 말고 기다리라고 지시했다.정신과 의사는 나와서 진찰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나왔는데 환자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옆에 서 있던 집사가 얼른 이렇게 덧붙였다.“죄송합니다. 진료 비용은 세 배로 드릴게요.”이 말에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의사는 이내 마음을 풀었다. 진료비가 3배라니, 몇 시간을 더 기다리라고 해도 좋았다.약 한 시간 뒤, 윤아가 잠에서 깼고 의사가 방으로 들어갔다.정신과 의사는 유지태라는 자였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방안의 환경을 쭉 살폈다.비록 지금은 낮이었지만 방안의 커튼은 모두 닫혀 있었다. 조명으로만 방안을 밝혀주고 있었는데 불빛이 누런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