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를 외간 남자와 한방에 두어야 되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선우가 어떻게 마을 놓을 수가 있을까? 게다가 윤아는 지금 몸이 너무 허약했다. 그러다 쓰러지면 밖에서 알아차릴 수도 없는데 그땐 어떡해야 할까?유지태는 선우의 눈빛에서 경계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남자에 대한 경계였다. 유지태도 이런 가족과 친구를 많이 봐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건 그의 업무이니 어쩔 수 없었다.선우가 너무 심하게 걱정하자 유지태는 이렇게 위로했다.“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도 십여 년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절대 업무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선우는 입을 앙다물었다. 상대가 보증을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결국 한발 물러섰다.“잠깐 얘기 좀 할까요?”유지태는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유지태는 선우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정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더니 윤아를 살폈다. 잠에서 깬 윤아는 줄곧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약 2분 뒤, 유지태가 드디어 안으로 들어왔다.그러더니 정윤을 힐끔 쳐다봤다.그와 눈빛을 주고받은 정윤은 밖으로 나갔다. 선우도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없는데 정윤도 당연히 나가야 했다.정윤은 밖으로 향하며 선우가 유지태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생각해 봤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분명 전에는 윤아는 외간 남자와 단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걸 걱정했는데 말이다.하지만 이내 자신이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어냈다.선우와 우진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윤은 밖으로 나와 선우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선우는 대꾸하지 않았다.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뿐인데 밖에 나와 있는 세 사람은 마치 수술실 밖을 지키는 것처럼 표정이 어두웠다.시간이 유난히 늦게 지나는 것 같았다.선우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비용 얘기가 나오자 유지태도 살짝 민망했다. 실제 진료 비용도 두 배나 지불했다.돈을 받았으니 그만큼의 아웃풋을 내야 한다.선우의 차가운 시선에 유지태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한 번 더 시도해 볼게요.”방으로 들어가기 전 유지태는 뭔가 생각난 듯 이렇게 물었다.“여러분들은 환자분이 평소에 흥미를 느끼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분이 제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 수가 있어요.”“흥미를 느끼는 일이요?”정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윤아님을 지금까지 모셨는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볼 만한 게 없었어요. 대표님은 알고 계세요?”정윤은 아무 생각 없이 유지태의 질문을 선우에게로 돌렸다.하지만 돌아온 건 선우의 침묵이었다.우진은 선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입꼬리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올라갔다. 비아냥의 의미였다.윤아가 흥미를 느낄만한 일이라면 여기를 떠나는 것, 아니면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이겠지.하지만 선우는 이 두 가지 중 그 무엇도 먼저 꺼내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한참 침묵하던 선우가 유지태에게 이렇게 말했다.“나도 잘 몰라요.”옆에 있던 정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의아해하며 물었다.“잉? 대표님. 대표님도 모른다고요? 윤아님은 좋아하는 게 딱히 없는 건가?”정윤의 말이 너무 많아 언짢아진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정윤을 쏘아봤다.“…”선우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한기에 정윤은 입을 꾹 다문 채 말할 엄두를 못 냈다.유지태는 지금 이 상황이 정확하게 어떤지는 잘 몰라도 그들의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윤아가 좋아하는 게 뭔지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어도 선우가 모른다니.유지태는 윤아가 아픈 원인이 여기에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이 모든 게 너무 수상하고 괴이했다.이렇게 생각한 유지태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말씀하세요.”선우의 말투는 고운 편이 아니었다.유지태도 이걸 느꼈지만 환자를 위해
그렇게 약 3분간 살펴보던 유지태가 이렇게 물었다.“윤아 씨,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힘들어요?”윤아가 앉아 있는 자세는 실로 기괴했다. 소파에 기댔다고는 하나 오랜 시간 그런 자세로 앉아 있으면 매우 불편해야 맞았다.아니나 다를까 유지태의 질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윤아는 그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대꾸하지 않았다.유지태는 그저 멋쩍게 웃었다.“흥미를 느낄만한 화제가 있는데, 들어볼래요?”하지만 이 말도 딱히 윤아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유지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여기를 떠나고 싶나요?”유지태는 윤아의 그 어떤 표정도 놓치고 싶지 않아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아니나 다를까 유지태의 이 질문에 윤아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윤아가 유지태를 유심히 살펴봤다.이 표정에 유지태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걸 알아챘다.윤아가 아픈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유지태가 그제야 조금 긴장이 풀린 듯 안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윤아 씨, 만약 이곳을 떠나고 싶다면 제가 도울 수도 있습니다.”끝내 윤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유지태를 바라봤다.“돕는다니, 어떻게요?”유지태가 처음으로 이 방에 들어오고 지금까지 윤아가 내뱉은 첫마디였다.윤아의 목소리는 약하고 부드러웠지만 사실 힘이 없어서였다. 말할 때 숨이 가빠하는 걸로 봐서는 마음의 병이 몸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의미였다.매번 이런 환자를 볼 때마다 유지태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난감했다.“어떻게 돕길 바라나요?”이럴 때일수록 윤아와 라포르를 형성해야 한다.윤아는 유지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어떻게 돕길 바라냐고?윤아의 눈빛은 어딘가 막연해 보였다.“나도 모르겠어요.”“모른다고요?”유지태는 다른 돌파구를 찾은 듯 보였다.“왜요? 혹시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나요?”“생각은 정리됐어요.”윤아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생각이죠?”이 질문에 어렵게 입을 열었던 윤아가 다시 침묵하기 시작했다.유지태도 그런 윤아를 다그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려줬다.그렇게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도
그의 눈빛에 선우는 불쾌함을 느꼈다.윤아가 그에게 뭔갈 알려주기라도 한 건가.“왜 자꾸 쳐다보는 거죠?”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지태는 원래 말하려 하지 않았으나 먼저 물어보니 이 기회에 그도 바로 본론을 꺼냈다.“대표님도 윤아 님과 함께 상담받아 보시는 게 어떠신지요?”그의 오랜 업무 경험으로 볼 때 윤아보다는 선우가 더 문제가 있어 보였다.옆에 있던 우진과 정윤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그 둘도 지태가 갑자기 이런 말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두 사람은 일제히 선우의 표정을 살폈는데 과연 낯빛이 먹빛처럼 캄캄했다.그러나 지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진심입니다. 대표님께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고 필요하시면 바로 전화 주세요. 오늘 진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모셔다드릴게요.”그를 배웅하는 우진의 뒤로 이미 화가 잔뜩 나 있는 선우가 보인다. 하지만 윤아를 치료하려면 담당 의사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그는 말할 수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는 수밖에.-그들이 떠난 후 정윤은 우두커니 서서 선우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말을 꺼냈다.“대표님. 그럼 들어갈까요?”그녀는 윤아의 방을 가리켰다.선우는 그런 정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곧장 걸어 들어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정윤도 빠른 걸음으로 그를 따라갔다.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웅크린 채 아무 기운도 없는 윤아의 모습에 선우는 화가 치밀고 마음이 아팠다.그녀가 자기 곁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먹고 마시지도 않고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는 게 견딜 수가 없었다.많은 상황이 말해주다시피 윤아는 지금 고의로 안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저항하는 거다. 그녀의 몸은 먹으면 토하고 기운도 없고 잠만 자는 상태로 되어버렸다. 선우는 한참 동안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가 나갔다.나올 때마침 지태를 배웅 배웅하고 돌아온 우진을 만났다.“진 비서.”선우의 눈빛은 싸늘했다.“훈이랑 윤이 어디 있는지 좀 알아봐요.”
“하지만 두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윤아 님은 죽기보다 더 괴로워할 겁니다.”“일이 생길 리가 있나?”선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윤아도 내 곁에 있는데 아이들도 데려와 재회시키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대표님께서 정말 가족이 모이길 원하신다면 윤아 님을 내보내야 합니다.”여기까지 들은 선우는 가볍게 웃었다.그의 웃음소리에서 우진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그는 재빨리 말했다.“이 일은 제가 조사하겠습니다.”우진이 승낙하자 선우가 귀찮게 그를 더 상대하지 않았다.“빨리 진행하세요. 늦어도 3일. 그 안에 두 아이가 윤아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윤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진 비서도 다시 돌아올 필요 없어요.”우진은 주먹을 움켜쥐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전에 그는 선우가 윤아를 아끼니 결국엔 그녀를 놓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의 집착을 과소평가했던 거지.-한편, 한국.밤이 깊었지만 집은 여전히 불을 끄지 않고 있다.서훈과 하윤 두 녀석을 재운 선희는 방을 나오고 순식간에 수심에 잠긴 표정으로 바뀌었다.이 집에 들어와서 이렇게까지 그녀의 속을 태우는 일은 있은 적이 없었다.과거에 그녀는 걱정할 일이 딱히 없었다. 그녀는 외모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미용보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줄곧 사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정서가 불안정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거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진태범이 보였다. 인기척을 느낀 그도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선희를 발견하고는 손에 든 담배를 재떨이에 빨아들인 후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그의 동작은 선희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고 본래 초조하고 불안했던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태범은 젊었을 때부터 담배중독이었지만 선희가 담배 냄새를 싫어해 그때부터 담배를 끊으려 노력했다.그 후 수십 년 동안 선희 앞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그녀가 더 이상 담배를 요구하지 않고 자신이 피우는 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자 태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눈살을 다시 찡그렸다.“이렇게 늦었는데 왜 안 자요?”예전에는 아이를 달래고 바로 따라 잤는데 오늘 밤은 어쩐 일인지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녀였다.덕분에 딱 한 번 담배를 피우다가 붙잡혔지.선희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되물었다.“그럼 당신은 왜 안 자고 여기서 담배를 피우세요?”그 질문에 둘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그때, 한참을 가만히 있던 태범이 말을 꺼냈다.“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선희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우리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이 말을 하고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자식 걱정.상황이 지금 이런데 그들이 어떻게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할 수 있겠는가?“이 비서가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했지만...”선희는 살짝 말끝을 흐리더니 말했다.“우리에게 말할 때 태도나 말투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태범의 생각도 같은지 고개를 끄덕여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그리고 그 둘 다 아이를 못 본 지 얼마나 됐죠? 둘 다 연락도 안 되고 말이에요.”아이가 크면서 연락이 뜸해졌다고 해도 떠날 때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건 좀 이상했다.“윤아 쪽은 계속 전원이 꺼진 상태고 수현의 전화는 이 비서가 받더군요.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어요.”변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민재는 그녀에게 수현과 윤아 두 사람 모두 괜찮다고 맹세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은 당분간 아이를 돌볼 방법이 없으니 부탁 좀 한다며 말이다.아이를 돌보는 건 별것 아니지만 자식 걱정은 어쩔 수 없었다.정말 일이 있어서 바빠서 못 오더라도 안부나 영상 같은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선희도 젊었을 때 일을 처리하러 해외에 나가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소중한 아들을 보기 위해 영상 통화를 걸곤 했다.윤아처럼 갑자기 떠나더니 소식도
“마침 시간도 늦었고 경계를 늦춘 틈에 해치워야죠.”“그래요. 빨리 돌아와요.”“여보, 올라가서 먼저 쉬고 있어요. 나 기다리지 말고.”짧은 인사를 끝으로 그는 집을 나섰다. 선희는 멀어져가는 태범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녀는 그저 수현과 윤아가 모두 무사히 돌아와 이 걱정이 가시길 바랄 뿐이다.선희는 이만 돌아가 자려고 했으나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생각 끝에 그녀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태범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그가 기다리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선희는 아들과 윤아의 소식을 빨리 알고 싶어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선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마침 민재 쪽도 급한 일을 마쳤다.그들이 수현을 데려왔을 때 그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였다. 원래 윤아의 행방에 관해 물으려 했으나 부하들이 그를 말렸다.“이선우라는 사람이 윤아 님을 좋아하니 윤아 님은 아마 무사할 겁니다. 지금 대표님이야말로 목숨이 위험한 상태이니 문제가 생기기 전에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윤아 님은 대표님을 구하려고 그곳으로 갔는데 이제 와서 그냥 가자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비서님.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이선우 그 자식은 윤아 님 좋아하고 대표님과는 원수지간이에요. 윤아 님도 그걸 알고 간 거고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그쪽에선 저희 대표님께 인정사정없습니다. 아직도 의식불명이잖습니까. 이미 저쪽에서 의식을 잃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누가 알아요. 서둘러 돌아가지 않아 그사이에 대표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윤아 님의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지 않습니까?”민재는 조금씩 설득을 당했지만당했지만 그래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수현만 데려가고 윤아를 방치할 생각을 하니 죄책감이 들었다.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녀는 비행기에 오른 직후부터 그들과 연락이 끊겼고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 후 겨우 얻어낸 정보가 병원에 갔다는 소식이었다.윤아가 병원에 있을 때 민재는 원래 그녀와 만날
초인종 소리에 민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문을 열어주러 나가다 말고 걸음을 멈추는 민재. 생각해 보니 지금은 깊은 밤이고 이 집은 그가 혼자 사는 집이다. 이 시간에 이곳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민재는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그는 문 쪽으로 다가가지 않고 서재로 돌아가 감시카메라를 확인했다.털이 쭈뼛 서서 복도를 확인한 민재는 문 앞의 누군가를 보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수현의 아버지.민재는 너무 놀라 심장이 벌렁댔다.‘이 야심한 밤에 왜 찾아오신 거지?’게다가 그의 뒤에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두 명의 남자가 함께 따라왔다.어쩐지 그 통화 이후로 계속 불안하다 했더니 너무 허접한 거짓말이라 바로 들통이 난 모양이다.이제 집 앞까지 찾아왔으니 이를 어쩐담.기다리다 지쳤는지 태범이 짜증스럽게 초인종을 몇 번 더 눌렀다. 기세를 보아 문을 열어주기 전까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늦은 밤에 계속 시끄럽게 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민재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는 선 채로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수현과 윤아를 엮어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낸 후 문열었다.다.그러고는 마치 미리 감시카메라를 확인하지 않은 것처럼 놀란 표정으로 태범을 맞이했다.“회장님. 이 밤에 여긴 어쩐 일로?”민재는 금방 잠에서 깬 것처럼 퉁명스럽게 하품도 한 번 해주면서 말을 건넸다.태범은 그런 민재를 날카롭게 쏘아보더니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말했다.“데려가.”그의 명령에 옆에 있던 남정네들이 다가오더니 민재의 양팔을 붙잡고 포박했다.졸린 척을 하려던 민재는 정신이 번쩍 들어 서둘러 말했다.“회장님. 무슨 일입니까? 왜 이러세요?”“모르는 척 하지 말고 말하게나. 도대체 무슨 일인가?”“아니 회장님.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물으시면 무슨 말씀이신지.”태범은 수현과 윤아의 일을 물으러 온 것이다. 그리고 이딴 실랑이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민재가 말할 생각보이자 태범이 손을 휘적였다. 손을 휘적였다.“말할 수 없다 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