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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의사 선생님 왔는지 확인 좀 해봐요. 아직이면 전화해서 빨리 기어 오라고 하고요.”

옆에서 듣고 있는 정윤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기어 오라는 단어까지 쓴 걸 보면 선우의 기분이 매우 안 좋다는 뜻이었다.

정윤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얼른 밖으로 뛰어갔다.

“네,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방에는 선우만 남았다. 그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윤아의 이마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닦아줬다.

이마를 닦아주는 선우의 안색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그렇게 땀을 다 닦아주고는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입술까지 하얘진 윤아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런 윤아의 모습에 선우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억지로 옆에 남겨둔 게 정말 잘못된 짓은 아닐까?

윤아는 분명 선우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었다. 둘은 원래 친구로 남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둘 사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냥 그녀를 좋아한 것뿐인데 말이다.

선우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선우는 그 누구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윤아가 그의 옆에 나타나 그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그와 함께 하기는 싫다고 한다.

이런 엔딩을 맞을 줄 알았으면 선우는 차라리 윤아가 자기를 돕지 않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이런 허황한 꿈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윤아의 이마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주더니 담요까지 덮어줬다.

“잠깐만 기다려. 의사 선생님 곧 오실 거야.”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이 열리고 윤정이 의사를 데리고 들어왔다.

“대표님, 의사 선생님 오셨어요.”

저번에 왔던 그 의사였다. 그는 마치 오늘의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이번엔 무슨 상황이죠?”

가까이 다가온 의사는 쓰러진 윤아를 보고 표정이 삭 변했다. 그가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저번에 진찰을 왔을 때부터 앞으로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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