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1206 챕터

제931화

하지만 그를 다시 고용하는 대신 전에 했던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되었다.우진도 선우가 자신을 다시 불러올 줄은 몰랐다.윤아의 일을 들은 후 사실 그도 매우 걱정했다. 하지만 선우 쪽에서는 그는 이미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 아무리 걱정해도 당분간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렇게 포기하지 않았고 요 며칠 동안 줄곧 몰래 수단을 취했다.이럴 때 선우가 다시 연락할 줄은 몰랐고 더군다나 윤아의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라고 할 줄은 몰랐다.“윤아는 지금 기억이 없어요. 곁에서 보호해 주세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본인도 알겠죠?”우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윤아 님 이제 기억도 잃었는데 대표님은 여전히 그만두실 생각이 없는 거죠?”그 말에 선우는 눈을 붉히며 사납게 떨었다.“제가 진 비서를 다시 부른 건 윤아를 지키라고 한 겁니다.”“보호는 할 수 있지만 24시간 지켜볼 수는 없어요. 저희 눈에 닿지 않는 다른 모든 시간에도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진 비서는 해야 할 일만 잘하세요.”“대표님. 예전에 윤아 님에게 잘 대해주셨던 때가 있으니 윤아 님의 성격으로 보아 지금 그만두신다면 앞으로 기억을 되찾더라도 화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우진은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선우가 그만둘 수 있도록 설득하려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마음은 통하지 않았다. 선우는 한마디도 듣지 못하고 냉소를 지으며 할 일을 맡기고 떠났다.우진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져 가는 선우의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안 되는 건가?’사실 그는 산우가 윤아에게만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녀가 털끝 하나라도 다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그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_  윤아는 그 동양 얼굴의 사람을 고른 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그 여자 이름은 허정윤이고 윤아보다 몇 살이나 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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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그러나 정윤의 생각은 남들과 달랐다. 그녀가 이곳에서 일해본 바로는 무서운 걸 따지자면 역시 이선우가 더 무서웠다.그런 선우를 안심시킬 수 있는 여자는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윤아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냥했고 따뜻했다. 하지만 가십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아직은 무서움을 피할 수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후에 어디 좀 둘러볼까 하는데, 이 근처를 잘 알아요?”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잘 알고 있어요. 저는 이 근처에서 오래 살았거든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이든 함께 가요.”“고마워요.”정윤은 짐을 싸러 가는데 윤아는 정리할 게 없어 핸드폰만 들고 외출하려고 했다. 그런 그녀를 본 정윤이 대신 걸칠 외투와 장갑, 모자와 마스크를 챙겼다.“오늘 일기예보는 맑음이었지만 제가 살면서 경험한 바로는 언제 갑자기 눈이 올지 모르는 곳이에요. 춥지 않게 장비를 잘 갖추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정윤은 윤아에게 모자와 장갑을 끼게 한 뒤 목도리를 매주었다.거울을 보니 윤아는 두꺼운 옷에 둘둘 둘려 만두 같은 모양새가 되어있었다.“고마워요.”정윤의 행동은 선우도 만족스러워했다. 잘 챙기라고 미리 말해뒀지만 정윤은 그의 예상보다 더 잘해주었다..“나갈 때 같이 가줄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떠날 준비를 하던 윤아는 난데없는 소리에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지금 결정을 번복하는 거야? 한 명만 데리고 나가게 해준다더니. 인제 와서 한 사람을 더 붙인다고?’윤아의 표정은 눈에 보일 정도로 안 좋아졌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보며 한숨만 쉬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아는 분이실 거예요.”‘아는 사람?’윤아는 의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기억을 잃은 그녀가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내가 데려다줄게. 직접 봐.”그때, 선우가 나타나 그녀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갔다.윤아가 그를 따라 문밖으로 나가자 그제야 문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똑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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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우진을 보고도 반항하지 않는 윤아를 보며 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조금 씁쓸하긴 했다. 기억을 잃어도 무의식중에서는 우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진 비서도 같이 가게 해줘. 응?”입술을 오므리고 정신을 차린 윤아는 눈앞의 우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그럼 계속 따라다닌다고? 내 쇼핑에 방해가 될 것 같은데.”“아냐. 그때 가서는 멀리하라고 할게. 그래도 너랑 같이 다니는 건 저 여성분이야.”윤아는 그제야 대답했다.준비를 마친 후 그들은 각자의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정윤과 우진이 곁을 지켰기에 선우는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너무 오래 있지 말고 일찍 들어와.”선우의 당부에 윤아도 알았다며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차에 오른 윤아, 그녀의 시선은 옆에 있는 정윤을 스쳐 침묵하는 우진, 그리고 운전석의 기사에게 이르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원래는 혼자 나오려고 했는데 결국 그녀까지 포함해서 4명이 외출하게 되었다.윤아는 어이가 없는 상황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정윤이 데리고 간 곳은 근처 그리 멀지 않은 쇼핑센터였다. 안에는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윤아 님. 대표님이 나가기 전에 사고 싶은 건 마음껏 사라며 이 카드를 주셨어요.”윤아는 물건을 살 생각이 없어 그리 기쁘지 않았지만 정윤이 신나서 말하니 습관적으로 대꾸해주었다.“그래요.”다행히 운전기사는 운전만 할 뿐 함께 마트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의 곁에는 정윤만 따라다녔다. 그리고 진우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따라다녔다.잠시 둘러본 뒤 윤아는 정윤에게 말했다.“배고파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아.”그러자 정윤이 곧바로 말했다.“그럼 3층으로 올라가실래요? 저기 맛있는 게 많아요.”“미안한데 지금은 갈 힘이 없어요.”말을 마친 윤아는 근처 벤치에 앉았다.정윤은 윤아가 갈 생각을 않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했다.그때, 윤아가 말했다.“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길가에서 누가 먹거리를 파는 것 같았는데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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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이렇게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는데. 윤아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저랑 아는 사이죠? 제가 누구인지도 알고요.”우진은 그녀가 그렇게 물을 줄 몰랐다는 듯 어리둥절해 하다가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억을 잃었는데 선우가 나더러 약혼녀래요. 사실인가요?”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선우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다. 윤아는 이미 기억을 잃었고 선우는 그녀를 그의 곁에 두려고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한 것도 영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긴 했다.게다가...우진은 눈을 들어 윤아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표정을 보니 아닌가 봐요?”우진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의 눈빛만 봐도 윤아의 말을 묵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이 질문으로 윤아는 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우진이 자기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선우 편은 아이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약혼녀에 관해 물었을 때 바로 그렇다고 말했을 거다.어차피 그녀는 지금 기억이 없는 상태이니.생각 끝에 윤아는 다시 물었다.“아까 왜 미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셨어요? 저한테 미안할 일이라도 있었나 봐요?”그러자 우진은 고개를 들며 여전히 그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줘요. 곧 정윤 씨가 돌아올 거니까.”그가 항상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자 윤아는 소리 내 주의를 시킬 수밖에 없었고 어찌 보면 그를 재촉한 셈이었다.역시 그렇게 말하자 우진도 모처럼의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인 채 진지하게 말을 짜내었다.“윤아 님.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세요?”멍해진 윤아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말했다.“제가 뭘 기억해야 하는 거죠?”“정말 모든 걸 잊은 거예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은 하나도 없어요?”그의 말을 들은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잠겼다.‘중요한 거?’그녀의 모든 기억은 정말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중요한 거라면 한 가지 있긴 하다.그게 무엇인지 그녀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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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정윤은 윤아가 먹고 싶은 것을 사 오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그녀는 마치 무슨 대단한 전리품을 얻은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윤아 님. 많이 기다리셨죠? 밖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고요. 안목이 좋으시네요. 음식이 맛있을 것 같아요.”정윤은 손에 든 음식을 무슨 금은보화처럼 건넸다.안타깝게도 윤아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윤아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았다.정윤은 이상하게 여기며 그녀를 두 번 더 불렀다.몇 번의 부름 끝에 윤아는 정신을 차린 듯했다.정신을 차려보니 정윤이 음식을 들고 서 있었다.“윤아 님. 음식 사 왔어요.”음식 냄새가 윤아에게 풍겨왔지만 윤아는 입맛이 없었다. 애초에 정윤더러 음식을 사 오라고 했던 것도 모두 그녀를 따돌리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게다가 우진의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진 윤아는 머리가 복잡했다.정윤이 기대 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윤아는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길가의 작은 노점, 음식은 종이봉투에 포장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종이봉투를 뜯어서 가볍게 한입 물었다.“윤아 님. 맛이 어때요?”윤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음식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요.”맛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정윤은 스스로 헛걸음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윤아는 두 입만 먹고 멈췄다.“윤아 님. 더 안 드실래요?”윤아는 생각에 잠긴 듯 대답하지 않았다.조금 전 우진과 대화를 나눈 뒤 대략적인 상황을 알게 됐고 우진이 그 사람의 이름을 말했을 때 비로소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줄곧 무언가 끝내지 못한 일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우진의 말을 들은 지금, 그 일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선우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번에는 우진의 입을 통해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선우는 그녀가 그의 곁에 있기를 바랐고 윤아는 수현을 구하려고 자발적으로 그의 곁에 온 것이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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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사 온 음식은 원래 버리려고 했는데 정윤이 아까워서 마저 먹겠다고 했다.정윤이 남은 음식을 먹고 있는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 윤아는 뺨을 살짝 붉혔다.그러나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는 정윤이다.“괜찮아요, 윤아 님.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윤아 님이 제 친언니 같아서 전 정말 괜찮아요.”“싫어하지 않는다니 다행이네요.”윤아는 이 소녀의 성격이 정말 보기 드물다고 생각했다.차 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진의 시선은 줄곧 윤아의 뒤통수에 고정되어있었고 머릿속엔 온통 정윤이 오기 전에 윤아가 그에게 물어본 말뿐이었다.“한 가지만 물을게요.”그녀가 당시 이 질문을 할 때 우진은 그녀가 자신을 떠보고 불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사실대로 말했다.그러고 나서도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지.하지만 차에 오르자 그는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묻는 그 질문은 그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를 믿었기 때문에 묻는 것이었다는 것을.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대답이다. 그것이 그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결정할 테니.그리고 이 일은...우진은 그렇게 멍하니 윤아를 바라보던 시선을 흐리더니 표정과 눈빛이 굳어졌다.만약 그녀가 물어본 그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그는 그녀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대충 알 것이다.그는 윤아를 설득해야 했지만 입가에 맴도는 말은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충고할 수 있겠는가? 자기 한 몸도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별장에 도착할 즈음 차에서 내린 우진이 말했다.“윤아 님. 제가 말할 일은 아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다시 올려다본 우진의 눈엔 더 짙어진 죄책감이 가득했다.윤아는 입술을 오므렸다. 아무래도 우진은 이미 그녀가 뭘 할지 알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쉽사리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윤아는 그와 눈만 마주친 채 눈을 돌렸다.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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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윤아가 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우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다.그는 집사의 전화를 듣고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식겁했었다. 전에 윤아가 다친 일이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은듯하다. 선우는 지금 윤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그래서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손에 있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서둘러 돌아온 거였다.윤아가 자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어 제자리에 서서 정윤을 보며 말했다.“외출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네.”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윤아 님이 피곤하다고 해서 음식만 조금 사고 다른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고 돌아왔어요.”윤아가 먹을 것을 샀다는 말에 선우가 곧바로 물었다. “뭐 샀어요?”정윤은 음식 이름을 말한 뒤 말을 이었다.“윤아 님은 몇 입 안 먹었는데 별로 입맛이 없는 것 같았어요.”“괜찮아요. 기억해뒀다 나중에 만들어주세요.”적어도 그녀가 몇 입 먹기를 원한다는 것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네, 대표님.”정윤은 그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윤아 님 찾으러 안 가세요?”“서두를 거 없어요.”그의 검푸른 얼굴은 담담했고 눈에는 온화한 빛이 돌았다.“자고 있다면서요. 잠에서 깬 후에 다시 얘기하죠. 정윤 씨는 부엌에 가서 음식을 준비해줘요.”정윤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부엌으로 갔다. 그녀는 속으로 선우가 윤아에게 정말 잘해주었구나 하고 생각했다.그리고 윤아와도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친해져서 두 사람이 오래 간다면 앞으로의 근무 환경은 훨씬 편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런데 윤아가 선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은 그녀도 어렴풋이 들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우가 이미 윤아를 집으로 데려온 데다 선우 자체도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고 또 그가 한 여자에게 이 정도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처음이니 그를 좋아하지 않을 여자는 없겠다 싶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정윤도 마음이 놓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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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기억을 잃기 전에 내가 구하려던 그 사람은?”선우도 윤아가 이 일에 대해 말할 거라는 걸 얼추 짐작했지만 이렇게까지 직설적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쪽이 윤아답기도 하다.윤아는 원래 이런 성격이다. 그를 거절할 때도 진지하게 딱 잘라 말하던 사람이니.생각 끝에 선우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진 비서가 알려준 거야?”윤아는 생각지도 않고 덤덤하게 그를 돌아보았다.“네가 기회를 준 거였지.”그는 이 일을 알고 있고 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윤아를 따라가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이 말을 한 뒤 선우는 한동안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기억을 잃었지만 역시 넌 내 마음을 잘 알아. 윤아야, 넌 나를 너무 잘 알아.”“...”윤아는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누가 모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널 잘 아는 거랑 이 일이 무슨 상관이라고.’하지만 그녀는 이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고 지금 알아야 할 것은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지금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그녀는 그의 화제에 끌려가지 않고 해결해야 할 일을 집요하게 말했다.까만 검푸른 눈 밑에 언뜻 언짢은 기색이 보였다. 선우는 윤아가 기억을 잃은 뒤에도 늘 그 일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윤아야. 그건 안 돼.”그러자 윤아의 미간이 금세 찌푸려졌다. “왜? 그 사람을 못 만나게 할 거면 왜 진 비서가 그 일에 대해 말해주게 내버려 둔 거야?”선우는 대꾸 없이 잠자코 그녀를 쳐다보았다.잠시 눈을 마주친 윤아는 다시 말했다.“말해봐. 대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만나는 건 안 되지만 치료받고 떠나게 하는 건 돼. 대신 조건이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선우는 잠시 멈추었다.“조건이 뭔지는 이제 너도 알겠지.”윤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생각은 정리됐어?”선우가 그녀를 쳐다보았다.“그 사람은 놓아줄 테니 넌 내 곁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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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그래도 얼굴 한 번 보는 것쯤은 선우가 들어줄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우가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우진과 윤아가 생각해낸 걸 선우라고 생각을 못 했겠는가? 하지만 윤아는 그런데도 한 번 내기를 걸어보는 거다. 기억을 잃었든 안 잃었든 간에 이곳에 자발적으로 온 거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과거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본능적인 신체 반응과 성격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녀의 결정은 아마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것일 거다.“윤아야. 내가 말했잖아. 만나는 건 안 된다고.”빙긋이 웃으며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만나는 거 말고 다른 건 뭐든 들어줄게. 뭐든 말해.”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날 곤란하게 만드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야.”“확실해?”윤아는 잠시 멈칫했다.“만난 이후엔? 그놈 상처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아?”그는 말하는 동시에 윤아의 손목에 가볍게 올려져 있던 손에 힘을 주더니 손목을 확 잡았다.“내가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윤아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다.“만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것인가.”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윤아가 말했다.“이것도 우리가 전에 약속했던 거야?”“아니.”그녀의 이 질문에 선우는 오히려 매우 태연했다.“이건 약속이 아니야. 내가 주는 선택이야.”윤아는 한참 동안 그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을 빼내었다.그리고는 몸을 돌렸다.그녀의 태도에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한 거지? 괜찮아, 우리 사이엔 시간이 많으니까. 나도 급하지 않아. 생각 정리되면 알려줘.”“...”  ‘그래. 넌 급하지 않겠지. 급한 건 병상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일 테니.’기억상실증에 걸린 최근 며칠 동안 그 사람은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윤아는 숨이 턱 막혔다. 만약 그녀가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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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윤아는 비아냥대며 말했다.“나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긴 해?”그러나 선우는 그녀의 눈에 담긴 빈정거림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남기를 원한다는 말로만 들렸다.“먹을 거 갖다 달라고 할까? 배고프지?”“먹고 싶지 않으니 진 비서님한테 오라고 해.”말을 마친 윤아는 선우에게 등을 돌렸고 그녀를 상대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도 선우는 그녀의 기분이 언짢음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아 윤아가 그를 때리고 욕을 해도 기꺼이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 오라고 할게.”문이 닫히자 방안이 조용해졌다.선우가 떠날 때의 그 유쾌한 말투가 떠오르자 윤아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을 느꼈다.선우가 윤아가 누굴 만나는 걸 죄다 막고 있는 데다 윤아도 상황이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없으니 지금으로선 우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적어도 그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아는 이따가 우진이 오면 그 사람을 만나게 해줄 방법이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다.우진은 얼마 안 가 바로 왔다. 윤아가 남겠다 해서 기분이 좋은 선우가 바로 전달한 모양이다. 그가 나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윤아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윤아 님.”우진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윤아는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고 우진을 안으로 들였다.그가 들어서자 윤아는 조금 전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알겠습니다.”천 특보의 표정도 약간 굳어 있었다.“저희가 생각한 걸 대표님이라고 못할 리가 없겠죠.”“네.”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우진은 입술을 오므린 채 생각에 잠겼다.‘방법이라...’선우가 수현을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아직 모르니 그를 찾기도 어려운데 윤아까지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의 얼굴에 난처한 빛이 떠오르자 윤아는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곤란하다면 그만하고 먼저 그쪽으로 가서 저 대신 그 사람 상태를 확인해줘요.”“이선우 대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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