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은 윤아가 먹고 싶은 것을 사 오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그녀는 마치 무슨 대단한 전리품을 얻은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윤아 님. 많이 기다리셨죠? 밖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고요. 안목이 좋으시네요. 음식이 맛있을 것 같아요.”정윤은 손에 든 음식을 무슨 금은보화처럼 건넸다.안타깝게도 윤아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윤아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았다.정윤은 이상하게 여기며 그녀를 두 번 더 불렀다.몇 번의 부름 끝에 윤아는 정신을 차린 듯했다.정신을 차려보니 정윤이 음식을 들고 서 있었다.“윤아 님. 음식 사 왔어요.”음식 냄새가 윤아에게 풍겨왔지만 윤아는 입맛이 없었다. 애초에 정윤더러 음식을 사 오라고 했던 것도 모두 그녀를 따돌리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게다가 우진의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진 윤아는 머리가 복잡했다.정윤이 기대 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윤아는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길가의 작은 노점, 음식은 종이봉투에 포장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종이봉투를 뜯어서 가볍게 한입 물었다.“윤아 님. 맛이 어때요?”윤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음식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요.”맛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정윤은 스스로 헛걸음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윤아는 두 입만 먹고 멈췄다.“윤아 님. 더 안 드실래요?”윤아는 생각에 잠긴 듯 대답하지 않았다.조금 전 우진과 대화를 나눈 뒤 대략적인 상황을 알게 됐고 우진이 그 사람의 이름을 말했을 때 비로소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줄곧 무언가 끝내지 못한 일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우진의 말을 들은 지금, 그 일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선우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번에는 우진의 입을 통해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선우는 그녀가 그의 곁에 있기를 바랐고 윤아는 수현을 구하려고 자발적으로 그의 곁에 온 것이다.수현
사 온 음식은 원래 버리려고 했는데 정윤이 아까워서 마저 먹겠다고 했다.정윤이 남은 음식을 먹고 있는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 윤아는 뺨을 살짝 붉혔다.그러나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는 정윤이다.“괜찮아요, 윤아 님.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윤아 님이 제 친언니 같아서 전 정말 괜찮아요.”“싫어하지 않는다니 다행이네요.”윤아는 이 소녀의 성격이 정말 보기 드물다고 생각했다.차 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진의 시선은 줄곧 윤아의 뒤통수에 고정되어있었고 머릿속엔 온통 정윤이 오기 전에 윤아가 그에게 물어본 말뿐이었다.“한 가지만 물을게요.”그녀가 당시 이 질문을 할 때 우진은 그녀가 자신을 떠보고 불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사실대로 말했다.그러고 나서도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지.하지만 차에 오르자 그는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묻는 그 질문은 그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를 믿었기 때문에 묻는 것이었다는 것을.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대답이다. 그것이 그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결정할 테니.그리고 이 일은...우진은 그렇게 멍하니 윤아를 바라보던 시선을 흐리더니 표정과 눈빛이 굳어졌다.만약 그녀가 물어본 그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그는 그녀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대충 알 것이다.그는 윤아를 설득해야 했지만 입가에 맴도는 말은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충고할 수 있겠는가? 자기 한 몸도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별장에 도착할 즈음 차에서 내린 우진이 말했다.“윤아 님. 제가 말할 일은 아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다시 올려다본 우진의 눈엔 더 짙어진 죄책감이 가득했다.윤아는 입술을 오므렸다. 아무래도 우진은 이미 그녀가 뭘 할지 알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쉽사리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윤아는 그와 눈만 마주친 채 눈을 돌렸다.안으로
윤아가 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우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다.그는 집사의 전화를 듣고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식겁했었다. 전에 윤아가 다친 일이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은듯하다. 선우는 지금 윤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그래서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손에 있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서둘러 돌아온 거였다.윤아가 자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어 제자리에 서서 정윤을 보며 말했다.“외출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네.”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윤아 님이 피곤하다고 해서 음식만 조금 사고 다른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고 돌아왔어요.”윤아가 먹을 것을 샀다는 말에 선우가 곧바로 물었다. “뭐 샀어요?”정윤은 음식 이름을 말한 뒤 말을 이었다.“윤아 님은 몇 입 안 먹었는데 별로 입맛이 없는 것 같았어요.”“괜찮아요. 기억해뒀다 나중에 만들어주세요.”적어도 그녀가 몇 입 먹기를 원한다는 것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네, 대표님.”정윤은 그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윤아 님 찾으러 안 가세요?”“서두를 거 없어요.”그의 검푸른 얼굴은 담담했고 눈에는 온화한 빛이 돌았다.“자고 있다면서요. 잠에서 깬 후에 다시 얘기하죠. 정윤 씨는 부엌에 가서 음식을 준비해줘요.”정윤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부엌으로 갔다. 그녀는 속으로 선우가 윤아에게 정말 잘해주었구나 하고 생각했다.그리고 윤아와도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친해져서 두 사람이 오래 간다면 앞으로의 근무 환경은 훨씬 편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런데 윤아가 선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은 그녀도 어렴풋이 들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우가 이미 윤아를 집으로 데려온 데다 선우 자체도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고 또 그가 한 여자에게 이 정도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처음이니 그를 좋아하지 않을 여자는 없겠다 싶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정윤도 마음이 놓였
“기억을 잃기 전에 내가 구하려던 그 사람은?”선우도 윤아가 이 일에 대해 말할 거라는 걸 얼추 짐작했지만 이렇게까지 직설적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쪽이 윤아답기도 하다.윤아는 원래 이런 성격이다. 그를 거절할 때도 진지하게 딱 잘라 말하던 사람이니.생각 끝에 선우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진 비서가 알려준 거야?”윤아는 생각지도 않고 덤덤하게 그를 돌아보았다.“네가 기회를 준 거였지.”그는 이 일을 알고 있고 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윤아를 따라가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이 말을 한 뒤 선우는 한동안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기억을 잃었지만 역시 넌 내 마음을 잘 알아. 윤아야, 넌 나를 너무 잘 알아.”“...”윤아는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누가 모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널 잘 아는 거랑 이 일이 무슨 상관이라고.’하지만 그녀는 이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고 지금 알아야 할 것은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지금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그녀는 그의 화제에 끌려가지 않고 해결해야 할 일을 집요하게 말했다.까만 검푸른 눈 밑에 언뜻 언짢은 기색이 보였다. 선우는 윤아가 기억을 잃은 뒤에도 늘 그 일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윤아야. 그건 안 돼.”그러자 윤아의 미간이 금세 찌푸려졌다. “왜? 그 사람을 못 만나게 할 거면 왜 진 비서가 그 일에 대해 말해주게 내버려 둔 거야?”선우는 대꾸 없이 잠자코 그녀를 쳐다보았다.잠시 눈을 마주친 윤아는 다시 말했다.“말해봐. 대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만나는 건 안 되지만 치료받고 떠나게 하는 건 돼. 대신 조건이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선우는 잠시 멈추었다.“조건이 뭔지는 이제 너도 알겠지.”윤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생각은 정리됐어?”선우가 그녀를 쳐다보았다.“그 사람은 놓아줄 테니 넌 내 곁에 있어
그래도 얼굴 한 번 보는 것쯤은 선우가 들어줄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우가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우진과 윤아가 생각해낸 걸 선우라고 생각을 못 했겠는가? 하지만 윤아는 그런데도 한 번 내기를 걸어보는 거다. 기억을 잃었든 안 잃었든 간에 이곳에 자발적으로 온 거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과거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본능적인 신체 반응과 성격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녀의 결정은 아마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것일 거다.“윤아야. 내가 말했잖아. 만나는 건 안 된다고.”빙긋이 웃으며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만나는 거 말고 다른 건 뭐든 들어줄게. 뭐든 말해.”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날 곤란하게 만드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야.”“확실해?”윤아는 잠시 멈칫했다.“만난 이후엔? 그놈 상처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아?”그는 말하는 동시에 윤아의 손목에 가볍게 올려져 있던 손에 힘을 주더니 손목을 확 잡았다.“내가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윤아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다.“만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것인가.”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윤아가 말했다.“이것도 우리가 전에 약속했던 거야?”“아니.”그녀의 이 질문에 선우는 오히려 매우 태연했다.“이건 약속이 아니야. 내가 주는 선택이야.”윤아는 한참 동안 그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을 빼내었다.그리고는 몸을 돌렸다.그녀의 태도에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한 거지? 괜찮아, 우리 사이엔 시간이 많으니까. 나도 급하지 않아. 생각 정리되면 알려줘.”“...” ‘그래. 넌 급하지 않겠지. 급한 건 병상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일 테니.’기억상실증에 걸린 최근 며칠 동안 그 사람은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윤아는 숨이 턱 막혔다. 만약 그녀가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
윤아는 비아냥대며 말했다.“나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긴 해?”그러나 선우는 그녀의 눈에 담긴 빈정거림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남기를 원한다는 말로만 들렸다.“먹을 거 갖다 달라고 할까? 배고프지?”“먹고 싶지 않으니 진 비서님한테 오라고 해.”말을 마친 윤아는 선우에게 등을 돌렸고 그녀를 상대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도 선우는 그녀의 기분이 언짢음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아 윤아가 그를 때리고 욕을 해도 기꺼이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 오라고 할게.”문이 닫히자 방안이 조용해졌다.선우가 떠날 때의 그 유쾌한 말투가 떠오르자 윤아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을 느꼈다.선우가 윤아가 누굴 만나는 걸 죄다 막고 있는 데다 윤아도 상황이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없으니 지금으로선 우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적어도 그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아는 이따가 우진이 오면 그 사람을 만나게 해줄 방법이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다.우진은 얼마 안 가 바로 왔다. 윤아가 남겠다 해서 기분이 좋은 선우가 바로 전달한 모양이다. 그가 나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윤아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윤아 님.”우진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윤아는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고 우진을 안으로 들였다.그가 들어서자 윤아는 조금 전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알겠습니다.”천 특보의 표정도 약간 굳어 있었다.“저희가 생각한 걸 대표님이라고 못할 리가 없겠죠.”“네.”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우진은 입술을 오므린 채 생각에 잠겼다.‘방법이라...’선우가 수현을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아직 모르니 그를 찾기도 어려운데 윤아까지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의 얼굴에 난처한 빛이 떠오르자 윤아는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곤란하다면 그만하고 먼저 그쪽으로 가서 저 대신 그 사람 상태를 확인해줘요.”“이선우 대표님은
‘이름을 검색해?’우진이 떠난 뒤 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가며 우진이 왜 검색을 해보라 했을지 생각했다.‘설마 엄청 유명한 사람인가?’윤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입력했다.우진의 말대로 검색이 정말 도움이 되긴 했다. 수현의 소식도 있고 심지어 소개도 있었다.다만 한참을 휘젓고도 사진은 보지 못했다.그녀는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잘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신분이 높다는 뜻인데 어떻게 사진 한 장이 없는지.윤아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검색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찾지 못했다.이제 포기하려고 할 때 윤아는 마침 수현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고 냉큼 눌러보았다.사람도 많고 거리도 멀지만 훤칠하고 늘씬한 몸매의 남자가 그 사이에서 돋보였다.멀리서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윤아는 그의 수려한 미모와 실루엣을 간파했다.윤아는 이 사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익숙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익숙하다는 느낌만 받을 뿐 기억을 자극하지는 못했다.지금도 그녀는 이 사진을 오랫동안 보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윤아는 이대로 포기하는 것이 달갑지 않아 이 사진을 저장해 두고 다른 사진은 더 없는지 계속 뒤졌다.보안이 정말 잘 되는 모양이다.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몰래카메라를 찍는 대중을 당해낼 수는 없지.윤아는 포기하려고 할 때쯤 간간이 인파 속 흐릿한 그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더 열심히 찾는다면 더 선명하고 가까운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가 더 살펴보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발소리가 차분해지는걸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윤아는 곧바로 페이지를 나가 베개 밑에 핸드폰을 넣고 다시 누웠다.그녀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문이 열리자 음식 향기가 풍겨왔다.문을 등지고 누운 윤아는 음식 냄새를 맡고 눈살을 찌푸렸다.“윤아야, 자?”“일어나서 뭐 좀 먹고 잘래?”윤아는 아예 눈을
윤아는 손에 든 음식을 들여다보고는 말했다.“배 안 고파.”“너 오늘 아무것도 못 먹어서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하던데?”“나 진짜 배고프지 않아. 자고 싶으니까 이만 나가줄래?”“윤아야...”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안 먹으면 탈 나.”“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테니 신경 쓰지 마.”윤아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선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이대로 나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윤아는 귀찮은 듯 등을 돌리고 누운 채 이불을 덮었다.“나갈 때 문도 닫아줘. 그리고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여기는 분명히 그의 곳인데 마치 그가 그녀의 영역을 침범한 것처럼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윤아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한데 선우는 어쨌든 자신의 곁에 있을 거란 생각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선우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윤아는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소리가 나지 않자 그제야 재빨리 일어나 맨발로 문 앞에 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서야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러면 쉽게 들어오진 못할 거다.하지만 선우는 이 별장의 주인이니 분명히 이 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을 거다. 그가 굳이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방을 잠그고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윤아의 태도 표현이었다.-우진은 거의 세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서야 돌아왔다.그가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윤아를 찾는 거였다.“어때요?”그를 보자마자 윤아가 다급하게 물었다.우진은 눈앞의 윤아를 바라보며 미리 생각해둔 말을 꺼냈다.“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상황이 안 좋아 보이지만 그쪽도 이선우 대표님 쪽 사람이 통제하고 있으니 적어도 큰 문제는 생기진 않을 겁니다.”윤아는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우진이 일부러 말을 흘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일단은?”결국 참지 못하고 되묻는 윤아.“지금 어떤 상태죠? 많이 안 좋나요?”우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복잡한 듯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