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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이렇게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는데. 윤아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

“저랑 아는 사이죠? 제가 누구인지도 알고요.”

우진은 그녀가 그렇게 물을 줄 몰랐다는 듯 어리둥절해 하다가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억을 잃었는데 선우가 나더러 약혼녀래요. 사실인가요?”

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선우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다. 윤아는 이미 기억을 잃었고 선우는 그녀를 그의 곁에 두려고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한 것도 영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긴 했다.

게다가...

우진은 눈을 들어 윤아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표정을 보니 아닌가 봐요?”

우진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의 눈빛만 봐도 윤아의 말을 묵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질문으로 윤아는 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진이 자기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선우 편은 아이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약혼녀에 관해 물었을 때 바로 그렇다고 말했을 거다.

어차피 그녀는 지금 기억이 없는 상태이니.

생각 끝에 윤아는 다시 물었다.

“아까 왜 미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셨어요? 저한테 미안할 일이라도 있었나 봐요?”

그러자 우진은 고개를 들며 여전히 그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줘요. 곧 정윤 씨가 돌아올 거니까.”

그가 항상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자 윤아는 소리 내 주의를 시킬 수밖에 없었고 어찌 보면 그를 재촉한 셈이었다.

역시 그렇게 말하자 우진도 모처럼의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인 채 진지하게 말을 짜내었다.

“윤아 님.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세요?”

멍해진 윤아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말했다.

“제가 뭘 기억해야 하는 거죠?”

“정말 모든 걸 잊은 거예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은 하나도 없어요?”

그의 말을 들은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잠겼다.

‘중요한 거?’

그녀의 모든 기억은 정말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중요한 거라면 한 가지 있긴 하다.

그게 무엇인지 그녀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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