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기 전에 내가 구하려던 그 사람은?”선우도 윤아가 이 일에 대해 말할 거라는 걸 얼추 짐작했지만 이렇게까지 직설적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쪽이 윤아답기도 하다.윤아는 원래 이런 성격이다. 그를 거절할 때도 진지하게 딱 잘라 말하던 사람이니.생각 끝에 선우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진 비서가 알려준 거야?”윤아는 생각지도 않고 덤덤하게 그를 돌아보았다.“네가 기회를 준 거였지.”그는 이 일을 알고 있고 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윤아를 따라가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이 말을 한 뒤 선우는 한동안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기억을 잃었지만 역시 넌 내 마음을 잘 알아. 윤아야, 넌 나를 너무 잘 알아.”“...”윤아는 그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누가 모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널 잘 아는 거랑 이 일이 무슨 상관이라고.’하지만 그녀는 이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고 지금 알아야 할 것은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지금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그녀는 그의 화제에 끌려가지 않고 해결해야 할 일을 집요하게 말했다.까만 검푸른 눈 밑에 언뜻 언짢은 기색이 보였다. 선우는 윤아가 기억을 잃은 뒤에도 늘 그 일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윤아야. 그건 안 돼.”그러자 윤아의 미간이 금세 찌푸려졌다. “왜? 그 사람을 못 만나게 할 거면 왜 진 비서가 그 일에 대해 말해주게 내버려 둔 거야?”선우는 대꾸 없이 잠자코 그녀를 쳐다보았다.잠시 눈을 마주친 윤아는 다시 말했다.“말해봐. 대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만나는 건 안 되지만 치료받고 떠나게 하는 건 돼. 대신 조건이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선우는 잠시 멈추었다.“조건이 뭔지는 이제 너도 알겠지.”윤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생각은 정리됐어?”선우가 그녀를 쳐다보았다.“그 사람은 놓아줄 테니 넌 내 곁에 있어
그래도 얼굴 한 번 보는 것쯤은 선우가 들어줄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우가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우진과 윤아가 생각해낸 걸 선우라고 생각을 못 했겠는가? 하지만 윤아는 그런데도 한 번 내기를 걸어보는 거다. 기억을 잃었든 안 잃었든 간에 이곳에 자발적으로 온 거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과거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본능적인 신체 반응과 성격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녀의 결정은 아마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것일 거다.“윤아야. 내가 말했잖아. 만나는 건 안 된다고.”빙긋이 웃으며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만나는 거 말고 다른 건 뭐든 들어줄게. 뭐든 말해.”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날 곤란하게 만드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야.”“확실해?”윤아는 잠시 멈칫했다.“만난 이후엔? 그놈 상처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아?”그는 말하는 동시에 윤아의 손목에 가볍게 올려져 있던 손에 힘을 주더니 손목을 확 잡았다.“내가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윤아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다.“만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것인가.”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윤아가 말했다.“이것도 우리가 전에 약속했던 거야?”“아니.”그녀의 이 질문에 선우는 오히려 매우 태연했다.“이건 약속이 아니야. 내가 주는 선택이야.”윤아는 한참 동안 그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을 빼내었다.그리고는 몸을 돌렸다.그녀의 태도에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한 거지? 괜찮아, 우리 사이엔 시간이 많으니까. 나도 급하지 않아. 생각 정리되면 알려줘.”“...” ‘그래. 넌 급하지 않겠지. 급한 건 병상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일 테니.’기억상실증에 걸린 최근 며칠 동안 그 사람은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윤아는 숨이 턱 막혔다. 만약 그녀가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
윤아는 비아냥대며 말했다.“나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긴 해?”그러나 선우는 그녀의 눈에 담긴 빈정거림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남기를 원한다는 말로만 들렸다.“먹을 거 갖다 달라고 할까? 배고프지?”“먹고 싶지 않으니 진 비서님한테 오라고 해.”말을 마친 윤아는 선우에게 등을 돌렸고 그녀를 상대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도 선우는 그녀의 기분이 언짢음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아 윤아가 그를 때리고 욕을 해도 기꺼이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 오라고 할게.”문이 닫히자 방안이 조용해졌다.선우가 떠날 때의 그 유쾌한 말투가 떠오르자 윤아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을 느꼈다.선우가 윤아가 누굴 만나는 걸 죄다 막고 있는 데다 윤아도 상황이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없으니 지금으로선 우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적어도 그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아는 이따가 우진이 오면 그 사람을 만나게 해줄 방법이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다.우진은 얼마 안 가 바로 왔다. 윤아가 남겠다 해서 기분이 좋은 선우가 바로 전달한 모양이다. 그가 나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윤아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윤아 님.”우진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윤아는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고 우진을 안으로 들였다.그가 들어서자 윤아는 조금 전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알겠습니다.”천 특보의 표정도 약간 굳어 있었다.“저희가 생각한 걸 대표님이라고 못할 리가 없겠죠.”“네.”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우진은 입술을 오므린 채 생각에 잠겼다.‘방법이라...’선우가 수현을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아직 모르니 그를 찾기도 어려운데 윤아까지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의 얼굴에 난처한 빛이 떠오르자 윤아는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곤란하다면 그만하고 먼저 그쪽으로 가서 저 대신 그 사람 상태를 확인해줘요.”“이선우 대표님은
‘이름을 검색해?’우진이 떠난 뒤 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가며 우진이 왜 검색을 해보라 했을지 생각했다.‘설마 엄청 유명한 사람인가?’윤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입력했다.우진의 말대로 검색이 정말 도움이 되긴 했다. 수현의 소식도 있고 심지어 소개도 있었다.다만 한참을 휘젓고도 사진은 보지 못했다.그녀는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잘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신분이 높다는 뜻인데 어떻게 사진 한 장이 없는지.윤아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검색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찾지 못했다.이제 포기하려고 할 때 윤아는 마침 수현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고 냉큼 눌러보았다.사람도 많고 거리도 멀지만 훤칠하고 늘씬한 몸매의 남자가 그 사이에서 돋보였다.멀리서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윤아는 그의 수려한 미모와 실루엣을 간파했다.윤아는 이 사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익숙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익숙하다는 느낌만 받을 뿐 기억을 자극하지는 못했다.지금도 그녀는 이 사진을 오랫동안 보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윤아는 이대로 포기하는 것이 달갑지 않아 이 사진을 저장해 두고 다른 사진은 더 없는지 계속 뒤졌다.보안이 정말 잘 되는 모양이다.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몰래카메라를 찍는 대중을 당해낼 수는 없지.윤아는 포기하려고 할 때쯤 간간이 인파 속 흐릿한 그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더 열심히 찾는다면 더 선명하고 가까운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가 더 살펴보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발소리가 차분해지는걸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윤아는 곧바로 페이지를 나가 베개 밑에 핸드폰을 넣고 다시 누웠다.그녀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문이 열리자 음식 향기가 풍겨왔다.문을 등지고 누운 윤아는 음식 냄새를 맡고 눈살을 찌푸렸다.“윤아야, 자?”“일어나서 뭐 좀 먹고 잘래?”윤아는 아예 눈을
윤아는 손에 든 음식을 들여다보고는 말했다.“배 안 고파.”“너 오늘 아무것도 못 먹어서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하던데?”“나 진짜 배고프지 않아. 자고 싶으니까 이만 나가줄래?”“윤아야...”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안 먹으면 탈 나.”“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테니 신경 쓰지 마.”윤아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선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이대로 나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윤아는 귀찮은 듯 등을 돌리고 누운 채 이불을 덮었다.“나갈 때 문도 닫아줘. 그리고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여기는 분명히 그의 곳인데 마치 그가 그녀의 영역을 침범한 것처럼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윤아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한데 선우는 어쨌든 자신의 곁에 있을 거란 생각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선우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윤아는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소리가 나지 않자 그제야 재빨리 일어나 맨발로 문 앞에 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서야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러면 쉽게 들어오진 못할 거다.하지만 선우는 이 별장의 주인이니 분명히 이 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을 거다. 그가 굳이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방을 잠그고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윤아의 태도 표현이었다.-우진은 거의 세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서야 돌아왔다.그가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윤아를 찾는 거였다.“어때요?”그를 보자마자 윤아가 다급하게 물었다.우진은 눈앞의 윤아를 바라보며 미리 생각해둔 말을 꺼냈다.“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상황이 안 좋아 보이지만 그쪽도 이선우 대표님 쪽 사람이 통제하고 있으니 적어도 큰 문제는 생기진 않을 겁니다.”윤아는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우진이 일부러 말을 흘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일단은?”결국 참지 못하고 되묻는 윤아.“지금 어떤 상태죠? 많이 안 좋나요?”우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복잡한 듯 한숨을 내쉬
저녁을 먹으러 내려간 윤아, 식탁에는 그녀와 선우 둘뿐이었다.윤아는 먹을 때 옆에서 누가 지켜보고 있는걸 싫어했는데 바로 옆에 별장 사용인들이 서 있었다. 참다못한 윤아가 선우에게 말했다.“다들 자기 할 일 하라고 하면 안 돼? 여기서 쳐다보고 계시지 말고.”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사용인들에게 물러나라고 말했다.넓은 방에 오직 둘만 남게 되자 윤아는 그제야 숨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숟가락으로 그릇에 담긴 음식을 저으면서 고개를 들어 선우를 보았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응.”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비서님이 수현의 상황을 얘기해줬어.”선우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한 가지만 약속해줘.”“말해봐.”“아무 일 없이 건강히 여길 떠나게 해줘.”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건강히? 그건 안 될 것 같은데.”“뭐?”그 말에 윤아는 펄쩍 뛸 뻔했다. “왜 안 돼?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은 거야?”그녀가 이렇게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선우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고 얇은 입술을 꼭 오므렸다.‘기억을 잃었는데도 이렇게 그놈을 위해 조급해하는 거야?’“그 자식이 그렇게 좋아?”“그게 좋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한 약속이잖...”“내가 언제 몸 성히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윤아는 믿을 수 없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지금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거야?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나도 지킬 마음 없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아의 손목이 선우에게 잡혔다.“윤아야. 내가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하는 거야. 이미 몸 성치 않은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윤아는 잠시 멈칫했다.“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겠다고밖에 못해.”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네 눈에 내가 이렇게 끔찍하게 보이는 거야?”그는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한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았
윤아는 그를 쳐다보다 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뗐다.“둘이 예전에 친구였다고 들었는데.”선우는 윤아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조금 당황했다.“친구한테 원래 이렇게 모질게 굴어?”선우 입가에 맴돌던 엷은 미소가 사라지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친구가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그냥 지나치는 거야? 심지어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이라니. 그럼 그다음은? 언젠가는 내 목숨도 가지고 장난칠 수 있겠지?”이 말에 선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부인했다.“그럴 리가 없어. 윤아야, 넌 내 마음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위치에 있어. 넌 가장 특별한 사람이야.”“그래?”윤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지금은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내가 싫다고 느껴지면 남들처럼 대하겠지?”그녀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선우에게 꽂혔다.“윤아야, 무슨 소리야? 난 절대 너한테 그럴 리가 없어. 넌 영원히 나한테 가장 특별한 사람이야.”“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윤아가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영원이란 말을 믿어? 나는? 난 믿을 것 같아?”선우는 입술을 앙다물었다.“지금은 젊으니까 내가 특별하다고, 심지어 영원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겠지. 어차피 나중에 손해 볼 거 없으니. 그런데 앞으로도 네가 그럴 거라는 보장 있어?”“못 믿겠으면 내 옆에서 확인하면 되잖아.”“난 널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네 옆에 있으면서 이런 허무맹랑한 걸 확인하겠어?”싫다는 말은 선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너는 지금 네 친구에게도 이러는 것처럼 앞으로 나한테도 얼마든지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너와 약혼을 하길 바라는 거야?”그녀의 말에 선우는 약간 당황했다.그는 단순히 자신과 약혼시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였는데 윤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그를 보는 윤아의 눈빛엔 어느새 두려움이 가득했다.선우는 이게 진짜인지 연기인지 헷갈렸다.윤아는 똑똑한
그러나 윤아는 그를 쳐다보기만 할 뿐 전혀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말만으로는 증거가 될 수 없는데. 네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선우는 그녀 앞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최고의 의료진을 불러 진수현을 치료하세요.”그가 전화를 걸었을 때 윤아는 곁에서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선우는 전화를 끊고 다시 윤아를 바라봤다.“이제 날 믿어줄래?”윤아는 의심 좀 했다고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줄 몰랐다. 두 사람은 원래 견제하고 구속을 당하는 사이였다. 수현을 대하는 것처럼 나한테도 그럴 수 있지 않냐는 의심에 곧바로 이렇게 반응할 줄이야.운 좋게 발견한 방법에 윤아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네 사람은 모두 네 말만 따르잖아. 내 앞에서 시늉만 하는 거면 어떡해.”윤아는 선우가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급한 사람은 선우 쪽일 테니.윤아는 그녀의 의심이 왜 선우를 안달 나게 만들며 그는 증명하려 애쓰기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윤아는 여전히 그를 믿지 않고 있기에 그녀의 믿음을 얻으려면 선우는 결과를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증거일 테니.방으로 돌아오자 윤아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윤을 보았다.밥 먹을 때 옆에 서서 하인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서 다들 각자 자기 일을 하러 간 거로 아는데.정윤은 그날 윤아의 간택을 받은 후부터 선우의 지시를 받고 윤아만을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윤아가 내려가면 밖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정윤은 돌아오는 윤아를 서둘러 맞이했다.“윤아 님, 식사하셨어요?”열성적인 정윤을 보고 기분이 좀 나아진 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얼마나 드셨어요? 배불러요?”“윤아 님은 너무 말라서 많이 드셔야 해요.”윤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정윤이 두 번이나 그녀를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왜 그러세요?”“아무것도 아니에요.”짧은 대답 후에 윤아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이를 지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