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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사 온 음식은 원래 버리려고 했는데 정윤이 아까워서 마저 먹겠다고 했다.

정윤이 남은 음식을 먹고 있는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 윤아는 뺨을 살짝 붉혔다.

그러나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는 정윤이다.

“괜찮아요, 윤아 님.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윤아 님이 제 친언니 같아서 전 정말 괜찮아요.”

“싫어하지 않는다니 다행이네요.”

윤아는 이 소녀의 성격이 정말 보기 드물다고 생각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진의 시선은 줄곧 윤아의 뒤통수에 고정되어있었고 머릿속엔 온통 정윤이 오기 전에 윤아가 그에게 물어본 말뿐이었다.

“한 가지만 물을게요.”

그녀가 당시 이 질문을 할 때 우진은 그녀가 자신을 떠보고 불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도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차에 오르자 그는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묻는 그 질문은 그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를 믿었기 때문에 묻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대답이다. 그것이 그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결정할 테니.

그리고 이 일은...

우진은 그렇게 멍하니 윤아를 바라보던 시선을 흐리더니 표정과 눈빛이 굳어졌다.

만약 그녀가 물어본 그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그는 그녀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대충 알 것이다.

그는 윤아를 설득해야 했지만 입가에 맴도는 말은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충고할 수 있겠는가? 자기 한 몸도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

별장에 도착할 즈음 차에서 내린 우진이 말했다.

“윤아 님. 제가 말할 일은 아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다시 올려다본 우진의 눈엔 더 짙어진 죄책감이 가득했다.

윤아는 입술을 오므렸다. 아무래도 우진은 이미 그녀가 뭘 할지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쉽사리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윤아는 그와 눈만 마주친 채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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