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921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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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뭐 좀 먹으라고?’그의 관심에 윤아는 마지못해 웃으며 말했다.“난 다 괜찮아.”사실 입맛이 전혀 없었는데 윤아 자신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설마... 거식증?’‘아니면 요 며칠간 기억을 잃은 탓에 좀 실감이 나지 않는 건가?’요컨대 이때 윤아는 선우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아 도무지 편하지 않았다.그리고 무언가 중요하게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에 초조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기억을 잃은 윤아는 이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선우의 숙소로 돌아오자 하인들이 모두 마중을 나왔다. 그들은 모두 긴장해서 서 있었다. 일전에 집사가 그들에게 윤아에 대한 일을 언질을 주었다. 윤아가 사고를 당하며 머리를 부딪쳐 다쳤고 이때의 기억은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선우의 약혼녀라고 말이다. 그리고 모두 윤아의 앞에서 괜한 내색을 해서는 안되고 함부로 말을 해서도 안된다며 신신당부했다.기억상실증에 걸린 윤아를 함께 속이라는 격이었다.사람을 속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 건 모두 알지만 그들은 단지 선우가 돈을 주고 고용한 한 무리의 일꾼일 뿐이고 사건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용주는 그 많은 돈을 썼고 그들은 고용주의 뜻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그들 중 윤아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윤아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선우를 좋아하지 않는지, 얼마나 대단한 여자길래 그 대단한 선우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 비열하게 차지하려 할 정도인지 말이다.윤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외모는 최고의 관심거리였다.차 한 대가 정문에서 멈추었고 운전기사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기사가 문을 열어주자 선우가 잇따라 내렸고 그대로 한쪽으로 돌아서 반대편 문을 열었다. 그는 세심하게 손을 뻗어 지붕을 가린 채 차에서 내리는 한 여자를 태연하게 감쌌다.사람들은 그의 행적을 따라다녔고 마침내 그 여자의 생김새를 똑똑히 보았다.수수하게 차려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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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이러한 횡포에 윤아는 약간 불쾌감을 느껴 선우을 올려다보며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방식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손을 뺐다.이미 차에서 내린 뒤라 선우는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그녀를 부축하러 쫓아오지도 않았다.“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세요.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는지 확인해 볼게요.”선우가 떠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윤아는 하인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하인이 그녀를 방으로 데리고 간 후에 공손히 몇 마디 하고는 다시 물러났다.방에는 혼자만 남아 있었고 윤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주위의 환경이 전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마치 이곳에 처음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윤아는 비록 예전의 기억은 없지만 잠재 의식적으로 만약 자신이 실제로 이곳에 살았었다면 방금 들어왔을 때 인상이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조금이나마.하지만 전에 생각하던 고통이 윤아는 조금 무서워서 더 이상 곰곰이 생각하지 못하고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침대에 눕자마자 눈이 절로 감겼다.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피곤해서 시도 때도 없이 자고 싶어 한다.아마 머리를 다친 후유증이겠지, 하고 윤아는 생각했다.그렇게 윤아는 선우가 그녀를 찾아올 때까지 잠을 잤다.선우가 문을 밀었을 때 그녀는 자고 있었고 그가 문을 밀치는 동작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윤아야.”선우가 그녀를 여러 번 밀치고 나서야 그녀는 유유히 깨어났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왜 그래?”“밥 먹어. 까먹었어? 돌아올 때 우리 약속했잖아. 집에 있는 셰프한테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할게.”그가 이렇게 일러 주자 윤아는 비로소 생각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밥도 먹어야지.”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선우은 곧바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아?”눈앞이 캄캄할 뿐인 윤아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괜찮아. 빈혈이 좀 있는 것 같아.”‘빈혈?’그녀를 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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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그녀가 떠나자 선우는 원래 온화한 모습은 사라지고 차가운 눈으로 그 무리를 흘겨보았다.“앞으로 이 양송이수프 말고는 더 이상 올리지 마세요.”하인들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끄덕이며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몇 마디 대답만 하였다.그 후 선우가 떠나자 그들은 참지 못하고 토론을 벌였다.“이 아가씨는 너무 시중을 들기 힘든데? 우리가 애써서 이렇게 맛있는 밥상을 만들었는데 하나도 마음에 안 든다고? 다음부터 이 메뉴들을 올리지 말라면 무슨 다른 음식을 만들라는 거야? 오늘 이 테이블에 있는 메뉴만 수십 가지인데.”“그러니까. 대표님이 왜 이렇게 시중들기 힘든 여자를 갑자기 데려왔지?”미래의 나날을 생각하면 모두 걱정이 태산이었다.방에 돌아온 윤아는 베란다에 가서 앉았다.그녀의 방은 베란다와 이어져 있어 활짝 열려 있는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여기까지 와서도 뭔가 중요한 것을 잊은 느낌에 마음이 편치 않아 필사적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생각을 많이 했더니 머리만 너무 아팠다.윤아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 그저 탁자 위에 엎드린 채 답답한 심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이선우라는 사람... 나한테 잘해주는걸 보니 배려심이 깊어 보여. 진짜 약혼자인 것 같아.’하지만 윤아는 그를 아무리 보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녀는 나중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남자가 자신에게 구애를 하면 승낙할 것인지 진지하게 추측해 보았다.답은 ‘아니오' 였다.그래서 윤아는 자신이 그와 약혼녀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약혼녀는 말할 것도 없고 두 사람은 보통 남녀 친구도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기억을 다 잃었고 곁에는 선우 말고 아무도 없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시 여기에 머무르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사색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윤아는 들었지만 일어서지 않고 못 들은 체했다.잠시 후에야 선우는 그녀 곁에 다가와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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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선우는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고 그 좋은 말솜씨로 말을 빙빙 돌리기만 했다. 결국 모든 건 윤아가 스스로 추측하기에 달렸다.역시 기억을 잃은 윤아는 그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새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한 뒤 말했다.“아빠 말고는 우리 사이에 다른 친구는 없어? 내가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자매나 베프는?”선우는 입술을 오므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있지.”“누구?”“여기 없어. 잊었어?”선우는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했다.“잊었지, 참. 너 다친 거 잠깐 잊었네.”“...”‘농담 치곤 썰렁한데.’윤아는 협조하는 척 웃음을 지어 보였다.“연락처는? 알려줘.”“응. 네 핸드폰 이전 내용이 복구되면 줄게.”윤아는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선우가 떠난 뒤 윤아는 혼자 핸드폰 화면을 뒤적거리며 몇 명 안 되는 연락처만 들여다봤다.그녀가 방금 입력한 아빠의 연락처 외에는 선우밖에 없었다.윤아는 자신의 성격이 안 좋아서 친구가 많이 없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성격이 아무리 나빠도 친구가 이렇게까지 없을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핸드폰은 받을 때 그녀의 연락처에는 선우밖에 없었고 심지어 가족 연락처도 그녀가 요구해서야 알게 된 것이다.모든 상황이 비정상적이다.‘너무 이상해. 나한테 문제가 있거나 선우한테 문제가 있는 거야 분명.’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방금 입력한 그 연락처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선우가 그런 말을 한 것이 일부러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스스로 오해를 한 것이든 간에 이 전화는 반드시 걸어야 한다.윤아는 선우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를 시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뚜뚜--전화가 한참 울렸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받지 않았다.혹시 번호를 잘못 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마침내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온화한 중년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윤아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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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윤아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얘기를 열심히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새엄마의 이렇게까지 사이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그런데 선우가 말해준 바로는 새엄마 때문에 둘 사이가 안 좋았었다고 하지 않았니?’‘아니었잖아...’생각 끝에 윤아는 조금 싸늘하게 말했다.“제 일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무뚝뚝한 말에 상대는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다가 머쓱하게 웃었다.“윤아야? 오늘 기분이 안 좋아? 아니면 잘 안 풀리는 일이라도 있는 거야?”보아하니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정말 거짓인 것 같다.그때, 밖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치는 걸 발견한 윤아는 시선을 떼지 않고 말을 이었다.“네. 오늘 컨디션이 좀 별로네요. 다음에 마저 얘기하고 이만 쉬어요.”윤아는 상대방의 반응은 살필 겨를도 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아무래도 약혼자라는 저 사람, 심상치 않은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일단은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윤아는 핸드폰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힘이 없어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겨우 넘어지지 않고 걸었다.밖으로 나오자 민환이 마중 나왔다.“윤아 아가씨. 나가시려고요?”윤아는 시선을 돌려 그를 훑어보았다.윤아를 보던 민환은 짧게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고민환이라고 합니다. 윤아 아가씨를 따라다니라던 대표님의 지시가 있어 앞으로는 어디 나가실 일 있으면 안전을 위해 저도 동행하겠습니다.”“안전을 위해?”윤아는 어리둥절했다.“저는 보호 받을 필요가 없어요.”“아가씨, 전에 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으니 밖에 나가셨다가 위험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 반드시 아가씨 곁에 붙어있어야겠습니다.”윤아는 시큰둥하게 입술을 오므렸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겉으로는 그녀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감시였다.아까도 민환은 거침없이 걸어오다가도 막상 와서는 문밖으로 숨어버렸다.모든 것이 심상치 않다.윤아는 그를 한 번 곁눈질하고 더 이상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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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그 말에 선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어떻게 된 거죠?”“아무래도 윤아 님이 오시기 전에 공항에서 대학생 한 명을 만나 얘기를 나눴던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서 대학생이 윤아 님 상태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선우는 어찌 된 영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경찰 쪽에서도 오해일 가능성이 있으니 윤아 님을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윤아 님 상태가...”더 말을 잇지 않았지만 선우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윤아가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경찰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면...“그런데 만남을 거절하면 경찰 쪽에서 또...”“만나죠.”“네?”선우가 허락할 줄 몰랐던 그는 깜짝 놀라 벙쪘다.“하지만...”“하지만은 없어요. 애초에 윤아가 원해서 이곳에 온 거예요. 내가 억지로 데려온 게 아니라.”선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힘으로 끌고 오지만 않았지 사랑하는 사람 갖고 협박했으면서.’하지만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지. 그의 부하는 그저 알겠다고 한 뒤 그의 지시에 따라 일을 진행시켰다._윤아는 어느새 정원을 한바퀴 돌았다. 별달리 볼 것도 없거니와 이제 체력이 남지 않았는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서 그만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가니 선우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윤아를 반겼다.“배고프지 않아? 뭐 좀 먹을래?”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묻는 걸 보니 그녀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사실 윤아도 조금 배가 고픈 상태였다. 몸 곳곳의 기관이 그녀에게 음식을 섭취하라고 경고를 날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마음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아 잘 먹을 수 없었다.“주스라도 가져오라고 할까?”생각 끝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안 가 달고 신 여러 종류의 주스가 눈앞에 진열되었다.딱 봐도 주방에서 직접 만드느라 꽤 애를 먹은 티가 났다.윤아는 그중 가장 무난해 보이는 거로 골라 마셨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시선은 마치 누가 본드로 붙여놓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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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선우도 굳이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간 묻게 될 테니.“정말 내 약혼자 맞아?”의문을 품은 그녀의 눈빛이 선우의 눈에 정확히 꽂혔다.이 질문은 좀 의외였던지라 선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예상 못 할 질문은 아니었다. 기억을 잃었다고 그녀가 바보가 된 건 아니니 말이다.이미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 상태에선 맞다고 해도 쉽게 믿진 못할 거다. 오히려 그에 대한 거부감만 커질 뿐.윤아가 기억을 잃은 지금은 선우에게는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기회다.이런 기회를 쉽게 놓아줄 순 없지.“아니야.”선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약혼자라고 한 건 내 사심이었어.”역시나.윤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사심? 그러니까 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다?”“사귀는 사이 맞아. 다만 아직 내 프러포즈를 받아주지 않았던 것뿐. 넌 나와 헤어지고 싶어 했어. 그 이유가 뭔지 난 알 수 없지만.”눈을 내리까는 선우의 얼굴에 속상한 기색이 비치였다.그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슬펐으니까.게다가 선우는 사실 윤아와 함께 있었던 그 5년 동안 줄곧 그녀를 애인처럼 생각하고 대했었다.그러니 전부 거짓말인 셈은 아니었다.윤아는 그의 말을 듣고 믿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름의 생각에 빠졌다.그렇게 한참 후, 드디어 윤아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경찰한테 뭐라고 하면 돼?”윤아는 그 정도 도움은 줄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다. 일단 선우가 그녀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건 믿을 수 있었다. 비록 사심이 넘쳐서 그녀를 옆에 잡아두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그리고 윤아는 줄곧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다.이곳에 와서부터 계속해야 할 일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그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만은 뚜렷이 들었다.일단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으니 경찰 쪽에도 협조하는 수밖에.“간단해. 뭐 특별히 할 말은 없고 그저 묻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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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그 말에 두 사람의 의문 가득한 눈이 다시 한번 마주쳤다.윤아는 들어와서부터 조사과정까지 줄곧 협조적인 태도였다. 묻는 말에 있는 그대로 대답하는 건 물론이고 태도도 좋았다.경찰도 윤아와 그 여대생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니 확실히 접점은 있지만 달리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그런데 그 모든 게 한순간 무너지고 말았다.이제 막 철수하려 할 때 기억을 잃었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이야.경찰이 멀뚱멀뚱 쳐다만 보자 윤아가 말했다.“긴장할 거 없어요. 저 그 사람이랑 친구예요. 협박 같은 것도 받은 적 없고요.”“그럼?”“전 지금 혼란스럽고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그러니 절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_한편, 선우는 몇 명 사람을 데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생각보다 오래 이어지는 심문에 기다리다 못한 선우의 부하 중 한 명이 물었다.“대표님. 윤아 아가씨가 경찰과 이렇게 오래 함께 계시게 해도 됩니까?”선우는 대답이 없었고 그의 침묵은 옆 사람을 더더욱 안달 나게 했다.“대표님. 윤아 아가씨께서 혹시나...”“뭘 그리 조급해해요?”선우는 그를 힐긋 보더니 차분하게 말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시다니.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가? 하긴 이곳 사람 중 윤아 아가씨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대표님이실 테니. 별일 없겠지.’부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는 너무 긴장한 모양이다.그가 아직 생각에 잠겨있는데 마침 문이 열리더니 경찰이 걸어 나왔다.그는 선우보다 한발 앞서 경찰을 맞이했다.“두 분 수고가 많으십니다. 조사는 잘 되었습니까? 제가 말했잖습니까. 그 여대생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일 거라고요. 윤아 아가씨가 저희 대표님과 몇 년 지기 친구인데 납치라뇨?”두 경찰은 잠깐 눈을 맞췄다.비록 윤아가 지금 기억을 잃은 상태지만 선우와 오래된 친구라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그녀를 구해준 것도 선우이고 가장 좋은 병원 VIP 병실에서 치료를 받게 해주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납치 같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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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윤아는 선우와 마침 눈이 마주쳤다.윤아는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아 있음을 느끼며 입을 뗐다.“경찰한텐 내가 아는 대로 다 말했어.”꼭 네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것 같이 들리는 그녀의 말.선우는 입술을 앙다물었다.“잘했어.”그 말에 윤아가 되물었다.“칭찬 받은 건가?”“응. 맞아.”“그럼 상도 받아야겠지?”윤아가 다시 물었다.그러자 선우는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뭘 원하는데?”“밖에 나가고 싶어.”선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윤아는 말을 보탰다.“혼자서.”그 말에 선우는 수락하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 윤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넌 지금 기억을 잃어서 혼자는 위험해.”“기억을 잃은 거지 지력을 잃은 건 아니잖아. 위험할 게 뭐가 있어?”“넌 여기 길도 모르잖아.”“요즘은 내비게이션 다 있어서 그거 쓰면 돼.”그러나 선우의 대답은 여전했다.“안 돼.”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내비게이션 쓴다 해도 밖은 위험해. 너 기억 잃은 뒤로 여기가 익숙하지도 않고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까.”“고민환 씨가 날 따라다니는 게 감시랑 뭐가 달라?”“그 사람이 싫으면 내가 같이 가줄게. 어딜 가보고 싶은데?”선우와 함께 가나, 고민환과 함께 가나 그게 그거지.윤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이선우라고 했지?”그녀는 선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그저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싶다는 건데 왜 이리 겁을 먹어? 혹시 약혼자라는 것 말고도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거야?”윤아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선우는 담담했다.“없어. 그것 말고 다른 건 모두 진짜야. 너 혼자 나가게 하지 않는 이유는 너도 알 거야. 난 네가 걱정돼. 그러니 고민환이 싫다면 나라도 함께 가게 해줘. 그것도 싫다면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한 명을 골라 데리고 나가도 좋아. 어쨌든 네 곁에 누군가 한 명은 꼭 있어야 해.”그의 강경한 태도에 윤아는 혼자 밖에 나가는 건 힘들 것 같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다행히 그녀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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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게다가 애인 사이라기엔 선우가 그녀를 대하는 게... 진짜 연인들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윤아는 그와의 작은 터치도 조금 불편하다고 느껴졌으니 말이다.“응. 알겠어.”윤아는 자기 또래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을 택했다. 그녀는 이 별장의 유일한 동양인인 데다가 키도 윤아와 비슷했기 때문이다.고민환은 그 일을 알게 된 후 선우에게 곧장 이의를 제기했다.“대표님. 윤아 아가씨가 고른 저 여자는 이 별장에서 체구가 가장 작은 사람입니다. 윤아 아가씨와 동행했다가 괜히...”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우가 싸늘하게 그를 흘겨봤다.“내가 고르라고 했어. 문제 있나?”그의 눈빛에 민환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났다.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선우가 부드럽게 온화한 선비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가 사람 목숨을 돌같이 보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할 것이다.그 여자가 아마 선우가 인내심을 발휘하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민환은 선우를 말리고 싶었지만 그의 냉담한 태도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이윽고 선우의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현수아는 인정했나?”현수아란 말에 민환이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아뇨. 윤아 아가씨를 민 적이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허.”선우가 코웃음을 터뜨렸다.“아니다? 그래서 넌 그날 못 봤고?”그러자 민환의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머뭇대다 말했다.“대표님. 수아 아가씨 잘못도 있다지만... 지금 이 상태도 나쁘지 않지 않습니까? 윤아 아가씨가 기억을 잃은 것이 어쩌면 대표님께는 더 유리한 상황이니까요.”그의 말이 끝나자 싸늘한 냉기가 그들 주위를 감돌았다.“기억을 잃은 게 나한테 유리하다? 그래서?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어디 잘못되기라도 했다면?”윤아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차디찬 바닥에 쓰러져있을 때 선우가 그녀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누군들 가늠할 수나 있을까. 지금은 그저 기억을 잃은 것뿐이지만 무슨 문제라도 생겼다면 선우는 후회의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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