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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그녀가 떠나자 선우는 원래 온화한 모습은 사라지고 차가운 눈으로 그 무리를 흘겨보았다.

“앞으로 이 양송이수프 말고는 더 이상 올리지 마세요.”

하인들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끄덕이며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몇 마디 대답만 하였다.

그 후 선우가 떠나자 그들은 참지 못하고 토론을 벌였다.

“이 아가씨는 너무 시중을 들기 힘든데? 우리가 애써서 이렇게 맛있는 밥상을 만들었는데 하나도 마음에 안 든다고? 다음부터 이 메뉴들을 올리지 말라면 무슨 다른 음식을 만들라는 거야? 오늘 이 테이블에 있는 메뉴만 수십 가지인데.”

“그러니까. 대표님이 왜 이렇게 시중들기 힘든 여자를 갑자기 데려왔지?”

미래의 나날을 생각하면 모두 걱정이 태산이었다.

방에 돌아온 윤아는 베란다에 가서 앉았다.

그녀의 방은 베란다와 이어져 있어 활짝 열려 있는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도 뭔가 중요한 것을 잊은 느낌에 마음이 편치 않아 필사적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을 많이 했더니 머리만 너무 아팠다.

윤아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 그저 탁자 위에 엎드린 채 답답한 심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이선우라는 사람... 나한테 잘해주는걸 보니 배려심이 깊어 보여. 진짜 약혼자인 것 같아.’

하지만 윤아는 그를 아무리 보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나중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남자가 자신에게 구애를 하면 승낙할 것인지 진지하게 추측해 보았다.

답은 ‘아니오' 였다.

그래서 윤아는 자신이 그와 약혼녀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약혼녀는 말할 것도 없고 두 사람은 보통 남녀 친구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기억을 다 잃었고 곁에는 선우 말고 아무도 없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시 여기에 머무르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사색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윤아는 들었지만 일어서지 않고 못 들은 체했다.

잠시 후에야 선우는 그녀 곁에 다가와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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