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1206 챕터

제911화

윤아는 많이 아팠던 모양인지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선우는 윤아가 이렇게 아파할 줄 몰랐는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됐어, 그만 생각해. 검사부터 하자, 의사 선생님 말씀도 들어보고.”윤아는 창백한 얼굴로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식은땀이 돋아났다.“종이.”그 말에 옆에 선 사람이 곧바로 종이를 꺼내 선우에게 넘겨주었다. 선우는 종이를 넘겨받아 조심스레 윤아의 땀을 닦아주었다.윤아는 입술마저 파랗게 질린 채 허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선우의 품에 기대있었다. 선우는 가슴이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나 선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부하에게 질문했다.“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응급실로 가면 안 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저 멀리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저희 차례입니다, 가시죠.”그 말을 들은 선우가 윤아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린 채 걸음을 옮겼다. 검사의 대부분은 윤아의 머리에 집중돼 있었다. 원래는 외상이 있는지만 보는 간단한 검사였지만, 윤아가 모든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안 주치의가 다른 검사까지 시킨 것이다.가장 신속한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모두 끝났을 때엔 이미 몇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선우는 윤아를 VIP 병실에 입원시켰다. 검사를 마친 윤아는 지친 모양인지 금세 잠들었다. 그는 조용히 윤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침대 곁을 지켰다.선우가 병실에 들어온 민환에게 조용히 말했다.“결과는 언제쯤이면 나온대?”“빨리해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언제가 될 지는 정확히 모릅니다.”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선우는 말을 아꼈다. 더 대화했다가는 윤아의 수면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됐다.그 모습을 본 고민환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선우가 잠깐 좋아하는 여자라고만 생각했기에 자신도 윤아에게 냉랭하게 대했는데, 지금 선우의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고 조심스러웠다. 잠깐 좋아하는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생각에 잠겼던 민환이 말했다.“그럼 쉬십시오, 전 이만 가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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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선우는 자신의 마음을 확신했다. 평생 윤아의 곁에 있고 싶었다. 설령 자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다른 사람의 옆에 있는 꼴을 눈 뜨고 못 볼 것 같았다.전에 그녀를 갖기 위해 노력할 때도 그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윤아는 선우를 거부하지 않았기에 선우도 윤아의 생각을 존중했다.하지만 그 뒤로부터...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귀국하게 하지 말 걸 그랬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갑자기 기억을 잃었다. 어쩌면 선우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모든 기억을 잃었으니 지금이 선우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그녀만 옆에 있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선우는 윤아의 침대 옆에서 잠들고 말았다. 민환이 그런 선우를 보고는 담요를 찾아와 그에게 덮어주었다.하지만 얼마 못 가 선우가 깨어났다. 민환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도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민환도 자신을 위해서라는 걸 안 선우는 더 이상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윤아 깨니까 이제 들어오지 말라는 당부만을 할 뿐이었다. 민환도 얌전히 대답한 후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그렇게 날이 밝고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선우를 불러와 윤아의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고 했다.“어떤 이상이요?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가요?”“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다만 뭐요?”“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고요?”“네, 저희도 못 알아보고, 전에 있었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해요.”“그럼 맞겠네요, 머리를 조금 다친 모양이에요, 절대 안정이 필요해요.”“기억은요? 기억은 언제쯤 돌아올까요?”“확실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 장담은 하지 못해요. 전에 있던 곳에 자주 간다든지, 전에 했던 행동들을 많이 한다든지 하면 빨리 회복할 수도 있고, 평생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평생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요?”“네, 그런 사례가 있어요.”선우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윤아의 기억이 평생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네, 감사합니다.”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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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나가게 해줘요.”심윤아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약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손을 뻗어 그녀를 막고 있는 사람을 밀어내려고 했다.하지만 문 앞에서 막고 있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그들이 물러서지 않으면 심윤아는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저 정말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래요.”“무슨 중요한 일인데?”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멈칫했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선우였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병실로 들어가 심윤아 앞으로 다가갔다.다른 사람들은 이선우를 보자 모두 물러갔고 나가면서 병실 문을 잠갔다.심윤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키 크고 잘생긴 이선우를 보고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이선우였기도 했고, 그가 했던 일들을 돌이켜보자 자신과 그의 관계가 꽤 좋을 거라 생각되었다.이렇게 생각하자 심윤아는 그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돌아왔네. 저 사람들이 나 못 나가게 막고 있었어. 무조건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대.”“맞아. 나 방금 의사 선생님한테 네 몸 상태에 대해 여쭤보러 갔어.”이선우가 자신의 병에 대해 언급하자 심윤아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내 몸 상태를 여쭤봤다고? 어떤데? 무슨 문제 있어?”이선우는 그녀를 흘끗 보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웃겨서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응, 의사 선생님께서 문제가 있다고 하시더라.”“무슨 문제가 있는데?”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듣자 심윤아는 더 긴장되었다.“그건 급하지 않고.”그러나 이선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내가 대답하기 전에 네가 먼저 내 물음에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그 말을 듣자 심윤아는 흠칫했다.“뭔데?”“방금 내가 들어오기 전에 네가 문을 지키고 있던 사람한테 중요한 볼일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중요한 일이야?”이 물음에 심윤아는 당황해서 제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표정도 멍해졌다.어떤 중요한 일이냐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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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처음에 이선우는 심윤아가 연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지는 걸 보고, 또 검사 결과를 생각하자 이게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이선우는 눈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심윤아의 손을 잡았다.“윤아야, 기억이 안 나면 억지로 생각하려 하지 마.”그러나 이때 심윤아는 이미 깊은 생각에 빠져 있어 이선우가 하는 말이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이선우는 할 수 없이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더 창백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자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심윤아의 목덜미를 쳐서 기절시켰다.의식을 잃은 심윤아는 곧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고, 이선우는 잽싸게 허약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품에 안긴 의식 잃은 심윤아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를 들어 안아 다시 침대에 눕혔다.이선우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손수건을 꺼내 심윤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이제 심윤아가 깨어나면 그냥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우선, 그녀가 기억을 회복하면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도 없고, 둘째, 만약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차라리 계속 잊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한 이선우는 손을 천천히 심윤아의 하얀 얼굴에 대고 자기만 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윤아야,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마. 난 그저 널 직접 보살피고 싶었을 뿐이야.”...점심때, 고민환은 급한 일이 있다면서 이선우를 찾아왔다.이선우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진 비서가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고민환이 진우진을 언급하자 그제야 이선우는 그가 심윤아를 데려왔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입꼬리에 살짝 힘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고민환이 이어서 말했다.“이미 도착해서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그 말을 듣자 이선우는 표정이 확 굳어지면서 차갑게 말했다.“누가 알려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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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이선우는 코웃음을 쳤다.“너 지금 나를 가르치는 거야?”“의견을 드렸을 뿐입니다.”“진 비서...”이선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냉정하게 그를 훑어보았다. 목소리는 가벼우면서 차가웠다. 전에 있던 부드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오랫동안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다가 정말로 자기가 좋은 사람인 줄 아는 건 아니지?”그러자 진우진이 반박했다.“제가 좋은 사람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님께서 강제로 심윤아 씨를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하는 건 당당한 일이 아닌 것 같네요.”이선우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진 비서 말은 그렇게 자신 있게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을 위해서 윤아를 내 곁으로 데려다줬잖아?”이에 진우진은 더 이상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잠시 뒤 진우진은 겨우 입을 열었다.“네, 저 당당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님은 저보다 더 비겁한 걸요.”그러고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이선우는 제 자리에 선 채로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옆에 있던 고민환도 무언가가 생각난 듯 물었다.“대표님, 이제 심윤아 씨도 돌아왔으니 저 사람은...”이선우는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것을 신경 쓸 기분이 아니라 그에게 경고하듯이 눈빛을 쏘아붙이고는 이내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아직 그에게 진수현이라는 큰 골칫거리가 남아 있다. 원래는 심윤아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고 나면 손을 쓰려고 했다.그런데 심윤아가 기억을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만약 그녀가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고 진수현까지 잊었으면 여기서 멈춰도 되지 않은가?이선우는 심윤아의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아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만약 네가 깨어나서 순순히 내 말을 따라 내 곁에 남는다면 난... 그 사람을 놓아줄 수 있어.”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심윤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들을 수가 없다.오후가 되어서야 심윤아는 비몽사몽 깨어났다.이제 깨어난 후의 기억은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났을 때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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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목이 불편한 것 말고 다른 곳은 불편한 데 없어?”심윤아는 그의 말을 듣고 자세히 느껴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없어.”그러자 코를 만지던 이선우는 왠지 마음이 켕겼다. 그때 당시만 해도 그는 그녀가 이런 일들을 생각하지 않게 하는 데만 신경을 썼지 자신이 손으로 내려친 후에 후유증이 남을 거라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목이 아프다는 그녀의 말에 이선우는 마음이 아팠다.“아니면 내가 주물러 줄까?”그는 말을 할 때 이미 허리를 굽혀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에 닿으려고 했다.지난번에는 그가 심윤아를 부축하여 힘이 없었지만, 이번에 그녀는 앉아 있었기에 저항할 힘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손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비켜 이선우의 손길을 피해버렸다. 그러자 이선우는 잠시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선우가 노골적인 눈빛으로 쳐다보자 심윤아는 저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하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주물러 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하면 돼.”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이선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자리에 앉자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에야 이선우는 입을 열었다.“배고프지? 뭐 좀 먹을래?”정상적이라면 그녀는 어제 비행기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이미 무척 배고플 것이다. 다친 곳은 머리이니 뭐든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심윤아는 고개를 저었다.“걱정해 줘서 고마운데 배고프지 않아.”“배고프지 않다고?”이선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너 아무것도 안 먹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 “뭐?”그의 질문에 심윤아는 조금 당황한 듯 손을 뻗어 배를 가리며 말했다.“근데 진짜 전혀 배고프지 않아.”왠지 모르게 심윤아는 먹고 싶은 욕구가 조금도 없었다. 이선우가 보기에도 그녀는 정말 먹고 싶지 않은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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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이선우는 얼굴도 붉히지 않고 심윤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약혼자?”그가 자신의 약혼자라니? 친한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와 이렇게 친밀한 사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심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붉은 입술을 감쳐물었다. 만약 그가 정말 자신의 약혼자라면 왜 그의 접촉이 이렇게 꺼려지는 걸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안 믿어?”그 말에 심윤아는 고개를 들고 이선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다만 믿는지 안 믿는지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윤아야, 네가 기억을 잃기 전에 우리 싸워서 사이가 틀어졌는데, 넌 나한테 토라진 상태였어. 그런데 기억을 잃었는데도 계속 화내고 있는 건 아니지?”“싸웠다고?”그러면 그녀가 신체적으로 거부감을 느낀 이유가 그와 싸워서란 말인가?“그래, 그만 토라져. 너 지금 병세 안정이 필요하니까. 이후부터는 내가 돌봐줄게, 응?”이유는 모르겠지만 심윤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내 약혼자라고? 진짜야?”말을 마친 그녀는 이선우의 얼굴을 응시하며 그의 반응을 살피려고 했다. 아쉽지만 이선우의 표정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평범해 보였다.“뭐야, 싸웠다고 약혼자도 인정하기 싫은 거야?”심윤아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이선우 역시 조용히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심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넌 내 약혼자가 아니야.”이 말에 이선우는 마음이 뜨끔했다.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약혼자가 아닌 걸 알았을까?어떻게 입을 열어 물어볼지 망설이는 순간, 심윤아가 그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넌 전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실로 가벼운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가벼운 한마디는 이선우의 가슴을 꿰뚫어버리듯이 날카롭게 그의 마음에 꽂혔다.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어떤 말을 해야 그에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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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심윤아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난...”그녀는 이선우를 이렇게 대하는 게 그에게는 확실히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선우가 다가올 때면 심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피했다. 이선우의 움직임도 그녀와 거의 가까워졌을 때 멈췄다. 그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네가 지금 기억을 잃어 나한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너에게 받아들일 시간을 줄게.”이선우는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나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널 건드리지 않을 테니, 더는 내 정체까지 부정하지 말아줘. 응?” 그는 자신과 협상하는 것 같았다. 심윤아는 분명 조금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고, 물론 알 수도 없었다.“조금 있다가 음식이 오면 먼저 밥부터 먹어, 응?”그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심윤아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아직 배가 많이 고픈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거부한다 해도 지금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제일 좋기는 가족이 곁에 있어 주는 거였다.이런 생각을 하던 심윤아가 물었다.“그런데 내 휴대폰 어디 있어?”그 말을 들은 이선우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녀가 이 상황에 휴대폰을 찾을 정도로 똑똑할 줄은 몰랐다.“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올 때 없어진 것 같은데 못 찾았어.”“뭐?”“그때는 너를 병원에 데려오는 것만 신경 쓰느라 휴대폰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아니면... 내가 다시 사줄까?”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누군가가 바로 주워갔다는 말일 텐데 다시 사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럼 우리 부모님 연락처 알려줄래?”“왜?”이선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혹시 아버님께 사고 난 걸 말하려고?”“아버지?”“그래, 너 어릴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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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윤아야, 밥 먹어.”조금 전 이미 그에게 대답했던 터라 심윤아는 그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으로 왔다. 이선우는 그녀를 대신해 밥을 떠서 그녀의 앞에 가져다주었다.“여기.”“고마워.”심윤아가 밥그릇을 받자 이선우는 젓가락도 건넸다. 눈앞에 넘쳐나는 음식을 바라보던 심윤아는 결국 젓가락으로 밥을 한입 떠서 입에 넣었다. 밥은 별다른 맛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 본인의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씹는 순간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있던 이선우는 그녀가 반찬 없이 밥만 먹는 것을 보고는 젓가락을 들고 그릇에 몇 가지 반찬을 짚어주었다. 심윤아가 거절하기엔 이미 늦었다.“영양이 있는 걸 먹어. 맨 밥만 먹지 말고.”“고마워...”왠지 모르게 그녀는 그가 짚어준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자 속이 무척 더부룩했지만, 억지로 입에 넣었다.“우웩...”결국 음식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심윤아의 입에서 주체할 수 없는 구역질 소리가 튀어나왔다. 손에 들린 그릇과 젓가락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재빨리 입을 가리고 일어나 화장실 방향으로 뛰어갔다.“윤아야.”이선우는 깜짝 놀라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쫓아갔다. 심윤아는 화장실 세면대에 대고 헛구역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녀는 몹시 불편한 듯 세면대에 엎드려 담즙까지 토해냈다. 위는 텅텅 비어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계속 헛구역질만 했다. 이선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이 그녀를 대신해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그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지라 그저 손으로 심윤아의 등을 두드려줄 수밖에 없었다. 한참 후에야 심윤아는 진정됐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벽을 따라 거의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이선우는 재빨리 그녀를 안아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괜찮아?”그러나 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심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눈을 감은 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이선우는 더는 그녀를 방해할 수 없어 그녀를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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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응, 아마도.”“그럼 나중에 단호박죽 가져오라고 할까?”단호박죽?단호박죽 맛을 생각하니 심윤아는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아 승낙했다. 이선우는 곧장 나가서 고민환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의심하는 바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고민환은 따라서 미간을 구겼다.“혹시 심윤아 씨 몸이 불편해서 생선이나 고기 같은 기름진 음식을 못 드시는 건 아닐까요? 앞으로 며칠 동안은 가벼운 식단으로 준비하면 어떨까요?”“그래, 우선 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해. 먼저 건강부터 챙기는 게 좋겠어.”하지만 단호박죽을 가져온 후에도 심윤아의 식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먹다가 토하지는 않았지만, 몇 입 먹지도 않았는데 더는 먹기 싫었다.이선우는 심윤아가 너무 적게 먹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서 심윤아가 그릇을 내려놓자, 그는 그릇을 집어 들고 죽을 한 숟가락 떠서 후후, 불어서 식히고는 그녀의 입에 가져갔다.“윤아야, 조금만 더 먹을래?”심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가에 가져다준 죽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눈가에는 혐오스러운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먹기 싫어.”“방금 너무 적게 먹었잖아. 밤에 배고플 텐데 한 입만 더 먹으면 안 돼?”심윤아는 눈을 감고 이선우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윤아야?”심윤아는 아예 몸을 돌렸다. 이선우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달래보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심윤아는 더 먹지 않았다. 결국 이선우는 그릇을 내려놓고 진우진에게 전화를 걸어 심윤아가 지난 이틀 동안 뭘 먹었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돌아온 대답은 심윤아가 근심 걱정이 가득해 이틀 동안 거의 먹지 않고, 비행기에서 억지로 조금 먹었다는 것과 출발하는 날 밤에 맥주 반 컵을 마셨다는 것뿐이었다. 많이 먹지도 않고 맥주 반 컵을 마셨다는 말을 들은 이선우는 머리가 아팠다. 한밤중에 차가운 맥주를 마셔서 위가 상한 건 아닌지, 그래서 지금 음식을 먹기 싫은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혹시 위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았다. 이후 이선우는 심윤아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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