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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처음에 이선우는 심윤아가 연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지는 걸 보고, 또 검사 결과를 생각하자 이게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선우는 눈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심윤아의 손을 잡았다.

“윤아야, 기억이 안 나면 억지로 생각하려 하지 마.”

그러나 이때 심윤아는 이미 깊은 생각에 빠져 있어 이선우가 하는 말이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선우는 할 수 없이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더 창백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자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심윤아의 목덜미를 쳐서 기절시켰다.

의식을 잃은 심윤아는 곧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고, 이선우는 잽싸게 허약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품에 안긴 의식 잃은 심윤아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를 들어 안아 다시 침대에 눕혔다.

이선우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손수건을 꺼내 심윤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이제 심윤아가 깨어나면 그냥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그녀가 기억을 회복하면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도 없고, 둘째, 만약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차라리 계속 잊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이선우는 손을 천천히 심윤아의 하얀 얼굴에 대고 자기만 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아야,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마. 난 그저 널 직접 보살피고 싶었을 뿐이야.”

...

점심때, 고민환은 급한 일이 있다면서 이선우를 찾아왔다.

이선우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진 비서가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고민환이 진우진을 언급하자 그제야 이선우는 그가 심윤아를 데려왔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입꼬리에 살짝 힘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고민환이 이어서 말했다.

“이미 도착해서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이선우는 표정이 확 굳어지면서 차갑게 말했다.

“누가 알려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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