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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뭐 좀 먹으라고?’

그의 관심에 윤아는 마지못해 웃으며 말했다.

“난 다 괜찮아.”

사실 입맛이 전혀 없었는데 윤아 자신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설마... 거식증?’

‘아니면 요 며칠간 기억을 잃은 탓에 좀 실감이 나지 않는 건가?’

요컨대 이때 윤아는 선우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아 도무지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중요하게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에 초조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나 기억을 잃은 윤아는 이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선우의 숙소로 돌아오자 하인들이 모두 마중을 나왔다. 그들은 모두 긴장해서 서 있었다. 일전에 집사가 그들에게 윤아에 대한 일을 언질을 주었다. 윤아가 사고를 당하며 머리를 부딪쳐 다쳤고 이때의 기억은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선우의 약혼녀라고 말이다. 그리고 모두 윤아의 앞에서 괜한 내색을 해서는 안되고 함부로 말을 해서도 안된다며 신신당부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윤아를 함께 속이라는 격이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 건 모두 알지만 그들은 단지 선우가 돈을 주고 고용한 한 무리의 일꾼일 뿐이고 사건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용주는 그 많은 돈을 썼고 그들은 고용주의 뜻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들 중 윤아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윤아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선우를 좋아하지 않는지, 얼마나 대단한 여자길래 그 대단한 선우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 비열하게 차지하려 할 정도인지 말이다.

윤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외모는 최고의 관심거리였다.

차 한 대가 정문에서 멈추었고 운전기사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기사가 문을 열어주자 선우가 잇따라 내렸고 그대로 한쪽으로 돌아서 반대편 문을 열었다. 그는 세심하게 손을 뻗어 지붕을 가린 채 차에서 내리는 한 여자를 태연하게 감쌌다.

사람들은 그의 행적을 따라다녔고 마침내 그 여자의 생김새를 똑똑히 보았다.

수수하게 차려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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