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Bab 891 - Bab 900

1206 Bab

제891화

민재도 그제야 윤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윤아 님, 이 나라에 처음 오시는 건가요?”윤아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처음은 아닌데 전에 혼자 왔었어요. 머무른 시간도 이틀밖에 안 돼요.”그때 윤아는 호텔에서 묵었기에 선우가 말하는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저번뿐만 아니라 이번에 다시 와도 전에 갔던 그 별장 말고는 그럴듯한 다른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그나마 제일 오래 머물렀던 곳이었다.이 말을 들은 민재도 고민에 빠졌다.“그럼 이선우 씨가 말하는 장소가 이 도시나 이 나라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처음엔 윤아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선우의 성격상 틀리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장소를 잘못 찾아왔다면 아마 조금 전 한 통화에서 말해줬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도 선우고 마침 그는 윤아가 타고 온 항공편을 알고 있었다.“그건 아닐 것 같아요. 정말 다른 곳이 없다면 거기로 가죠.”여긴 딱히 생각나는 다른 곳이 없다. 선우를 찾으러 가려면 일단 그쪽으로 가봐야 한다.민재도 난감해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그럼 윤아님, 일단 오늘 밤은 쉬고 내일 가실래요?”사실 마음이 많이 급해진 민재였지만 윤아에게 지금 당장 대표님을 구하러 가자고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민재는 그들의 능력으로 수현을 구해낼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아직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수현이 왜 저들 손에 당했는지 이해가지 않지만 말이다.수현의 부하로서 민재의 마음은 당연히 수현을 향해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수현이 만약 선우 손에 당했다면 분명 선우가 음침하고 지독한 방법을 썼을 것이다.“지금 바로 가요.”윤아의 목소리가 민재를 사색에서 끄집어냈다. 윤아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민재는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하고는 말했다.“그럼 저희 쪽 사람은...”윤아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선우가 제 행적을 알고 있다면 행적 외에 내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다 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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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요새 밥을 잘 먹지 못해 위장이 좀 안 좋았는데 오는 길이 또 이렇게 엉망이었다.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윤아는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차가 멈추자 윤아가 내려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길가로 달려가 토하는 것이었다.“윤아 님!”민재는 윤아의 반응에 깜짝 놀라 얼른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뛰어갔다.“윤아 님, 괜찮아요?”윤아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었고 민재는 잠깐 고민하더니 외투를 벗어 윤아에게 걸쳐주며 창백해진 윤아를 일으켜 세웠다.“괜찮아요.”민재는 그제야 윤아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음을 발견했다. 조금 전 차에 있을 때도 생각에 잠겨 있지 않으면 지시를 내리느라 아예 발견하지 못했다.지금 윤아의 모습을 보니 아마 오는 길이 너무 험해 멀미가 난 것 같았다.민재가 대략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는데 윤아가 입을 열었다.“그냥 조금 멀미가 난 것뿐이에요. 조금 진정하면 괜찮아요.”“윤아 님, 죄송해요. 길이 너무 험해서, 진작에 알았으면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는 건데.”민재는 오는 내내 멀미를 하면서도 내색도 하지 않은 윤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윤아는 그저 민재를 향해 희미하게 웃더니 괜찮다고 눈짓했다.그렇게 자리에 서서 한참 진정하다가 민재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돌려줬다.“괜찮아요. 윤아 님 쓰세요. 윤아 님을 잘 챙기는 것도 제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예요. 그냥 옷 한 벌일 뿐인데요.”멀미하고 나니 식은땀이 났고 밖에서 찬 바람을 맞았더니 추워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민재 옷이니 윤아는 계속 입고 있기 미안했는데 민재가 이렇게 말해주니 윤아도 더는 부담을 가지지 않고 고맙다고 하고는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윤아는 앞에 난 길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바로 여기네요. 밖에서 기다려요. 한번 들어가 볼게요.”민재는 뭔가 말하려다가 도로 삼켰다.“됐어요. 걱정하지 마요. 선우도 나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꼭 수현 씨 구해올게요.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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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윤아는 나온 사람을 보고 한참 멍해 있다가 반가워하며 앞으로 걸어갔다.“진 비서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나는 비서님이...”하지만 윤아가 그에게 다가서자마자 우진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윤아가 순간 걸음을 멈추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비서님, 왜 그래요?”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예전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생판 다른 사람 같았다.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차갑진 않을 것이다. 마치 서로 원수진 사람처럼 말이다.“오래 기다렸는데..”우진은 전혀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말만 계속 내뱉었다.“...”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얼굴에 걸린 미소가 점점 딱딱해졌고 한참 후 이렇게 말했다.“비서님, 왜 이러는 거예요?”아쉽게도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고 그저 대문 밖을 살필 뿐이었다.“윤아 님, 혼자 오신 거 맞죠? 약속 지켰나요?”순간 윤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그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까지 데려다주긴 했는데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요. 따라오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렇게 말한 윤아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약속을 어긴 건 아니죠?”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윤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물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죠? 선우는요?”별장 문이 활짝 열렸지만 닫히지는 않았고 우진도 여기 이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서 있는 걸 보니 윤아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선우는 여기 없고 이쪽으로 그녀를 부른 건 우진을 찾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진이 다시 그녀를 다른 곳으로 안내할 것이다.“대표님은 안 계십니다.”“그럼 어디 있는 거죠? 어떻게 연락하면 돼요? 수현 씨는요? 수현 씨는 어떻게 했어요? 안전한 거 맞아요? 약속을 지킬 수는 있지만 수현 씨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 데도 안 가요.”윤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진은 자신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겨줬다.핸드폰을 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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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성의라...이 말에 윤아는 다소 역겨웠다. 어떻게 이걸 성의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었다.윤아는 욕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눌러 담으며 전화를 아예 확 끊어버리고는 핸드폰을 우진에게 돌려줬다.“지금 바로 사진 보여줘요.”우진은 아무 표정 없이 핸드폰을 건네받더니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을 확인한 윤아의 표정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사진 속 수현은 핼쑥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이마를 다쳤는지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피가 빨갛게 새어 나와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윤아는 앞으로 다가가 우진의 팔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예요? 선우가 이런 거예요? 생명에는 지장 없는거죠?”우진은 그녀의 손을 힐끔 쳐다보더니 무표정으로 밀쳐내며 뒤로 물러나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윤아 님, 지금 질문하신 사항은 저도 잘 모릅니다. 알고 싶다면 직접 대표님께 여쭤보세요.”“네, 그러죠.”우진은 핸드폰을 도로 가져가더니 다시 건네주지는 않았다.“직접 물어보라면서 핸드폰을 가져가면 전화는 어떻게 해요?”“윤아 님 대표님 말씀은 만나서 직접 알려드린다는 뜻이에요.”“...”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우진은 이렇게 말하더니 잽싸게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이를 본 윤아도 얼른 뒤를 따랐다.“그럼 우리는 언제 출발하는 거죠?”“내일이요.”“내일?”윤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더니 말했다.“지금 장난해요? 왜 오늘 가지 않고?”하지만 우진은 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오늘 출발하자고 졸라댔다. 수현이 그렇게 다쳤는데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진 비서님, 진 비서님!”우진의 걸음이 우뚝 멈추더니 방 하나를 열어주며 말했다.“윤아 님, 예전에 지내던 방을 깔끔하게 청소하라고 했으니 이제 안심하고 쉬셔도 됩니다. 밖에 있는 그 꼬리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으면 빨리 물러가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저도 진 대표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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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민재가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주의하라고 할게요. 그럼 윤아 님은...”“일단은 여기 있을 거예요. 앞으로는... 연락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를 들은 민재는 윤아가 그들과 함께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눈치챘다.“윤아 님, 갇힌 건가요? 아니면...”갇힌 건가?윤아는 바깥을 힐끔 바라봤다. 우진이 그녀가 도망갈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바로 몸을 돌렸던 게 생각났다.그녀를 가둬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녀를 가둔 건 수현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었다.이곳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때부터 이미 이곳에 갇힌 것이었다.“나를 가둔 사람은 없어요. 여기서 꽤 자유로워요. 우리가 왜 여기에 왔는지 비서님도 잘 아실 테니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쉬면서 단서를 찾으세요.”민재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윤아 님, 걱정 마세요. 윤아 님 분부대로 진행하겠습니다.”뚜뚜.통화를 끝내고 윤아는 핸드폰을 세면대에 올려두고는 허리를 숙여 얼굴을 씻고 나서야 욕실의 물을 껐다.윤아는 화장실에서 나와 우진을 찾았다.우진이 별장의 어느 방에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가서 조금 걸자 바로 찾을 수 있었다.그는 계단 입구에 보초를 서듯 꼿꼿하게 서 있었다.돌아서 있었기에 윤아는 그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고 뒷모습만 보였다.윤아는 우진이 전보다 살이 빠졌음을 발견했다.지금은 그녀를 쌀쌀맞게 대해도 전에 그녀를 구하면서 우진이 큰 대가를 치른 건 사실이었다.윤아는 이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우진의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쳤음에도 자기를 구한 일 하나로 윤아는 우진이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아마 윤아가 알지 못하는 일이 생겼으니 이렇게 변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려는데 그 자리에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던 우진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그가 무표정으로 물었다.“윤아 님, 어디 가시려고요?”“어디 안 가요.”윤아는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지만 여전히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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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그러다 결국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향했고 냉장고를 뒤적거리는데 우진이 따라왔다. 우진이 그런 그녀를 보고는 물었다.“윤아 님, 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저 부르시면 되는데.”윤아는 우진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한참을 뒤적거리다 차갑게 얼려진 맥주를 두 캔 꺼냈다.윤아는 맥주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우진의 이어폰에서 대뜸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술은 주지 마요.”“네.”선우가 이렇게 대답했다. 윤아와 만난 그 순간부터 선우는 계속 도청하고 있었고 선우도 그래서 윤아를 그렇게 쌀쌀맞게 대했던 것이다.선우의 지시를 들은 우진이 즉각 반응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윤아를 따라잡았다.“윤아 님.”윤아가 걸음을 멈추더니 우진처럼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이 술은 드릴 수 없습니다.”우진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이리 주세요.”이를 들은 윤아는 손에 든 맥주 두 캔을 보더니 입꼬리를 당겼다.“왜요? 이런 것도 구속받아야 하는 건가요?”우진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그런 우진의 모습에 윤아는 피식 웃더니 맥주를 돌려주기는커녕 가지고 위로 올라갔다.우진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윤아 님.”윤아는 우진이 따라오는 듯한 기척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우진은 고작 맥주 두 캔까지 관여할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관여한다는 건 선우의 지시임이 틀림없었다.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선우의 감시하에 있다.맥주 두 캔도 못 마시게 한다고?“선우한테 말해요. 직접 전화하라고.”이렇게 말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우진은 윤아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입을 열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다 제가 못나서 윤아 님이...”그쪽에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우진이 멈칫하더니 이내 선우가 윤아에게 전화하러 갔음을 알아채고는 잠시 도청에서 벗어난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별장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윤아가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맥주캔을 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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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선우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알잖아. 네가 아픈 거 내가 보기 싫어하는 거.”“그래?”윤아가 코웃음을 쳤다.“맥주 그만 마셔? 응?”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윤아가 이렇게 쏘아붙였다.“그러면 오늘 저녁에 바로 출발할 수 있게 해줘.”그저 차가운 맥주로 짜증을 조금 덜어내려 했는데 이걸로 선우를 협박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기회를 준 건 선우니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윤아에게 달렸다.오늘 이곳에 온 것도 선우의 협박에 못 이겨 온 것이니 말이다.선우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오늘은 안 돼.”“그래?”윤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안 된다니 내가 마셔도 뭐라 할 자격 없지.”“윤아야, 꼭 이렇게 나랑 팽팽하게 맞서야 해?”“내가 너랑 맞선다고?”윤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난 우리가 친구인 줄 알았어. 내가 만약 언젠가 너랑 맞서게 된다면 그건 모두 네가 핍박해서일 거야.”수화기 너머에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그래도 오늘은 안 돼.”이렇게 말한 윤아는 더 이상 선우를 상대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더니 다시 맥주캔을 들어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마셨다.한참 후, 방문이 열렸고 우진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윤아의 손에 들린 맥주를 가져가려 했다.윤아는 이를 미리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우진이 손을 내민 순간 살짝 피했다.우진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윤아 님, 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쉬실 시간이에요. 이 시간에 술 마시는 건 안 좋아요.”“아,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건데요?”우진이 입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가요. 마시고 나면 바로 쉴 거예요.”하지만 우진은 원하는 바가 따로 있는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윤아가 그런 우진을 힐끔 쏘아봐서야 결국 그가 입을 열었다.“윤아 님, 그만 마셔요. 대표님께서 지금 바로 출발하시라고 합니다.”이를 들은 윤아는 하던 행동을 멈추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이걸로 선우를 협박하려고 하긴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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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윤아는 아까 우진과 진행한 눈빛 교환에서 대략 알아낼 수 있었다.전에 별장에 있을 때 우진이 윤아를 그렇게 차갑게 대한 건 별장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소통은커녕 눈빛 교환도 어려웠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공항에 왔으니 아직도 선우의 감시가 있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있다고 해도 별장에서처럼 그렇게 촘촘하지는 않을 것이다.공항에서 감시하려면 사람이 감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게으름을 피우기 마련이고 카메라를 그렇게 촘촘하게 설치할 수가 없다.하지만 선우가 아직 도청하고 있으니 우진과 교류할 방법은 아예 없었다.교류는 뒤에 방법을 더 생각해 보는 수밖에 없다.이렇게 생각한 윤아가 입을 열었다.“아까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배가 좀 불편하네요.”이를 들은 우진이 멈칫하더니 말했다.“윤아 님, 약 준비해 드릴까요?”윤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휴지가 필요한데 있나요?”윤아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말투나 태도도 약간 차가운 편이었다. 우진은 순간 윤아가 아까 자신이 보낸 눈빛 암시를 봤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있습니다.”우진은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윤아에게 건네주며 속으로 이따 다시 기회를 찾아 윤아에게 암시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윤아가 휴지를 받아 가며 그의 손바닥에 글자 몇 개를 빠르게 적었다.처음엔 부주의로 부딪힌 줄 알았는데 부딪히고 나서도 윤아는 손을 떼지 않았고 손바닥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우진은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윤아가 다 쓰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쓴 글자가 무엇인지 눈치챘다.[기다려요.]우진이 다시 그녀를 힐끔 쳐다봤을 때 윤아는 이미 휴지를 들고 공항으로 들어갔다.공항에 들어가자 바로 누군가 그녀를 맞았다.윤아가 화장실에 간다는 걸 알고 몇 사람이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따라간다는 게 말이 돼요?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죠?”이 말에 그들이 순간 얼굴을 붉혔다.“윤아 님,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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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여학생의 호의에 고마움을 전하고 윤아는 화장실에서 나와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윤아는 여학생도 윤아의 뒤를 따라 화장실에서 나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여학생은 윤아가 한 무리의 남자들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가더니 금세 포위당하는 걸 지켜봤다.“윤아 님, 이제 오셨으니 출발하시죠.”임무를 받아서 걱정이 되는지 그들은 윤아를 둘러싸고는 목적지로 걸어갔다. 뒤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여학생은 이 모든 게 너무 기괴하다고 생각했다.움직이는 틈을 타 윤아는 일부러 걸음을 늦추더니 기회를 잡아 휴지를 우진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우진은 이를 느끼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여전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앞으로 걸어갔다.탑승 전이 되어서야 그는 핑계를 찾아 화장실로 향했고 윤아가 쓴 쪽지를 쭉 훑어봤다.윤아의 질문은 많지 않았다.첫 번째는 수현의 지금 상황을 묻고 있었다.두 번째는 우진의 상황은 어떤지, 선우의 손에 약점을 잡히고 있는지 물었다.윤아의 관심에 우진은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의 고충을 알아챈 윤아는 그가 쌀쌀맞게 대해도 그를 믿어주었다.내용을 확인한 우진은 종이를 변기에 넣어 내려버리고는 무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갔다....비행기에 오르고 보니 우진의 자리만 윤아 옆으로 되어있고 다른 사람은 앞, 뒤, 그리고 오른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중간에 윤아가 우진을 두어 번 힐끔 쳐다봤지만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스튜어디스가 간식을 나눠줄 때 윤아는 우진이 그 쪽지를 봤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쪽지를 넣을 때 몰래 넣다 보니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아니면 지금 다시 눈치를 줄까?스튜어디스가 카트를 밀고 나와 마침 둘의 좌석 옆에 멈췄을 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우진에게 주머니에 쪽지를 넣었다고 알려주려는데 우진이 좌석 손잡이에 쓴 글자를 보게 되었다.쓴 글자가 간단해서 윤아는 단번에 알아봤다.[안전]윤아는 고개를 들어 우진에게 입 모양을 지어 보였고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들은 윤아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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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윤아가 해명하려는데 수현은 아예 수액을 빼버리더니 병실을 나섰다. 윤아가 다급하게 쫓아 병실에서 달려나가 보니 어느새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곳저곳 숨이 차오를 정도로 찾아 헤맸지만 끝내는 찾지 못했다.그 뒤로도 여러 곳을 찾다가 수현의 뒷모습과 꼭 닮은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리 쫓아가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수현의 뒤에 그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다른 여자와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수현과 결혼한 그 여자는 하윤과 서훈을 모두 집에서 쫓아내며 이렇게 말했다.“어디서 굴러온 미천한 여자지? 밖에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돌아오면 진씨 집안 사모님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나 봐요? 김칫국도 유분수지, 화내기 전에 얼른 멀리 떨어져요. 아니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두 아이는 윤아를 안고 엉엉 울며 아빠를 찾았고 이에 윤아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이해 가지 않았다.얼른 해결하려는데 손발이 누군가에게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 처지가 마치 뜨거운 가마 위에 올려진 개미와도 같았다.“윤아 님, 윤아 님.”멀리서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가 조금 익숙했지만 순간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부름에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윤아 님!”그렇게 윤아는 잠에서 깨 눈을 떴고 시야가 또렷해졌다.혼란스럽던 장면과 울음소리도 동시에 사라졌고 우진의 긴장과 걱정이 섞인 얼굴과 두 스튜어디스가 보였다.이런 윤아의 모습에 놀랐는지 윤아가 깨자마자 둘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깼어요, 깼어요. 괜찮으세요?”그중 한 스튜어디스는 걱정 어린 말투로 물으며 그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밝아진 시야와 주변을 에워싼 사람을 보고 있자니 윤아는 그제야 아까 그 장면들이 꿈임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지금은 꿈에서 깼다.꿈이란 걸 깨달은 윤아는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고 나니 윤아는 몸과 마음이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고 지금 그 긴장이 가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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