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 집안이 남성에서 수원으로 거처를 옮기려 한다는 사실에 윤아는 경악했다.동시에 그녀는 수현을 더더욱 리스펙하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도 수현의 어머니가 결정했을 때 미리 물었었다.“진 씨네 뿌리는 남성이잖아요. 수원으로 이사 가면 혹시...”“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니. 나와 네 아버지 모두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니 신경 쓰이는 건 너희 아이들뿐이야. 지금 우리는 손자가 둘이나 더 생겼으니 기쁜 마음으로 너희들을 제일 먼저 배려할 거야. 하물며 우리 부부는 어디서 살든 상관이 없단다. 그쪽이 여기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 아니냐. 네 회사도 거기에 있는 거 아니니? 모르는 거 있으면 아버지한테 물어보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일 하렴. 아이는 전혀 걱정하지 말고, 나와 네 아버지가 물심양면으로 잘 보살피마.”그 말을 끝으로 선희는 아이들을 방으로 데려가랴, 친아버지와 이사에 관한 일을 상의하랴 바쁜 탓에 더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윤아는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회사는 지금 막 시작한 단계라지만 그럭저럭 성과를 내고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진 씨 가문에 비하면 여전히 볼품없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녀가 볼품없는 회사 하나를 붙잡고 있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을뿐더러 그녀를 따라 수원까지 함께 가준다고 하고 있다.‘정말 이제는 회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지신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윤아는 재빨리 익숙한 문 앞으로 다가갔다. 멈춰 섰을 때, 그녀는 계속 딴생각을 하며 걸어도 몸이 자연스레 방을 찾아갔음을 알아채고 새삼 놀랐다. 5년이나 흘렀는데 몸은 아직도 이 집이 익숙한 모양이다. 방문을 열자 낯익은 풍경이 보였다.그녀는 멍하니 걸어 들어가 5년 동안이나 거의 변하지 않은 실내장식을 바라보았다. 침대 위의 이불만 새것으로 교체했고 다른 것들은 크게는 커튼, 작게는 탁자 위의 장식품까지도 모두 교체하지 않았다.그때와 달라진게 없는 낯익은 방의 모습에 윤아는 왠지 5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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