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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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가기 전에 윤이와 훈이가 언제 너를 만날 수 있냐고 물었어.”윤아는 수현의 품에 안겨 작은 소리로 말했다.“응.”수현은 한마디 대꾸 후 계속 말했다. “아이들은 안 만날래.”수현의 품에서 고개를 든 윤아는 의아한 듯 물었다. “왜? 날 만나러 왔으니 겸사겸사 애들도 만나지 그래?”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윤아를 진지하게 바라본 후 붉은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돌아가서 만날래. 하지만 그때는... 아이들이 날 다시 만났을 때 호칭을 고쳤으면 좋겠어. 그래줄 거지?”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을 잇지 못했다.“혹시 싫은 거야?”수현은 다정하게 윤아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키스하게 놔뒀으면서 왜 아직도 싫은 거야?”원래 수현은 자신이 이선우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금 질투가 났다. 그런데 키스할 때 윤아가 자신에게 응답하고 의존하는 것이 느껴져 질투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제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 돌아가면 네 식구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수현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돌아가면 어머니와 아버지도 계실 텐데 그때 부모님이랑 먼저 만나보는게 어때?”윤아는 말이 없었다.윤아가 대답하지 않자, 수현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물론 당신이 원치 않다면 그냥 못들은 거로 해.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을 거야.”수현은 윤아가 항상 누군가가 아이를 뺏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윤아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수현은 윤아를 걱정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윤아가 잠시 머뭇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수현은 이미 먼저 꼬리를 내리고 그녀에게 미움을 살까 봐 눈치를 살폈다.예전과 달리 비굴한 반응에 윤아는 속으로 푸념했다.윤아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어?”“어?”“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성급하게 나 대신 결론을 내?”이 일을 언급할 때면 수현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예전에 윤아와 함께 지내고, 키스할 때처럼 담담하고 주도권이 있는 모습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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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세 사람이 마침 방문 앞까지 다가와 목소리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윤아의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윤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나가야겠어. 아니면...”수현이 몸을 숙여 다가가자 윤아는 말을 멈췄다.수현의 뜨거운 숨결이 윤아의 얼굴에 닿았고 곧바로 윤아를 감쌌다. 얇은 입술이 윤아의 입가에 닿더니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키스 한 번 더 해.”말이 끝나자마자 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또다시 키스했다. “흡.”윤아는 다시 입을 맞추는 수현을 미처 밀쳐내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그러다 문밖의 사람에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목구멍으로 소리를 삼켰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손을 뻗어 수현의 가슴을 막았다.아이들과 이민재가 찾아왔을 때 이런 짓을 하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밖에 있는 아이들이 소리를 들을까 봐 윤아는 몸부림도 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나중에 들긴다면 엄청 민망해 죽을 것 같았다.“민재 아저씨, 엄마 어디 갔어요?”경계심이 강한 민재는 혹시 윤아가 사라진 것이 선우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하며 둘러보던 중 갑자기 굳게 닫힌 방문이 보였다. 이윽고 무슨 생각이 난 듯 민재는 두 아이에게 대뜸 말했다.“엄마가 깜박하고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갔나 봐. 우리 먼저 캐리어를 가지고 밖에 나가서 엄마를 기다리자.”그런데 윤이가 집요하게 물었다.“엄마가 뭘 가지러 갔어요? 우리가 도와주러 갈까요?”“아니야. 엄마가 물건 가지는데 네 도움이 필요하겠어? 얼른 가자. 우리 밖에 나가서 기다리자.”말을 하면서 민재는 윤이가 번복할까 봐 얼른 손을 뻗어 윤이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방 안의 윤아는 수현에게 키스를 당하면서도 문밖의 상황에 정신이 쏠려 키스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았다. 문밖의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야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몸의 긴장이 풀렸다.수현이 허리를 살짝 꼬집자 윤아는 정신이 번쩍 들어 눈앞의 사람을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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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올 때와 돌아갈 때의 기분은 완전히 다르지만, 모두 좋은 편은 아니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때나 갈 때나 두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이다.수현의 소식을 접한 민재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두 아이에 대한 모든 일을 태범과선희에게 전했다.태범 부부는 이 사실을 알고 한참 동안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바로 돌아갈게요. 몇 시 비행기에요? 마중 나갈게요.”민재에게 태범 부부가 한 말을 전해 들은 윤아는 약간 민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아도 태범 부부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 5년 동안 떠나있다가 다시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몰랐다.민재는 윤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윤아의 표정을 보고 추측할 뿐이다. 달가운 것 같지 않은 것이 분명해 조심스럽게 물었다.“윤아 씨. 불편하거나 걱정이 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 이 일은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다고 하셨어요.”민재의 말을 들은 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민재를 바라보았다.“언제든지 그만둬요?”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두 분께 다 말씀드리지 않았어요?”말하기 전에는 상관없지만 이미 모든 것을 말했는데 어떻게 그만 두겠는가? 공공연히 사람을 실망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맞아요.”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희 대표님은 모든 것이 윤아 씨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하셨어요. 모든 결정권은 윤아 씨에게 있으니 만약 윤아 씨가 걱정되거나 불편하시면 언제든지 그만두면 돼요. 뒷일은 제가 다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윤아는 수현이 말한 것들이 모두 진심일 줄은 몰랐다.그러자 윤아는 붉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담담하게 웃었다.“불편한 것은 없어요. 단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5년 전이어서 지금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예상 밖의 대답에 민재는 수현 대신 기뻐하며 얼른 윤아를 위로했다. “윤아 씨, 안심하세요. 전에 제가 진 사모님이랑 통화했을 때 윤아 씨를 엄청 걱정하고 많은 것을 물어보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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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좋아요.”윤이는 기쁜 듯 손을 뻗어 윤아를 안고 싶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두 사람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에 안을 수 없어서 윤아는 손을 잡으며 윤이의 기쁨을 받아주었다.“엄마, 그럼 고독현 밤 아저씨는 알아요?”수현이 알고 있을까?윤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온화하게 웃었다. 귀국할 때쯤이면 알겠지?“나중에 알게 될 거야.”“그럼 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친근하신 분들이세요? 고독현 밤 아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예요?”“응, 고독현 밤 아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야. 모두 따뜻하고 친근하신 분들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분들은...”잠시 머뭇거리다가 윤아가 말을 이었다. “그분들은 너희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야.”그러자 윤이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했다.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응.”윤아는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훈이도 바라봤다. “윤이랑 훈이는 엄마가 한 말을 이해했어? 고독현 밤 아저씨가 너희 친아빠야.”이해한 훈이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윤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은 듯 두 눈이 커졌다. “하지만 엄마, 전에 윤이랑 훈이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말했잖아요...”윤아는 말문이 막혔고 옆에서 엿듣던 민재도 난처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민재가 여기에 없으면 두 아이에게 어찌저찌 설명하겠는데 지금 민재가 옆에 있으니 윤아도 조금 난처했다...‘어쩔 수 없네. 5년 전에 내가 수현 씨랑 재결합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당시에는 윤아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어서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말했다. 윤아는 빙긋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 지금 다시 부활했어.”옆에 있던 민재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윤아에게 너무 황당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죽으면 죽었지, 이제 와서 부활했다니.윤아의 말에 아이들도 어리둥절한 게 분명했다. 아이들이 자기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윤아는 피식 웃으며 두 녀석의 콧등을 쓸어내렸다. “엄마가 너희들한테 장난친 거야, 그걸 믿어?”이에 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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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비행기에서 내린 후, 민재는 여전히 바쁘게 윤아와 아이들의 짐을 들었다.윤아는 두 아이만 챙기면 됐다. 윤아가 또 납치될까 봐 걱정된 것인지 곁에는 키가 큰 경호원 여러 명이 앞뒤, 좌우로 에워싸고 따라왔다. 외부인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이 말도 못 걸 만큼 윤아와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었다. 캐리어를 밀고 따라오던 민재는 출구에 곧 도착하자 윤아에게 말했다. “윤아 씨. 사모님과 어르신께서 출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그러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어 윤아는 허리를 굽혀 두 아이에게 말했다. “윤이야, 훈이야, 들었지? 이따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게 될 거야. 엄마가 비행기 안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기억해요.”“엄마, 걱정하지 마요. 윤이랑 오빠가 예의 바르게 인사 할게요.”두 아이는 재빨리 윤아에게 대답했고 경호원의 호위 아래 그들은 곧 출구에 도착했다.공항 출구, 이선희는 한참 동안 거울을 보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 “여보, 오늘 제 화장이 아이들을 만나기에 너무 진하지 않아요?”진태범은 고개를 돌려 이선희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안 진한데요? 아이들이 좋아할 거예요.”원래 진태범의 의견을 물어보려던 이선희는 그의 대답에 진태범도 못 미덥다고 생각했다. “무슨 소리예요? 아이들이 이런 메이크업을 좋아한다는 게 마치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요.”진태범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아이의 마음을 잘 몰라요. 그런데 당신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뭐가 걱정이에요?”하긴, 아이들과 어른들의 눈이 다르니 화장이 진한지 청초한지 모를 지도 모르지. 어쨌든 어른이라는 것만 알면 돼.‘내가 뭘 걱정해? 확실히 걱정할 게 없네.’이선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곧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울을 넣은 후 진태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여보, 윤아가 혼자 떠난 5년 동안 두 아이를 낳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니, 너무 놀랍지 않아요?”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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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당신이 수현이랑 결판낼 때 내가 막은적 있어요? 진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우리 집 결정권은 줄곧 당신에게 있었잖아요.”생각해 보니 진태범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선희는 입을 삐죽거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아가 수현과 이혼하고 떠난 후, 이선희의 성격이 많이 변했다. 게다가 김선월이 세상을 떠나자 이선희의 성격이 예전처럼 온화하지 않았다. 윤아가 떠난 것이 분명 수현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아들에게도 예전처럼 인내심이 크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두 사람이 결혼했는데도 여자가 떠난다면 분명 남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 것이 아니라면 윤아의 다른 생각이 생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선희는 윤아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에 윤아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다.이선희는 윤아는 절대 결혼을 망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일한 가능성은 그녀의 아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아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어머니도 책임이 있기에 윤아가 떠난 후 오랫동안 이선희는 이 일만 생각하면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때마다 수현에게 전화해서 잔소리했다. 그 당시 수현의 기분도 엉망진창이었다. 매번 이선희가 말을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수현이 전화를 끊어버리곤 했다. 한 번 걸면, 한 번 끊고.나중에 수현이 자주 술을 마신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마음속으로 수현을 탓했다. “이렇게 된 것도 싸요. 있을 때 아끼지 않다가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 해요?”“자업자득이죠.”입으로는 이렇게 말하지만 여전히 아들을 매우 아꼈다.몇 년 후, 이선희는 점점 윤아를 잊었다.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떠난 후 소식이 끊기고 김선월이 돌아가셨을 때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니 평생 진씨 가문과 연을 끊으려는 것 같아서 이선희도 마음을 접었다. 마침 소영이 수현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이선희는 수현과 소영의 사이가 이어주려고 아이디어를 냈다.하지만 그녀의 아들이 그렇게 지고지순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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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이선희는 멀리서도 윤아와 두 아이를 한눈에 알아봤다. 윤아의 옆에는 똑같게 생긴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민재가 이선희에게 전화했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아이? 수현와 윤아의 아이말인가?”“네, 사모님.”“정말... 윤아에게 수현이와의 아이가 있다고? 아이가 몇 살이지?”민재가 이선희에게 두 아이가 이미 다섯 살이고 쌍둥이 남매라고 말했을 때, 이선희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예전에 아무도 맘에 들어 하지 않던 수현의 모습과 진씨 가문과 연을 끊고 싶어 하던 윤아의 모습에 이선희는 이번 생에 수현은 다시는 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자를 안을 기회는 더욱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이선희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겨우겨우 손자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며 자신을 설득했다. 어차피 그의 아들이 살아있으니 아이는 그녀가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수현이도 걱정하지 않는데 내가 뭘 걱정해?’그런데 서프라이즈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늘 손자가 없다고 걱정했는데, 한 번에 두 명이나 생겼다. 멀리서 보니 그 두 아이의 외모가 곱상하여 유난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아이의 얼굴은 수현과 유난히 닮았다.전에 전화 왔을 때 통화를 엿들은 도우미가 이선희가 떠날 때 말했었다. “사모님, 윤아 아가씨가 떠난 지 5년이 되지 않았어요? 어떻게 저희 도련님의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 함정이 있는 게 아닐까요? 아이가 진짜 도련님의 핏줄이 맞을까요?”비록 아직 윤아와 두 아이를 보지 못했지만 도우미의 말에 이선희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하며 나무랐다. “진씨 가문에선 당신을 청소하라고 고용한 것이지 혀를 함부로 놀리라고 한 것이 아니에요.”이선희가 화내는 모습에 놀란 도우미는 목을 움츠렸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저도 도련님이 사기를 당하실까 봐 걱정돼서 말한 거예요. 악의는 없습니다.”“수현이보다 똑똑해요? 수현이가 자신이 속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까 봐요? 도우미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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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그럼에도 이선희는 당시 부부였던 윤아와 수현을 재촉하지 않았다.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의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예전에 젊었을 때 그녀가 수현을 임신한 것도 의외였다. 원래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었다. 게다가 김선월도 재촉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단둘이 오붓한 나날을 보냈었다.그리고 그렇게... 임신했다.이선희는 자신도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윤아와 수현을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나중에 두 사람이 이혼하고 윤아가 멀리 도망갈 줄이야.그 후 사람들은 손자를 이용해 이선희를 더 약올렸다. 그때마다 이선희 그저 미소만 지으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돌아가서 두 회사의 협력을 중단했다. 그러자 상대는 겁먹고 그날 밤에 찾아와 잘못했다며 용서해달라고 빌었다.그 후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고 이선희도 기대하지 않았다.지금은...윤아 일행이 점점 가까워지자 이선희는 몸을 쭈그리고 앉았다.윤아는 멀리서 이선희와 진태범을 발견했다. 몇 년이 지나도 이선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멀찌감치 윤아를 향해 웃더니 이내 앞에 주저앉아 두 팔을 벌리고 마중하는 이선희를 보고 윤아가 말했다. “윤이, 훈이야, 얼른 인사해. 할머니와 할아버지야.”두 녀석은 비행기에서 말한 대로 윤아가 소개하자 얼른 공손하게 두 사람을 불렀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아직 낯선 탓에 아이들은 두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선희는 전혀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심지어 두 아이가 애교섞인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이선희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 그래.”이선희는 연거푸 두 번 대답하고 나서 감격하여 두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옆에서 이선희에 비해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진태범도 지금은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두 아이의 눈높이를 맞췄다.윤아는 두 사람이 어린아이들 앞에서 유치하게 이것저것 묻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두 사람은 아이들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몇 살인지, 학교에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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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집에 돌아온 후에도 이선희는 윤아에게 아주 친절했다. 윤아의 손을 맞잡고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였다.윤아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지,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두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라고 부르지만 윤아는 어머님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어쨌든... 벌써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으니깐.눈빛이나 표정을 통해 윤아의 생각을 눈치챈 이선희는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며시 넘긴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야, 그동안 밖에서 고생했어.”이선희의 한마디에 윤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이선희가 어떤 말을 할지 상상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말과 마음속에 있는 털어놓을 수 없는 수많은 억울함에 윤아는 마음이 괴로웠다.윤아는 어릴 때부터 늘 자신에게 엄마가 있기를 바랐다. 지금 이선희한테 예전에는 없었던 가족 같은 친근감이 있었다. 윤아가 눈시울을 붉히자 이선희도 괴로운 마음에 손을 뻗어 윤아의 얼굴을 만졌다. “아가야, 괜찮아. 돌아왔으면 됐어. 예전에 현이가 너를 힘들게 했지? 앞으로 어머니가 잘해 줄게.”어머니?윤아는 이미 눈앞이 흐릿해져 이선희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렴풋이 안쓰러운 표정을 한 이선희가 보였다.문득 이선희가 자신을 가리키는 호칭에 윤아는 어리둥절했다.‘방금 자신을 어머니라고 한 거야?’‘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어머님이라고 불러도 돼?’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직하게 말했다.“저는... 5년이 지났으니 어머님이 저를 미워하실 줄 알았어요.”“아가야, 그럴리가 있겠니? 넌 내가 너 어릴 때부터 봐온 아이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도 알고 있잖니. 네가 떠났을 때 나도 한동안 많이 자책했었어. 너희 둘 사이의 문제를 어머니라는 내가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때 해결해 주지 못한 건 내 잘못이지.”“아니에요.”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눈에 맺혔던 눈물이 순간 실이 끊어진 구슬처럼 뚝뚝 떨어져 하얀 얼굴을 더 청초하게 만들었다. “어머님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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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부상이 있는 몸으로 아직 해외에 있는 수현이 떠올라 윤아의 입가에 웃음이 조금 사라졌다.“자, 다른 건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하루 종일 비행기 탔더니 배고프지? 음식 거의 다 됐을 거야. 이따가 아무 생각 말고 밥이나 꼭꼭 씹어먹어. 나머지 일은 내일 얘기하자꾸나.”외국에서 먹었던 것과 달리 저녁은 푸짐하고도 익숙한 냄새를 풍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음식의 맛이 뜻밖에도 윤아에게 아주 익숙한 맛이었다...윤아는 고개를 들고 이선희와 진태범을 바라봤다. 비록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긴 했지만 서로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길어 윤아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아버님, 어머님, 혹시 집안의 주방장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에요?”이선희는 윤아를 다정하게 바라봤다. “주방장이 진씨 가문에 오래 일한 것도 있고 우리도 맛에 익숙해져서 안 바꿨어. 왜? 익숙한 맛이 느껴져?”“네, 엄청 익숙한 맛이네요.”음식도 익숙하고, 집안의 장식품조차도 변한 것이 없어 5년 전과 거의 똑같게 느껴졌다.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아마... 밥상에 꼬맹이 두 명이 더 생긴 것이다.두 꼬맹이는 진태범과 이선희 사이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은 윤아의 질문에 대답한 후 다시 아이들에게 반찬을 집어주기 시작했다. “자자. 윤이야,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지? 많이 먹거라.”“훈이야. 이것도 먹어.”아이들은 이미 윤아가 돌볼 필요가 없었다. 윤아는 자기 밥만 잘 먹으면 됐다. 저녁 식사 후, 이선희는 윤아에게 말했다. “방은 원래 너랑 현이가 쓰던 방이야. 도우미가 매일 청소하고 이불도 모두 새것으로 바꿨으니까 바로 그 방을 쓰면 된단다.”“네.”“참, 너랑 상의할 일이 있단다.”이선희는 쑥스러운 듯 윤아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어머님, 무슨 일이세요?”“그게 말이다, 너희들이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잖니. 그래서 오늘 밤이라도... 윤이랑 훈이를 우리가 데리고 잤으면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물론 네 의견이 더 중요하단다. 네가 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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