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숨긴다고 숨겨도 선희는 알아차렸다. 저녁을 먹은 후, 두 아이가 수현의 아버지를 따라 서재로 들어가고 나서야 선희는 윤아에게 속삭였다.“어떻게 됐니? 수현이랑은 연락이 됐니?”윤아는 잠시 동안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왜 그래? 무슨 걱정이 있어서 말을 못 하는 거야? 윤아야, 내가 비록 네 엄마는 아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나를 엄마처럼 대해도 좋아. 무슨 말이든 나한테 해. 네가 떠날 때, 나는 네 얼굴을 한 번 더 볼 겨를조차 없었고 심지어 너희들 일도 모르고 있었어. 만약 내가 알았다면 나도 네게 말했을 거야. 너와 수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네가 설령 그를 원하지 않더라도 나만큼은 영원히 엄마처럼 생각해도 좋아.”그녀의 말에 윤아는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감사합니다, 어머니.”어렸을 때 그녀는 줄곧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왜 자기한테만 엄마가 없을까 의문을 품기도, 그녀를 사랑해 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예쁜 치마를 사주고, 손수 입혀주고, 밤에 그녀를 껴안고 자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녀에게 부드러운 아침 키스를 해줄 수 있는 엄마 말이다.설령 그딴 건 없다고 해도 그저 엄마라는 존재를 갈망했다.그러다... 그녀의 그런 감정은 수현의 할머니를 자연스레 향했다. 엄마 같은 어른이 그녀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어르신은 이미 돌아가셨어. 돌아가시기 전에도 늘 너를 생각하고 계셨단다. 마지막까지 너한테 못 해준 걸 아쉬워하셨어. 만약 애초에 너와 수현의 사이를 많이 풀어줬더라면 둘은 이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야.”할머니 얘기만 나오면 윤아의 눈가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그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해도 되지만, 할머니 얘기는 조금 힘들었다.자신의 고집 때문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지 못한 것을 윤아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죄송해요. 그때...”“됐어.”선희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다 지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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