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881 - Chapter 890

1206 Chapters

제881화

결국 윤아는 책상으로 돌아갔다. 창문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현관에도 경호원이 있었다.만약 이때 카메라가 이 사무실을 비추고 있다면 아마 무슨 깡패 두목인 줄 알 것이다.그녀는 일할 기분이 나지 않아 핸드폰만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사소한 소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일을 할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급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민재의 탑승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그가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는 다시 연락하기가 어려워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오후 내내 조용하던 핸드폰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울렸다.소리가 들리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지만 낯선 해외에서 걸걸려 온 전화였다.‘뭐지?’별생각 없이 윤아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사실 마음속으로는 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이 수현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자기는 지금 무사하고 아무 일 없이 돌아왔다고, 당분간은 이 번호로 연락할 거라고 말이다.그러나 윤아는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역시. 이 번호로 다시 바꿨구나.”그녀의 귀에 들려온 건 온화하면서도 약간은 서늘한 목소리였다.이 소리...윤아는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내가 새로 준 번호는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윤아야.”그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핸드폰을 타고 윤아의 온몸을 소름 끼치게 파고드는 것 같았다.“그 번호가 별로였어? 뒷자리 숫자가 마음에 안들었나? 내가 새로 바꿔줄까?”선우가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윤아는 자기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런 얘기가 재미있어?”옆에서 지켜주던 사람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순식간에 그녀를 에워쌌다.“허...”핸드폰 너머로 희끗희끗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좋아. 우리 윤아가 재미가 없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해볼까?”윤아는 숨이 턱 막히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무슨 소리야?”“지루하다며. 화제를 좀 바꿔볼게.”윤아가 숨을 죽이고 입을 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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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뭘 그만하라는 거야? 내가 진작에 그랬으면 귀국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애초에 널 귀국시킨 게 잘못일지도 몰라. 적어도 해외에 있을 때는 날 받아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 곁에 있지는 않았으니까.”그의 말에 윤아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진수현 거기 있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제 내 말을 들어줄 인내심도 없는 거야?”“난...”“궁금하면 직접 와서 볼래?”윤아는 숨이 턱 막혔다.“네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거야.”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예전엔 아무 일도 없었어. 꼭 이렇게 모든 걸 망쳤어야 했니?”“허.”선우가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랬지.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운데 왜 귀국한다고 했어?”윤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제 엉망이 되어버린 선우와 그녀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여기로 와. 그때 거기서 기다릴게.”말을 마친 후, 선우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윤아가 서둘러 말했다.“잠깐만. 아직 진수현이 어떻게 됐는지 말 안 했어.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 거야?”“윤아야. 널 보기 전에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이번에는 선우가 전화를 끊었고 윤아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들으며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방금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이번엔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여러 번을 시도해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옆에 있던 경호원은 다급해하는 윤아를 보며 물었다.“윤아 님, 무슨 일 있으면 조급해하지 말고 저희에게 말씀해 주세요.”윤아는 급히 방금 일어난 일을 알려주며 번호를 건넸다.번호를 받은 후,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 기술자가 그 번호를 확실히 알아보도록 지시했다.윤아는 기다리는 동안 수현에게 다시 몇 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몇 분 후, 경호원이 말했다.“윤아 님. 이 번호는 그쪽에 있는 구식 공중전화였습니다.”‘공중전화?’‘거기에도 구식 공중전화가 있단 말이야?’윤아는 조금 의심스러웠다.심란한 마음에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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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그건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를 고용할 때 대표님께서 이미 일 년 치 비용을 전부 선불하셨습니다.”1년?이 숫자를 들었을 때 윤아는 깜짝 놀랐다.그 긴 시간을 미리 앞당겨 결제했다니.“그러니 저희는 앞으로 일 년 동안 윤아 님의 신변을 보호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돈으로 움직인다 이거죠?”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만약 내가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나와 함께 출국해 줄 수 있나요?”그 말에 경호원은 잠시 멈칫했다.“걱정 마세요. 진수현만 돈 많은 거 아니니까. 저도 충분히 돈 드릴 수 있어요. 못 믿겠으면 저도 선불로 드리죠.”“그건...”“설마 당신들 보호 가능 범위가 국내 한정은 아니죠?”“그건 아닙니다. 외국도 가능하긴 한데 다만... 저희는 대표님께 윤아 님의 안전을 지켜드리겠다 약속을 해서요. 그러니 저희는...”“네.”윤아가 입을 열었다“저를 보호한다는 게 제 자유를 제한한다는 건 아닐 텐데요. 설마 진수현이 당신들 비용을 지불하면서 그런 요구를 했습니까?”그 질문에 경호원들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과연, 그들은 윤아가 어딜 가든 막을 수 없다. 그저 그녀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는 수밖에.“음. 윤아 님, 윤아 님이 가시겠다면 저희도 막진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일 거란걸 어떻게 확신하냐는 겁니다. 만약 대표님께서는 별일 없고 그저 윤아 님을 꾀어내려 하는 거라면서요.”그 생각은 윤아도 선우와의 통화를 마친 후 가장 먼저 들었던 거긴 하다.‘날 속이는 거면 어떡하지?’하지만... 선우와 알고 지낸 세월도 짧지 않았다. 지난 5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선우가 전화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분명 일이 모두 그녀의 상상대로 되었음을 설명한다.물론 자신이 그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이런 말을 하며 그녀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그러자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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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숨긴다고 숨겨도 선희는 알아차렸다. 저녁을 먹은 후, 두 아이가 수현의 아버지를 따라 서재로 들어가고 나서야 선희는 윤아에게 속삭였다.“어떻게 됐니? 수현이랑은 연락이 됐니?”윤아는 잠시 동안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왜 그래? 무슨 걱정이 있어서 말을 못 하는 거야? 윤아야, 내가 비록 네 엄마는 아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나를 엄마처럼 대해도 좋아. 무슨 말이든 나한테 해. 네가 떠날 때, 나는 네 얼굴을 한 번 더 볼 겨를조차 없었고 심지어 너희들 일도 모르고 있었어. 만약 내가 알았다면 나도 네게 말했을 거야. 너와 수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네가 설령 그를 원하지 않더라도 나만큼은 영원히 엄마처럼 생각해도 좋아.”그녀의 말에 윤아는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감사합니다, 어머니.”어렸을 때 그녀는 줄곧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왜 자기한테만 엄마가 없을까 의문을 품기도, 그녀를 사랑해 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예쁜 치마를 사주고, 손수 입혀주고, 밤에 그녀를 껴안고 자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녀에게 부드러운 아침 키스를 해줄 수 있는 엄마 말이다.설령 그딴 건 없다고 해도 그저 엄마라는 존재를 갈망했다.그러다... 그녀의 그런 감정은 수현의 할머니를 자연스레 향했다. 엄마 같은 어른이 그녀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어르신은 이미 돌아가셨어. 돌아가시기 전에도 늘 너를 생각하고 계셨단다. 마지막까지 너한테 못 해준 걸 아쉬워하셨어. 만약 애초에 너와 수현의 사이를 많이 풀어줬더라면 둘은 이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야.”할머니 얘기만 나오면 윤아의 눈가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그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해도 되지만, 할머니 얘기는 조금 힘들었다.자신의 고집 때문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지 못한 것을 윤아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죄송해요. 그때...”“됐어.”선희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다 지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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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선희와의 대화를 마친 후, 윤아는 곧바로 두 아이한테 갔다.윤아를 보자 두 아이는 잽싸게 곁으로 달려오며 말했다.“엄마. 오늘밤엔 같이 자면 안 돼요?”그동안은 아이와 따로 잤었다. 오늘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는데. 아이들 촉이 좋긴 한가보다.윤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물었다.“왜 엄마랑 같이 자고 싶은데?”윤아의 질문에 하윤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오빠랑 윤이랑 다 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었으니까요.”옆에 있던 서훈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그동안 떨어져 지낸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윤아는 아이들이 조금 전 선희와의 대화를 엿들은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의심은 하윤의 말을 들은 후 곧 사라졌다.“엄마, 방금 할머니랑 무슨 말을 그렇게 오래 했어요?”윤아는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콧방울을 꼬집으며 말했다.“어른들 얘기는 아이들이 알 필요 없어.”“음. 그래요.”“그럼 엄마, 오늘 같이 자도 돼요?”“그래. 엄마가 오늘 밤새 같이 있어 줄게.”민재가 탄 비행기가 착륙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때 가서 그쪽 상황을 알아봐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 그동안은 가만히 아이들과 함께 기다리는 수밖에.윤아는 선희가 준비해 준 과일과 간식들을 먹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그렇게 밤 열 시가 거의 되어갈 무렵, 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려 아직은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했지만 알게 되는 대로 연락하겠다며 말이다.윤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선우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걸 말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곧 민재가 바쁜 일이 있는지 먼저 전화를 끊는 바람에 미처 얘기하지 못했다. 윤아는 꺼진 핸드폰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면서.“엄마.”마침 두 녀석이 그녀를 부르며 윤아를 생각의 늪에서 끌어당겼다.두 아이는 번갈아 가며 쫑알쫑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윤아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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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그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시간이 있는 것을 보고 윤아는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비서님.”민재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녀가 지금까지 안 자고 있을 줄은 몰랐다.“윤아 님, 안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왜 아직도 안 쉬세요?”“잠이 안 와요.”이 말에 민재는 어리둥절해졌다.“비서님은 제 심정을 알 거예요. 진수현과는 연락도 안 되고 비서님한테도 소식이 없는데 정상인이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민재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비서님. 뭐 알아낸 거 있으세요?”마침내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윤아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윤아 님, 저는 윤아 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씀 안 드렸는데요. 안 말해주면 밤새 잠을 못 주무실 것 같아서 얘기해 드릴게요. 이곳에 온 뒤로도 대표님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이곳을 지키던 두 사람도 대표님 쪽 사람들과 연락이 끊겼고요.”“나갔던 사람들 모두 연락이 끊겼나요?”윤아는 믿을 수 없었다. 수현의 주변에 인재가 많았을 텐데, 이 사람들 중 한 명도 연락이 안 되는 거면...윤아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왜 그렇게 심장이 빨리 뛰고 눈꺼풀이 계속 뛰었는지 마침내 알았다.“윤아 님...”“말해줘요.”“네...”그는 결국 포기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말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다 한 번씩 연락을 돌렸는데도요.”함께 사고가 났을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데도 모두가 동시에 연락이 끊기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지금 바로 비행기표 살게요.”그러자 민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윤아 님, 오시게요?”“안 그럼요? 그쪽 사람들은 모두 연락이 끊겼는데 내가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어요?”“하지만...”민재는 와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대놓고 말할 수가 없어 말을 더듬었다. 그들도 찾지 못했는데 윤아라고 별 수 있겠는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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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말이 없는 건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거죠? 지금 연락도 안 되고, 걱정도 많이 되시죠?”“윤아 님.”민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었다.“맞아요. 대표님이 걱정되죠. 하지만 대표님은 떠나기 전에 그 무엇도 윤아 님과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설령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스스로 위험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윤아 님이 대표님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스스로 위험을 벗어나요? 국내라면 몰라도, 그곳의 상황을 진수현이 잘 알아요? 그쪽 지리에 대해서는 잘 아나요?”윤아는 몇 마디로 민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잘 들어요. 만약 진수현이 벗어나지 못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비서님은 오늘 일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민재는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표를 살게요.” 전화를 끊고 앱에 접속해 비행기표를 끊는 윤아는 빠르고 단호했다.지난번에는 아이가 옆에 있어서 불편했지만 이번에는 혼자여서 훨씬 편했다. 훈이와 윤이는 어머님, 아버님이 돌봐주시고 곁에는 경호원이 이렇게 많으니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윤아는 곧 자신의 표를 샀다.뒤돌아서서 짐을 챙기고 있는데 민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윤아는 핸드폰에 걸려 오는 전화를 보면서 민재가 그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지 말라고 하려는 것뿐이라고라고 생각했다.‘이런 말은 들을 필요 없어.’윤아는 이 전화를 보다가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그러나 그녀에게 거절당한 후 몇 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는 핸드폰을 끄려고 했다. 어차피 지금 무슨 말을 한대도 그녀의 결정을 막을 순 없었다.그런데 혹시라도 그쪽 상황에 무슨 변동이 있는 건가 싶어서 조금 망설이다가 받았다.“만약 나를 설득하려는 거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요. 계속 그 일로 전화 하면 차단할 거예요. 핸드폰 배터리만 낭비하니까요.”연결되자 윤아는 차갑고 무정한 말투로 상대에게 말했다.민재도 분명히 윤아가 이렇게 말할 것을 예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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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윤아 님!”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불렀고 윤아는 얼른 손을 들어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다들 쉬고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든 것이다.인솔자의 표정이 순간 어딘가 억울해 보였다.사실 그들의 목소리는 별로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럿이 같이 소리를 내다 보니 볼륨이 살짝 커졌을 뿐이다.윤아는 그들이 다시 입을 열까 봐 얼른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다.“가요.”“윤아 님, 캐리어는 제가 들겠습니다.”윤아는 사실 평소에 갈아입을 옷 외에는 스킨 케어도 챙기지 않았기에 캐리어에 별로 물건이 없었다.너무 가벼웠는지라 윤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제가 들면 돼요. 거의 빈 거나 다름없어서.”하지만 인솔자는 기어코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윤아는 캐리어를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결국 사람들에 둘러싸여 차에 올랐다. 창밖은 까마득한 밤이었지만 차에 앉은 윤아는 백미러로 차량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뒤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라이트는 주변을 대낮처럼 환히 비춰주었고 윤아는 이런 보호하에 출항했다.야간 항공편이라 대낮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그게 오히려 더 편했다. 탑승 전 윤아는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민재는 여전히 새로운 진척이 없다고 했다.“윤아 님, 살펴 가세요.”...비행하는 동안 인솔자는 윤아를 극진히 챙겨줬다. 윤아가 중도에 화장실을 가도 먼저 안으로 들어가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윤아는 근심 걱정이 많은지라 잠이 오지 않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체력 보존을 위해서라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착륙할 때까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두어 시간을 잤는데도 윤아는 내릴 때 눈이 계속 불편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윤아는 핸드폰 전원을 켰다.전원을 켜자마자 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 님, 비행기 착륙한 것으로 떠서요.”“네, 지금 막 내렸어요. 곧 나가요.”“차는 밖에 있습니다.”윤아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수현의 소식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민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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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모르는 번호였다.윤아뿐만 아니라 차에 탄 모든 사람이 정적 속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자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을 바짝 주고 꼿꼿하게 앉았다.민재는 긴장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윤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윤아 님, 혹시 이따 통화할 때 스피커폰 켜시는 게 어때요?”“네.”윤아는 아무 표정 없이 전화를 받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낮췄다.윤아가 전화를 받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선우의 낮지만 기쁨에 찬 웃음소리였고 이내 이렇게 말했다.“역시 돌아왔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윤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역시 선우는 그녀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하긴 선우의 능력과 인맥으로 사람 하나 조사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직접 조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한번 물어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역시 너한테 수현이는 참 중요한 존재구나...”윤아는 길게 끄는 선우의 말끝에 불만이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아니면 이렇게 조급해 하지는 않겠지.”이를 들은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조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내 동향을 이렇게 잘 아는 거 보면.”윤아는 선우가 그녀의 표정까지 맞추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허.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런 걸로 하자.”“내가 왔으니 이제 알려줘도 되는 거 아니야? 수현이 어떻게 했어?”“급해할 거 없어. 네가 온 이상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선우의 거드름에 윤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선우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윤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어떡하면 풀어줄 거야? 그리고 네가 수현이를 데리고 있다는 증거도 없잖아. 어떻게 증명할 거야?”“윤아야.”선우가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우리 사이에 증거가 필요해?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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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확인할 필요 없어요. 지금 다시 걸어도 이미 처리해서 소용없을 거예요.”선우의 뜻은 명확했다.윤아가 찾아가야만 했고 그것도 꼭 혼자 가야 했다. 아니면 다 말짱 도루묵이다.선우가 이렇게 두려운 게 없는 것도 손에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윤아의 행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라고 요구하고 있다.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도 수현이 선우 손에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왜 수현이 진 걸까? 혹시 덫에라도 걸린 걸까?“윤아 님,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민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윤아 님을 다시 손아귀에 넣으려는 수작입니다.”“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수현 씨를 찾을 다른 방법이 있나요?”“...”민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더니 민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희가 보낸 사람이 지금 열심히 찾고 있는 중입니다.”윤아가 이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자 민재가 설명을 덧붙였다.“죄송합니다, 윤아 님. 제가 못나서 그런 겁니다. 그때 옆에 남아서 도와드려야 하는 건데.”이 상황에 잘나고 못나고를 따진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윤아는 이런 걸 논하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민재를 다독여주었다.“그런 생각하지 마요. 이 일은 애초부터 비서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여러분들도 우리 때문에 이 일에 휘말리게 된 거죠.”“윤아 님, 그런 말씀 마세요. 윤아 님은 대표님과 처음부터 천생연분이었어요. 게다가 대표님 아이들까지 데려갔으니 대표님이 윤아 님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저는 대표님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이 일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이고요.”둘은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 지금 이런 말을 한다 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십여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계획부터 하나 짜보는 게 어떨까요?”이를 들은 윤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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