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81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결국 윤아는 책상으로 돌아갔다. 창문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현관에도 경호원이 있었다.

만약 이때 카메라가 이 사무실을 비추고 있다면 아마 무슨 깡패 두목인 줄 알 것이다.

그녀는 일할 기분이 나지 않아 핸드폰만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사소한 소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일을 할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급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민재의 탑승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그가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는 다시 연락하기가 어려워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후 내내 조용하던 핸드폰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울렸다.

소리가 들리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지만 낯선 해외에서 걸걸려 온 전화였다.

‘뭐지?’

별생각 없이 윤아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이 수현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자기는 지금 무사하고 아무 일 없이 돌아왔다고, 당분간은 이 번호로 연락할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윤아는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역시. 이 번호로 다시 바꿨구나.”

그녀의 귀에 들려온 건 온화하면서도 약간은 서늘한 목소리였다.

이 소리...

윤아는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새로 준 번호는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윤아야.”

그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핸드폰을 타고 윤아의 온몸을 소름 끼치게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 번호가 별로였어? 뒷자리 숫자가 마음에 안들었나? 내가 새로 바꿔줄까?”

선우가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윤아는 자기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런 얘기가 재미있어?”

옆에서 지켜주던 사람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순식간에 그녀를 에워쌌다.

“허...”

핸드폰 너머로 희끗희끗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우리 윤아가 재미가 없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해볼까?”

윤아는 숨이 턱 막히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소리야?”

“지루하다며. 화제를 좀 바꿔볼게.”

윤아가 숨을 죽이고 입을 열지 않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2화

    “뭘 그만하라는 거야? 내가 진작에 그랬으면 귀국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애초에 널 귀국시킨 게 잘못일지도 몰라. 적어도 해외에 있을 때는 날 받아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 곁에 있지는 않았으니까.”그의 말에 윤아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진수현 거기 있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제 내 말을 들어줄 인내심도 없는 거야?”“난...”“궁금하면 직접 와서 볼래?”윤아는 숨이 턱 막혔다.“네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거야.”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예전엔 아무 일도 없었어. 꼭 이렇게 모든 걸 망쳤어야 했니?”“허.”선우가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랬지.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운데 왜 귀국한다고 했어?”윤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제 엉망이 되어버린 선우와 그녀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여기로 와. 그때 거기서 기다릴게.”말을 마친 후, 선우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윤아가 서둘러 말했다.“잠깐만. 아직 진수현이 어떻게 됐는지 말 안 했어.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 거야?”“윤아야. 널 보기 전에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이번에는 선우가 전화를 끊었고 윤아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들으며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방금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이번엔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여러 번을 시도해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옆에 있던 경호원은 다급해하는 윤아를 보며 물었다.“윤아 님, 무슨 일 있으면 조급해하지 말고 저희에게 말씀해 주세요.”윤아는 급히 방금 일어난 일을 알려주며 번호를 건넸다.번호를 받은 후,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 기술자가 그 번호를 확실히 알아보도록 지시했다.윤아는 기다리는 동안 수현에게 다시 몇 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몇 분 후, 경호원이 말했다.“윤아 님. 이 번호는 그쪽에 있는 구식 공중전화였습니다.”‘공중전화?’‘거기에도 구식 공중전화가 있단 말이야?’윤아는 조금 의심스러웠다.심란한 마음에 눈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3화

    “그건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를 고용할 때 대표님께서 이미 일 년 치 비용을 전부 선불하셨습니다.”1년?이 숫자를 들었을 때 윤아는 깜짝 놀랐다.그 긴 시간을 미리 앞당겨 결제했다니.“그러니 저희는 앞으로 일 년 동안 윤아 님의 신변을 보호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돈으로 움직인다 이거죠?”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만약 내가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나와 함께 출국해 줄 수 있나요?”그 말에 경호원은 잠시 멈칫했다.“걱정 마세요. 진수현만 돈 많은 거 아니니까. 저도 충분히 돈 드릴 수 있어요. 못 믿겠으면 저도 선불로 드리죠.”“그건...”“설마 당신들 보호 가능 범위가 국내 한정은 아니죠?”“그건 아닙니다. 외국도 가능하긴 한데 다만... 저희는 대표님께 윤아 님의 안전을 지켜드리겠다 약속을 해서요. 그러니 저희는...”“네.”윤아가 입을 열었다“저를 보호한다는 게 제 자유를 제한한다는 건 아닐 텐데요. 설마 진수현이 당신들 비용을 지불하면서 그런 요구를 했습니까?”그 질문에 경호원들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과연, 그들은 윤아가 어딜 가든 막을 수 없다. 그저 그녀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는 수밖에.“음. 윤아 님, 윤아 님이 가시겠다면 저희도 막진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일 거란걸 어떻게 확신하냐는 겁니다. 만약 대표님께서는 별일 없고 그저 윤아 님을 꾀어내려 하는 거라면서요.”그 생각은 윤아도 선우와의 통화를 마친 후 가장 먼저 들었던 거긴 하다.‘날 속이는 거면 어떡하지?’하지만... 선우와 알고 지낸 세월도 짧지 않았다. 지난 5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선우가 전화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분명 일이 모두 그녀의 상상대로 되었음을 설명한다.물론 자신이 그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이런 말을 하며 그녀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그러자 경호원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4화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숨긴다고 숨겨도 선희는 알아차렸다. 저녁을 먹은 후, 두 아이가 수현의 아버지를 따라 서재로 들어가고 나서야 선희는 윤아에게 속삭였다.“어떻게 됐니? 수현이랑은 연락이 됐니?”윤아는 잠시 동안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왜 그래? 무슨 걱정이 있어서 말을 못 하는 거야? 윤아야, 내가 비록 네 엄마는 아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나를 엄마처럼 대해도 좋아. 무슨 말이든 나한테 해. 네가 떠날 때, 나는 네 얼굴을 한 번 더 볼 겨를조차 없었고 심지어 너희들 일도 모르고 있었어. 만약 내가 알았다면 나도 네게 말했을 거야. 너와 수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네가 설령 그를 원하지 않더라도 나만큼은 영원히 엄마처럼 생각해도 좋아.”그녀의 말에 윤아는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감사합니다, 어머니.”어렸을 때 그녀는 줄곧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왜 자기한테만 엄마가 없을까 의문을 품기도, 그녀를 사랑해 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예쁜 치마를 사주고, 손수 입혀주고, 밤에 그녀를 껴안고 자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녀에게 부드러운 아침 키스를 해줄 수 있는 엄마 말이다.설령 그딴 건 없다고 해도 그저 엄마라는 존재를 갈망했다.그러다... 그녀의 그런 감정은 수현의 할머니를 자연스레 향했다. 엄마 같은 어른이 그녀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어르신은 이미 돌아가셨어. 돌아가시기 전에도 늘 너를 생각하고 계셨단다. 마지막까지 너한테 못 해준 걸 아쉬워하셨어. 만약 애초에 너와 수현의 사이를 많이 풀어줬더라면 둘은 이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야.”할머니 얘기만 나오면 윤아의 눈가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그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해도 되지만, 할머니 얘기는 조금 힘들었다.자신의 고집 때문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지 못한 것을 윤아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죄송해요. 그때...”“됐어.”선희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다 지나갔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5화

    선희와의 대화를 마친 후, 윤아는 곧바로 두 아이한테 갔다.윤아를 보자 두 아이는 잽싸게 곁으로 달려오며 말했다.“엄마. 오늘밤엔 같이 자면 안 돼요?”그동안은 아이와 따로 잤었다. 오늘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는데. 아이들 촉이 좋긴 한가보다.윤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물었다.“왜 엄마랑 같이 자고 싶은데?”윤아의 질문에 하윤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오빠랑 윤이랑 다 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었으니까요.”옆에 있던 서훈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그동안 떨어져 지낸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윤아는 아이들이 조금 전 선희와의 대화를 엿들은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의심은 하윤의 말을 들은 후 곧 사라졌다.“엄마, 방금 할머니랑 무슨 말을 그렇게 오래 했어요?”윤아는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콧방울을 꼬집으며 말했다.“어른들 얘기는 아이들이 알 필요 없어.”“음. 그래요.”“그럼 엄마, 오늘 같이 자도 돼요?”“그래. 엄마가 오늘 밤새 같이 있어 줄게.”민재가 탄 비행기가 착륙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때 가서 그쪽 상황을 알아봐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 그동안은 가만히 아이들과 함께 기다리는 수밖에.윤아는 선희가 준비해 준 과일과 간식들을 먹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그렇게 밤 열 시가 거의 되어갈 무렵, 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려 아직은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했지만 알게 되는 대로 연락하겠다며 말이다.윤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선우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걸 말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곧 민재가 바쁜 일이 있는지 먼저 전화를 끊는 바람에 미처 얘기하지 못했다. 윤아는 꺼진 핸드폰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면서.“엄마.”마침 두 녀석이 그녀를 부르며 윤아를 생각의 늪에서 끌어당겼다.두 아이는 번갈아 가며 쫑알쫑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윤아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6화

    그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시간이 있는 것을 보고 윤아는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비서님.”민재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녀가 지금까지 안 자고 있을 줄은 몰랐다.“윤아 님, 안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왜 아직도 안 쉬세요?”“잠이 안 와요.”이 말에 민재는 어리둥절해졌다.“비서님은 제 심정을 알 거예요. 진수현과는 연락도 안 되고 비서님한테도 소식이 없는데 정상인이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민재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비서님. 뭐 알아낸 거 있으세요?”마침내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윤아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윤아 님, 저는 윤아 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씀 안 드렸는데요. 안 말해주면 밤새 잠을 못 주무실 것 같아서 얘기해 드릴게요. 이곳에 온 뒤로도 대표님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이곳을 지키던 두 사람도 대표님 쪽 사람들과 연락이 끊겼고요.”“나갔던 사람들 모두 연락이 끊겼나요?”윤아는 믿을 수 없었다. 수현의 주변에 인재가 많았을 텐데, 이 사람들 중 한 명도 연락이 안 되는 거면...윤아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왜 그렇게 심장이 빨리 뛰고 눈꺼풀이 계속 뛰었는지 마침내 알았다.“윤아 님...”“말해줘요.”“네...”그는 결국 포기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말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다 한 번씩 연락을 돌렸는데도요.”함께 사고가 났을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데도 모두가 동시에 연락이 끊기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지금 바로 비행기표 살게요.”그러자 민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윤아 님, 오시게요?”“안 그럼요? 그쪽 사람들은 모두 연락이 끊겼는데 내가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어요?”“하지만...”민재는 와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대놓고 말할 수가 없어 말을 더듬었다. 그들도 찾지 못했는데 윤아라고 별 수 있겠는가. 결국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7화

    “말이 없는 건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거죠? 지금 연락도 안 되고, 걱정도 많이 되시죠?”“윤아 님.”민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었다.“맞아요. 대표님이 걱정되죠. 하지만 대표님은 떠나기 전에 그 무엇도 윤아 님과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설령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스스로 위험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윤아 님이 대표님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스스로 위험을 벗어나요? 국내라면 몰라도, 그곳의 상황을 진수현이 잘 알아요? 그쪽 지리에 대해서는 잘 아나요?”윤아는 몇 마디로 민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잘 들어요. 만약 진수현이 벗어나지 못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비서님은 오늘 일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민재는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표를 살게요.” 전화를 끊고 앱에 접속해 비행기표를 끊는 윤아는 빠르고 단호했다.지난번에는 아이가 옆에 있어서 불편했지만 이번에는 혼자여서 훨씬 편했다. 훈이와 윤이는 어머님, 아버님이 돌봐주시고 곁에는 경호원이 이렇게 많으니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윤아는 곧 자신의 표를 샀다.뒤돌아서서 짐을 챙기고 있는데 민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윤아는 핸드폰에 걸려 오는 전화를 보면서 민재가 그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지 말라고 하려는 것뿐이라고라고 생각했다.‘이런 말은 들을 필요 없어.’윤아는 이 전화를 보다가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그러나 그녀에게 거절당한 후 몇 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는 핸드폰을 끄려고 했다. 어차피 지금 무슨 말을 한대도 그녀의 결정을 막을 순 없었다.그런데 혹시라도 그쪽 상황에 무슨 변동이 있는 건가 싶어서 조금 망설이다가 받았다.“만약 나를 설득하려는 거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요. 계속 그 일로 전화 하면 차단할 거예요. 핸드폰 배터리만 낭비하니까요.”연결되자 윤아는 차갑고 무정한 말투로 상대에게 말했다.민재도 분명히 윤아가 이렇게 말할 것을 예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8화

    “윤아 님!”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불렀고 윤아는 얼른 손을 들어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다들 쉬고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든 것이다.인솔자의 표정이 순간 어딘가 억울해 보였다.사실 그들의 목소리는 별로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럿이 같이 소리를 내다 보니 볼륨이 살짝 커졌을 뿐이다.윤아는 그들이 다시 입을 열까 봐 얼른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다.“가요.”“윤아 님, 캐리어는 제가 들겠습니다.”윤아는 사실 평소에 갈아입을 옷 외에는 스킨 케어도 챙기지 않았기에 캐리어에 별로 물건이 없었다.너무 가벼웠는지라 윤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제가 들면 돼요. 거의 빈 거나 다름없어서.”하지만 인솔자는 기어코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윤아는 캐리어를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결국 사람들에 둘러싸여 차에 올랐다. 창밖은 까마득한 밤이었지만 차에 앉은 윤아는 백미러로 차량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뒤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라이트는 주변을 대낮처럼 환히 비춰주었고 윤아는 이런 보호하에 출항했다.야간 항공편이라 대낮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그게 오히려 더 편했다. 탑승 전 윤아는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민재는 여전히 새로운 진척이 없다고 했다.“윤아 님, 살펴 가세요.”...비행하는 동안 인솔자는 윤아를 극진히 챙겨줬다. 윤아가 중도에 화장실을 가도 먼저 안으로 들어가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윤아는 근심 걱정이 많은지라 잠이 오지 않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체력 보존을 위해서라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착륙할 때까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두어 시간을 잤는데도 윤아는 내릴 때 눈이 계속 불편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윤아는 핸드폰 전원을 켰다.전원을 켜자마자 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 님, 비행기 착륙한 것으로 떠서요.”“네, 지금 막 내렸어요. 곧 나가요.”“차는 밖에 있습니다.”윤아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수현의 소식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민재가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89화

    모르는 번호였다.윤아뿐만 아니라 차에 탄 모든 사람이 정적 속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자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을 바짝 주고 꼿꼿하게 앉았다.민재는 긴장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윤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윤아 님, 혹시 이따 통화할 때 스피커폰 켜시는 게 어때요?”“네.”윤아는 아무 표정 없이 전화를 받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낮췄다.윤아가 전화를 받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선우의 낮지만 기쁨에 찬 웃음소리였고 이내 이렇게 말했다.“역시 돌아왔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윤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역시 선우는 그녀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하긴 선우의 능력과 인맥으로 사람 하나 조사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직접 조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한번 물어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역시 너한테 수현이는 참 중요한 존재구나...”윤아는 길게 끄는 선우의 말끝에 불만이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아니면 이렇게 조급해 하지는 않겠지.”이를 들은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조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내 동향을 이렇게 잘 아는 거 보면.”윤아는 선우가 그녀의 표정까지 맞추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허.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런 걸로 하자.”“내가 왔으니 이제 알려줘도 되는 거 아니야? 수현이 어떻게 했어?”“급해할 거 없어. 네가 온 이상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선우의 거드름에 윤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선우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윤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어떡하면 풀어줄 거야? 그리고 네가 수현이를 데리고 있다는 증거도 없잖아. 어떻게 증명할 거야?”“윤아야.”선우가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우리 사이에 증거가 필요해?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옆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