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시간이 있는 것을 보고 윤아는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비서님.”민재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녀가 지금까지 안 자고 있을 줄은 몰랐다.“윤아 님, 안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왜 아직도 안 쉬세요?”“잠이 안 와요.”이 말에 민재는 어리둥절해졌다.“비서님은 제 심정을 알 거예요. 진수현과는 연락도 안 되고 비서님한테도 소식이 없는데 정상인이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민재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비서님. 뭐 알아낸 거 있으세요?”마침내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윤아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윤아 님, 저는 윤아 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씀 안 드렸는데요. 안 말해주면 밤새 잠을 못 주무실 것 같아서 얘기해 드릴게요. 이곳에 온 뒤로도 대표님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이곳을 지키던 두 사람도 대표님 쪽 사람들과 연락이 끊겼고요.”“나갔던 사람들 모두 연락이 끊겼나요?”윤아는 믿을 수 없었다. 수현의 주변에 인재가 많았을 텐데, 이 사람들 중 한 명도 연락이 안 되는 거면...윤아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왜 그렇게 심장이 빨리 뛰고 눈꺼풀이 계속 뛰었는지 마침내 알았다.“윤아 님...”“말해줘요.”“네...”그는 결국 포기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말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다 한 번씩 연락을 돌렸는데도요.”함께 사고가 났을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데도 모두가 동시에 연락이 끊기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지금 바로 비행기표 살게요.”그러자 민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윤아 님, 오시게요?”“안 그럼요? 그쪽 사람들은 모두 연락이 끊겼는데 내가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어요?”“하지만...”민재는 와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대놓고 말할 수가 없어 말을 더듬었다. 그들도 찾지 못했는데 윤아라고 별 수 있겠는가. 결국
“말이 없는 건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거죠? 지금 연락도 안 되고, 걱정도 많이 되시죠?”“윤아 님.”민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었다.“맞아요. 대표님이 걱정되죠. 하지만 대표님은 떠나기 전에 그 무엇도 윤아 님과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설령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스스로 위험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윤아 님이 대표님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스스로 위험을 벗어나요? 국내라면 몰라도, 그곳의 상황을 진수현이 잘 알아요? 그쪽 지리에 대해서는 잘 아나요?”윤아는 몇 마디로 민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잘 들어요. 만약 진수현이 벗어나지 못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비서님은 오늘 일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민재는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표를 살게요.” 전화를 끊고 앱에 접속해 비행기표를 끊는 윤아는 빠르고 단호했다.지난번에는 아이가 옆에 있어서 불편했지만 이번에는 혼자여서 훨씬 편했다. 훈이와 윤이는 어머님, 아버님이 돌봐주시고 곁에는 경호원이 이렇게 많으니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윤아는 곧 자신의 표를 샀다.뒤돌아서서 짐을 챙기고 있는데 민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윤아는 핸드폰에 걸려 오는 전화를 보면서 민재가 그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지 말라고 하려는 것뿐이라고라고 생각했다.‘이런 말은 들을 필요 없어.’윤아는 이 전화를 보다가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그러나 그녀에게 거절당한 후 몇 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는 핸드폰을 끄려고 했다. 어차피 지금 무슨 말을 한대도 그녀의 결정을 막을 순 없었다.그런데 혹시라도 그쪽 상황에 무슨 변동이 있는 건가 싶어서 조금 망설이다가 받았다.“만약 나를 설득하려는 거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요. 계속 그 일로 전화 하면 차단할 거예요. 핸드폰 배터리만 낭비하니까요.”연결되자 윤아는 차갑고 무정한 말투로 상대에게 말했다.민재도 분명히 윤아가 이렇게 말할 것을 예상하
“윤아 님!”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불렀고 윤아는 얼른 손을 들어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다들 쉬고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든 것이다.인솔자의 표정이 순간 어딘가 억울해 보였다.사실 그들의 목소리는 별로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럿이 같이 소리를 내다 보니 볼륨이 살짝 커졌을 뿐이다.윤아는 그들이 다시 입을 열까 봐 얼른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다.“가요.”“윤아 님, 캐리어는 제가 들겠습니다.”윤아는 사실 평소에 갈아입을 옷 외에는 스킨 케어도 챙기지 않았기에 캐리어에 별로 물건이 없었다.너무 가벼웠는지라 윤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제가 들면 돼요. 거의 빈 거나 다름없어서.”하지만 인솔자는 기어코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윤아는 캐리어를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결국 사람들에 둘러싸여 차에 올랐다. 창밖은 까마득한 밤이었지만 차에 앉은 윤아는 백미러로 차량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뒤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라이트는 주변을 대낮처럼 환히 비춰주었고 윤아는 이런 보호하에 출항했다.야간 항공편이라 대낮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그게 오히려 더 편했다. 탑승 전 윤아는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민재는 여전히 새로운 진척이 없다고 했다.“윤아 님, 살펴 가세요.”...비행하는 동안 인솔자는 윤아를 극진히 챙겨줬다. 윤아가 중도에 화장실을 가도 먼저 안으로 들어가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윤아는 근심 걱정이 많은지라 잠이 오지 않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체력 보존을 위해서라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착륙할 때까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두어 시간을 잤는데도 윤아는 내릴 때 눈이 계속 불편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윤아는 핸드폰 전원을 켰다.전원을 켜자마자 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 님, 비행기 착륙한 것으로 떠서요.”“네, 지금 막 내렸어요. 곧 나가요.”“차는 밖에 있습니다.”윤아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수현의 소식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민재가
모르는 번호였다.윤아뿐만 아니라 차에 탄 모든 사람이 정적 속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자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을 바짝 주고 꼿꼿하게 앉았다.민재는 긴장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윤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윤아 님, 혹시 이따 통화할 때 스피커폰 켜시는 게 어때요?”“네.”윤아는 아무 표정 없이 전화를 받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낮췄다.윤아가 전화를 받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선우의 낮지만 기쁨에 찬 웃음소리였고 이내 이렇게 말했다.“역시 돌아왔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윤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역시 선우는 그녀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하긴 선우의 능력과 인맥으로 사람 하나 조사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직접 조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한번 물어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역시 너한테 수현이는 참 중요한 존재구나...”윤아는 길게 끄는 선우의 말끝에 불만이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아니면 이렇게 조급해 하지는 않겠지.”이를 들은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조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내 동향을 이렇게 잘 아는 거 보면.”윤아는 선우가 그녀의 표정까지 맞추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허.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런 걸로 하자.”“내가 왔으니 이제 알려줘도 되는 거 아니야? 수현이 어떻게 했어?”“급해할 거 없어. 네가 온 이상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선우의 거드름에 윤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선우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윤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어떡하면 풀어줄 거야? 그리고 네가 수현이를 데리고 있다는 증거도 없잖아. 어떻게 증명할 거야?”“윤아야.”선우가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우리 사이에 증거가 필요해?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옆
“확인할 필요 없어요. 지금 다시 걸어도 이미 처리해서 소용없을 거예요.”선우의 뜻은 명확했다.윤아가 찾아가야만 했고 그것도 꼭 혼자 가야 했다. 아니면 다 말짱 도루묵이다.선우가 이렇게 두려운 게 없는 것도 손에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윤아의 행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라고 요구하고 있다.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도 수현이 선우 손에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왜 수현이 진 걸까? 혹시 덫에라도 걸린 걸까?“윤아 님,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민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윤아 님을 다시 손아귀에 넣으려는 수작입니다.”“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수현 씨를 찾을 다른 방법이 있나요?”“...”민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더니 민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희가 보낸 사람이 지금 열심히 찾고 있는 중입니다.”윤아가 이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자 민재가 설명을 덧붙였다.“죄송합니다, 윤아 님. 제가 못나서 그런 겁니다. 그때 옆에 남아서 도와드려야 하는 건데.”이 상황에 잘나고 못나고를 따진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윤아는 이런 걸 논하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민재를 다독여주었다.“그런 생각하지 마요. 이 일은 애초부터 비서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여러분들도 우리 때문에 이 일에 휘말리게 된 거죠.”“윤아 님, 그런 말씀 마세요. 윤아 님은 대표님과 처음부터 천생연분이었어요. 게다가 대표님 아이들까지 데려갔으니 대표님이 윤아 님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저는 대표님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이 일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이고요.”둘은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 지금 이런 말을 한다 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십여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계획부터 하나 짜보는 게 어떨까요?”이를 들은 윤아가
민재도 그제야 윤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윤아 님, 이 나라에 처음 오시는 건가요?”윤아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처음은 아닌데 전에 혼자 왔었어요. 머무른 시간도 이틀밖에 안 돼요.”그때 윤아는 호텔에서 묵었기에 선우가 말하는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저번뿐만 아니라 이번에 다시 와도 전에 갔던 그 별장 말고는 그럴듯한 다른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그나마 제일 오래 머물렀던 곳이었다.이 말을 들은 민재도 고민에 빠졌다.“그럼 이선우 씨가 말하는 장소가 이 도시나 이 나라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처음엔 윤아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선우의 성격상 틀리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장소를 잘못 찾아왔다면 아마 조금 전 한 통화에서 말해줬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도 선우고 마침 그는 윤아가 타고 온 항공편을 알고 있었다.“그건 아닐 것 같아요. 정말 다른 곳이 없다면 거기로 가죠.”여긴 딱히 생각나는 다른 곳이 없다. 선우를 찾으러 가려면 일단 그쪽으로 가봐야 한다.민재도 난감해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그럼 윤아님, 일단 오늘 밤은 쉬고 내일 가실래요?”사실 마음이 많이 급해진 민재였지만 윤아에게 지금 당장 대표님을 구하러 가자고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민재는 그들의 능력으로 수현을 구해낼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아직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수현이 왜 저들 손에 당했는지 이해가지 않지만 말이다.수현의 부하로서 민재의 마음은 당연히 수현을 향해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수현이 만약 선우 손에 당했다면 분명 선우가 음침하고 지독한 방법을 썼을 것이다.“지금 바로 가요.”윤아의 목소리가 민재를 사색에서 끄집어냈다. 윤아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민재는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하고는 말했다.“그럼 저희 쪽 사람은...”윤아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선우가 제 행적을 알고 있다면 행적 외에 내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다 안다는
요새 밥을 잘 먹지 못해 위장이 좀 안 좋았는데 오는 길이 또 이렇게 엉망이었다.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윤아는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차가 멈추자 윤아가 내려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길가로 달려가 토하는 것이었다.“윤아 님!”민재는 윤아의 반응에 깜짝 놀라 얼른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뛰어갔다.“윤아 님, 괜찮아요?”윤아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었고 민재는 잠깐 고민하더니 외투를 벗어 윤아에게 걸쳐주며 창백해진 윤아를 일으켜 세웠다.“괜찮아요.”민재는 그제야 윤아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음을 발견했다. 조금 전 차에 있을 때도 생각에 잠겨 있지 않으면 지시를 내리느라 아예 발견하지 못했다.지금 윤아의 모습을 보니 아마 오는 길이 너무 험해 멀미가 난 것 같았다.민재가 대략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는데 윤아가 입을 열었다.“그냥 조금 멀미가 난 것뿐이에요. 조금 진정하면 괜찮아요.”“윤아 님, 죄송해요. 길이 너무 험해서, 진작에 알았으면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는 건데.”민재는 오는 내내 멀미를 하면서도 내색도 하지 않은 윤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윤아는 그저 민재를 향해 희미하게 웃더니 괜찮다고 눈짓했다.그렇게 자리에 서서 한참 진정하다가 민재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돌려줬다.“괜찮아요. 윤아 님 쓰세요. 윤아 님을 잘 챙기는 것도 제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예요. 그냥 옷 한 벌일 뿐인데요.”멀미하고 나니 식은땀이 났고 밖에서 찬 바람을 맞았더니 추워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민재 옷이니 윤아는 계속 입고 있기 미안했는데 민재가 이렇게 말해주니 윤아도 더는 부담을 가지지 않고 고맙다고 하고는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윤아는 앞에 난 길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바로 여기네요. 밖에서 기다려요. 한번 들어가 볼게요.”민재는 뭔가 말하려다가 도로 삼켰다.“됐어요. 걱정하지 마요. 선우도 나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꼭 수현 씨 구해올게요. 수현
윤아는 나온 사람을 보고 한참 멍해 있다가 반가워하며 앞으로 걸어갔다.“진 비서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나는 비서님이...”하지만 윤아가 그에게 다가서자마자 우진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윤아가 순간 걸음을 멈추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비서님, 왜 그래요?”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예전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생판 다른 사람 같았다.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차갑진 않을 것이다. 마치 서로 원수진 사람처럼 말이다.“오래 기다렸는데..”우진은 전혀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말만 계속 내뱉었다.“...”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얼굴에 걸린 미소가 점점 딱딱해졌고 한참 후 이렇게 말했다.“비서님, 왜 이러는 거예요?”아쉽게도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고 그저 대문 밖을 살필 뿐이었다.“윤아 님, 혼자 오신 거 맞죠? 약속 지켰나요?”순간 윤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그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까지 데려다주긴 했는데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요. 따라오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렇게 말한 윤아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약속을 어긴 건 아니죠?”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윤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물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죠? 선우는요?”별장 문이 활짝 열렸지만 닫히지는 않았고 우진도 여기 이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서 있는 걸 보니 윤아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선우는 여기 없고 이쪽으로 그녀를 부른 건 우진을 찾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진이 다시 그녀를 다른 곳으로 안내할 것이다.“대표님은 안 계십니다.”“그럼 어디 있는 거죠? 어떻게 연락하면 돼요? 수현 씨는요? 수현 씨는 어떻게 했어요? 안전한 거 맞아요? 약속을 지킬 수는 있지만 수현 씨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 데도 안 가요.”윤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진은 자신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겨줬다.핸드폰을 힐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