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님!”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불렀고 윤아는 얼른 손을 들어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다들 쉬고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든 것이다.인솔자의 표정이 순간 어딘가 억울해 보였다.사실 그들의 목소리는 별로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럿이 같이 소리를 내다 보니 볼륨이 살짝 커졌을 뿐이다.윤아는 그들이 다시 입을 열까 봐 얼른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다.“가요.”“윤아 님, 캐리어는 제가 들겠습니다.”윤아는 사실 평소에 갈아입을 옷 외에는 스킨 케어도 챙기지 않았기에 캐리어에 별로 물건이 없었다.너무 가벼웠는지라 윤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제가 들면 돼요. 거의 빈 거나 다름없어서.”하지만 인솔자는 기어코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윤아는 캐리어를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결국 사람들에 둘러싸여 차에 올랐다. 창밖은 까마득한 밤이었지만 차에 앉은 윤아는 백미러로 차량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뒤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라이트는 주변을 대낮처럼 환히 비춰주었고 윤아는 이런 보호하에 출항했다.야간 항공편이라 대낮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그게 오히려 더 편했다. 탑승 전 윤아는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민재는 여전히 새로운 진척이 없다고 했다.“윤아 님, 살펴 가세요.”...비행하는 동안 인솔자는 윤아를 극진히 챙겨줬다. 윤아가 중도에 화장실을 가도 먼저 안으로 들어가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윤아는 근심 걱정이 많은지라 잠이 오지 않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체력 보존을 위해서라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착륙할 때까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두어 시간을 잤는데도 윤아는 내릴 때 눈이 계속 불편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윤아는 핸드폰 전원을 켰다.전원을 켜자마자 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윤아 님, 비행기 착륙한 것으로 떠서요.”“네, 지금 막 내렸어요. 곧 나가요.”“차는 밖에 있습니다.”윤아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수현의 소식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민재가
모르는 번호였다.윤아뿐만 아니라 차에 탄 모든 사람이 정적 속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자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을 바짝 주고 꼿꼿하게 앉았다.민재는 긴장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윤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윤아 님, 혹시 이따 통화할 때 스피커폰 켜시는 게 어때요?”“네.”윤아는 아무 표정 없이 전화를 받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낮췄다.윤아가 전화를 받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선우의 낮지만 기쁨에 찬 웃음소리였고 이내 이렇게 말했다.“역시 돌아왔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윤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역시 선우는 그녀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하긴 선우의 능력과 인맥으로 사람 하나 조사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직접 조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한번 물어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역시 너한테 수현이는 참 중요한 존재구나...”윤아는 길게 끄는 선우의 말끝에 불만이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아니면 이렇게 조급해 하지는 않겠지.”이를 들은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조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내 동향을 이렇게 잘 아는 거 보면.”윤아는 선우가 그녀의 표정까지 맞추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허.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런 걸로 하자.”“내가 왔으니 이제 알려줘도 되는 거 아니야? 수현이 어떻게 했어?”“급해할 거 없어. 네가 온 이상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선우의 거드름에 윤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선우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윤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어떡하면 풀어줄 거야? 그리고 네가 수현이를 데리고 있다는 증거도 없잖아. 어떻게 증명할 거야?”“윤아야.”선우가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우리 사이에 증거가 필요해?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옆
“확인할 필요 없어요. 지금 다시 걸어도 이미 처리해서 소용없을 거예요.”선우의 뜻은 명확했다.윤아가 찾아가야만 했고 그것도 꼭 혼자 가야 했다. 아니면 다 말짱 도루묵이다.선우가 이렇게 두려운 게 없는 것도 손에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윤아의 행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라고 요구하고 있다.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도 수현이 선우 손에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왜 수현이 진 걸까? 혹시 덫에라도 걸린 걸까?“윤아 님,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민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윤아 님을 다시 손아귀에 넣으려는 수작입니다.”“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수현 씨를 찾을 다른 방법이 있나요?”“...”민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더니 민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희가 보낸 사람이 지금 열심히 찾고 있는 중입니다.”윤아가 이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자 민재가 설명을 덧붙였다.“죄송합니다, 윤아 님. 제가 못나서 그런 겁니다. 그때 옆에 남아서 도와드려야 하는 건데.”이 상황에 잘나고 못나고를 따진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윤아는 이런 걸 논하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민재를 다독여주었다.“그런 생각하지 마요. 이 일은 애초부터 비서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여러분들도 우리 때문에 이 일에 휘말리게 된 거죠.”“윤아 님, 그런 말씀 마세요. 윤아 님은 대표님과 처음부터 천생연분이었어요. 게다가 대표님 아이들까지 데려갔으니 대표님이 윤아 님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저는 대표님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이 일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이고요.”둘은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 지금 이런 말을 한다 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십여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계획부터 하나 짜보는 게 어떨까요?”이를 들은 윤아가
민재도 그제야 윤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윤아 님, 이 나라에 처음 오시는 건가요?”윤아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처음은 아닌데 전에 혼자 왔었어요. 머무른 시간도 이틀밖에 안 돼요.”그때 윤아는 호텔에서 묵었기에 선우가 말하는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저번뿐만 아니라 이번에 다시 와도 전에 갔던 그 별장 말고는 그럴듯한 다른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그나마 제일 오래 머물렀던 곳이었다.이 말을 들은 민재도 고민에 빠졌다.“그럼 이선우 씨가 말하는 장소가 이 도시나 이 나라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처음엔 윤아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선우의 성격상 틀리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장소를 잘못 찾아왔다면 아마 조금 전 한 통화에서 말해줬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도 선우고 마침 그는 윤아가 타고 온 항공편을 알고 있었다.“그건 아닐 것 같아요. 정말 다른 곳이 없다면 거기로 가죠.”여긴 딱히 생각나는 다른 곳이 없다. 선우를 찾으러 가려면 일단 그쪽으로 가봐야 한다.민재도 난감해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그럼 윤아님, 일단 오늘 밤은 쉬고 내일 가실래요?”사실 마음이 많이 급해진 민재였지만 윤아에게 지금 당장 대표님을 구하러 가자고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민재는 그들의 능력으로 수현을 구해낼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아직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수현이 왜 저들 손에 당했는지 이해가지 않지만 말이다.수현의 부하로서 민재의 마음은 당연히 수현을 향해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수현이 만약 선우 손에 당했다면 분명 선우가 음침하고 지독한 방법을 썼을 것이다.“지금 바로 가요.”윤아의 목소리가 민재를 사색에서 끄집어냈다. 윤아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민재는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하고는 말했다.“그럼 저희 쪽 사람은...”윤아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선우가 제 행적을 알고 있다면 행적 외에 내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다 안다는
요새 밥을 잘 먹지 못해 위장이 좀 안 좋았는데 오는 길이 또 이렇게 엉망이었다.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윤아는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차가 멈추자 윤아가 내려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길가로 달려가 토하는 것이었다.“윤아 님!”민재는 윤아의 반응에 깜짝 놀라 얼른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뛰어갔다.“윤아 님, 괜찮아요?”윤아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었고 민재는 잠깐 고민하더니 외투를 벗어 윤아에게 걸쳐주며 창백해진 윤아를 일으켜 세웠다.“괜찮아요.”민재는 그제야 윤아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음을 발견했다. 조금 전 차에 있을 때도 생각에 잠겨 있지 않으면 지시를 내리느라 아예 발견하지 못했다.지금 윤아의 모습을 보니 아마 오는 길이 너무 험해 멀미가 난 것 같았다.민재가 대략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는데 윤아가 입을 열었다.“그냥 조금 멀미가 난 것뿐이에요. 조금 진정하면 괜찮아요.”“윤아 님, 죄송해요. 길이 너무 험해서, 진작에 알았으면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는 건데.”민재는 오는 내내 멀미를 하면서도 내색도 하지 않은 윤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윤아는 그저 민재를 향해 희미하게 웃더니 괜찮다고 눈짓했다.그렇게 자리에 서서 한참 진정하다가 민재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돌려줬다.“괜찮아요. 윤아 님 쓰세요. 윤아 님을 잘 챙기는 것도 제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예요. 그냥 옷 한 벌일 뿐인데요.”멀미하고 나니 식은땀이 났고 밖에서 찬 바람을 맞았더니 추워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민재 옷이니 윤아는 계속 입고 있기 미안했는데 민재가 이렇게 말해주니 윤아도 더는 부담을 가지지 않고 고맙다고 하고는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윤아는 앞에 난 길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바로 여기네요. 밖에서 기다려요. 한번 들어가 볼게요.”민재는 뭔가 말하려다가 도로 삼켰다.“됐어요. 걱정하지 마요. 선우도 나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꼭 수현 씨 구해올게요. 수현
윤아는 나온 사람을 보고 한참 멍해 있다가 반가워하며 앞으로 걸어갔다.“진 비서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나는 비서님이...”하지만 윤아가 그에게 다가서자마자 우진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윤아가 순간 걸음을 멈추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비서님, 왜 그래요?”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예전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생판 다른 사람 같았다.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차갑진 않을 것이다. 마치 서로 원수진 사람처럼 말이다.“오래 기다렸는데..”우진은 전혀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말만 계속 내뱉었다.“...”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얼굴에 걸린 미소가 점점 딱딱해졌고 한참 후 이렇게 말했다.“비서님, 왜 이러는 거예요?”아쉽게도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고 그저 대문 밖을 살필 뿐이었다.“윤아 님, 혼자 오신 거 맞죠? 약속 지켰나요?”순간 윤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그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까지 데려다주긴 했는데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요. 따라오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렇게 말한 윤아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약속을 어긴 건 아니죠?”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윤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물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죠? 선우는요?”별장 문이 활짝 열렸지만 닫히지는 않았고 우진도 여기 이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서 있는 걸 보니 윤아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선우는 여기 없고 이쪽으로 그녀를 부른 건 우진을 찾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진이 다시 그녀를 다른 곳으로 안내할 것이다.“대표님은 안 계십니다.”“그럼 어디 있는 거죠? 어떻게 연락하면 돼요? 수현 씨는요? 수현 씨는 어떻게 했어요? 안전한 거 맞아요? 약속을 지킬 수는 있지만 수현 씨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 데도 안 가요.”윤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진은 자신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겨줬다.핸드폰을 힐끔
성의라...이 말에 윤아는 다소 역겨웠다. 어떻게 이걸 성의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었다.윤아는 욕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눌러 담으며 전화를 아예 확 끊어버리고는 핸드폰을 우진에게 돌려줬다.“지금 바로 사진 보여줘요.”우진은 아무 표정 없이 핸드폰을 건네받더니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을 확인한 윤아의 표정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사진 속 수현은 핼쑥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이마를 다쳤는지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피가 빨갛게 새어 나와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윤아는 앞으로 다가가 우진의 팔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예요? 선우가 이런 거예요? 생명에는 지장 없는거죠?”우진은 그녀의 손을 힐끔 쳐다보더니 무표정으로 밀쳐내며 뒤로 물러나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윤아 님, 지금 질문하신 사항은 저도 잘 모릅니다. 알고 싶다면 직접 대표님께 여쭤보세요.”“네, 그러죠.”우진은 핸드폰을 도로 가져가더니 다시 건네주지는 않았다.“직접 물어보라면서 핸드폰을 가져가면 전화는 어떻게 해요?”“윤아 님 대표님 말씀은 만나서 직접 알려드린다는 뜻이에요.”“...”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우진은 이렇게 말하더니 잽싸게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이를 본 윤아도 얼른 뒤를 따랐다.“그럼 우리는 언제 출발하는 거죠?”“내일이요.”“내일?”윤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더니 말했다.“지금 장난해요? 왜 오늘 가지 않고?”하지만 우진은 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오늘 출발하자고 졸라댔다. 수현이 그렇게 다쳤는데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진 비서님, 진 비서님!”우진의 걸음이 우뚝 멈추더니 방 하나를 열어주며 말했다.“윤아 님, 예전에 지내던 방을 깔끔하게 청소하라고 했으니 이제 안심하고 쉬셔도 됩니다. 밖에 있는 그 꼬리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으면 빨리 물러가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저도 진 대표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윤
민재가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주의하라고 할게요. 그럼 윤아 님은...”“일단은 여기 있을 거예요. 앞으로는... 연락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를 들은 민재는 윤아가 그들과 함께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눈치챘다.“윤아 님, 갇힌 건가요? 아니면...”갇힌 건가?윤아는 바깥을 힐끔 바라봤다. 우진이 그녀가 도망갈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바로 몸을 돌렸던 게 생각났다.그녀를 가둬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녀를 가둔 건 수현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었다.이곳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때부터 이미 이곳에 갇힌 것이었다.“나를 가둔 사람은 없어요. 여기서 꽤 자유로워요. 우리가 왜 여기에 왔는지 비서님도 잘 아실 테니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쉬면서 단서를 찾으세요.”민재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윤아 님, 걱정 마세요. 윤아 님 분부대로 진행하겠습니다.”뚜뚜.통화를 끝내고 윤아는 핸드폰을 세면대에 올려두고는 허리를 숙여 얼굴을 씻고 나서야 욕실의 물을 껐다.윤아는 화장실에서 나와 우진을 찾았다.우진이 별장의 어느 방에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가서 조금 걸자 바로 찾을 수 있었다.그는 계단 입구에 보초를 서듯 꼿꼿하게 서 있었다.돌아서 있었기에 윤아는 그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고 뒷모습만 보였다.윤아는 우진이 전보다 살이 빠졌음을 발견했다.지금은 그녀를 쌀쌀맞게 대해도 전에 그녀를 구하면서 우진이 큰 대가를 치른 건 사실이었다.윤아는 이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우진의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쳤음에도 자기를 구한 일 하나로 윤아는 우진이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아마 윤아가 알지 못하는 일이 생겼으니 이렇게 변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려는데 그 자리에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던 우진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그가 무표정으로 물었다.“윤아 님, 어디 가시려고요?”“어디 안 가요.”윤아는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지만 여전히 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