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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윤아는 쳐놓은 호칭을 모두 지우고 다시 입력했다.

“우리는 오늘 수원으로 출발할 거야.”

‘이러면 조금 자연스러워 보이겠지.’

그녀는 두 번 관찰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소식을 보냈다.

소식이 발송된 지 오래되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윤아는 수현이 오랫동안 답장을 하지 않자 대수롭지 않게 여겨 휴대전화를 치웠다.

시차 때문에 연락이 쉽지 않아 윤아는 수현이 답장을 하지 않아도 자고 있거나 바쁘겠거니 했다.

아무 때든 시간 될 때 답장이 올 것이다.

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고, 거리는 네온사인이 번쩍였고, 곳곳에 고층건물이 있었다.

선희는 이런 건축물이 이미 익숙했지만 이번에 수원에 와서 윤아가 심리적 압박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괜히 더 호들갑을 떨었다.

“수원의 건물도 난청보다 나쁘지 않아. 방금 일기예보를 확인해봤는데 살기 좋은 곳인 것 같네. 앞으로 여기서 오래 있고 싶으면 수현도 본사를 이쪽으로 옮기라고 해.”

그녀의 말 속에는 온통 윤아를 향한 마음이었다.

윤아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수현 씨 마음이죠.”

“쟤 마음 아니고 우리 마음이야.”

선희는 윤아의 가냘픈 손목을 잡으며 약속이라도 하듯 말했다.

“널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사를 하겠다고 할 거야. 싫다고 그러면 내가 도와줄게.”

‘날 위해 이사를?’

왜서인진 모르겠지만 윤아는 그녀의 말이 제법 신뢰가 갔다. 그리고 최근 수현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기도 했다.

다만 회사를 옮기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어쨌든 진 씨 그룹의 직원 대부분은 현지 거주자이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회사를 옮긴다면 수현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될 거다.

“나중에 보죠.”

“그래, 나중에 보자. 어차피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선희는 배려심에 굳이 그가 왜 해외에 남아 있는지 묻지 않았지만 윤아는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일은 분명히 다 해결되었지만 그녀의 이기심 때문에 수현이 해외에 머무는 것이지 않은가.

게다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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