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50

1206 챕터

제941화

‘이름을 검색해?’우진이 떠난 뒤 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가며 우진이 왜 검색을 해보라 했을지 생각했다.‘설마 엄청 유명한 사람인가?’윤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입력했다.우진의 말대로 검색이 정말 도움이 되긴 했다. 수현의 소식도 있고 심지어 소개도 있었다.다만 한참을 휘젓고도 사진은 보지 못했다.그녀는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잘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신분이 높다는 뜻인데 어떻게 사진 한 장이 없는지.윤아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검색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찾지 못했다.이제 포기하려고 할 때 윤아는 마침 수현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고 냉큼 눌러보았다.사람도 많고 거리도 멀지만 훤칠하고 늘씬한 몸매의 남자가 그 사이에서 돋보였다.멀리서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윤아는 그의 수려한 미모와 실루엣을 간파했다.윤아는 이 사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익숙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익숙하다는 느낌만 받을 뿐 기억을 자극하지는 못했다.지금도 그녀는 이 사진을 오랫동안 보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윤아는 이대로 포기하는 것이 달갑지 않아 이 사진을 저장해 두고 다른 사진은 더 없는지 계속 뒤졌다.보안이 정말 잘 되는 모양이다.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몰래카메라를 찍는 대중을 당해낼 수는 없지.윤아는 포기하려고 할 때쯤 간간이 인파 속 흐릿한 그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더 열심히 찾는다면 더 선명하고 가까운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가 더 살펴보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발소리가 차분해지는걸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윤아는 곧바로 페이지를 나가 베개 밑에 핸드폰을 넣고 다시 누웠다.그녀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문이 열리자 음식 향기가 풍겨왔다.문을 등지고 누운 윤아는 음식 냄새를 맡고 눈살을 찌푸렸다.“윤아야, 자?”“일어나서 뭐 좀 먹고 잘래?”윤아는 아예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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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윤아는 손에 든 음식을 들여다보고는 말했다.“배 안 고파.”“너 오늘 아무것도 못 먹어서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하던데?”“나 진짜 배고프지 않아. 자고 싶으니까 이만 나가줄래?”“윤아야...”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안 먹으면 탈 나.”“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테니 신경 쓰지 마.”윤아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선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이대로 나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윤아는 귀찮은 듯 등을 돌리고 누운 채 이불을 덮었다.“나갈 때 문도 닫아줘. 그리고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여기는 분명히 그의 곳인데 마치 그가 그녀의 영역을 침범한 것처럼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윤아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한데 선우는 어쨌든 자신의 곁에 있을 거란 생각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선우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윤아는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소리가 나지 않자 그제야 재빨리 일어나 맨발로 문 앞에 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서야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러면 쉽게 들어오진 못할 거다.하지만 선우는 이 별장의 주인이니 분명히 이 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을 거다. 그가 굳이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방을 잠그고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윤아의 태도 표현이었다.-우진은 거의 세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서야 돌아왔다.그가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윤아를 찾는 거였다.“어때요?”그를 보자마자 윤아가 다급하게 물었다.우진은 눈앞의 윤아를 바라보며 미리 생각해둔 말을 꺼냈다.“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상황이 안 좋아 보이지만 그쪽도 이선우 대표님 쪽 사람이 통제하고 있으니 적어도 큰 문제는 생기진 않을 겁니다.”윤아는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우진이 일부러 말을 흘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일단은?”결국 참지 못하고 되묻는 윤아.“지금 어떤 상태죠? 많이 안 좋나요?”우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복잡한 듯 한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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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저녁을 먹으러 내려간 윤아, 식탁에는 그녀와 선우 둘뿐이었다.윤아는 먹을 때 옆에서 누가 지켜보고 있는걸 싫어했는데 바로 옆에 별장 사용인들이 서 있었다. 참다못한 윤아가 선우에게 말했다.“다들 자기 할 일 하라고 하면 안 돼? 여기서 쳐다보고 계시지 말고.”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사용인들에게 물러나라고 말했다.넓은 방에 오직 둘만 남게 되자 윤아는 그제야 숨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숟가락으로 그릇에 담긴 음식을 저으면서 고개를 들어 선우를 보았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응.”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비서님이 수현의 상황을 얘기해줬어.”선우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한 가지만 약속해줘.”“말해봐.”“아무 일 없이 건강히 여길 떠나게 해줘.”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건강히? 그건 안 될 것 같은데.”“뭐?”그 말에 윤아는 펄쩍 뛸 뻔했다. “왜 안 돼?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은 거야?”그녀가 이렇게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선우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고 얇은 입술을 꼭 오므렸다.‘기억을 잃었는데도 이렇게 그놈을 위해 조급해하는 거야?’“그 자식이 그렇게 좋아?”“그게 좋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한 약속이잖...”“내가 언제 몸 성히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윤아는 믿을 수 없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지금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거야?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나도 지킬 마음 없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아의 손목이 선우에게 잡혔다.“윤아야. 내가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하는 거야. 이미 몸 성치 않은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윤아는 잠시 멈칫했다.“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겠다고밖에 못해.”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네 눈에 내가 이렇게 끔찍하게 보이는 거야?”그는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한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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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윤아는 그를 쳐다보다 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뗐다.“둘이 예전에 친구였다고 들었는데.”선우는 윤아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조금 당황했다.“친구한테 원래 이렇게 모질게 굴어?”선우 입가에 맴돌던 엷은 미소가 사라지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친구가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그냥 지나치는 거야? 심지어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이라니. 그럼 그다음은? 언젠가는 내 목숨도 가지고 장난칠 수 있겠지?”이 말에 선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부인했다.“그럴 리가 없어. 윤아야, 넌 내 마음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위치에 있어. 넌 가장 특별한 사람이야.”“그래?”윤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지금은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내가 싫다고 느껴지면 남들처럼 대하겠지?”그녀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선우에게 꽂혔다.“윤아야, 무슨 소리야? 난 절대 너한테 그럴 리가 없어. 넌 영원히 나한테 가장 특별한 사람이야.”“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윤아가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영원이란 말을 믿어? 나는? 난 믿을 것 같아?”선우는 입술을 앙다물었다.“지금은 젊으니까 내가 특별하다고, 심지어 영원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겠지. 어차피 나중에 손해 볼 거 없으니. 그런데 앞으로도 네가 그럴 거라는 보장 있어?”“못 믿겠으면 내 옆에서 확인하면 되잖아.”“난 널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네 옆에 있으면서 이런 허무맹랑한 걸 확인하겠어?”싫다는 말은 선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너는 지금 네 친구에게도 이러는 것처럼 앞으로 나한테도 얼마든지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너와 약혼을 하길 바라는 거야?”그녀의 말에 선우는 약간 당황했다.그는 단순히 자신과 약혼시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였는데 윤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그를 보는 윤아의 눈빛엔 어느새 두려움이 가득했다.선우는 이게 진짜인지 연기인지 헷갈렸다.윤아는 똑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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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그러나 윤아는 그를 쳐다보기만 할 뿐 전혀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말만으로는 증거가 될 수 없는데. 네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선우는 그녀 앞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최고의 의료진을 불러 진수현을 치료하세요.”그가 전화를 걸었을 때 윤아는 곁에서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선우는 전화를 끊고 다시 윤아를 바라봤다.“이제 날 믿어줄래?”윤아는 의심 좀 했다고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줄 몰랐다. 두 사람은 원래 견제하고 구속을 당하는 사이였다. 수현을 대하는 것처럼 나한테도 그럴 수 있지 않냐는 의심에 곧바로 이렇게 반응할 줄이야.운 좋게 발견한 방법에 윤아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네 사람은 모두 네 말만 따르잖아. 내 앞에서 시늉만 하는 거면 어떡해.”윤아는 선우가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급한 사람은 선우 쪽일 테니.윤아는 그녀의 의심이 왜 선우를 안달 나게 만들며 그는 증명하려 애쓰기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윤아는 여전히 그를 믿지 않고 있기에 그녀의 믿음을 얻으려면 선우는 결과를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증거일 테니.방으로 돌아오자 윤아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윤을 보았다.밥 먹을 때 옆에 서서 하인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서 다들 각자 자기 일을 하러 간 거로 아는데.정윤은 그날 윤아의 간택을 받은 후부터 선우의 지시를 받고 윤아만을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윤아가 내려가면 밖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정윤은 돌아오는 윤아를 서둘러 맞이했다.“윤아 님, 식사하셨어요?”열성적인 정윤을 보고 기분이 좀 나아진 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얼마나 드셨어요? 배불러요?”“윤아 님은 너무 말라서 많이 드셔야 해요.”윤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정윤이 두 번이나 그녀를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왜 그러세요?”“아무것도 아니에요.”짧은 대답 후에 윤아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이를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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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우진은 입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수현이 있는 곳은 우진도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다. 그것도 선우의 허락하에 수현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러 들어간 것이었다.그곳은…우진은 눈을 찌푸렸다. 선우의 허락 없이 들어가려면 난이도가 꽤 클 것이다.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우진은 이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이내 핸드폰이 울렸다. 열어보니 선우가 보낸 메시지였고 내용은 심플했다.[이쪽으로 오세요.]윤아를 곁으로 데려온 후 선우는 우진을 잘 부르지 않았다. 선우가 우진에게 준 임무도 윤아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었기에 거의 부를 필요가 없었다.만약 부른다면 아마도 윤아와 관련된 일일 것이다.설마 윤아가 아까 얘기한 일로 부르는 걸까?우진은 그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선우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얘기했다. 윤아가 말한 그 일에 대해 상황을 확인하라는 지시였다.선우가 수현에게 의료팀을 보냈다는 말에 우진은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은 도대체 윤아님이 오해할까 봐 이러시는 거예요, 아니면 진수현 씨도 대표님의 옛 친구라 마음이 약해지신 거예요?”이를 들은 선우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봤다.“비서님의 임무는 이 일의 결론을 윤아에게 보고하는 거지 여기서 나의 결정을 왈가왈부하는 게 아닙니다.”“전 그냥 대표님이 한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 없는지 궁금할 뿐이에요.”선우가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우진을 쳐다봤다.지금의 그는 예전의 온화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더는 부드럽고 젠틀한 성격이 아니었다.“나가세요.”우진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선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끝내 이렇게 말했다.“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이 말을 뒤로 우진은 자리를 떠났다.선우는 홀로 남겨진 채 어두운 눈빛으로 어딘가 뚫어져라 쳐다봤다.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 선우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 천천히 밖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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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선우는 의외로 약속을 지키는 바람에 우진은 이튿날에도 병원에 갈 수 있었고 의사에게 확인한 결과를 윤아에게 알려주었다.수현의 상황이 꽤 안정적이라는 말에 윤아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윤아가 선우에게 언제 수현을 돌려보낼지 물어보는 일만 남았다.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 윤아를 보며 우진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윤아님.”이를 들은 윤아는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할 말 있어요?”윤아가 멈춰서고 우진은 그녀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지만 결국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비서님, 내가 여기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비서님뿐이에요. 만약 비서님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정말 나는 혼자 싸워야 하는 거예요.”윤아가 이렇게 말해서야 우진이 입을 열었다.“그냥 물어보고 싶어서요. 앞으로 어쩌실 계획인지.”앞으로의 계획이라.이 물음에 윤아는 넋을 잃고 말았다.“만약 진 대표님이 무사히 이곳을 떠난다면 계속 이 대표님 옆에 계실 건가요?”윤아는 입술을 앙다문 채 고민했다. 선우는 윤아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선우 옆을 지킬 일은 없었다.하지만 그녀도 아직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일단은 수현을 먼저 이곳에서 무사히 내보내 주고 싶었다.하지만 본인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혼자라면 행동하기도 편할 것이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우진이 다시 물었다.“만약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잘 모르신다면 제 요구 하나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말씀해 보세요.”“대표님이 많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만약 정말 무슨 사고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대표님께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이를 들은 윤아는 우진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잘 알고 있었다.수현이 떠나고 혹시나 윤아가 신고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윤아가 선우에게 기회를 줄 수 있게끔 부탁한 것이다.윤아는 입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그리고 윤아님이 잃어버린 일에 관해서도 지금 알려드리고 싶습니다.”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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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만약 몸에서 전해지는 거부 반응만 아니라면 윤아는 가끔 선우와 한 쌍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아쉽게도…“왔어? 저녁에 네가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 했는데 먹어볼래?”그녀가 그쪽으로 걸어가자 선우는 얼른 친절하게 의자를 빼주고는 밥과 국을 퍼주며 그녀를 극진히 보살폈다.윤아는 그녀를 위해 분주히 돌아치는 선우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숟가락을 들어 먹기 시작했다.선우는 먹는데 급해하지 않고 그녀가 먹는 모습을 덤덤하게 지켜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진 비서가 상황 다 알려줬지? 이젠 내가 너를 그렇게 대하지 않을 거라는 거 믿어주는 거지?”윤아는 일단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태연한 표정으로 식사했다.선우는 그녀가 아무 말도 없자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진 비서가 아직 얘기 안 해줬어?”윤아는 그제야 선우를 바라봤다.“알려주면 뭐 해? 수현 씨 아직 네 손에 있는데. 언제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잖아.”“아직도 나를 못 믿는 거야?”선우는 순간 상처받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나를 못 믿겠다는 거냐고?”“그럼 수현 씨 보내줄 수 있어?”“당연하지. 그건 내가 약속한 거잖아.”“그럼 수현 씨 안전하게 보내고 나서 약속 지켰다고 말해.”윤아의 요구에 선우는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에 별로 손도 대지 않은 윤아를 본 선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윤아야, 좀만 더 먹어.”“안 넘어가.”이렇게 말한 윤아는 아예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선우는 그런 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끝내 심각한 문제를 깨달았다.윤아가 요새 음식을 너무 적게 먹는다는 것이었다.처음엔 몸이 다 낫기 전이라 입맛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알고 셰프에게 방법이란 방법은 다 동원해 맛있는 음식을 해오라고 했기에 지금 식탁에 올려진 메뉴도 윤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하지만 윤아는 이를 먹으면서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즐겨 먹는 음식을 보고도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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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도착했고 윤아는 그때 잠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의사가 온다는 말에 윤아는 순간 어리둥절해서 미간을 찌푸렸다.“왜요?”정윤이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건강 검사라고 들었습니다.”분명 그녀에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갑자기 건강 검사지?윤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이를 거절했다.정윤이 윤아의 뜻을 전하자 선우가 직접 윤아의 방으로 찾아왔다.“윤아야, 그냥 일상적인 건강 검사와 질문 몇 개밖에 없어. 시간 좀 내주면 안 될까?”선우를 보는 윤아의 눈빛이 곱지 않았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아무 뜻도 없어. 그냥 네가 걱정돼서야. 퇴원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간단하게 검사 한 번 해보려고 그래.”퇴원 얘기를 꺼내자 윤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퇴원 후 다시 한번 진행하는 검사라면 별문제 없지만 이런 검사는 원래 병원에 가서 하는 거 아닌가?왜 의사를 집까지 부른 거지?윤아가 주저하자 선우가 말했다.“지금 날씨도 추워져서 밤에 이렇게 오시기 힘든 거 알잖아. 밖에서 꽤 오래 기다리셨어. 그냥 일반적인 건강 검사와 질문이야. 들어오라고 할까?”뒤에 덧붙인 말이 그래도 먹혔다.윤아는 한참 침묵을 지키더니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윤아는 서구적인 외모를 가진 의사일 줄 알았는데 들어온 사람은 아시안이었다. 그가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야 윤아는 같은 나라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외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 더 반가웠다.윤아는 윤정이 자기와 같은 도시에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진찰이 필요했기에 윤아는 그저 옆을 지키고 있었다.의사는 먼저 윤아의 맥을 짚어보았고 이에 윤아가 놀라며 물었다.“외국에서 진료 볼 때도 진맥을 하시는 거예요?”이를 들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한의학은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을 중요시하죠.”윤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외국에서 자기 나라의 한의사를 만나게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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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뜬금없는 검사에 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의사가 온화하고 태도가 좋았기에 윤아도 검사 내내 잘 협조해 주었다.과정에 의사는 시답잖은 문제를 많이 물어봤다. 윤아는 이 의사가 도대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인지 잡담하러 온 것인지 헷갈렸다.중간에 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도 이런 의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니었다. 윤아가 보낸 눈길에 선우는 그저 부드럽게 웃을 뿐 시종일관 의사의 진찰 방식에 어떠한 질책도 없었다.진찰이 끝난 건 반 시간쯤 뒤의 일이었다.사람들이 나가고 윤아만 홀로 방에 남았다.방에서 나오자마자 선우가 물었다.“윤아 상황 어때요?”의사가 잠깐 침묵하더니 물었다.“환자에게 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은데요?”의사는 환자라는 단어를 썼다.이 말을 들은 선우가 살짝 넋을 잃었다.“마음의 병이라고요?”“몸 상태로 봤을 때는 별문제 없습니다. 문제는 일상생활에 숨어 있어요. 예를 든다면 환자분의 수면과 음식 섭취에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선우는 반박하지 않았다.수면은 어떤지 잘 몰라도 음식 섭취는 그도 봐서 잘 알고 있었다.“혹시나 거부감이 들까 봐 오늘 윤아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의사는 선우에게 몇 가지 더 당부했고 선우도 무슨 뜻인지 대략 알아차렸다. 의사는 입맛을 돋게 하고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선우는 사람을 보내 의사를 배웅하라고 하고는 약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마음의 병?분명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마음의 병이 있는 거지?마음의 병이 있다면 무엇일까? 잃어버린 기억일까, 아니면 병상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수현일까?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수현을 생각하니 선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윤아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전에 친구로 지낼 때 수현이 선우에게 꽤 잘해줬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수현과 계속 친구로 지내면 선우는 윤아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윤아를 가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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