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50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뜬금없는 검사에 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의사가 온화하고 태도가 좋았기에 윤아도 검사 내내 잘 협조해 주었다.

과정에 의사는 시답잖은 문제를 많이 물어봤다. 윤아는 이 의사가 도대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인지 잡담하러 온 것인지 헷갈렸다.

중간에 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도 이런 의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윤아가 보낸 눈길에 선우는 그저 부드럽게 웃을 뿐 시종일관 의사의 진찰 방식에 어떠한 질책도 없었다.

진찰이 끝난 건 반 시간쯤 뒤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나가고 윤아만 홀로 방에 남았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선우가 물었다.

“윤아 상황 어때요?”

의사가 잠깐 침묵하더니 물었다.

“환자에게 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의사는 환자라는 단어를 썼다.

이 말을 들은 선우가 살짝 넋을 잃었다.

“마음의 병이라고요?”

“몸 상태로 봤을 때는 별문제 없습니다. 문제는 일상생활에 숨어 있어요. 예를 든다면 환자분의 수면과 음식 섭취에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선우는 반박하지 않았다.

수면은 어떤지 잘 몰라도 음식 섭취는 그도 봐서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거부감이 들까 봐 오늘 윤아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의사는 선우에게 몇 가지 더 당부했고 선우도 무슨 뜻인지 대략 알아차렸다. 의사는 입맛을 돋게 하고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선우는 사람을 보내 의사를 배웅하라고 하고는 약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음의 병?

분명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마음의 병이 있는 거지?

마음의 병이 있다면 무엇일까? 잃어버린 기억일까, 아니면 병상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수현일까?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수현을 생각하니 선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윤아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에 친구로 지낼 때 수현이 선우에게 꽤 잘해줬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수현과 계속 친구로 지내면 선우는 윤아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윤아를 가지려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1화

    선우의 말에 윤아도 자신을 되돌아봤고 확실히 밥을 너무 적게 먹는다는 걸 발견했다.약을 먹으라는 선우의 요구도 근거가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선우 손바닥에 놓인 알약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결국 고개를 저었다.“안 먹을래.”“윤아야, 말 듣자.”선우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이 어딘가 난감해 보였다.“약이 너무 써서 그러는 거라면 도우미한테 캔디 좀 가져다 달라고 할게.”“그런 거 아니야.”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이 써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고작 알약 몇 개를 단번에 삼켜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데 왜 굳이 약을 먹으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다.“넘기기에 크기가 너무 큰가? 절반으로 으깨줄까?”“…”윤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옆에 선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러 가지 건의를 주는 선우를 보며 오늘밤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먹을 때까지 설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그냥 먹을게.”윤아는 선우의 손에서 약을 받아 온수와 함께 꿀꺽 삼켰다.“이제 만족해? 나 자도 되지?”선우는 그런 윤아의 모습에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푹 쉬어.”“잘 자, 윤아야.”…이튿날.아침을 먹으면서 윤아는 선우에게 물었다.“수현 씨 언제 보내줄 예정이야?”“곧.”선우가 대답했다.“아마 요 며칠일 거야.”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예의 주시했다. 윤아는 식사량이 커지기는커녕 더 적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선우는 입술을 앙다문 채 자꾸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을 꾹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아를 불러세워 미리 준비한 약을 건넸다.“오늘 먹을 약이야.”윤아는 그가 건넨 약이 어젯밤보다 한 알 적어진 걸 발견했다. 낮이라 아마 수면에 유리한 약을 뺀 것 같았다.선우는 그렇게 조용히 윤아를 바라봤다.어제 약을 먹었는데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건 약에 문제가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2화

    “아니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선우가 허락할 리가 없어요. 수현이 떠나는 일정을 갑자기 앞당기라고 한 것도 아마 다 계산이 있어서 그런 걸 거예요.”윤아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선우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옆에서 이를 듣고 있는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이틀 뒤,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소식이 윤아의 귀에 들어왔다.이 소식은 우진이 들려준 것이었다.소식을 접한 윤아는 그제야 마음에서 우러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떠난 거예요? 그쪽에 인수인계 한 건가?”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인수인계 했습니다. 이미 안전하게 떠나셨습니다.”“아직 깨어나진 못한 거죠?”“네,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깨시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깨지 못했다니,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거 맞죠?”“걱정 마세요, 윤아님. 별문제 없을 거예요.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쪽에서 인계받았으니 해결할 겁니다.”하긴 이미 그쪽에서 데려갔는데 제일 좋은 자원을 마련해줄 것이다.“앞으로 소식을 들을 방법이 있을까요?”이미 떠난지라 소식을 더 알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윤아의 질문에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거리상으로 많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양측이 평화로운 관계도 아니니 계속 소식을 알아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게다가 소식을 알아낼 방법이 있다고 해도 선우는 윤아의 세계에 수현이 나타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선우는 윤아의 생명에서 수현과 두 아이를 영원히 지워버리려 할 것이다.생각만 해도 윤아가 불쌍한 우진이었다.…윤아가 수현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었다는 말을 들은 선우는 마음이 씁쓸했지만 이로써 그녀의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하여 지금은 주방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윤아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윤아는 약을 계속 먹고 있긴 하지만 요 며칠은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의 병이 낫고 나면 윤아의 입맛도 점점 좋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3화

    윤아가 요 며칠 계속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말에 선우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진 비서님 왔다 가지 않았나요?”선우가 물었다.“왔다 갔어요.”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듯 의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하지만 대표님, 이 일이 윤아님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정윤은 선우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윤아를 많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지금 제일 중요한 문제는 윤아가 요새 밥을 통 먹지 않는다는 일인데 왜 갑자기 우진을 물어보는 거지?우진이 다녀갔다면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사실을 알 텐데 왜…선우는 입술을 앙다문 채 이렇게 말했다.“좀 들어가 봐야겠어요.”“네.”정윤은 선우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방안.베란다에 달린 커튼이 모두 닫혀있어 방안은 매우 깜깜한 상태였고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전부였다.그 빛으로 선우는 방안을 쭉 살폈다.방안은 매우 조용했고 윤아는 이불속에 웅크리고 누운 채 까만 뒤통수만 살짝 내놓고 있었다.선우는 그쪽으로 걸어가 옆에 놓인 랜턴을 켜려다 혹시나 그녀가 놀랄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봤다.깊은 잠이 든 것처럼 보였지만 호흡은 고르지 않았다. 의사가 말한 것처럼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계속 꿈을 꾸는 듯했고 가끔 놀랄 때면 눈까풀과 속눈썹마저 같이 떨렸다.그러다 심지어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선우가 10여 분 정도 서 있는 동안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으로 가득했다.이를 지켜보는 선우는 가슴이 칼로 후벼파는 것처럼 아팠다.양옆으로 축 늘어트린 손도 어느새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왜 이런 걸까?윤아는 분명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이다.설마 마음의 병이 그것뿐만은 아닌 건가?선우는 터질 것 같은 생각을 꾹꾹 눌렀다. 결국 그는 윤아를 깨우지 않고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정윤은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다가 선우가 나오자 얼른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윤아님 어때요? 뭐 좀 드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4화

    “그래요?”선우의 말투는 차가웠다.“마음의 병이 나았다면 왜 아직도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는 거죠?”우진은 요즘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기에 오늘 아침 선우가 윤아에게 음식들을 준비해 보냈지만 윤아가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처음엔 우진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윤아가 적게 먹는다고, 그래서 몸매가 날씬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식사량이 이 정도로 적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최근에 우진도 이상한 구석을 발견했다.윤아는 식사량이 적은 게 아니라 아예 입맛이 없는 것이었다. 우진도 눈치챘으니 선우도 당연히 눈치챘을 것이다.그러니 우진이 신경 쓸 건 없었다.하지만 지금 선우도 방법이 없어 보였다.의사가 말한 건가?우진이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윤아님이 아직 음식을 드시려 하지 않는다면 아마 다른 걱정을 품고 있는 거 아닐까요?”“그래요? 그렇다면 진 비서님은 그 다른 걱정이 뭐라고 생각해요?”선우의 질문에 우진은 아예 입을 닫아버렸고 둘은 더 이상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 우진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윤아님이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게 뭔지 대표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으니 윤아님이 뭘 원하는지 뭘 원하지 않는지 대표님보다 잘 헤아릴 사람이 없어요.”“진 비서님, 지금 나를 훈계하는 건가요?”우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니요.”“나가서 계속 윤아 지키기나 해요.”아마 우진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더는 듣고 싶지 않은지 선우는 우진에게 나가라고 했다.우진은 바로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주저하고 있었다.“윤아님 상태가 그나마 괜찮을 때 그만두시는 게 어떨까요?”선우는 고개를 들고 선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대표님, 지금 윤아님 상태를 봐서는 대표님이 앞으로 후회할까 봐 걱정입니다.”“뭐라고요?”선우는 눈을 찌푸리며 위험한 눈빛으로 우진을 노려봤다.“저주도 아니고 장난 치는 것도 아닙니다. 윤아님 몸 상태로 이렇게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5화

    선우가 정윤과 함께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아까 대표님은 왜 그렇게 화가 나신 거래요?”“원인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진 비서님이 서재에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들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대요. 처음엔 다들 물건이 떨어진 줄 알고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나가라고 호통치셔서 그제야 대표님이 화나 있음을 발견한 거래요.”“대표님처럼 온화한 분이 화를 내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그래서 사람은 겉만 봐서는 안 되나 봐요.”“근데 아까 윤아님에 관한 얘기를 들으시고는 바로 원래 모습대로 돌아오지 않았어요?”…잠에서 깬 윤아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푹 젖었음을 발견했다.하지만 윤아는 이제 꿈에서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윤아는 침대에 기대 멍해 있다가 수현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입꼬리가 올라갔다.사람의 몸은 참 신기했다. 비록 머릿속에 예전 기억은 없지만 어떤 무의식과 감각은 이미 그녀의 뼈에 새겨진 것만 같았다.그에게 생명의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 그녀는 긴장했고 그런 그를 걱정했다.그가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걸 알고 나서야 몸과 마음에 긴장이 풀렸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임무의 절반을 완성한 셈이다.하지만 그녀는 아직 다른 감정에 둘러싸여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예를 들면 수현은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그녀는 아직 이곳에 갇혀 있다.신고할까도 생각해 봤다.하지만 자신을 챙겨주는 선우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그녀에게 선우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윤아는 이런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사색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선우가 빠른 걸음으로 방에 들어왔다. 잠에서 깬 그녀를 보고는 바로 침대맡으로 다가가 앉았다.“윤아야, 깼어?”윤아는 선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응.”“나 왜 찾아? 무슨 용건 있어?”수현은 이미 무사히 떠났다. 비록 윤아가 여기에 남는 걸 선택했지만 윤아는 선우와 말을 섞기도, 얼굴을 보기도 싫었다.앞으로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6화

    선우는 이렇게 말하며 점점 윤아와 거리를 좁혔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윤아를 덮쳤다. 조금만 더 가까이 하면 정말 키스라도 할 지경이었다.윤아는 심장이 벌렁거렸고 선우의 입술이 바짝 다가온 순간 힘껏 그를 밀쳐냈다.선우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다가 윤아가 갑자기 그를 밀쳐내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선우는 침대 밑으로 나동그라졌다.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윤아는 화들짝 놀랐다. 선우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까 그가 보인 행동이 생각나 감히 그쪽으로 다가가지 못했다.원래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으려 했지만 선우가 또 어떤 미친 행보를 보일지 몰라 윤아는 아예 맨발 바람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윤아가 그의 곁을 지나칠 때 그는 한발 빨리 윤아의 손목을 낚아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끌어왔다.“어디 가려고!”“이거 놔!”윤아는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선우를 밀쳐내려 했지만 선우가 윤아의 어깨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윤아는 선우가 계속 미쳐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오히려 진지하게 말했다.“윤아야, 미안해.”윤아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선우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 아까는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었나 봐. 많이 놀랐어?”선우가 손을 내밀어 윤아의 볼을 만지려는데 윤아가 이를 피했다.선우는 어딘가 괴로워 보였다. 윤아가 계속 발버둥 치자 천천히 그녀를 부여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미안해. 나 용서해주면 안 될까?”윤아는 의심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눈빛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정서는 이미 차분해진 것 같았고 더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윤아는 한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침대 맞은편으로 걸어가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용건이 뭔데? 없으면 나가줘. 나 잘 거야.”이를 들은 선우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윤아야, 너 금방 깼어. 또 잔다고?”“잠을 잘 못 자서 더 자려고, 안 돼?”윤아는 선우가 여기에 남을 핑계를 찾는다고 생각해 아무렇게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7화

    윤아의 말이 맞았다.게다가 윤아가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선우는 절대 이런 희망을 품을 엄두를 못 냈었다.그런 일을 하고도 어찌 윤아가 그를 좋아하기를 바라겠는가?그녀가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을 바랐고 그렇게 그녀가 천천히 그에게 물들면 된다고 생각했다.선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아는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음을 알아챘다.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무튼 내 몸은 여기 남았으니까 약속을 어긴 건 아니잖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 이 정도의 자유는 있는 거 아니야?”선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응, 그렇지.”“그럼 지금은 좀 나가줄래?”이 말을 들은 선우는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결국 지는 쪽은 늘 선우였다.“그래, 나갈게. 하지만 안 먹는 건 안 돼. 아래로 내려오기 싫으면 방까지 가져다주라고 하면 되니까.”윤아가 거절할까 봐 그러는지 선우는 이 말을 뒤로 잽싸게 방에서 나갔다.선우가 나가고 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조금 기다려서야 윤아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갔네.윤아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침대에 앉았다.선우가 아까 보여준 행동에 윤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온몸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 선우가 진짜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전에는 그가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윤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선우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안 이상 앞으로 절대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어느날 선우가 미쳐버리면 어떡하지?이런 생각에 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정윤이였다.“윤아님, 대표님께서 주방에 음식을 부탁하셨나봐요.”이를 들은 윤아가 다시 눈을 떴다.“들어와요.”정윤이 접시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접시에는 여러 요리가 담겨 있었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그 냄새를 맡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님, 오늘 주방에서 여러 가지로 준비했어요. 어떤 종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958화

    결국 온몸에 힘이 풀려 윤아는 정윤의 부축을 받으며 욕실에 나와 소파에 널브러졌다.윤아는 지금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고 머리카락도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윤아는 그렇게 연약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가여워 보였다.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정윤은 그런 윤아가 마음 아픈 듯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시울을 붉혔다.“윤아님…”윤아는 한참 숨을 고르고 나서야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이내 들려오는 정윤의 울음소리에 윤아는 고개를 들었다. 정윤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정윤이 울 줄은 몰랐다.정윤도 자기가 눈물을 흘릴 줄은 생각도 못 한 듯 눈물을 닦아내며 사과했다.“아니에요. 아까 조금 놀라서 그래요. 윤아님, 괜찮으시죠?”“놀라게 해서 미안해요.”“윤아님은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다 저의 불찰이에요.”정윤은 이렇게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윤아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며 물었다.“어떡해요? 음식을 아예 안 드실 수는 없잖아요. 만약 집에서 한 음식이 별로라면 외식할까요?”윤아는 소파에 기댄 채 힘없이 웃었다.“괜찮아요. 안 나가도 돼요. 그냥 입맛이 별로 없어서 그래요. 아마 며칠이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입맛이 별로 없다고?원래는 정윤도 그렇게 생각했다. 윤아가 입맛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라고, 입맛이 다시 돌아오면 괜찮을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입맛은 돌아오기는커녕 점점 안 좋아졌다.게다가 매일 약까지 먹는데도 이런 상황이면 언제 다 나을 수 있을까?“아니면 윤아님, 의사 선생님을 바꿔 볼까요? 아니면 직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던지. 위가 불편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나 진짜 괜찮아요. 걱정되면 단팥죽이나 가져다줘요.”윤아가 먼저 음식을 찾자 정윤은 바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단팥죽을 윤아 앞에 대령했다.“윤아님, 이건 어때요?”“고마워요.”윤아는 단팥죽을 받아와 몇 모금 먹었다.팥이 잘 익어서 으깨질 정도였고 죽도 온통 팥의 풍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