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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뜬금없는 검사에 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의사가 온화하고 태도가 좋았기에 윤아도 검사 내내 잘 협조해 주었다.

과정에 의사는 시답잖은 문제를 많이 물어봤다. 윤아는 이 의사가 도대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인지 잡담하러 온 것인지 헷갈렸다.

중간에 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도 이런 의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윤아가 보낸 눈길에 선우는 그저 부드럽게 웃을 뿐 시종일관 의사의 진찰 방식에 어떠한 질책도 없었다.

진찰이 끝난 건 반 시간쯤 뒤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나가고 윤아만 홀로 방에 남았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선우가 물었다.

“윤아 상황 어때요?”

의사가 잠깐 침묵하더니 물었다.

“환자에게 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의사는 환자라는 단어를 썼다.

이 말을 들은 선우가 살짝 넋을 잃었다.

“마음의 병이라고요?”

“몸 상태로 봤을 때는 별문제 없습니다. 문제는 일상생활에 숨어 있어요. 예를 든다면 환자분의 수면과 음식 섭취에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선우는 반박하지 않았다.

수면은 어떤지 잘 몰라도 음식 섭취는 그도 봐서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거부감이 들까 봐 오늘 윤아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의사는 선우에게 몇 가지 더 당부했고 선우도 무슨 뜻인지 대략 알아차렸다. 의사는 입맛을 돋게 하고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선우는 사람을 보내 의사를 배웅하라고 하고는 약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음의 병?

분명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마음의 병이 있는 거지?

마음의 병이 있다면 무엇일까? 잃어버린 기억일까, 아니면 병상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수현일까?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수현을 생각하니 선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윤아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에 친구로 지낼 때 수현이 선우에게 꽤 잘해줬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수현과 계속 친구로 지내면 선우는 윤아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윤아를 가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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