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1206 챕터

제831화

그 말에 민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수현을 보았다.수현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민재는 그제야 한쪽으로 물러섰다.막는 사람이 없으니 윤아의 눈빛이 마침내 허공에서 수현과 마주쳤다.두 사람의 눈빛이 잠시 마주치자 수현이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먼저 나가 계세요.”의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도요?”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당신의 상처는...”“별일 없으니 나중에 처리하죠.”“환자분이 그러시다면...”의사가 막 말을 하려고 하자 거기에 서 있던 윤아가 말을 끊었다.“지금 치료해요.”세 사람은 일제히 윤아를 바라보았다. 윤아는 굳은 얼굴로 다가와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왜 치료를 안 해. 아직 덜 아프구나? 아니면 넌 뭐 피가 넘쳐나서 좀 흘려보내려는 거야?”“난...”“의사 선생님, 신경 쓰지 말고 치료해 주세요. 전 옆에서 보고 있겠습니다.”윤아는 수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분부했다.그녀의 엄숙한 말투에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하죠.”그러고 나서 그는 상처를 치료할 물건을 가지고 수현에게 다가갔다.“진수현 씨, 옷을 벗으세요.”“...”그는 윤아를 한 번 쳐다보았는데 마침 그를 노려보는 윤아의 눈빛과 마주쳤다.“아직도 안 벗어?”윤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못해 단추를 푸는 수현의 동작은 마치 1초가 10분 같이 느릿느릿했다.옆에 서 있던 윤아는 화가 난 듯 앉더니 손을 뻗어 옷을 벗겨줬다.그녀의 동작은 부드러운 편은 아니어서 막 그의 옷을 벗기자 가늘고 흰 손목이 수현에게 잡혔다.윤아는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왜?”묻는 눈빛에 고개를 가로저은 수현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의사 선생님, 빨리 상처를 치료해 주세요.”“네.”의사가 방금 반쯤 치료한 상처를 다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와 이렇게 앉아보니 생각보다 피비린내가 더 심했다.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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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윤아는 수현이 꽤 심하게 다쳤을 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수현의 성격이라면 그녀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하지만 다친 정도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갑자기 수현의 손을 밀쳐내더니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생명엔 지장 없죠?”“치명상은 아닙니다.”“그런데 상처가 왜 이렇게 처참해요?”“글쎄요. 상처의 외관만 보면 치명적일 것 같은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니 이제부터는 물만 안 닿게 주의해 주세요.”의사의 말은 가벼웠지만 윤아는 수현이 치명상을 입은 것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를 매섭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이리저리 생각하던 수현은 원망의 화살을 한쪽에 있던 민재에게로 돌렸다.민재:“?”‘왜 저래?’만약 그가 수현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이 비서 때문에 이게 뭐야. 그러게 왜 의사를 불러오면서 문도 안 닫고 다니는 거야. 그 때문에 윤아가 다 엿들었잖아.”상처를 치료한 후, 의사는 수현에게 약물을 처방했고 윤아의 요청으로 수현의 온몸을 다시 한번 검사해 더 이상 다른 상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떠났다.수현이 의사가 자신에게 처방한 그 많은 하얀 알약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려와 나중에 몰래 이 약을 버릴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문 앞에서 가늘고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고개를 들자 윤아가 의사를 따라 현관까지 걸어오며 말했다.“정말 더 이상 검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뭐 내상이라든가, 보이지 않는 상처 같은 것도.”의사는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윤아 님, 검사할 것은 이미 검사했고, 검사하지 말아야 할 것도 검사했는데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전반적으로요?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러면 그 다른 상황은...”“아뇨, 그런 다른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다른 상황이 있다 해도 제가 여기에 계속 있을 테니 전화 하시거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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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깊은 밤.방안은 아직 전등을 켜고 있어 그야말로 대낮 같다.반쯤 옷을 벗은 수현은 소파에 앉아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약물 설명서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가 먹을 약을 분류해 놓으면서 고개를 들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복부의 상처는 아팠지만 자신을 걱정하며 열심히 설명서를 검토하는 모습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그 만족감은 지금까지의 얕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그의 시선이 계속 그녀의 얼굴에 꽂혀 있을 때, 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수현은 그녀의 표정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왜 그래?”“저녁은 먹었어?”“...”“왜?”“안 먹었구나. 이 약은 식후에 먹는 건데. 너...”“그래?”수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식후에 먹을 약이면 내일 먹지 뭐.”“안 돼.”그러자 윤아가 말했다.“상처가 이렇게 됐는데 무슨 소리야.”말하는 사이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수현의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일어나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윤아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여기서 기다려. 내가 주방에 가서 먹을 게 있나 알아볼 테니 먹고 약 먹어.”“... 번거롭게 뭣 하러 그래. 한밤중에 주방에서 먹을 만한 게 어디 있어?" 수현이 약을 집으며 말했다.“그냥 공복에 먹으면 돼.”“안 돼.”그러나 단번에 그를 제지하는 윤아.“그동안 위 출혈이 있었던 걸 잊은 거야? 이 약들은 원래 위를 상하게 하는데 공복에 계속 먹는다면 위병이 또 재발할 거야. 게다가 이젠 새 상처까지 생겼잖아. 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어?”진작에 자신의 위병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현은 윤아가 얘기를 하자 그제야 그 일이 떠올랐다.그 일 때문에 윤아가 그를 더 많이 봐줬었던 것까지도.그러자 수현이 뭔가 떠오른 듯 나직하게 물었다.“내가 다쳐서 그래?”뜬금없는 질문에 윤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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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하지만 의사도 치명상은 아니라고 했잖아.”윤아가 말리기도 전에 수현은 이미 일어섰다.“가자.”“정말 나랑 같이 갈 거야? 상처는...”“가자.”윤아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수현이 말했다.“빨리 가야 빨리 올 수 있어. 계속 이러고 있으면 밤새 약 못 먹는 수가 있어.”결국 윤아는 그 말에 설득당해 그를 데리고 부엌으로 간다.부산스러운 소리에 달려와 살펴보던 민재는 두 사람이 부엌으로 가겠다고 하자 요리사를 불러주겠다고 했다.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윤아는 거절했고 민재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주방.냉장고는 식자재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쓱 훑어보던 윤아는 몇 가지 간단한 것을 골라 냄비에서 물을 끓였다.늦은 시간이라 윤아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국수를 골라 냄비에 면과 재료를 넣은 다음 넣고 끓였다. 그리고 수현은 옆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너무 늦어서 많이 먹어도 소화가 안 돼. 그냥 대충 배만 채우고 약 먹어.”수현은 순순히 응수했다.“그래, 네 말대로 해.”순순히 대답하는 게 조금 의외였지만 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센불로 빠르게 조리했다.얼마 안 가 윤아는 다 익은 면을 떠서 수현의 앞에 놓았다.“빨리 먹어.”국수는 간단하다 못해 맹물 같았다. 그저 약간의 재료, 야채 몇 개, 계란 한 개만이 둥둥 떠다녔다.하지만 이 국수 한 그릇이 수현에게는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것보다도 좋았다.기쁜 마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국수 몇 개를 집어 입에 넣어보니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맛이 좋았다.한 입 먹고 나서 그는 윤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고마워. 맛있네.”“그냥 국수 한 그릇인데 뭐가 맛있어.”수현이 얼추 배를 채웠다 싶을 때 윤아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까 담아둔 약을 꺼내 내놓은 후 컵에 미지근한 물을 부었다.“여기 한 봉지 뒀어. 남기지 말고 다 먹어.”작은 알약 한 봉지는 보기만 해도 약의 쓴맛이 느껴지는 듯 섬뜩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윤아가 걱정할 테니 안 먹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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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윤아는 침묵에 빠졌다.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쓴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두 옛날얘기다.이후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다시 만나 한방을 쓰지도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두 사람이 함께 지내게 된 격이다.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나 많이 다쳤는데 혼자 있게 놔둬? 만약 한밤중에 내가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해?”윤아는 그를 쳐다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과 말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비참한 면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진짜 심하게 다친 게 맞고 그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눈으로 직접 보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의사 선생님은 별일 없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러다 뭔 일이라도 나면?‘됐어. 애초에 진수현 방이잖아. 그냥 보내줘야지. 게다가 지금은 다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기도 하니까.’그렇게 생각하자 윤아는 마음을 놓고 말했다.“가자.”그녀가 입을 떼자 수현의 어둡던 눈빛에 잠깐의 희열이 스치더니 입가에도 보기 좋은 미소가 어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방에 들어간 후, 윤아는 소파에 있는 물건을 치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훈이와 윤이가 모두 잘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다.그녀가 나올 때 동작이 유난히 조심스러운 것을 보고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자?”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잠든 지 꽤 됐어. 둘 다 널 많이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나와 함께 다니다 보니 피곤했나 봐.”말이 끝나자 수현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수고했어.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늘 수현의 몸에서 풍기던 싱그러운 옅은 풀 냄새는 이제 피비린내와 땀 냄새로 얼룩져있었다.이제 너무 심하진 않지만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의 몸에 있던 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깊던 상처가 떠오른다.윤아는 그를 밀어냈다.“옷부터 갈아입어.”“냄새 때문에 그래? 아니면 내가 싫어?”윤아는 무정하게 말했다.“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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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알았어. 갈아입으러 갈게.”더 놀렸다간 윤아가 폭발할 것 같았다.윤아는 옷을 들고 욕실로 간 수현을 밖에서 기다리려다 뭔가 떠오른 듯 따라가 아직 들어가기 직전인 그에게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 잊지 않았지? 상처가 물에 닿으면 안 돼.” 욕실 문을 닫으려던 수현은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아예 제자리에 멈춰서더니 말했다.“다 기억해. 근데 만약 네가 불안하다면 따라 들어와서 직접 지켜봐도 돼.”그러자 윤아가 곧바로 말했다.“꿈 깨.”그 후 윤아는 몸을 돌려 쌩 가버렸다.수현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욕실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자 수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조금 전까지 넘실거리던 입가의 웃음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것은 핏줄과 식은땀뿐이었다.상처가 너무 깊어 움직이지 않아도 아프고 옷을 갈아입을 때나 손을 드는 동작 같이 움직여야 할 때는 더 말할 것도 없다.윤아와 함께 있을 땐 걱정할까 봐 계속 억지로 고통을 참고 있었던 것이다.수현은 어느새 흠뻑 젖어 있는 셔츠를 잠시 바라보다 바로 옆 세탁기에 던져넣었다.원래 그의 셔츠는 모두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수현도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빠른 증거인멸에만 몰두했다.수현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가니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윤아가 보였다.윤아는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 수현에게 다가가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상처에는 물 안 닿았지?”“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내가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말을 마친 수현은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한번 보았다.“늦었어. 가서 쉬어.”윤아는 엉겁결에 말했다.“너는?”“나도 쉴 거야.”쉬러 간다는 말에 윤아는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왜?”그녀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수현이 물었다.“아쉬워? 나랑 같이 있고 싶어?”윤아는 아무 말 없이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아니야. 그럼 쉬러 갈게.”수현은 입가에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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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소파가 커서 윤아가 누워도 적지만 남는 공간이 있었다.수현은 여전히 그곳에 앉아 그녀가 자신의 뒤에 눕는 것을 지켜보았고 곧 소파의 절반 윤아에 의해 점령당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끝내 자신을 가누지 못하고 물었다.“나한테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었어?”윤아는 그곳에 누워 그와 눈을 마주쳤다.“맞아.”“그럼?”‘나한테 주는 거라면 왜 누워있는 거지? 나한테 주는 게 아니라기엔 방금 맞다고 했는데.’수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황당해하고 있는 수현을 보며 윤아가 말했다.“너랑 여기 있을게.”수현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이전의 맑은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사냥꾼이 표적을 노리듯 시커먼 눈동자만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자신의 상처가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현은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가가 나직이 말했다.“정말?”갑자기 다가온 따뜻한 기운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들었고 심장도 미치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얇은 입술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윤아는 얼른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입을 막았다.무의식 간에 눈앞에 있는있는 수현의 기습을 막은 거였다.과연, 윤아의 동작은 수현의 주의를 끌었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같이 있자고 달려와 놓고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는 거야?”“너 한밤중에 열이라도 날까 봐 걱정돼서 같이 있는 거지 다른 의도는 없어. 너 딴생각 품으면 나 바로 갈 거야.”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일어나 이불을 끌어당기려 했다.“가지 마.”수현이 다급히 손을 뻗자 상처에 무리가 가면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는 통증에 동작도 멈추고 고개를 떨궜다.그가 끙끙거리는 소리에 윤아의 안색도 변하여 막 말을 하려는데 그가 창백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왜 화를 내? 난 지금 그냥 움직여도 아픈데 이런 내가 너한테 뭘 할 수 있겠어? 하고 싶어도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윤아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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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부드럽고 말캉한 촉감에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거두려 했지만 이내 수현에게 다시 잡혔다.그는 머리를 숙이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바닥에 키스했다.윤아는 가슴이 간질간질해져 다시 손을 빼려 했지만 수현의 힘이 너무 세서 빼는데 실패했고 그의 입술이 손바닥에서 조금씩 올라가 손가락 하나하나에 키스하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윤아가 발버둥 쳐도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수현은 다치긴 했지만 윤아는 여전히 힘으로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제일 중요한 건 윤아도 너무 세게 발버둥 쳤다가 수현의 상처가 찢어질까 봐 그저 반 져줄 수밖에 없었고 의식도 점점 몽롱해졌다.그렇게 그의 키스는 그녀의 손가락을 지나 목으로 향했고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갈 기미가 보이자 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니...” “안돼!”윤아가 분주한 수현의 손을 낚아챘다.“수현 씨 아직 상처 다 낫기 전이잖아.”“괜찮아. 고작 이걸로 뭘.”고작 이거라니?윤아는 믿을 수가 없었다. 수현은 전에 상처를 처치할 때 아파서 식은 땀까지 흘리고 이마에 핏줄로 불끈 올라왔었다.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으면 치명상이었을 텐데 지금 고작 이거라고 말하고 있다.“안돼!”윤아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손을 그의 가슴에 갖다댄 채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수현은 상처가 아프긴 했지만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그 감정이 이끄는대로만 가고 싶어했다.하여 상처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이미 뒷전이었다.“공주.”하지만 수현은 여전히 이성을 잃고 윤아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살며시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키스 조금만 더 하면 안될까? 약속할게.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안 한다고.”아무것도 안 한다고?윤아는 이 말을 믿는게 바보라고 생각했다.조금 전에도 다쳤으니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엔 그녀를 붙잡고 한참을 키스했고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윤아가 아는 수현이라면 이대로 두다간 수현은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을 것이다.그리고 여기는 밖이다.아이들이 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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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수현이 드디어 말을 들으려 하자 윤아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잔 따라 마시고 고개를 돌리는데 수현의 이마에 식은 땀이 맺혀 있는 걸 발견했다.“땀이 이렇게 많이 났는데 상처 괜찮아?”이렇게 물으며 윤아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이마를 짚어봤다.“열 나는 거야?”짚어보니 조금 뜨거운 것 같기도 했지만 열이 나는 건 아닌 것 같았다.“아니, 열은 아니야.”수현은 다소 차가운 말투로 윤아에게 말했다.“왜 뜨거운지는 아까 우리가 뭘 했는지 생각해보면 되잖아.”“...”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수현이 덧붙인 설명에 윤아는 바로 수현의 뜻을 알아채고는 손을 뺐다.그제야 윤아는 왜 수현이 온도는 높은데 열 난 것 같지는 않은지 알았다. 하지만 수현은 부끄럽다는게 뭔지 모르는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자자.”수현은 윤아가 누웠던 자리를 가리키더니 와서 누으라고 손짓했다.조금 전 일어난 일들이 생각나 윤아는 잠깐 망설였다. 그냥 가서 누웠다가 수현이 또 그러면...“이번엔 진짜 아무 짓도 안 해. 약속할게.”윤아가 반박했다.“약속하면 뭐해? 전에도 다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그랬잖아.”“응, 그건 예전이고. 그리고 그때 약속한다고는 안 했거든?”“...”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수현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윤아는 한 2초 정도 망설이더니 결국 원래 누웠던 자리로 가서 누웠지만 그녀가 눕자마자 수현의 손이 다시 다가왔다.윤아는 수현이 또 뭔가를 하려는 줄 알고 표정이 삭 바뀌었지만 수현은 그저 이불을 끌어와 그녀의 몸에 덮어줬다.행동이 힘겨운 걸로 봐서는 상처가 많이 아픈 듯했다.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내밀어 이불을 당겨오더니 수현에게 말했다.“됐어. 수현 씨도 이제 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이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이불을 펼쳐 수현에게 자리를 남겨주었다.이런 윤아의 행동에 수현은 가볍게 웃더니 옆에 누웠다.수현에게 자리를 남겨주기 위해 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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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윤아가 불만스럽게 반박했다.“아니야. 만약에 불구자되면 난 너 버릴 거야.”“진짜야?”“진짜야.”“그래. 그렇다면 불구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지...”“알면 됐어...”5년이 넘었지만 두사람은 지금처럼 이렇게 조용히 누워있으면서 영양가 없는 ‘흰소리’만 한 적은 처음이었다.쓸만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윤아의 마음은 느껴본 적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윤아는 지금 고개만 들면 수현의 완벽한 턱선을 볼 수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의 체취로 가득했다.옷을 바꿔입으니 몸에서 피비릿내도 줄어들었고 익숙한 그의 향기로만 꽉 차 있어 사람을 안정시켰다.이렇게 생각한 윤아의 갈곳 없는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눈을 감고 수현의 가슴에 기댔다.“졸려.”윤아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자.”“응, 어디 불편한데 있으면 나 불러.”“그래.”윤아는 곧 수현의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에 들었다.수현은 윤아가 감기에 걸릴까 봐 이불을 덮어주다가 상처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하지만 윤아가 옆에 있으니 그의 소리에 깰까 봐 억지로 다시 참았다.수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상처를 살피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처는 수현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윤아가 옆에, 그것도 그의 품속에 있으니 고통은 뒷전이고 마냥 행복하게만 느껴졌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의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갔다.민재가 이런 수현의 생각을 안다면 아마 그런 수현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퉤, 금사빠 같으니.”...서훈이 일어나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하윤을 보고는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어제 큰일도 겪었고 서훈은 하윤을 더 자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서훈이 하윤에게 이불을 덮어주자마자 하윤은 눈을 떴고 부스스한 눈으로 서훈을 바라봤다.“오빠?”서훈은 하윤이 깨자 일으켰다. 하윤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했는지 자리에 앉아서 눈을 비비적댔다.“오빠,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이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빙 둘러봤지만 윤아가 안 보이자 물었다.“엄마는?”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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