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821 - 챕터 830

1206 챕터

제821화

하지만 그 웃음은 얼마 가지 않아 수현의 걱정으로 바뀌었다.그녀의 낌새를 눈치 빠르게 알아챈 민재는 서둘러 위로의 말을 건넸다.“마음 놓으세요. 정말 걱정하실 것 없어요. 대표님은 절대 확신이 없는 일은 하지 않으세요.”“알아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과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확실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성격이란 것쯤은 윤아도 알고 있었다.머리로는 알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실 수현이 그곳에 남아 뒤처리를 해준 덕분에 윤아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안전한 곳에 도착해서는 민재가 세 사람을 방으로 안내해 줬다.이곳까지 오는데 꽤 오래 걸렸기에 민재가 떠나기 전에 윤아가 그를 붙잡고 물었다.“진수현은 언제쯤 올 수 있대요?”“그게...”민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쪽 일이 잘 처리되면 곧바로 오실 겁니다.”“아직도 답장이 안 온 거예요?”“윤아 님. 저와 이곳까지 함께 오셨잖습니까. 제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는 현아 씨밖에 없었습니다.”그 말에 윤아의 눈동자에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그때, 때마침 다시 울리는 민재의 핸드폰 알림음에 윤아는 눈을 반짝였다.“혹시 수현...”발신인을 확인한 민재가 말했다.“아니요.”수현이 아니란 말에 윤아의 안광이 다시 스르륵 사라졌다.“알겠어요.”민재는 핸드폰을 한 번 보더니 윤아에게 슬쩍 물었다.“윤아 님. 별다른 일 없으시면 전 먼저 가봐도 될까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 보세요.”민재는 곧바로 자리를 떴고 남겨진 윤아는 깊은 한숨만 내쉬다 방 문을 닫아버렸다.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방을 보고 윤아는 처음엔 그녀를 위해 마련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곳곳에 누가 살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옷장에 걸려있는 남성용 옷은 딱 봐도 수현의 것이었다.아무래도 민재가 그녀를 수현의 방으로 안내한듯 싶었다.시간도 늦은데다 하루종일 바쁘게 다녔던 터라 두 아이도 어느새 지쳤는지 소파에
더 보기

제822화

“방문진료니까 너무 긴장 안 해도 돼요. 편하게 있어요.”의사는 하윤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다쳤다는 오른쪽 발을 주물렀다.“다친 발이 이 말 맞나요?”의사의 손길에 하윤은 긴장되는지 옷을 질끈 움켜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하윤의 하얀 발등을 한참 관찰하더니 어딘가를 꾹 눌렀다. 그러자 하윤은 아픈지 저도 모르게 엄마를 외치며 몸을 움츠렸다.윤아는 마음이 아파 하윤이 잡을 수 있게 자신의 손을 뻗었다.“여기가 아픈가 보네요. 다른 쪽은 안 아파요?”그는 한참을 꼼꼼하게 진단한 후 말했다.“큰 문제는 아니고 발이 조금 삐었네요.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며칠 쉬는 게 좋겠어요. 조만간은 걷는 건 자제해주시고요.”윤아는 연신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고 의사는 처방 약을 건네준 후 짧은 인사와 함께 곧바로 떠났다.그렇게 반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의사가 떠난 후, 윤아는 하윤을 안아 원위치로 돌려놓으며 당부했다.“다음부턴 아픈 데 있으면 혼자 참고 있지 말고 엄마한테 바로 말해야 돼. 알겠어?”하윤은 쓴맛을 본 이후라 그런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됐어. 얼른 먹어. 다 먹고 오빠랑 들어가서 좀 자.”하윤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지만 계속 먹는 대신 윤아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엄마. 고독현 밤 아저씨는 왜 우리랑 같이 안 왔어요? 그 아저씨는 어디 갔어요?”그 질문은...윤아도 묻고 싶은 거다. 벌써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게다가 조금 전 이동시간까지 더하면 꽤 오래 지났다. 그런데 수현 쪽에서는 아직도 소식 하나 없으니...윤아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아이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는 바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가셨어. 자고 일어나면 내일엔 아저씨도 와있을 거야. 응?”“네.”한참 후, 윤아가 겨우 두 아이를 재우고서야 방 안은 비로소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걸 확인한 뒤에야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이곳
더 보기

제823화

생각 끝에 윤아는 결국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이 늦은 시각까지 그녀의 안전을 위해 보초를 서주는 사람들한테 괜히 나갔다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생각을 마친 윤아는 곧바로 말했다.“안 나갈게요. 대신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윤아 님. 저희는 대표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윤아 님은 대표님의 사람이니 윤아 님 일이 곧 대표님의 일이죠. 무슨 일이든 편하게 시켜만 주십쇼.”“이 비서가 오면 볼일이 있으니 잠깐 들러달라고 해주시겠어요?”“그럼요. 지금 바로 물어볼까요?”“...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굳이 사람을 부를 필요 없이 그저 이쪽으로 오면 잠깐 들러달라는 거였는데 이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민재에게 전화를 걸 줄이야.민재가 전화를 받자 경호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 비서님. 윤아 님이 잠시 뵙자시는데요. 지금 바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됐어, 그냥 두자.’윤아는 그의 엄청난 추진력에 적잖이 놀랐다.“윤아 님, 비서님이 곧 오신답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고마워요.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볼게요.”여기서 뭐라 더 하겠는가. 윤아는 군말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소파에 앉은 지 몇분도 채 되지 않아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윤아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줬다.“윤아 님. 찾으셨다고요?”“진수현은요? 아직도 소식 없어요?”첫마디는 역시 수현에 관한 질문이었다.민재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윤아 님,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세요. 소식 있으면 제가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사실 수현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찾을 사람은 윤아이니 민재가 굳이 전달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윤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기가 한국이라면 모를까 해외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윤아는 심란한듯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이런 말이 실례가 될 줄은 알지만 그래도 해야겠어요. 이곳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쪽으로 지원
더 보기

제824화

윤아가 현아를 떼어내고 보니 민재는 이미 가버린 이후였다. 윤아의 눈동자에 잠시 우울한 기색이 비쳤지만 그를 계속 잡아둔다 해도 더 뭐라 하지도 못했을 테니 바쁘게 일하는 사람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윤아의 달라진 낌새를 눈치챈 현아는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왜 그래?”윤아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니야. 왜 이제야 왔어. 차는 다 고친 거야?”“아니. 내가 네 걱정 너무 한다고 까칠남이 사람 불러서 나 데려다줬어.”현아는 말하다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정정했다.“아니지, 까칠남이라고 하면 안 되지. 이제부터 그렇게 안 부르기로 약속했거든. 앞으론 꼬박꼬박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어.”“까칠남?”“응. 이번에 너 찾으러 같이 와주셨어. 오래 같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까칠남이라고 불러버려서...”“...”‘못살아 정말.’“화내진 않으셔?”“화내긴. 내가 그 별명을 근거 없이 막 지은 건 아니잖아? 그게 사실인걸. 야근을 밥 먹듯이 시키는 바람에 내가 연애를 못한거 아냐. 아냐. 내가 제일 큰 피해자라고. 그러니까 화를 안 내는 게 아니라 못 내는 거 아닐까? 근데 그거 알아? 내가 너 찾으러 간다고 할 때 대표님이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해서 진짜 놀랐잖아. 까칠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의감 넘치는 모습도 있더라고.”“정의감?”어울리지 않는 형용사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러니까 그 사람이 정의감 때문에 널 따라온 거다?”“그렇지?”말을 마친 현아는 턱을 괴더니 다시 생각에 잠겼다.“정의감 때문이 아니라면 뭣 때문일까? 아! 알겠다. 착취할 일꾼을 잃고 싶지 않은거네.”“...”고심해서 얻은 결론이 그거라니. 윤아는 어이가 없어 목이 막혔다.“대체 어떻게 하면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거야?”“내가 사표 낸다니까 따라왔다니까? 나 같은 직원을 잃고 싶지 않은 거지. 쳇. 이번 일 잘 해결하고 마음 편히 돌아가서 개미처럼 일하라는거잖아.”“...”
더 보기

제825화

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눈썹을 씰룩거렸다.조금 전까지는 아예 예상도 못 하더니 한번 그쪽으로 생각을 바꾸니 곧바로 진도를 빼는 모습이다.윤아는 눈썹을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진짜 너 좋아하는 걸 수도 있잖아?”“그럴 리가!”현아는 곧바로 머리를 흔들며 부정했다.“까칠남이 왜 날 좋아하겠어? 아, 까칠남 아니고 대표님이지. 그렇게 안 부른다고 해놓고 또 이런다. 그 사람이 미쳤다고 날 좋아하겠어?”“그럼 넌 그 사람이 왜 널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그거야 당연하지. 대표님 주위에는 죄다 재벌에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뿐이잖아. 돈과 명예를 한 손에 쥐고 있는 그런 여자들이 득실대는데 일개 회사 직원인 나를 미치지 않고서야 왜 좋아하겠어.”친구가 자기 비하를 하는 모습에 윤아는 속상해 단번에 반박했다.“네가 뭐가 어때서.”“아이참. 알았어.”현아는 윤아한테 붙으며 배시시 웃었다.“나도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인 거 알지. 그렇지만 친구야, 이건 다른 문제라고. 돈 많고 얼굴 예쁜 다른 여자들이랑은 난 비교도 안 돼. 그리고 대표님 주위엔 그런 여자들이 가득하고. 그런데 어떻게 날 좋아하겠어? 이번에 같이 와준 것도 맘 편히 부려 먹으려는 거 아니면 그냥 그분 정의감 때문일 거야.”윤아는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모든 사랑이 상대방의 조건을 보고 시작되는 건 아니잖아. 난 오래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 아니면 특정적인 어느 순간에 마주친 사람과 한눈에 반한다거나 그런 사랑 말이야.”현아는 듣고 보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응. 네 말도 맞는 것 같아. 그래도 난 아닐 것 같아. 네가 우리 대표님 주위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그래. 아, 아니다. 너도 아마 알 거야. 진수현 곁에도 그 곁을 노리는 여자들 엄청 있을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일이니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만약 그 배주한이라는 사람이 정
더 보기

제826화

“네 탓 아니야.”현아는 그래도 속상한지 말했다.“너 진수현한테서 연락 올 때까지 못 잘 것 같으니까 나도 옆에서 같이 기다려줄게. 진수현 돌아오면 나도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아.”“그럴 필요 없어 현아야.”윤아는 고개를 흔들었다.“나 혼자 기다려도 돼. 너도 오늘 이리저리 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얼른 돌아가서 쉬어야지.”“말도 안 되는 소리. 날 내쫓으려 하지 마. 우린 베프잖아. 우리 못 본 지 엄청 오래됐는데 같이 잠도 못 자? 설마 내가 귀찮아졌어?”“그럴 리가 없잖아. 알겠어. 그러면 여기 있어.”결국 현아는 윤아와 함께 수현을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잠들지도 못하니 현아는 야식으로 먹을 간식들과 술을 들고 윤아와 방 옆의 베란다에서 함께 마셨다.“너랑 술 마셔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너 결혼한 뒤로 자주 안 마시긴 하지만 오늘은 특수상황이니 네 무사 귀환 축하 겸 오랜만에 한잔하자.”윤아는 술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를 위해 이 먼 이국 타향까지 와준 맞춰주기 위해 술잔을 들었다.둘 사람이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좋아. 한잔하자. 대신 딱 한 잔만이다?”벌컥벌컥 술을 들이켠 둘, 테이블 위 간식도 잊지 않고 먹어준다.“윤아야 너도 먹어. 탈출하고 나서도 뭐 못 먹었을 거 아냐. 나도 저녁 먹다 말고 나오는 바람에 마침 배고팠거든.”그러나 맛있게 먹고 있는 현아와 달리 윤아의 젓가락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좀처럼 먹질 못하는 윤아의 모습에 현아는 작은 디저트를 집어다 그녀의 앞접시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아이고, 내 밥 친구 해준다고 생각하고 좀 먹어.”“현아야. 나 입맛이 없어.”“알아. 그래도 먹어야지. 지금 안 먹어두면 밤새 쫄쫄 굶을 텐데 무슨 힘이 나서 진수현 기다리겠어?”결국 현아의 성화에 못 이겨 윤아도 몇 입 우물거리기 시작했다.둘은 그렇게 밤이 깊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제 지쳐 나란히 소파에 누워있는데 현아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
더 보기

제827화

‘이 늦은 밤에 누구지?’아무리 보안이 잘 되어있다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혹시 외부인이면 어쩌지?’두려운 마음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데 벌컥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수려한 용모에 빼어난 몸매,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그윽한 눈빛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수현을 본 순간 윤아는 환각인 줄 알았다.“너...”그러나 윤아가 말을 채 뱉기도 전에 그녀에게로 돌진하는 수현. 그는 여느 때보다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그 순간 익숙한 체향이 윤아를 감싸왔다.윤아는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뻗어 그를 맞이했다.손이 수현의 등에 닿자 그녀를 안은 손이 더 꽉 조여온다.행복도 잠시, 코끝을 찌르는 피비린내에 윤아는 흠칫했다.그녀는 감았던 눈을 뜨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놔봐.”그러나 눈앞의 이 남자는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더.”사람이 다쳤는데 지금 그게 중요하겠는가.윤아는 어쩔 수 없이 힘을 써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를 밀어냈다.두 걸음 물러선 윤아는 수현을 위아래로 자세히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윤아의 표정을 본 수현이 낮게 물었다.그 순간, 윤아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의 옷깃을 잡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그러나 이제 막 첫 번째 단추를 풀려는데 수현이 그녀의 손을 잡아 세웠다.“뭐 하려고?”그의 눈빛은 늘 그랬듯 그윽했고 목소리는 허스키했다.그 모습에 윤아의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뭐 안 해. 너 어디 다쳤나 보려고.”“...”‘상처를 보려던 거구나. 난 또...’“무슨 표정이야? 너 설마 내가 너한테 뭐 하려고 하는 줄 알았던 거야?”윤아는 그의 손등을 찰싹 치며 말을 이었다.“손 놔. 좀 보게.”낮지만 힘 있는 말투였다. 윤아는 수현의 손을 기어코 떼어내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코를 찌를 정도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걸 보아 상처가 꽤 깊을 거다.그러나 이번엔 두 번째 단추까지 겨우 풀었는데 다시 또 수현에게 잡혀버렸다.
더 보기

제828화

눈에 보이는 데도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안 보이는 옷 밑은 어떨지.두려운 생각이 들자 윤아는 다급해졌다.“어디를 다친 거야? 옷 벗고 보여줘.”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는 수현의 얼굴엔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말했잖아. 이선우 피라고.”옷깃에서 멈추었던 윤아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수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윤아.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대로 수현의 눈에 담겼고 곧이어 그의 얼굴에도 씁쓸한 기색이 어렸다.“걱정돼?”“진수현!”그의 말을 끝으로 윤아가 거칠게 소리쳤다.“때가 어느 땐데 그런 걸 농담이라고 해. 설령 정말 선우가 다쳤다고 해도 난 그의 곁으로 날아갈 수도 없거니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오직 진수현 너 하나뿐이야. 나는 지금 눈앞에서 네 상처를 보고 싶어.”수현의 동공이 흔들렸다.“그게 아니면 혹시 네 말들은 다 날 속이려는 거야? 네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알리지 못하겠으니까 일부러 그딴 말들로 날 현혹하려는 거냐고!”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한참 뒤, 생각을 마친 듯한 수현이 고개를 숙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래서 현혹됐어? 누가 더 걱정되는데? 나야, 이선우야?”“...”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물리자 윤아가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유치하기는.”“내가 뭘?”윤아를 잡은 수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유치할 일인가.”고집을 쓰는 수현을 윤아는 말로 당해낼 수 없었다.특히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그 말 말이다.‘언제부터 그렇게 열렬했다고.’“대답해.”윤아가 끝내 말을 하지 않자 수현은 말을 이었다.“그렇게 대답 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나?”“아니. 난 그냥...”“이선우가 나보다 더 걱정됐던 거야? 지금이라도 그놈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그의 질문에 윤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올려다보았다.“그런 질문을 꼭 해야 해?”“응. 대답하기 전까진 내 단추도 안 풀려.”그는 그녀의 대답이 무슨
더 보기

제829화

윤아는 마음이 누그러져 자발적으로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심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기도 했다.“아까는 내가 너무했어, 미안해. 날 구하려고 이렇게 다친 너한테 내가 이런 말투로 말 하면 안 됐어. 이제 네 상처를 보여줘, 응?”다시 만난 이후로 이런 온화한 말투는 처음이었다. 지금 그녀의 변화된 말투에 수현의 마음속 끈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가뜩이나 미치게 보고 싶던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붉은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기 어려워졌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두 번 굴리더니 돌연 손을 뻗어 윤아의 허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어.”조금 전과 달리 부드러운 말투다. 이윽고 그의 몸이 윤아를 향해 다가오자 순식간에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감싸듯 닿았다.수현이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윤아의 눈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 독한 피비린내가 손쓸 새도 없이 호흡 속으로 파고들어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렇게 둘의 입술이 맞닿으려던 순간, 윤아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입술을 가로막았다.수현은 그녀가 손을 뻗어 막을 것이라고 예상을 못 한 듯 잠시 몸을 움찔했다.그는 그대로 2, 3초 정도 멍해졌지만 곧 굴하지 않고 그녀의 하얀 손바닥에 키스했다.부드러운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오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뺄 뻔했다.그러나 그녀가 미처 행동하기도 전에 수현은 재빨리 그의 야한 입술과 허리춤의 선을 철수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들끓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척 말했다.“나 좀 정리하고 이따 올게.”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떠나고 문이 닫힌 후에야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상처도 안 보여줘 놓고 자기 좋은 일만 하고 갔네.’그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맞춤을 받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는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윤아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뭔가 떠오른 듯 현을 따라나섰지만 어찌나 빨리 나갔는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윤아는
더 보기

제830화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끙끙거리는 소리뿐이었다.의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의 상처를 진정시켰다.“환자분, 상처가 다 나으신 후에도 며칠 동안 물을 만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 감염이 악화될 것입니다.”수현은 그곳에 앉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처음 예상치 못한 통증으로 끙끙 앓은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참았다.민재가 옆에서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핏줄을 타고 떨어지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상처가 전혀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상처가 깊어서 민재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데 말이다.“환자분, 윤아 아가씨도 환자분이 이렇게 다친 거 아세요? 방금 돌아와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바로 아가씨를 찾아갔다고 들었는데.”수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잠시 후에야 엷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내가 다친 건 알았지만 상처는 보지 못했어요.”그러자 민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 상처가 너무 끔찍해서 안 보는 게 나았을 거예요.”말이 끝나자마자 입구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 어떤 상처길래 그렇게 무섭다는 건지 정말 보고 싶네요.”갑자기 나타난 여자 목소리는 그들의 주의력을 모두 끌어당겼다.윤아를 본 민재는 낯빛이 변해 재빨리 앞으로 나와 그녀를 막았다.“윤아 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리고 수현도 재빨리 옷의 단추를 잠그고 의사가 치료한 상처의 절반만 덮었다.의사는 한바탕 말을 잇지 못하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수현 씨, 아직 치료가 안 끝났는데요.”“알고 있어요.”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서늘하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이따가 다시 처리할 테니 일단 감춰주시죠.”“...”‘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감춰요?’의사는 이해가 안 됐다. 이렇게 다쳤는데 일단 먼저 상처를 치료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이 젊은이들은 정말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한가보다.하지만 수현은 어쨌든 그의 고용주인 데다 그의 부상은 치명상이 아니어서 치료를 조금 늦춘다고 목숨이
더 보기
이전
1
...
8182838485
...
121
DMCA.com Protection Status